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없는시대에정치를어떻게사유할것인가
해방의정치는사건으로부터태어난다
마르크스주의가무너진폐허에서완전히새롭게시작될정치의계기
2016년10월29일부터장장4개월,누적참가자1600만명.촛불로상징되는시민혁명과광장의정치가국민주권과헌법의가치를증명해낸역사적인순간이다.그러한지금여기에서정치는무엇인가.
국가기관의대선개입에서시작하여,강정과밀양에서주민들을상대로벌어진탄압,수백의어린학생들과시민들의목숨을앗아간세월호참사,메르스사태,재벌기업특혜및노동여건개악,친일과독재미화를목표하는역사교과서국정화기도,피해자의견의반영이없는한일위안부합의,사드배치파동,권력의심부에서벌어지는국정농단에이르기까지.그리고이일련의파국적인상황에서조차이전투구와기회주의에매몰된의회의무능또한.‘정치권’이라불리는영역에서전개된이‘정치’는주권자인시민들의삶과의지와는유리되어있었다.한마디로그곳에정치는없었다.그리고이제는주권자로서각성하고광장으로나온시민들이‘정치권’의바깥에서또다른‘정치’를만들어내고있다.
이책『정치는사유될수있는가』에서알랭바디우가말하는정치가바로후자의정치,즉시민의정치이자해방의정치이다.그것은선거와의회민주주의로상징되는“재현의정치”가아니라,그“재현의정치”에구멍을내는“사건의정치”이다.
‘정치의위기’라는테제에대한반론
재현의정치가직면한위기는곧해방적정치가다시출현할계기이다.
오늘의정치철학이선호하는주제는‘정치의위기’라는테제이다.여기서위기에처한정치란선거라는,수(數)로관리되는체제에지배되는정치,곧재현의정치이다.바디우는이책『정치는사유될수있는가』에서정치철학의이러한경향에반론을제기한다.제도적?구조적정치의퇴각을위기로받아들이면서이를회복되어야할것으로인식하는경향에대해비판하는것이다.우리는제도적정치의회복과정상화에집착할것이아니라,그제도적정치의주체성을거부하고그것이가진한계를드러내구멍을내야한다.그럼으로써이위기는오히려해방적정치가다시출현할수있는계기가된다.
정치를사유한다는것,그것은무엇보다정치적인것(lepolitique),즉재현의정치를반박하는것이다.정치적인것은오로지그것이사회적인것의적절한재현이라는점에만의지한다.그때문에정치적인것의이론가들(정치철학자들)에게는좋은국가형태와나쁜국가형태의구분,즉민주주의와전체주의의구분만큼값진것은그무엇도없다.그들에게는전체주의의대립쌍으로서민주주의가갖는이념적우월성만이중요할뿐이다.그러나그러한구분만으로는진정한해방적정치를불러오는데아무런도움이되지못한다.
정치적인것에관한사유의잔해가운데오늘날크게중시되는것은민주주의와,민주주의를전체주의에맞세우는바람직한전투이다.어쨌든,개념으로서의민주주의란무엇인가?그것은의회적기능의경험적묶음외에무엇이란말인가?정치적사유의세계적인위기가서구의(자본주의적)체제들이동방의(마찬가지로자본주의적인)체제들보다유연하며합의에적합하다는이진부한사실로귀착된다는것을납득할수있는가?정치적사유가소중하다면,그런방식으로이해되는민주주의적이념은결코정치적인것의위기의역사성을감당할대책이되지못한다.(본문16쪽)
“의회적기능의경험적묶음”이며“서구의자본주의적체제들”의우월성만을증명하는민주주의의이념을넘어,바디우는실천이라는표지아래서정치의개념을내놓는다.
이렇게기존정치철학의지배적인흐름에맞선다는의미에서,또한정치적인것이아니라(해방적)정치(lapolitique)를사유한다는의미에서이책은철학적인책이자정치적인책이지만,정치철학책은아니라고할수있다.
재현의정치에만관련된정치적인것에관한사유는이론에머문다.혹은재현의정치와관계없는익명의일반인들에게는다른동네이야기로들릴뿐이다.바디우가말하는정치란재현에따르거나혹은제도에종속된정치가아닌어떤다른차원에속한무엇이다.이책이목표하는것은정치의본질에관한논의를경유한(재현의)정치에관한사유(정치철학)가아니라,정치를하나의경험으로,과정으로,나아가일종의물질로놓는사유,어떤사건이후상황속에나타난사건에충실한주체들이구성하는그러한진리로서의정치에관한사유이다.이러한구도에서사유는더이상생각이나공상의범위에머물지않는다.사유는실천과등가화되며,따라서‘정치는사유될수있는가’라는질문은단적으로‘정치는실천될수있는가’라는질문으로치환된다.그리고누구에게나실천의가능성이값없이주어지는그러한정치는재현의정치와대별되는해방의정치,곧진리의정치이다.(박성훈,「옮긴이후기」중에서)
새로운정치는재현으로부터벗어날때시작된다
사건으로부터태어나는정치
바디우는정치의재정초와관련하여재현에서벗어난비지배의정치라는가설과이에대한참여를정치의공리로제시한다.“정치를하나의경험으로,과정으로,나아가일종의물질로놓는사유,어떤사건이후상황속에나타난사건에충실한주체들이구성하는그러한진리로서의정치에관한사유”가필요한것이다.바디우가말하는급진적인정치란이런것이다.
근원으로향하고필요의관리를거부하며목적을성찰하는정치,정의와평등을유지하고실행하는한편파국을공허하게기다리지않고평화의시기를책임지는그러한급진적인정치란어떤것인가?이와동시에무한한과업인급진주의란어떤것인가?중요한것은혁명적인정치가본질적으로끝없이지속되도록요청하는일이다.(본문128쪽)
모든진정한(해방의)정치는상황안의특정한어떤것,어떤공백이나무로취급되는무엇과결부된정치이며,전체를아울러모든것에영향을미쳐상황을장악하는폐쇄성의정치란있을수없다.이와관련한변증법은바디우의말그대로실존과존재의변증법이다.하나로셈하기에따라상황안에수용되는실존과그실패에따라수용되지못하는무한히많은존재들이있을때,정치는하나로셈하기가실패하는지점에서수용되지못하여공백과같이취급되는무한한존재들을상황안으로받아들이는일이다.따라서정치는결코끝나지않는무엇이다.(박성훈,「옮긴이후기」중에서)
‘하나로셈하기’안에서권리를가질권리를갖지못한존재들,수용되지못하고공백과같이취급되는존재들을상황안으로받아들이는정치.바디우는이정치의원자(原子)가사건에관련되는도박적개입이라고말한다.
나는타자(Autre)가동일자(Meme)아래은닉되고둘(Deux)이구조에의해하나(Un)로셈해졌던가설속에서사건에관련되는도박적개입을정치의원자라고상정한다.[…]도박적개입은상황에대해제시하는해석을통해서전정치적인상황을정치화하며,이를토대로사건이구축된다.그러한개입은일자의구조에맞서둘을견지한다.(본문129쪽)
개입과함께이전에는상황안에갇혀있던진리가사건의형상속에서순환하기시작한다.다시말해,모든것을일체화하고동일시해버리는‘하나로셈하기’라는지배적정치질서에균열을내는개입이공백을드러내고,그공백의가장자리는사건의자리가된다.그리고거기서정치가시작된다.
정치의본질은재현을배제하고,강령적인인식을결코외형으로삼지않는것이다.정치의본질은전적으로개입의그물망으로물질화하는사건에대한충실성에있다.(본문99쪽)
직접적인투사적형상은이와같이실행또는참여의처지로끌어내어진다.투사적형상은그자체로정치적실존에관한내재적개념이다.그형상은정치의비강령적본질에서집요하게추출된다.누구건행동하지않는자는존재하지않는다.(본문100쪽)
이인용문들은공히개입으로서의정치,참여와실천으로서의정치를주장하고있다.그리고그것은지금우리가보고있는세월호의정치,촛불의정치와맥이닿는다.
정치는재현이아니라주체의개입을통해진리를생산한다.바디우가말하는바결코재현될수없는실재가존재하는데,파스칼에게결코재현될수없는신,루소에게위임이나재현이불가능한개개인의의지,말라르메에게시인이나세계로재현될수없는시,라캉에게는결코기표로재현될수없는주체가바로그런실재인것과마찬가지다.국회와국가기구가독점하는재현의정치가아니라,사건의정치즉광장의정치에서진리가생산되는것이다.
마르크스주의적정치의역사적붕괴와그에이은반동적사유
새로운마르크스주의정치의과업은무엇인가
이책은1985년장-뤼크낭시(Jean-LucNancy)등이주도해개최한두차례의강연회에서바디우가발표한글을정리한결과물로,현실사회주의의국가기구와공산주의이념의스탈린주의적변질과왜곡에직면하여,진정으로해방적이고공동체적인정치를향한보편적요구는어떻게계속유지될수있는가를묻고있다.그리고그해방적?공동체적정치의재구성은역사적붕괴의단계에이른마르크스주의의폐허위에서모색된다.근대정치적기획에서해방의정치를표방하는가장전범적인예시가바로마르크스주의정치였기때문이다.
문제는재현의정치와해방의정치의구분이다.마르크스주의정치내에도우리가아는민주주의정치에서그런만큼이나분명하게국가와제도적수단으로서의당에따른정치와이에서벗어나는비지배의정치사이의구분이있기때문이다.마르크스주의가다른형태의재현의체계로자리매김했다는점이문제였던것이다.바디우에게이는마르크스주의의완결과시효만료를의미하며,이러한실패의형상을파괴하고,이파괴로부터마르크스주의정치를,좀더분명하게말해서마르크스주의의외부로서도래하는해방의정치를수행해야할계기가된다.
마르크스주의의실패의형상을분명히드러내기위해,바디우는마르크스주의역사의좌표계에서세가지중요한준거대상을지목한다.①10월혁명이후소비에트연방에서구현된국가라는승리의형상,②민족해방전쟁,③노동자운동,이세가지준거대상은유기적으로조합되어마르크스주의를최상의정치적주체로만들어냈으며,20세기초부터시작된마르크스주의정치의성공과세계적확산에있어중요한원천이되었다.하지만이세가지원천은분명한단계적좌초의경로에접어들었으며,이로인해마르크스주의는위기에봉착한다.
오늘날우리는마르크스주의의위기와관련하여완결적인(complete)상태에이르렀다고말해야한다.이는여기에서단순한경험적속성이아니다.이위기는본질적으로그최종적인결과까지펼쳐진위기로서의위기,이를테면마르크스주의에서완료의형상으로진입한위기이다.(본문27쪽)
마르크스주의의역사적붕괴는의회민주주의의미덕을강조하는반동적사유로귀착되었다.윤리화된정치철학을주창하는새로운우파철학자들이등장했다.바디우는이것이“자유주의이론의단순한복귀에지나지않는다”고비판한다.
마르크스주의의역사적붕괴에관한이러한성찰은개선될수있는,그러나본질적으로국가의선한형식으로제시되는의회민주주의의미덕에관한반동적인사유로귀착된다.이러한정치비판은순전히정치적인것에관한자유주의이론의단순한복귀에지나지않는다.따라서오늘날의반마르크스주의는서구의보수적인경향속에자리잡고있다.여기서문제는사유의진정한파탄이며,이와관련한정세에서마르크스주의의파탄이귀결된다.이파탄은정치적인것에관한철학적질문에서모든급진성을제거해버렸다.(본문57쪽)
정치적인것에관한철학적질문에서사라진급진성을회복하기위해.그리고사유의파탄을극복하기위해,바디우는오히려마르크스주의의해체와이파괴이후의폐허에서새롭게시작될정치에관해말한다.바디우의관점에서완결된주기의경로를주파한오래된마르크스-레닌주의는마르크스주의정치의구원과(재)시작을위해해체해야할대상이다.
실로,오로지정치만이진정으로마르크스주의를,특히마르크스-레닌주의형태의마르크스주의를파괴할수있다.파괴의동기를찾고,죽어야할어떤것의죽음과태어나야할어떤것의탄생을이행하는것은새로운유형의마르크스주의정치의과업이다.오늘날마르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