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프카와 현대

카프카와 현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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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벤야민 사유의 두 핵심 : 유대신비주의와 마르크스주의
발터 벤야민(Walter Benjamin) 사상의 양대 축은 유대신비주의와 마르크스주의이다. 특히 그의 사상과 이론에서 신학적 사유가 핵심 역할을 한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에게서 신학적 사유가 다소 명시적으로 드러난 개념들은 신학(적인 것) 외에 신적인 것, 신성한 것, 계시, 진리, 메시아적인 것, 희망, 구원 등인데, 이 개념들은 그와 연관되는 다른 개념들, 이를테면 유토피아, 행복, 신화, 정의와 법, 죄와 속죄, 혁명 등과 내밀하게 변증적으로 얽혀 작동한다. 게다가 이 개념들은 서로 매개되어 있기 때문에 신학적 사유는 그의 언어철학, 역사철학, 정치철학, 예술론, 미학 등 모든 영역에서 명시적으로든 암시적으로든 폭넓게 작용하고 있고, 그의 사유 전체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에 있다. 따라서 많은 벤야민 연구자들이 그의 사유에서 초기부터 일관되게 작용하는 역사철학을 ‘기억’(Eingedenken, 상기)이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역사신학’(Geschichstheologie)으로 해석한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특히 그의 신학은 ‘유대교’와 밀접한 관계를 갖고는 있지만, 그것은 유대교 자체나 유대인들의 국가 건설(‘정치적 시오니즘’)에 대한 관심에서가 아니다. 그에게서 “유대교는 결코 자체 목적이 될 수 없고, 정신적인 것의 중요한 담지자이자 대변자”였다.
저자

발터벤야민

(WalterBEnjamin,1892~1940)은독일출신의유대계언어철학자,번역가,좌파지식인으로서한때20세기독일어권최고의비평가로자처하기도했다.베를린의유복한가정에서태어나베를린,프라이부르크,뮌헨대학등에서철학을공부하던중나중에평생의친구이자유대사상에서지적동반자가된게르숌숄렘을만난다.전쟁을피해스위스로간그는1919년「독일낭만주의의예술비평개념」에대한연구로베른대학에서최우등으로박사학위를취득한뒤,신문과잡지에기고를하고번역가로활동하기시작한다.
1924년교수자격논문인「독일비애극의원천」을집필하지만아카데미세계로진출하려던계획은결국좌절하고만다.같은해에알게된연인아샤라치스이외에나중에베르톨트브레히트에게서유물론적사유의영향을받으면서비평,번역,방송활동을펼쳐나간다.파시즘의먹구름이드리우기시작한유럽에서스스로를‘좌파아웃사이더’로이해한그가택한길은교조적마르크스주의에거리를두고,유대신학적사유와유물론적사유,신비주의와계몽적사유사이의미묘한긴장을유지하면서아방가르드적실험정신에바탕을둔글쓰기를통해현대의변화된조건속에서지식인의역할에대해성찰하고정치적영향력을행사하는일이었다.1940년벤야민은당시뉴욕에서사회연구소(프랑크푸르트학파)를이끌던테오도르아도르노와막스호르크하이머의지원을받아나치를피해미국으로망명하기위해프랑스를탈출하던중스페인국경통과가좌절되자자결한다.그로써그가13년간매달렸던프로젝트,즉마르크스의‘상품물신’의구상을상부구조(문화)전체에적용하여19세기자본주의와모더니티의근원을고고학적으로탐구하려던필생의저작『파사젠베르크』(DasPassagen-Werk)는미완으로남는다.스탈린-히틀러의밀약을접한충격에서쓴유물론적역사철학의결정체「역사의개념에대하여」는그가남긴최후의글이다.

목차

해제:벤야민의카프카해석에서신학적인것5
옮긴이의말42

프란츠카프카:그의10주기(週忌)에즈음하여(1934)53

프란츠카프카:중국의만리장성이축조되었을때(1931)113

[논평]기사도(1929)129

[서평]막스브로트:프란츠카프카.전기.프라하1927(1938)135

-편지를통한카프카관련토론
1.게르숌숄렘과의서신교환에서147

2.베르너크라프트와의서신교환에서195

3.테오도르W.아도르노와의서신교환에서206

-카프카관련수기들
1.수기들(1928년까지)227
a.카프카의『소송』에관한노트227
b.어느비의(秘儀,Mysterium)의이념230

2.수기들(1931년까지)231
a.쓰이지않은한에세이와1931년강연을위한수기들231
b.1931년5~6월일기속의수기254

3.수기들(1934년6월까지)258
a.1934년에세이관련모티프들및배치258
b.에세이와관련된여러수기265

4.수기들(1934년8월까지)283
a.브레히트와의대화283
b.숄렘에게보낸1934년8월11일자편지관련노트291

5.수기들(1934년9월부터)295
a.다른사람들의견해와나자신의성찰을기록한노트묶음295
b.에세이개정판을위한구상,첨가할부분,메모310

출판사 서평

벤야민이보기에카프카는궁극적으로‘실패한’작가,하지만……
문학비평가로서벤야민이다룬작가들가운데유대교신학이외부로모습을드러내지않으면서내밀하게작용하는작가가있다면단연프란츠카프카(FranzKafka,1883~1924)일것이다.우리는벤야민역시그러한특성을지니고있었기때문에카프카에게각별히친화성을느꼈을것이고,자신의신학적사유를카프카연구를통해확장하고변형해왔을것으로추정할수있다.물론벤야민의카프카연구의모티프전체가신학적인범주로환원되지는않지만,그범주가핵심역할을한다는점만은부정할수없다.
벤야민은카프카수용은이미카프카가작품을발표하던시기인1910대부터시작된것으로보인다.그리고그의카프카연구에서가장특징적인것은주변의친구나지인들과카프카와자신의에세이를두고집중적으로토론하면서그들의의견을자신의구상에참조하고반영했다는점이다.게르숌숄렘(GershomScholem)테오도르아도르노(TheodorAdorno),베르너크라프트(WernerKraft),베르톨트브레히트(BertoltBrecht)등이그들(이들가운데숄렘과가장많은대화를나누었다)이다.
벤야민은카프카가궁극적으로‘실패한’작가라는점은힘주어강조한다.많은비평가들이카프카의작품중심에‘법’을두고다양한해석을하지만,벤야민은그에게서법,진리,계시,지혜,가르침자체가아니라그것을기대하면서비유와우화(寓話)를통해새로운‘서사’의가능성을탐색한측면을중요시했다.벤야민이카프카의유언을작가자신의대단한신비주의나비밀주의로해석하는것을경고하는것도이와연관된다.즉그가보기에“카프카가자신의작품이출판되는것을꺼린것은그작품이완성되지못했다고확신했기때문이지,작품을비밀로간직하려는의도했기때문이아니”라는것이다.
아무런희망없음속에서희망하기:부조리한희망
벤야민이보기에카프카의작품은전통에대한경험이라고할수있는신비적인경험과현대도시인의경험이서로멀리떨어진두개의초점이있는타원과같다고했다.전통이무너진시대에현대인으로서왜소하게살아가는현실을그누구보다절박하게체감한카프카는이러한경험을문학작품으로승화시켰는데,벤야민이카프카에게친화성을느낀것도바로이지점일것이다.그것은바로현대의‘소시민이처한부조리한상황’의대척점에있는‘부조리한희망’(이것은‘구원받은삶의관점’과연결된다)을목도하고기록하고성찰한데있다.이렇게본다면벤야민이보기에카프카의작품세계는‘도주중에있는신학’(아도르노의표현에따르자면,‘역[逆]신학’)이다.즉신,계시,법,구원등을향하는것이아니라거꾸로구원의관점에서소외가극단화된지옥같은현실의절망적상황을구원의관점에서직시하는신학이라는것이다(이때작가는특히‘수치심’과‘놀라움’의제스처로그상황을대면하고기록한다).
전통이붕괴해더는진리나지혜를찾지못하게된상황에서카프카는진리의‘전승가능성’을붙들며우화와비유를통해‘가르침’을추구한다.그러나그의우화와비유는한편으로는결국‘가르침’을찾아내지못하고,다른한편으로는그어떤‘가르침’도넘어선다.전자의측면에서보면카프카가스스로‘실패’한작가로여긴점도이해되고,후자의측면에서보면그는실패하지않았다고볼수있다.
어찌보면카프카는아무런희망도없는상태에서‘희망’을갈구했는지도모른다.아니벤야민이보기에는카프카는희망없음을단정한것이아니라오히려많은희망이존재한다는점을말해주고있다고본다.이것은문학에‘지속성과소박함’을되돌려주려고한카프카의서사전략에상응한다고볼수있다.일찍이동화가‘바보인척’하면서신화가가져다준악몽에서벗어나려고했듯이,카프카도우화와같은옛문학형식을활용하는서사를통해현대의‘광기’와그신화적‘원시림’에서탈출할출구를모색했다고해석할수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