공고 선생, 지한구 (그리고 오래도록 이웃으로 살아가는 학생들)

공고 선생, 지한구 (그리고 오래도록 이웃으로 살아가는 학생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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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특목고, 자율고와 영재고, 인문계고의 대학 진학률 통계에는 나타나지 않는
우리 시대 ‘공고생’들을 찾아서

나무가 아니라 학생을 키워야겠다고 결심한 농대생
그렇다고 공고에서 가르치게 될 줄은 몰랐던 어느 국어 선생의 좌충우돌 분투기

다른 학교였다면 좀처럼 경험하기 힘든 일들
공고에 오지 않았다면 평생 마주칠 일이 있을까 싶은 아이들
어디에나 있지만 누구도 존중하지 않는 이 시대 공고와 공고생 이야기
그리고 결국 우리의 이웃으로 오래도록 살아가는 학생들의 이야기

“누군가는 공고에 다니는 아이들을 ‘문제아’, ‘낙오자’라 부르곤 한다. 이런 가혹한 차별과는 상관없이 나는 3월 새 학기가 시작되면, 아무 일 없다는 듯 다시 처음부터 수업을 시작한다. 모범생이 있으면 사고뭉치가 있고, 1등이 있으면 꼴등이 있으며, 비장애인이 있으면 장애인이 있는 건 너무 당연한 일이니까. 이들이 한데 섞여 공부하고, 놀고, 웃고, 떠들고, 때로는 다투고, 갈등하고 또 화해하는 곳, 그게 바로 학교니까.”
저자

지한구

저자:지한구
국립대학농대에서임산공학을전공했다.나무를키우는일이다.나무보다학생을키우고싶어교직으로방향을틀었다.지방에있는공업고등학교에서15년째국어를가르치며,어떻게하면잠자는아이들을깨울까고민하고있다.공고에는못가르치는교사만있다는편견을깨고자수업연구대회에나가교육부장관상(전국2등)을받았다.물론상은상일뿐수업은여전히어렵다.공고생의학업중단율을줄이기위해학내에서헬스부를운영했고,그덕에불혹의나이에보디빌딩대회에서상도받았다.공고를졸업해산업현장으로떠나는아이들이차별받지않는길을오늘도찾고있다.그걸찾을때까지교직생활을이어갈예정이다.

목차

프롤로그.누군가는공고에서어떻게가르치느냐고염려하지만8

1장.1000원을양보한아이15
2장.열여덟살광훈이의네손가락21
3장.“어떡하다여기까지왔노?”:취업나간학생들29
4장.대기업보냈더니회칼들고등장한아이37
5장.새학기첫날드러난중원의비밀49
6장.퇴학위기세공고생의엇갈린운명61
7장.글써서지급한장학금73
8장.그는은밀히자퇴를종용했다77
9장.공고교사의목마른변신89
10장.방송으로이어진‘몸짱’도전103
11장.목소리없는아이115
12장.성적하위20퍼센트학생을둘러싼경쟁123
13장.자퇴한공고생의거칠고도쓸쓸한귀환133
14장.칠판글씨를못읽던공고생143
15장.꼴찌를위한장학금155
16장.“저베트남에서는공부잘했어요”:사라진공고생165
17장.아이유만나러서울로177
18장.“우리학교는우사다,우사!”:그시절공고의자화상187
19장.공고에걸린웅장한현수막201
20장.TV에선못보는‘올림픽챔피언’공고에서나왔습니다213

에필로그.그렇게이웃이된다222

출판사 서평

‘공고’도(공고)도아닌,있는그대로의공고이야기

“꼴통,공돌이학교,양아치우글거리는곳.”
“이왕교사를할거면인문계로가야지웬공고냐?”
“어머,어떡해요.거기,정말힘들죠?”
“여기서일할수있겠나?어쩌다여기까지왔노?”

공고선생지한구는날선말들로‘공고’를강조하거나,공고를묵음인양감추려는시선을매일공기처럼만난다.친한친구는“이왕교사를할거면인문계로가야지웬공고냐?”며타박아닌타박을하고,다른사람에게자신을소개하는이들은하나같이“‘고등학교’에서국어를가르치는분”이라고운을뗀다.사전에약속이라도한듯이‘공고’는언제나삭제되고숨겨진다.교사집단도마찬가지여서,공고에서근무한다고하면다들진심으로걱정하는표정으로말한다.“어머,어떡해요.거기,정말힘들죠?”힘들지않다고하면거짓말이고,적극동조하면자신의일터와제자들을폄훼하게될지도모르는난감한상황이거듭될수록교사로서의자존감은점점낮아진다.교사조차도이런일을비일비재하게겪는사회에서,공고생들은어떤대접을받으며살아갈까.고등학교3학년을마치면대학입학대신취업을하는학생들을위해,때때로공고교사는취업처를확보하려전국곳곳을누비는‘영업사원’이된다.공단을돌아다니다크고깔끔하다싶은공장이보이면일단밀고들어가취업담당자를만났다.종일회사수십곳을찾아다니며“우리공고생좀받아달라.”며사정하지만,문전박대만당한채‘취업승낙서’한장못받은날도부지기수다.

“선생님,걱정하지마시소.애한테무슨큰일이라도시키겠습니까?여기계신어르신들이랑치킨박스좀만들고하면됩니더.육십넘은노인들도다하는일이니잘할겁니대이.”

첫담임을맡아처음으로취업을보낸제자우현(가명)을공장에직접바래다주고싶었다.페인트공인아버지가현장에갈때쓰는승합차에태워데려간공장에서우현이가맡은일은3미터넘게쌓인치킨포장상자를접는일이었다.그대로두고올엄두가나지않아서,선생지한구는페인트냄새가득한운전석에앉아한참을고민한다.이러려고학교는3년간그노력을했던걸까?지금이라도우현이에게돌아가자고할까?‘노가다’로삶을일군아버지에게자랑이었던‘화이트칼라’교사아들이누군가의소중한자식을,자신조차납득할수없는노동현장에떨구고있다는걸알면아버지는계속나를자랑스러워할까?

“꿈과희망을가르치는초중고12년의끝이대개비정규직이라는현실이허망하고슬플뿐이다.공장에서종일치킨박스를접어도안정적인삶을꾸릴수있고,그런노동도존중받는세상이오면,나는학교에서당당하게꿈과희망을학생에게가르칠수있을까?그런세상은멀어보이고여름은정점으로달려가고있다.여름이끝나면공고3학년교실은텅비어간다.아이들은공장으로,식당주방으로,배달현장으로흩어진다.”

공고이야기,더가까이들여다보면우리시대학교이야기

성적순으로소수의학생이특목고,자율고와영재고에지원하고,대다수의학생은대개‘일반고’라일컫는인문계고진학을결정한다.해마다차이가있지만,중학교성적80퍼센트안쪽아이들이인문계고에진학하고그외학생들이공업고등학교등특성화고교에들어온다.현실이이렇다보니자신만의간절한꿈을이루겠다며특성화고에오는학생은거의없다.취업에나가서죽거나손가락몇개잘렸을때만눈길한번겨우받아보는이시대공고생들은어떤꿈과좌절,웃음과눈물속에서살아가고있을까.2011년기간제교사시절부터줄곧공고에서근무한저자는,다른학교였다면좀처럼경험하기힘든일을여러번겪었다고,공고에오지않았다면평생마주칠일이있을까싶은아이들을참많이만났다고말한다.

기초생활수급자와한부모가정출신등가정형편이어려워일찍부터돈을벌어야하는아이들,중학생시절나름대로노력했지만인문계고교에진학하지못해스스로를‘실패자’로여기는아이들,각종사건사고에연루됐거나게임에빠져학교생활자체를힘겨워하는일명문제아까지.아이들은밤에일하느라낮에학교에와서는엎드려있거나,어떻게든좋은성적을받아인문계고교로전학할방법을찾기도하고,무기력하게지내다끝내자퇴하기도한다.공부에집중하기어렵고,학창시절을마냥즐기지도못하는아이들이많다보니,자퇴나퇴학등으로학교를떠나는아이가40명을넘긴해도있다.네명이아닌40명.

“교사지망생시절,국어선생이되면아이들과윤동주의「서시」를읊을거라여겼다.내가순진했다.나는한국의교육현실과고교생의삶과공고의높은자퇴율을몰랐다.학교에서헬스트레이너역할을할줄은더더욱몰랐다.”

학교를떠나는아이의뒷모습을보는게무섭고슬펐던저자는이런학생들에게다가가돕기위해온갖방법을궁리한다.벌점60점을초과해곧퇴학을통보받을‘고위험학생’을기필코졸업시키겠다며달라붙거나,이주배경만큼은숨기고싶다는베트남출신학생을위해국어과목기초학력진단평가를통과시키려고함께벼락치기공부에돌입한다.아이들이학습영상에흥미를갖게하고자음악방송대기실을찾아가아이유에게부탁해응원멘트를녹화해오기도한다.심지어전에는상상해본적도없는헬스부지도교사가되어학생들과함께피트니스대회에출전해입상하고지역라디오방송에까지출연한다.
그렇게함께땀흘리며웃고울던아이들은시간이지나학교를떠난다.외고,과학고,자사고의‘자랑스러운선배’는의사·변호사·판검사일지모르지만,저자가일하는공고에서성공한선배는대개자영업사장님이다.저자를비롯한교직원들에겐공통의징크스가있다.

외식을하거나밖에서술을마시면꼭재학생이나졸업생을한명이상만난다는것.맛집으로소개받고갔는데사장님이학교출신이거나,맥주한잔마시러간호프집에서아르바이트중인옛제자를만나는식이다.배달라이더노동자가고개한번숙이고쌩하게달려간다면십중팔구졸업생이고,집에만있는날에도가정방문택배기사,가스검침원,전자제품수리기사가된아이들을곧잘만난다.한때제자였던학생들은어느덧서로의삶을지탱하고지켜주는이웃이된다.우리에게는넓은세상으로나아가고,저높은곳으로올라가는인재도필요하지만,머리를다듬어주고인터넷이고장나면빛의속도로달려와나를세상과연결해주는사람도있어야한다.세상에꼭필요한사람을키우는학교,그곳이바로저자가일하는공업고등학교라고이야기하는이책을읽다보면문득깨닫게된다.꿈없이입학했던학생들도저마다크고작은꿈을꾼다는사실을,그리고평생마주칠일이있을까싶은아이들이알고보면나의일상을지켜주는가까운이웃이라는사실을.

“누군가는공고에서어떻게가르치느냐고염려하지만,오히려그반대다.지난10여년간‘지방8학군’을오가며,나의제자들에게많은걸배웠다.이책이내가누군가를가르친흔적이아닌,공고에서보고배운증거로남으면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