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사의 철학 강의(베를린 1822/23) (양장본 Hardcover)

세계사의 철학 강의(베를린 1822/23) (양장본 Hardco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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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문헌학적 근거에 기초해 엄정한 텍스트 분석을 바탕으로 헤겔 역사철학의 정수를 보여 주다
서양철학자 가운데 그 누구보다 폭넓고 다양한 문제를 심층적으로 다루고 자신만의 관점에서 체계화하려 했던 철학자가 헤겔이다. 논리, 자연, 정신이라는 서양철학의 큰 틀을 계승하면서 헤겔은 자신의 대표작이라 할 수 있는 『정신현상학』(1807), 『논리의 학』(객관논리학: 1812/13, 주관논리학: 1816), 『철학백과』((1817/27/30), 『법철학』(1821) 등을 출간했다.
하지만 대표작 출간을 전후로 헤겔은 지속적으로 자신의 철학 체계를 구상하고 다듬으면서 논문의 형태로 다수의 글을 발표하기도 했으며, 적지 않은 글들을 미출간 원고로 남겨 놓기도 했다. 그 가운데 흔히 우리에게 ‘역사철학 강의’라는 제목으로 알려진 저작 역시 헤겔의 순수 단행본 저작이 아니라 그의 수강생들이나 제자들이 헤겔의 구술 강의를 기록해 놓은 노트들에 기초해 그의 사후에 편집 간행한 것이다. 특히 지금껏 ‘역사철학 강의’라는 제목으로 국내외에서 단행본으로 출간되어 많이 알려진 책들은 문헌학적 문제를 섬세하게 고려하지 않은 것들이 대부분이다. 즉 헤겔 사후 ‘역사철학 강의’는 각기 다른 편집인에 의해 출판된 바 있는데, 누가 어떤 관점에서 어떻게 편집했느냐에 따라 판본 간 구성이나 내용 면에서 적지 않은 차이가 드러난다.
이번에 번역자 서정혁 교수가 번역 저본으로 삼은 것은 독일 펠릭스 마이너 출판사(Felix Meiner Verlag)에서 1996년 출간한 것으로 카를 일팅(Karl Ilting), 카를 브레머(Karl Brehmer), 후남 젤만(Hoo Nam Seelmann)이 문헌학적 측면에서 다른 시기의 강의들과 뒤섞지 않고 오롯이 1822/23년 강의의 필기록만 편집해 간행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 이러한 작업이 중요하면서도 반드시 필요한 이유는 각기 다른 시기를 무시하고 모든 강의록을 무작위로 편집해 한 권의 책으로 출간할 경우에 비해 이렇게 시기별 강의들을 별도로 출간할 경우 상이한 시기별 판본을 비교 검토하면서 헤겔의 의도와 생각에 좀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이번 텍스트는 1822/23년의 세 편의 필기록, 즉카를 구스타프 율리우스 폰 그리스하임(Karl Gustav Julius von Griesheim), 하인리히 구스타프 호토(Heinrich Gustav Hotho), 프리드리히 카를 폰 켈러(Friedrich Carl von Kehler)가 작성한 것에 기반하고 있다.
저자

게오르크빌헬름프리드리히헤겔

(GeorgWilhelmFriedrichHegel,1770~1831)은독일슈투트가르트에서태어나3세때부터독일어학교를,5세때부터라틴어학교를다녔다.1788년튀빙겐신학교에입학했으나,그리스도교의정통교리와생활방식에염증을느껴철학에관심을두기시작했다.이당시에횔덜린,셸링과친분을맺고교유하기시작했다.1789년19세의나이로목도한프랑스혁명은그가이성과자유에바탕을둔철학을전개해나가는데의미있는사건이었다.1801년10여년의가정교사생활끝에셸링의도움으로예나(Jena)에정착했으며,「행성들의궤도에대하여」로하빌리타치온(교수자격취득)을취득했다.아울러같은해에『피히테와셸링의철학체계의차이』를발표해자신의철학의기본방향을제시했다.1805년2월예나대학에비정규철학교수로임명되었으며,이때부터『정신현상학』(1807년출간)집필을시작했다.1807년『밤베르크신문』편집인을맡았으며,1808년에는뉘른베르크김나지움의교장직에있기도했다.1811년마리폰투허(MarievonTucher)와결혼했으며,1816년하이델베르크대학에초빙되어정교수가되었다.1817년『엔치클로페디』를발표해프랑스혁명이후정립된근대적이념을총체적으로포괄하는철학체계의구축을시도했다.이시기에독일사회에서한창이던헌법에관한논쟁에뛰어들어현실문제에적극발언하기도했다.1818년베를린대학으로부터초빙되어10월정교수로취임했으며,1830년총장직에오르기도했다.1831년11월14일콜레라로세상을떠났으며,그의소망에따라피히테의묘지옆에안장되었다.

목차

옮긴이의말9

세계사의개념

역사의취급방식들17
근원적역사18
반성적역사24
철학적세계사31

인간다운자유의이념45

국가의본성99

세계사의구분147

세계사의진행

동방세계159
중국160
인도209
페르시아285
이집트328

그리스세계383
그리스역사의시기들384
그리스민족정신의원천들387
그리스정신의성숙442
쇠퇴와몰락457

로마세계477
로마역사의시기들493
로마권력의발달493
로마의세계지배501
로마의몰락529

게르만세계533
게르만세계의역사시기들544
초기중세의준비547
중세561
근대의역사610

해제:헤겔의역사철학,세계사에대한철학적고찰의정점629

참고문헌667
헤겔연보675
찾아보기679

출판사 서평

역사는명료한의식의대상이어야만한다,더불어역사기술이가능하려면‘국가’가전제되어야
헤겔은역사를‘발생한일’과그것에관한설명이라는두가지의미가함께들어있다는점을언급하면서‘역사기술’의세가지방식에따라역사를‘근원적역사’,‘반성적역사’,‘철학적역사’로구분하고,이미‘근원적역사’에서부터역사에해당하는것과그렇지못한것을구분한다.여기서헤겔은역사철학에서우선적으로요구되는‘의식’(Bewußtsein)과‘앎’(Wissen)을‘흐릿한상태’와대비하고있다.역사는명료한의식의대상이어야하고,역사기술은외적으로현존하던사건이나행적등을‘정신표상의왕국’으로가져와‘표상의작품’으로다듬어야한다는것이다.‘표상’(Vorstellung)은‘어떤것을의식앞에(vor)세우기(stellen)’,‘어떤것을의식의대상으로삼기’이다.명료한의식의대상이되지못하는것들은헤겔의역사철학에서일차적으로배제되는것이다.헤겔이자신의역사철학을‘역사에대한사유적고찰’(denkendeBetrachtung)이라고규정할때,이‘사유’도명료한의식의역할을강조한말이다.
헤겔에의하면,엄밀한의미에서‘역사기술’이가능하려면‘국가’가전제되어야한다.왜냐하면‘법칙에대한의식’을갖춘국가에서야비로소분명한행적과더불어행적에대한‘의식의명료함’도생기며,이같은의식의명료함으로인해행적을그렇게보존할수있는능력과요구도생기기때문이다.흐릿한의식은지나간것을기억하지못하며,그래서그것을설명하거나표현할줄도모른다.헤겔에의하면,역사가가능하려면발생한것에대한기억이있어야하며,명료한의식으로서기억은구체적으로‘자유의실현’으로서국가라는조건에서만가능하고,기억이가능함으로써비로소역사서술,즉역사도가능하다고보았다.따라서흐릿한의식을지닌민족들과그들의희미한과거는결코역사철학의대상이아니다.조금은서글픈일이기는하지만,세계사에서우리는국가다운국가가없어이름조차남기지못하고사려져간수많은민족을선명하게기억하지못한다.그리고싫든좋든세계사의주역으로기억되는민족은언제나강성한국가를이루어그시대를지배한민족이다.헤겔은이러한민족을세계정신의구현으로서‘시대정신’이라부른다.또한그는예를들어인도가아주오랜전통을가진민족이며,심지어언어등에서게르만민족과밀접한연관이있다는점도인정하지만,그들이역사를지녔다는점에대해서는회의적이다.왜냐하면인도에서는‘카스트제도’처럼자연적으로확정된질서의항구성이지닌‘부자유’로인해어떤진보나발전의궁극목적도부재하며‘기억’의대상도부재하기때문이다.

역사의식의출발은헤로도토스,그러나역사철학의성립은근대에접어들면서부터
헤겔이명료한역사의식의출발로삼는것은‘헤로도토스’(Herodotos)이다.“그와같은역사기술가로는헤로도토스가있는데,그는역사의아버지이며창시자이자가장위대한역사기술가였다.”헤겔이위대한시인으로높게평가받는호메로스의서사시가아니라헤로도토스의『역사』를역사기술의시초로삼는이유는이것이‘시문학’이아니라‘산문’의형식을취한최초의기록이기때문이다.시문학과다른산문이등장하면서‘신비롭고신화같은세계’로부터벗어난인간이살아가는‘세속의세계’가비로소‘합리적사유’의대상이된다.산문인역사기술은‘의미있고명성있는것’을인간의언어를통해계속보존하는데기여한다는것이다.
그런데고대에서는고유한의미에서‘역사철학’이아직은성립하지않았다고보는것이보통이다.헤로토토스와투키디데스시대부터역사를본격적으로기록하기는했지만그들은역사를‘철학적’으로사유했다고는보기힘들다.플라톤이나아리스토텔레스역시그들의방대한서술에서‘역사’를철학의중심주제로본격적으로다루지는못했다.사실상근대이전까지는역사는철학의중심주제가되지못했을뿐만아니라본질적의미에서역사철학은근대의산물이라는해석이지배적이다.그직접적이유는‘역사철학’이라는용어가볼테르(Voltaire)에의해1765년처음사용되었다는사실에있지만,그보다더중요한점은근대에와서야‘근대다운주체성’의등장으로비로소인간의역사세계와그역할에대한새로운의미부여가가능해졌기때문이다.그리고그평가에서긍정적이냐부정적이냐와무관하게역사철학의정점에헤겔의역사철학이자리한다고보는것이보통이다.
헤겔의‘세계사’는단순히우연적으로발생하는사건의연속이나집합도아니고‘발생한일’로서철학의독립적대상도아니며,오히려정신과맞먹는‘정신의전체운동과정’을포괄하는총체로표현된다.헤겔의철학체계를정신의자기운동에대한서술로,세계사를정신의운동이자그결과로본다면,세계사는철학체계와밀접한연관을맺을수밖에없다.헤겔이예나시기에자신의철학체계를본격적으로구상하면서이처럼‘정신과세계사의관계’를‘철학체계’와연관시키고있다는점은후기로갈수록그의철학체계전체에서‘역사철학적관점’이얼마나중요한역할을하게될지를예상케한다.

헤겔의역사철학:보편적세계사,보편적인간다움을목적으로삼다
헤겔은생전에베를린대학에서다섯차례에걸쳐‘세계사의철학’을강의했다.그가철학적으로다루고자했던‘역사’는엄밀히말해특수한역사가아니라‘보편적세계사’였으며,그것은‘보편적인간다움’을목적으로삼고있다.그래서그의역사철학은엄밀히말해‘세계사의역사철학’이라고표현해야명확하다.따라서책에서다루고있는각민족이나국가의역사적사실이맞느냐,틀리느냐의문제가아니라헤겔이어떻게‘역사’를바라보느냐의관점으로텍스트를읽어야만그진의를파악할수있으며,그것이곧헤겔의역사철학에대해합당한평가가될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