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나토스, 죽음의 서구 지성사 (양장본 Hardcover)

타나토스, 죽음의 서구 지성사 (양장본 Hardco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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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서양 역사학에서 죽음은 어떻게 인식되어 왔는가
태초 이래 ‘죽음’은 모든 인간에게 굴레 씌워진 가장 무섭고 불안하고 회피하고 싶은, 그렇지만 반드시 맞이해야만 하는 필연적 사건이다. 따라서 인간이라면 누구나 죽음을 삶에서 멀리 떨쳐내 버리고 싶어 한다. 하물며 프로이트의 말처럼 우리의 무의식에는 죽음을 거부하는 경향이 있다고까지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대에 들어서는 이러한 죽음에 대해 적극적으로 사유하는 것이 오히려 죽음을 회피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그렇다면 죽음은 학문적으로 어떻게 성찰되고 연구되어 왔을까? 죽음은 예로부터 인문학적 성찰과 사유의 주요 주제, 아니 주요 주제를 넘어 소크라테스의 가르침을 따라 ‘철학하기’ 자체를 아예 ‘죽음 연습하기’로 이해했을 정도이다. 그래서인지 죽음을 주제로 한 ‘철학’ 분야의 연구 업적은 실로 방대하다. 인문학을 포함한 모든 학문 분야를 통틀어 거의 압도적으로 많은 연구 성과를 낸 곳이 바로 철학 분야이다. 이러한 경향은 ‘문학’에서도 그대로 이어진다. 그 밖에 사회과학, 의학, 자연과학 분야에서도 사정은 마찬가지이다. 그렇다면 역사학은 어떨까? 불행히도 역사학에서는 사정이 완전히 달라 ‘죽음’은 소재로서 자주 등장하기는 하지만 학술 주제로 연구되어 온 전례가 거의 없다. 기껏해야 프랑스 역사가 필립 아리에스의 『죽음의 역사』 정도이다. 이조차도 사실상 ‘죽음의 심성사’에 가까울 뿐, 집중적으로 죽음의 문제를 다루지는 않고 있다. 이러한 전반적인 상황을 고려하면, 과거 서양의 지식인들이 사회와 역사 환경과의 상호 작용 속에서 죽음을 어떻게 바라보았는지에 대한 ‘죽음의 지성사’적 연구는 국내외를 통틀어 이루어진 사례가 거의 없다고 볼 수 있다.
이 책은 고대부터 현대에 이르는 서구 지식인들의 죽음에 대한 생각과 기록을 당대 역사학과의 관계 속에서 파헤쳐 주제별로 총정리하는 이른바 ‘서양에서의 죽음의 지성사’ 구축을 목표로 하고 있다.
저자

최성철

저자:최성철
서강대인문대학에서학부와대학원을마치고독일베를린자유대학역사문화학부에서19세기스위스바젤출신의역사가로서르네상스개념을근대적으로확립한야코프부르크하르트의역사이론에관한연구로박사학위를받았다.귀국후역사이론,서양사학사,서양지성사분야의여러주제에관한연구를진행해왔다.서양사와사학사관련다수의학회에서다양한임원으로활동해왔고한국사학사학회회장을역임했다.현재는홍익대교양과교수로재직하면서인간본성을역사적으로결정하는여러주제에대한탐구를계획하고있다.『부르크하르트:문화사의새로운신화를만들다』(한길사,2010),『과거의파괴:19세기유럽의반역사적사상』(서강대학교출판부,2012),『역사와우연』(도서출판길,2016),『폭력의역사학』(서강대학교출판부,2019),『역사와우연』(도서출판길,2016)등의단행본저서외다수의공저와논문을발표했다.

목차

서론5

제1부죽음이전
제1장삶의이면으로서의죽음:삶과죽음의변증법21
제2장죽음의주요원인:질병과자연재해65
제3장죽음을향한여정:노화와노년107
제4장죽음과죽어감:죽음수용,죽음돌봄(호스피스),근사체험139

제2부죽음자체
제5장자연이준멋진선물:전통시대의죽음관167
제6장체험될수없는금기:현대세계의죽음관238
제7장자기삶의제거:자살326
제8장그밖의죽음:다양한종류의죽음,주체와종(種)의죽음373

제3부죽음이후
제9장죽음이실체:육체와영혼423
제10장죽음이후의삶:사후세계와사후생492
제11장죽음의초월:영생과불멸그리고구원과부활536
제12장죽음의의식:장례와애도569

결론609

참고문헌615
인명찾아보기637
사항찾아보기644

출판사 서평

공포와회피의대상에서적극적사유대상으로변모해온역사적과정으로서의죽음
먼저서구지식인들이죽음에대해어떻게생각해왔는지시대별로일별해보면,먼저헬레니즘시대까지를포함해고대그리스시대에활동했던지식인들의죽음담론에서는소크라테스와에피쿠로스이두철학자의견해가마치쌍두마차처럼이시대를대표한다.소크라테스는‘철학하기’란‘죽음연습하기’와같다고보았으며,에피쿠로스는“죽음은우리에게아무것도아니다”라고주장했다.둘모두죽음을두려워하는것은어리석은것임을강조했다.죽음에대한이두고전적견해는이후서양지식계를압도했는데,고대로마의지식인들역시이두그리스철학자의견해에동조하면서그들의견해를보완하거나확장해나갔다.

기독교가지배하던중세로오면죽음에대한관점이종교적,신학적으로돌변하는데,무엇보다당시지식인들이생각한죽음은그다지엄청난사건도,결코두려워할현상도아니었다.왜냐하면그들은지옥,연옥,천국같은사후세계에대해강한믿음을갖고있었기때문이다.심지어아우구스티누스나마이스터에크하르트에따르면,구원받고부활하기위해서라도인간은먼저죽어야한다고까지말했다.이러한기독교사상가들의특징은원죄의식에입각해죽음을하나님이인간에내린일종의벌로인식했다는점,죽음을천국에들어가하나님을영접할수있는수단으로간주했다는점,따라서죽음이끝또는종말이아니라영원한삶을위한새로운시작으로이해했다는점이다.

르네상스와종교개혁시기에오면이러한서구지식인들의죽음관은서서히변하기시작한다.물론,여전히기독교적관점이지배적이기는했지만세속적입장이첨가된모습이나타나기시작한것이다.가령,자살이나안락사를금기시하던기독교적전통을깨고고통스러운환자가고통없이죽을수있도록도와주는이른바안락사또는조력자살을용인했던토머스모어의죽음관만보아도그점을잘알수있다.
근대에접어들면,서구인들의죽음담론은더욱세속화된양상을보인다.그출발점에“죽음아,뽐내지마라!”면서죽음에정면으로도전장을내민영국시인존던을저자는호명한다.그는단순히도발이나도전정도를넘어죽음을살해하는과격성과급진성까지보이는데,이는더이상죽음에순응하던전통적인기독교인들의심성이아님이분명하다.이러한관점은세기가흘러갈수록더욱빠르게변모하는데,니체에이르면“제때에죽도록하라”라고충고하면서심지어인간의죽음을넘어신(神)의죽음을말하기까지한다.그러면서죽음을삶의완성이라고말한다.니체이후의야스퍼스나하이데거,사르트르,레비나스같은실존주의철학자들이나현상학자들은죽음의무화성,무목적성,무의미성,부조리성을적극설파한다.심지어제프리고러같은학자는죽음을섹스와같은포르노그래피에비유하기까지했다.즉성(性)과죽음은이름만달리하는두개의금기이자신비라는것이다.

죽음그자체를묻기보다이제는죽음을어떻게맞이할것인가를고민해야할시점
이러한서구지식인들의죽음담론의역사적전개를바탕으로저자는제1부에서먼저‘죽음이전’을주제로다룬다.이범주안에는죽음에원인을제공하는각종요소및요인또는죽기전에죽음과대비되는개념으로서삶을이해하는방식이나태도,그리고죽기전에죽음을받아들이는다양한마음가짐등이속하는데,이것들은결국‘삶과죽음’,‘질병’,‘노화’,‘죽음수용’등네개의핵심개념으로정리되고있다.제1장에서다루는‘삶과죽음’은사실상철학의주제로시대별철학자들의담론을소개하고있다.제2장에서는죽음의제1원인으로서의‘질병’을다루고있는데,페스트,천연두,홍역,콜레라,장티푸스,매독같은전염병을비롯해20세기의각종암,에이즈,에볼라같은난치병등이소개되고있다.제3장에서는‘노화’내지‘노년’을다루고있는데,고대의키케로부터몽테뉴를거쳐현대의독일철학자오도마르크바르트에이르는흐름을살피면서결국노년은희망의완벽한결여임을의미한다고본다.제4장에서는‘죽음수용’과관련,가장널리알려진엘리자베스퀴블러-로스의이른바‘죽음수용의5단계설’을중점적으로소개하고있다.스위스출신의미국정신의학자였던그녀는5단계죽음수용론을비롯해죽음과죽어감에대한인간의태도를학문적으로종합한학자로잘알려져있는데,병상에서죽어가는수많은환자를접하고그들과소통하면서성찰한임상결과를일종의의학보고서형식의단행본『죽음과죽어감』으로펴내기도했다.

제2부에서는‘죽음자체’를다루고있는데,이범주안에는가장먼저‘죽음’담론이포함된다.더불어여기서는죽음의다양한종류,즉자살,살인,사형,암살,대량학살,낙태,영유아살해,안락사,존엄사,개인의죽음과인류의죽음등의문제가다루어지고있다.특히제3장에서는독특한죽음유형인‘자살’을다루고있다.“실제아주진지한철학적문제는단하나뿐인데,그것은자살이다”라는말로시작되는알베르카뮈의『시지프신화』,그리고독일어권에서흔히‘자유죽음’(Freitod)으로명명되는자살에대해역사적으로매우다양한철학적견해들이펼쳐져왔음을보여주고있다.

마지막제3부에서는‘죽음이후’의여러주제에대해서구지식인들이사유하고펼친사상들을톺아보고있는데,육체와분리된존재로서의‘영혼’,천국과연옥,지옥등을포함하는‘사후세계’와‘사후생’,인류의꿈과희망으로서의‘불멸과영생’또는‘구원과부활’죽음이후의의식으로서의‘장례와애도’등에대한담론들이주요탐구대상이다.

이상과같은논의를통해저자가내리는결론은무엇일까?저자는어차피‘죽음’이라는주제자체가매우추상적이기에,죽음이무엇인지를묻는것보다더중요한것은우리가죽음을어떻게맞이할것인지에대해진지하게고민하는것일지도모른다고답을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