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자나수학교사가쓴수학책이아닌
철학자가쓴수학예찬
철학자가쓴수학예찬인바,이책에서수학은“존재로서의존재를다루는”학문으로조명되고,폭압적이지않고열려있는진리,다수의진리들을생산하는영역으로서철학의본질적조건이된다.사실바디우이전고전시기나근대에도철학자들은수학자이기도했다.플라톤이기하학을모르는자는아예그의학교에들어오지도못하게했고,데카르트는분석기하학의창시자였으며,라이프니츠는천재적인수학자이자근대미적분계산의창시자였다.그러나우리의시대에이르러서는철학과수학이분리되고말았다.수학은소수의수학엘리트들만의것으로,철학은미디어스타들과상담가들의것으로.
130여쪽분량의이대화는고대그리스로부터현대에이르기까지수학과철학의역사를두루훑으면서,그가왜수학을진리가생산되는영역으로보는지,어떻게해서수학을통해인간의사유가주체적사유,민주적사유로거듭날수있는지를충실히보여준다.수학을좋아하는독자들은사유의한체계를완성한철학자바디우가수학을예찬하는이유를읽고나면다시금수학을들여다보게될것이다.또한수학에관심이없더라도사유와철학의위기를고민하는독자라면수학을통해철학적사유의새로운지평을여는동시에주체로거듭날수있다는가능성을발견하고서수학으로시선을줄지도모른다.
바디우는수학자인아버지의영향을받아어릴때부터수학의즐거움을발견했고,수학의역사와현대수학의성과들을늘참조해왔다.그는현대집합이론의성과를철학적으로풀어내,자신의존재론의바탕을칸토어의집합론에서찾는다.수학자들자신은몰랐지만사실상그것은존재론이었다는것.바디우에게존재론은수학의영역에속한다.(이책은그의철학을본격적으로전개하는학술서가아니기때문에,칸토어의집합론을직접다루지는않는다.)
“내결론은완전히철학적인것으로,실제로수학은오로지존재로서의존재에관한과학이라는것,다시말해철학자들이고전적으로존재론이라고명명하는무엇이라는것입니다.”
“수학의단순성,그꾸밈없음,사안들의중간상태나의견들의혼합과의비타협,이모든것이한때거기에바쳤던사유와실존을“참된삶”의방향으로돌려놓는것이지요.그리고여기에역설이있습니다.대다수의사람들이그복잡성을이유로수학을거부하지요.또한눈앞에실존적쟁점이없다는이유로말입니다.하지만바로그겁니다!우리를경탄하게하는것은바로수학의단순성,수학이일의적이며,아무것도숨겨진것이나모호한것이없고,이중적의미나계산된기만이없다는점이지요.그리고지배적인의견들에대한수학의무관심은자유의모델입니다.이런의미에서,그렇지요,정치나사랑에서이에필적하는단순함과보편성에이르는것은삶의이상형으로받아들여질수있습니다.”
“철학은어떤실재적진리들의실존에대한행복한실천이아니라,오히려진리들의가능성에대한일종의제시(pr?sentation)입니다.따라서철학은우리에게행복의가능성을가르칩니다.그런이유로나는철학을“행복의이론”이아니라“행복의형이상학”이라부르지요.이런틀안에서나는생생한기쁨을느끼며수학을합니다.수학적진리는내가제안하는형이상학에서결정적인역할을담당하기때문에더욱그렇지요.”
“수학이궁극적으로가능케하는것을,즉수학이─스스로는알지못하며실제로관심을두지도않으면서─동시대의상대주의를넘어서고진리들의보편적가치를재정립하고자하는철학자들에게사변적자원으로서자신을제공하는것,그것을나는절대적존재론의가능성이라명명할것입니다.…나는절대적인진리들이실존하며,그것들이창조되는순간에그가치가보편화되는방식으로구축된다고확신합니다.이를증명하기위해내가보여야할것은내다수의존재론의틀안에서유한과무한의전적으로새로운변증법이조직될수있고,따라서우리의“평범한”(ordinaire)실존과어떤절대적인진리에관련된우리의실존사이에완전히새로운관계가조직될수있다는점입니다.이는또내가“어떤이념의권위아래살아가기”라명명한것이지요.혹은“참된삶”(vraievie)이라고도말입니다.”
“나는오직새로움들이일련의“진리들”(이것은몇가지철학적인근거로내가그새로움들에부여하는이름이다.)로돌발할때에야철학이진정으로펼쳐진다는이야기를하려했으며,이진리들은과학(수학),예술,정치,사랑이라는네가지특유한유형에속한다.”
이책은바디우의네가지예찬시리즈(『사랑예찬』,『수학예찬』,『연극예찬』,『정치예찬』)중하나이다.이예찬들은각각바디우가철학의조건으로서제시하는네가지진리생산의절차들(사랑,과학,예술,정치)각각에대응하여진행한대담을정리한것으로,우리나라에서는그간『사랑예찬』만이번역되어있었다.그는독특한방식으로엄격한수학적지식,진정한열정,예술적감수성,급진적인정치적관여를조합해내는데,바디우가말하는진리는다수의진리로서전혀다른진리의지평을인정하는,결코폭압적이지않은열려있는진리이다.이러한바디우의철학은우리로하여금복수의진리를서로다른영역에서사고하게하며,잃어버렸던주체를새로운방식으로전유할수있게한다.국내에두번째로소개되는예찬인이책은수학과철학의관계에대한바디우의견해를풀어내고있다.
수학을구하기위해
그리고그와더불어철학을구해내기위해
수학을예찬하는이대화는수학이지금위기에빠져있으며,구해내야한다는데서부터시작한다.
1장“수학을구해야한다”에서바디우는오늘날위기에빠져있는수학을구하기위해,그리고그와더불어철학을구해내기위해수학을예찬한다고말한다.여기서수학의위기란오늘날수학학습이입시용선발도구로만사용된다는데서일어난다.그결과수학지식이소수의탁월한수학자집단내에서만소통되는수학적귀족주의에이르게되었고,일반인들은그러한탁월성을그저경외의눈빛으로대할뿐이며수학을구성하는형식과규율의합리성을경원시하게되었는것이다.흥미로운것은그러한수학의희소화경향과함께철학은너무나도범속화되고아무나할수있는그저윤리적ㆍ정신적조언같은것으로전락해버렸다는점이다.바디우는자신의기획은이둘간의극심한분리를극복하는것이라말한다.
2장“철학과수학혹은어떤오랜커플의역사”에서바디우는철학과수학의오랜관계에대해이야기한다.기실수학과철학은고대그리스에서철학이시작된이래아주오랫동안함께해온커플이다.이들이함께묶일수밖에없었던주된이유는수학이어떠한권위에도의지하지않으며,오직자신의증명에만의지하는합리적인식의과정이라는점이다.수학은신화나계시의권위에호소하지않으며,오직수학에대한충분한지식을가진사람들의집단에의해인정된다.수학은수학자체에의해정해진규칙에따른합리적증명을거치지않은지식혹은주장을반박하며,철학은바로이러한합리성에기초하여종래에증명되지않은채진리로간주되던신화나시인들의지식에반기를들었다.바디우는이런점에서수학과철학이고대그리스의같은시기에나타난민주주의와도궤를같이한다고말한다.
또한바디우는역사적으로철학자들이수학적사고방식을사용한예들을언급한다.철학의시초에이미엘레아학파가귀류법이라는수학적증명방식을사용했고,데카르트의잘알려진방법적회의또한일종의귀류법적과정을보였다.스피노자는수학자에우클레이데스의기하학적『원론』의논의전개방식을그대로수용하여정의,공리,정리,따름정리,보론등의체제에따라자신의윤리학을구성한다.칸트는자신의비판철학이있기위해수학이필수적이라고주장하며,수학의이해는선험적이해인데,여기서수학적합리성이보편적인것은그것이실재와연결되기때문이아니라,인식적주체성자체의보편적구조에회부되기때문이라고말한다.
바디우는수학이모든사람에게규약으로약속된언어라는점을상기시키며,수학은선험적형식론,즉합리적논증의언어라고말한다.즉수학이라는언어가없다면자연에대한과학적논증은있을수없으며,철학에서의정식화역시불가능하다는것이다.수학혹은과학이라는진리의영역은철학에종속된것이아니며,반대로그것이없다면철학도있을수없는조건이다.이를통해철학과수학혹은과학은일종의양립할수있는평등한동반자관계로연결된다.철학의구성은수학의체계적합리성이없으면있을수없고,수학은철학이없다면그자신이하는말의의미를알수없는것이다.
3장“수학은무엇에관해이야기하는가”에서는철학이수학을바라보는두가지주요성향에관해이야기한다.먼저흔히플라톤주의적이라일컬어지는,존재론적이거나실재론적인성향이있는데,이는수학이존재하는것의일부를이룬다는입장이며,수학이없다면물리학(현실세계의과학이론)이실존할수없다는아인슈타인의생각또한설명할수있다.즉갈릴레이의말그대로세계는수학적언어로쓰여있다고보는입장인것이다.다음으로형식론적성향이라말할수있는것이있는데,이입장에따를때수학은그저언어게임에불과하며형식적으로엄격한언어의규약이될뿐이다.이러한입장의대표자인비트겐슈타인은심지어수학은아무의미도없는자명한진리들을말하는동어반복이될뿐이라는주장을제기하기도한다.물론여기서바디우가선택하는입장은전자의실재론적ㆍ플라톤주의적정향이며,수학은존재로서의존재를다루는일종의존재론이라는것이다.
4장“수학에의지한형이상학의시도”에이르러바디우는자신의주저인『존재와사건』3부작의마지막책『진리들의내재성』에서제시하게될시도들을간략히논한다.종교가제시하는신이라는초월적절대성은역사적으로나문화적으로보편적인것과단독적인것사이의모순을해결하는수단이었다.그런데바디우는신의초월성을제거하면서도그이점을그대로취하는동시에절대성을내재적차원으로끌어오고자한다.즉신성없는절대성이가능하다는것이며,바디우는이를위해수학을참조한다.즉V(진공)라는절대적모임(class)개념을제시하고,자신의철학체계가부동성,무에따른구성,공리적규정,최대성이라는원칙들에따라구성된다고밝힌다.
5장“수학은행복을만드는가”는수학에서주체가이르게될행복을이야기한다.정치,예술,과학(특히수학),사랑이라는각각의진리영역에서,진리에참여하는주체는정치참여의강렬한열정을,감동을주는예술작품에서오는즐거움을,새로운사유에이르게하는정리의이해에서얻을수있는기쁨을,그리고둘의마주침에서사랑의황홀함을얻게된다.바디우는존재론으로서의수학에기초하여구성된자신의철학을‘행복의형이상학’이라지칭한다.바디우의체계속에서수학과철학은‘진리들’이라는이름아래서로의연결점을회복하며행복의원천이발견되는위치를탐색하게되는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