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스테시스 - 프런티어21 27 (양장)

아이스테시스 - 프런티어21 27 (양장)

$42.00
Description
자크 랑시에르는 자신의 정치철학적 주저인 『불화』에서 ‘정치’를 민주주의의 동의어로 이해했다. 이제 그는 자신의 미학적 주저라 할 수 있는 『아이스테시스』에서 ‘미학’을 역시 민주주의와 동일한 것으로 제시한다. 즉 우리는 이 책을 통해 미학은 민주주의 체제에 다름 아니라는 것을 확인하게 된다.

이 책은 부제 ‘미학적 예술체제의 무대들’에서 알 수 있듯이, ‘무대들’로 구성되어 있다. 여기에 등장하는 14개의 무대는 18세기 중반에서 20세기 중반에 이르는 역사적 시기의 주요 예술적 사건을 다루고 있다. 이러한 점에서 이 책은 통상적으로 ‘모던’이라는 용어를 통해 설명되고 분석되었던 시기의 예술을 그 대상으로 삼고 있다. 그런데 랑시에르는 이 책에서 ‘무대’라는 독특한 방법을 통해 ‘모더니즘’ 혹은 ‘모더니티’에 대한 기존 담론을 대체하는 새로운 서사를 제시한다. 그 서사는 이 책의 「서곡」 부분에서 말하고 있는 것처럼 예술적 모더니티에 대한 하나의 ‘대항-역사’(contre-histoire)로 읽을 수 있는 것이다.
저자

자크랑시에르

저자:자크랑시에르
알제리에서태어나프랑스파리고등사범학교를졸업했으며,파리8대학에서1969년부터2000년까지미학과철학을가르쳤다.루이알튀세르의영향아래인간주의적마르크스해석과단절하고마르크스를과학적으로읽으면서「비판개념그리고『1844년수고』에서『자본』까지정치경제학비판」이라는논문을썼다.그러나68혁명을경험하면서알튀세르주의자들이주장하는이론적실천이내포한‘앍과대중의분리’,그들의이데올로기론이함축하는‘자리/몫의배분’에반대하며『알튀세르의교훈』(1974)을집필했다.이후노동자문제에집중해『노동자의말,1830/1851』(1975),『평민철학자』(1985)를편집했고,국가박사학위논문인『프롤레타리아들의밤』(1981)및『철학자와그빈자들』(1983),『무지한스승』(1987)등을연이어발표했다.구(舊)소련의붕괴와더불어선포된정치의몰락/회귀에맞서정치와평등그리고민주주의에대해고민하면서『정치적인것의가장자리에서』(1990,1998)와『불화』(1995)를발표해세계적인명성을얻었다.1990년대중반부터는미학혹은감성론과정치의관계를사유하는데집중하면서『무언의말』(1998),『말의살』(1998),『감각계의분할』(2000),『이미지의운명』(2003),『미학안의불편함』(2004)등을펴냈다.

역자:박기순
서울대미학과와같은대학교대학원철학과를졸업했으며,프랑스파리4대학에서스피노자에관한연구로박사학위를받았다.스피노자를중심으로한근대철학과프랑스현대철학및미학을주로연구하고있다.주요논문으로「스피노자와니체의관계:감정과기억의문제를중심으로」,「랑시에르의로댕:미학적사건으로서의로댕과그정치성」,「스피노자와데리다에서폭력과신학-정치적문제」,「스피노자와바디우:진리와주체를사유하는두가지길」등이있으며,역서로는『스피노자의철학』(질들뢰즈.민음사,1999)이있다.아울러주요저서로는『미술은철학의눈이다』(공저,문학과지성사,2014),『동서의문화와창조』(공저,이학사,2016),『현대프랑스철학사』(공저,창비,2015),『서양근대미학』(공저,창비,2012),『덕의귀환:동서양덕의역사』(서양편)(공저,서울대학교출판문화원,2017),『비판적사고』(공저,이음,2020)등이있다.서울대인문학연구원HK연구교수를거쳐현재충북대철학과교수로있다.

목차


서곡5

제1장아름다움의분리―1764년드레스덴19
제2장거리의어린신들―1828년뮌헨-베를린53
제3장평민의하늘―1830년파리79
제4장새로운세계의시인―1841년보스턴-1855년뉴욕103
제5장불가능에도전하는곡예사들―1879년파리131
제6장빛의춤―1893년파리,폴리-베르제르극장155
제7장부동극―1894~95년파리179
제8장사회적예술로서의장식예술:신전,집,공장―파리-런던-베를린209
제9장표면의거장―1902년파리239
제10장신전의계단―1912년모스크바-드레스덴263
제11장기계와그그림자―1916년할리우드291
제12장순간의위대함―1921년뉴욕313
제13장사물들을통해사물들을보기―1926년모스크바339
제14장존재하는것의잔혹한광채―1936년헤일카운티-1941년뉴욕365

옮긴이해제:랑시에르의무대개념과평등주의391
옮긴이의말455
찾아보기459

출판사 서평


랑시에르미학과예술사상에대한결정체,『아이스테시스』
자크랑시에르는자신의정치철학적주저인『불화』에서‘정치’를민주주의의동의어로이해했다.이제그는자신의미학적주저라할수있는『아이스테시스』에서‘미학’을역시민주주의와동일한것으로제시한다.즉우리는이책을통해미학은민주주의체제에다름아니라는것을확인하게된다.
이책은부제‘미학적예술체제의무대들’에서알수있듯이,‘무대들’로구성되어있다.여기에등장하는14개의무대는18세기중반에서20세기중반에이르는역사적시기의주요예술적사건을다루고있다.이러한점에서이책은통상적으로‘모던’이라는용어를통해설명되고분석되었던시기의예술을그대상으로삼고있다.그런데랑시에르는이책에서‘무대’라는독특한방법을통해‘모더니즘’혹은‘모더니티’에대한기존담론을대체하는새로운서사를제시한다.그서사는이책의「서곡」부분에서말하고있는것처럼예술적모더니티에대한하나의‘대항-역사’(contre-histoire)로읽을수있는것이다.
이러한대항-역사로서의새로운미학담론을제시하는랑시에르는궁극적으로존재론적민주주의를탐구한다.우선무엇보다도그는유용한것과해로운것,의미있는것과무의미한것,큰것과작은것등을분별함으로써위계질서를구축하는이성의규범으로부터벗어날때,모든것은평등하게나타난다는사실을반복적으로강조하고있다.그에게미학체제는바로이평등을탐험하고현시하는사유체제이다.이점은무엇보다도재현의주제에따라장르를위계적으로구별한전통적관점의해체에서드러난다.주지하다시피,근대이전까지신화나성서이야기,그리고주요역사적사건을다룬역사화나왕족과귀족을그린초상화는고귀한주제를다룬고귀한장르에속했던반면,서민의일상적삶을재현한풍속화,자연사물을그린풍경화,그리고가장쓸모없는죽어있는사물을그린정물화는저속한장르로간주되었다.그러나미학체제에서예술은그재현주제들에차별을두지않는다.미학적시선은그것들에대해무관심하고초연하다.그런데역설적으로이초연함은세상이모든것에시선을주는평등주의시선에다름아니다.이제이시선속에서모든것은동등하게예술적재현의대상이된다.따라서랑시에르가인용하고있듯이,“우주를구성하는모든것,즉가장고귀한물건에서부터가장하찮은물건에이르기까지,천상의시스티나성모에서부터플랑드르의술주정뱅이에이르기까지모든것”이예술적영역에속할수있는‘평등한’권리를갖게되었다.

존재론적민주주의탐구―평등에기반한미학체제
이것은랑시에르가‘미학적분리’라고말한데서가능해졌다.이러한분리는한편으로18세기에미술관의본격적발전이라는제도적변화와,다른한편으로는이에상응하게사물을보는시선과사유의변화를통해일어났다.어원적으로예술의신인뮤즈를위한신전이라는의미의미술관(museum)은,신전이본성상그러하듯무엇보다도‘분리의공간’,세속적이고사회적인것으로부터떨어져있는‘신성한공간’으로규정될수있다.미술관이사회적공간에대해갖는물리적분리는새로운시선을가능케하는상징적공간이된다.예를들어꽃병이나동전혹은방패같은고대문명의유물이미술관이라는분리의장소에놓일때,그것들은자신들이가졌던본래의목적과유용성을상실한다.미술관에서그것들을‘몇발자국떨어져’바라보는우리의시선은그것들이산출되었던시대와의시간적거리,그리고그것들이가졌던삶의맥락으로부터의공간적거리를동시에가질수밖에없다.따라서과거문명의흔적과증언으로서그것을탐구하는고고학자가아니라면,우리는그것들이어떤의도에서누구를위해만들어졌는지에대해무관심하다.이러한점에서우리의시선은우리앞에놓인유물이나재현된주제가담고있는‘이야기’나‘예시적가치’등에초연하다.
오히려새로운미학적시선속에서각각의사물에서주목되는것은그것이지닌상징화능력이다.이세계에존재하는모든것은아무리작고하찮은것처럼보일지라도전체의호흡과파동을각자의방식대로표현하고있다.랑시에르는이러한관점을상징주의로규정하면서강조하고있는데,상징주의가이렇게이해되는한에서,“상징주의시학은평등주의시학”이라고할수있다.“하나의풀잎은별들의노고만큼가치를지닌다”라고주장한휘트먼의시학적논제는이존재론적민주주의의미학적표현이라고할수있을것이다.플로베르또한『마담보바리』를아무것에대해서도이야기하지않는책이라고말하면서,예술에서는이제아름다운주제도상스러운주제도없음을강조한다.그래서그는휘트먼처럼“우리는풀잎하나의역사에크나큰사랑을투여할수있다”라고쓰고있다.왜풀잎만이겠는가?이번에는나뭇잎들이존재론적평등을미학적으로논증하기위해소환된다.연인루이즈콜레에게쓴편지에서플로베르는나뭇잎들은서로다르지만그것은‘다같이’흔들린다고말하면서사물들의‘미시적평등’을긍정한다.그런데이평등혹은이민주주의를정치적민주주의와혼동해서는안된다.플로베르는정치적으로는민주주의자가아니었지만,존재론적민주주의의옹호자,그리고문학을통해이민주주의를실천하고있다는점에서‘문학적민주주의’의대변자였다.
이처럼랑시에르는누구보다도확실한‘민주주의’의옹호자이다.실제로랑시에르는장식예술과순수예술,장인과예술가의분리가더이상성립할수없음을논증하는곳에서이렇게말하고있다.갈레와랄리크의장식품에새겨진식물문양들,셰레의포스터도안,로이풀러의춤추는천너울이표현하는형상은“자연의형태들이보여주는위대한민주주의”이다.왜냐하면그다양한감각적형태는자기자신을넘어초감각적의미를현시할수있는능력과권리를가지고있고,이를통해세계전체를무한히풍부한의미로구성하기때문이다.

미학체제의예술성이갖는정치성은무엇인가에대한진지한물음,그리고메타정치
그런데랑시에르의이러한미학적민주주의는정치적민주주의와어떠한관계가있는것일까?사실,랑시에르가여러번밝히고있듯이,예술은그사회비판적기능을통해정치성을갖게되는것이아니다.정치적민주주의는인간이갖는,말할수있는평등한권리에기초해있다.반면에미학적민주주의는사물들이갖는말할수있는평등한권리,그것들의동등한상징화능력에토대하고있다.따라서둘사이에는어떤직접적연관도없다.그렇다면미학체제의예술이갖는정치성은어떤것인가?결국이는자율적예술의정치성문제로귀결되는데,이는프리드리히실러에의해주제화되었던것이기도하다.원칙적으로보자면,자율적예술은삶을지배하는규범과규칙에대한단절에서성립한다.그런데이단절은삶자체와의분리가아니라는점을주목해야한다.오히려그것은사회적삶의논리안에서자신의권리를인정받지못했던것들의삶으로의침투,그리고그것을통한삶의확장으로이해되어야한다.실러는삶과세계의이러한확장을가능케하는심미적경험의상태를‘심미적상태’로규정한다.그에따르면,바로이마음의정조는인간을어떤제한도없는무제한성으로이끈다.이러한의미에서심미적상태는모든것을가능케하는발생적토대라고할수있다.또한이점에서그것은‘미학적자연상태’로간주될수있을것이다.자연상태가위계적질서에자유롭기때문에모두가평등한권리를누리는자유와평등의상태이고,그래서모든정치공동체의발생적토대인것처럼자율적예술속에서성립하는심미적상태또한마찬가지로모든가능한감각적공동체의발생적조건이기때문이다.이렇듯우리는여기서‘정치와미학의평행론’이라부를수있는것을발견하게된다.둘은모두자유와평등이라는근대적이념의동일한뿌리에서형성된것으로서그것의서로다른두표현에다름아니기때문이다.이평행론은예술이어떤의미에서정치와직접적으로관계하지않는지를설명해준다.그럼에도,아무리순수예술이라하더라도,예술은‘근본적으로’정치와관계한다.그리고정치의주체는인간이다.그런데이인간은심미적상태에서온전한의미의인간이된다.달리말해인간은거기서생성되고확장된다.인간에대한미적훈련과교육이필요한이유이다.이점에서랑시에르는미학체제의예술에고유한정치성을‘메타정치’라고부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