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르네상스의 지적 세계 (언어, 철학, 의미의 탐구 | 양장본 Hardcover)

이탈리아 르네상스의 지적 세계 (언어, 철학, 의미의 탐구 | 양장본 Hardcover)

$55.00
Description
르네상스, 예술뿐만 아니라 지성사적·철학사적으로도 중요했던 시기!
일반 독자들에게 르네상스하면 떠오르는 것이 ‘미술’과 ‘건축’으로서의 르네상스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르네상스 시기에도 분명 철학과 사상이 풍요롭게 논의되고 다양한 저서를 통해 수준 높은 사유의 지평을 넓혔다. 대략 14세기부터 16세기 중엽에 이르는 200여 년 동안 르네상스 본거지의 한복판, 즉 이탈리아(특히 피렌체)에서 지성사적 조류는 ‘휴머니즘’이 견인했는데, 그것은 이전 시기까지 이어져 온 플라톤주의, 아리스토텔레스주의, 스토아주의, 회의주의, 에피쿠로스주의 등 다양한 철학 유파와 활발히 접촉하면서 때로는 그것을 받아들이고 때로는 거부하는 절충적 모습을 보였다. 자연스레 그러한 양상이 과연 이탈리아 르네상스를 무엇으로 규정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학문적 물음으로 제기되었다. 그것은 중세의 연장인가 혹은 근대의 시작인가? 그것은 철학적이었는가 혹은 문학적이었는가? 그것은 새로운 인간 정신을 일깨우고 새로운 인간관을 제시하려 했는가 혹은 그저 고전 고대의 문필을 복원하고 고양하는 데에 머물렀는가? 등등 지난 100여 년 동안 서구 학계에서는 르네상스 휴머니즘의 성격과 의미를 둘러싼 수많은 쟁점과 논쟁이 있었다.
이 책은 바로 그와 같은 한 세기 동안 이어진 논쟁에서의 최신 연구성과를 보여 주는 르네상스 소장 연구자 크리스토퍼 셀렌차의 문제작을 번역한 것이다. 자연스레 이 책의 번역을 기회 삼아 우리 독자들은 르네상스를 이해하는 또 하나의 혜안을 갖게 될 것인데, 그것은 바로 미술과 건축 등 예술 세계 중심으로 이해되어 온 르네상스가 지성사적으로도, 철학사적으로도 무척 유의미한 시대였음을 파악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저자

크리스토퍼셀렌차

저자:크리스토퍼셀렌차(ChristopherS.Celenza)
미국듀크대학에서“소(少)라포다카스틸리온키오”로,독일함부르크대학에서“신(新)라틴문학”전공으로박사학위를받았다.구겐하임,부르크하르트,앤드류멜론,훔볼트,로만프라이즈,풀브라이트펠로우로연구했다.연구분야는14~16세기르네상스지성사및문화사이다.최근에는르네상스와근대를잇는지성사연구로시기를넓히고있다.저서로「이탈리아르네상스와근대인문학의기원:1400~1800년의지성사」(2021),「페트라르카,어디서나방랑자인」(2017),「마키아벨리의초상」(2015),「잃어버린이탈리아르네상스:휴머니스트,역사가,라틴어의유산」(2004),「르네상스피렌체의경건함과피타고라스」(2001),「르네상스휴머니즘과교황궁:소(少)라포다카스틸리온키오의“교황궁의혜택에대하여”」(1999)가있다.공편으로「그리스도교,라틴어,문화:로렌초발라에대한두연구」(살바토레캄포레알레),「휴머니즘과창조성:로널드G.위트에게바치는글들」(2006),편역으로「맥락속에서본안젤로폴리치아노의“라미아”:텍스트,번역,서론적연구」(2010)가있다.

역자:곽차섭
부산대학교사학과명예교수
서강대에서수학과영문학을공부하고,같은대학교대학원사학과에서“마키아벨리의역사사상”과“바로크시대마키아벨리즘연구”로석·박사학위를받았다.미국존스홉킨스대학(풀브라이트스칼라)및UCLA(비지팅스칼라),캐나다UBC(비지팅프로페서)에서연구했다.문화사학회,한국서양사학회,이탈리아사학회회장을역임했다.관심분야는르네상스이탈리아지성사,미시문화사및미술사이다.저서로「마키아벨리즘과근대국가의이념」(현상과인식,1996),「포스트모더니즘과역사학」(공저,푸른역사,2002),「조선청년안토니오코레아,루벤스를만나다」(푸른역사,2004),「아레티노평전:르네상스기한괴짜논객의삶」(도서출판길,2013),「마키아벨리의꿈」(도서출판길,2020),「갈릴레오의망각,혹은책에관한기억」(도서출판길,2020),「역사,라프로쉬망을꿈꾸다」(푸른역사,2022)가있고,편저및편역으로「미시사란무엇인가」(푸른역사,2000),「마키아벨리와에로스」(지식의풍경,2002),「역사속의소수자들」(공편,푸른역사,2009),「다시,미시사란무엇인가」(푸른역사,2017)가있다.역서로는「역사학과사회이론」(피터버크,문학과지성사,1994),「이탈리아민족부흥운동사」(루이지살바토렐리,한길사,1997),「마키아벨리평전」(로베르토리돌피,아카넷,2000),「코앞에서본중세」(키아라프루고니,도서출판길,2005),「탐史」(마리아팔라레스-버크,푸른역사,2007),「책략가의여행」(내털리제이먼데이비스,푸른역사,2010),「마키아벨리언모멘트」(J.G.A.포칵,나남,2011),「군주론」(니콜로마키아벨리,대역판,도서출판길,2015;보급판2017),「국가이성론」(조반니보테로,아카넷,2023),「권력과상상력」(라우로마티네스,도서출판길,근간)등이있다.「포르노그래피의발명」,「철학자마키아벨리」,「에피쿠로스와치유의철학」등을집필및구상중이며,마키아벨리의주요저작과조르조바자리의「미술가열전」도차례로번역할계획이다.

목차

옮긴이서문7
서문31
감사의글37
약어목록39

1.시작43
2.단테,페트라르카,보카초67
3.이탈리아르네상스,피렌체에뿌리를내리다109
4.피렌체휴머니즘,번역,새로운(옛)철학149
5.대화,제도,사회적교환183
6.누가문화를소유하는가?고전주의,제도,속어221
7.포초브라촐리니247
8.로렌초발라275
9.라틴어의성격:포초대(對)발라307
10.발라,라틴어,그리스도교,문화339
11.변화하는환경381
12.피렌체:마르실리오피치노1401
13.피치노2435
14.15세기후반피렌체문화의목소리469
15.“거의숨도못쉴지경이다”:폴리치아노,피코,피치노,피렌체르네상스종말의시작505
16.콘텍스트안에서본안젤로폴리치아노의『라미아』541
17.결말,그리고새로운시작:언어논쟁593
에필로그635

참고문헌641
찾아보기681

출판사 서평

이탈리아르네상스의성격규정에대한바론,가린,크리스텔러의담론논쟁
서구학계에서지금껏르네상스의성격규정에대한담론은한스바론(HansBaron,1900~88),에우제니오가린(EugenioGarin,1909~2004),파울오스카크리스텔러(PaulOskarKristeller,1905~99)가이끌어왔다.이가운데바론의휴머니즘논의는‘공화주의적자유’와불가분의관계에있었는데,그는피렌체공화국이밀라노의참주와벌인1402년의전쟁을‘자유’대(對)‘폭정’의대립과갈등이라는관점에서서구문명에결정적인시기로보았다.그가보기에피렌체휴머니스트문필가들은밀라노의참주비스콘티가문이전제주의에대해공화주의적자유를적극적으로옹호함으로써정치적수사와행동을효과적으로결합할수있었다.14세기휴머니스트들의정태적고전주의를대신해이른바‘시민적휴머니즘’(civichumanism)이라는근대적의식이발현되었다는것이다.시민은국가통치에적극적으로참여할권리와의무가있다는‘비타악티바’(vitaactiva)혹은‘비베레치빌레’(viverecivile)가바로그것이다.
에우제니오가린역시르네상스휴머니즘에서어떤근대성의발현을찾고자했지만,그는역사적사건과이념간의관계에초점을맞춘바론과는달리,휴머니즘을서양철학사의한중요한전기(轉機),즉근대로의이행으로보았다.그가보기에이탈리아르네상스는본질적으로고대인의문화와가치를르네상스이탈리아라는역사적환경내에서새롭게고양하고변용하려는운동이었다는것이다.특히나르네상스휴머니스트들의업적은스스로‘그람마티카’(grammatica)라부른문헌학(philology)-이때의문헌학은현대의좁은의미에서의문헌학이아니라인간과세계에대한새로운관점을제시해준다는의미에서넓은의미의‘철학’에속했다.자연스레그것은형이상학과신학에매몰된스콜라철학을싫어했으며,구체적인연구로방향을돌렸다-에근거했는데,이문헌학을통해새로운종류의철학혹은고대의‘필로소피아’-지혜에대한사랑-개념을새롭게변용한철학-넓은의미의-을실천했다고보았다.요컨대,가린은‘매우실제적인철학하기’(proprioeffettivofilosofare)혹은‘철학으로서의문헌학’을주장했던것이다.
르네상스휴머니즘을스콜라철학(혹은전통적철학)에반발한새로운‘철학’으로간주하는가린의대척점에서있는학자가바로크리스텔러이다.역사와철학에관한거의모든점에서가린과크리스텔러는양극적이다.크리스텔러가보기에르네상스휴머니스트들은중세수사학자의계승자였기때문에,그들은웅변을성취하는최선의길이키케로와같은고전작품의스타일을모방하는것이라고믿었다는것이다.즉이들휴머니스트가대부분군주정이든공화국이든그곳의서기이든가대학이나하급학교에서문법과수사학을가르치는교사로서,고전을연구하고고전언어학을탐구하는‘직업적수사학자’였다는것이다.따라서그가보기에르네상스휴머니즘은“어떤철학적경향이나체계라기보다는인문과정을강조하고발전시키려는문화적·교육적프로그램”일뿐,휴머니스트는“전혀철학자가아니”라는것이다.

이책의저자,삶의방식으로서의철학에기반한르네상스휴머니즘을다시금정초하다
현재르네상스휴머니즘연구는바론이강조한‘시민적가치’가여전히한축을이루고있는가운데,크리스텔러적‘수사학파’의견고한성채를가린을따르는‘철학파’가공략하는흐름을보이고있다.‘철학파’는대략두갈래로나뉘는데(하지만둘은긴밀히연관되어있기도하다),그하나는휴머니스트방식으로‘철학하기’혹은‘철학으로서의문헌학’을규명하고자하는것이고,다른하나는휴머니스트철학이전통적인스콜라철학의변증법보다는‘삶의방식으로서의철학’을지향한다는것이다.
‘삶의방식으로서의철학’이란이를주창한프랑스철학자피에르아도(PierreHadot)에따르면,“개인의삶전체를변화시키겠다는목표를가지고매순간실천해야하는,세계-안에서-존재하는방식”이다.철학은본래지혜에대한사랑으로인식되었고,지혜는“단지우리가알도록해주는데그치지않고,우리를다른방식으로‘존재’하게만든다.”이책의저자셀렌차는아도의철학모형을따라르네상스시기에는‘철학자’란말이넓은의미로쓰였으며,휴머니스트들이생각하던철학은모든삶의영역에서지혜를찾는것이었다고주장한다.이런관념은고대이후지속되어오다가18세기말부터이론적이고변증법적방식의철학이주류가되었다는것이다.그래서페트라르카는아리스토텔레스의『니코마코스윤리학』을비판하면서철학의요체는‘영혼을돌보는것’이라고말했고(알베르티가그뒤를따랐다),레오나르도브루니는아리스토텔레스의형이상학을의도적으로누락해그를휴머니스트로만들었으며,조반니피코델라미란돌라는진정한철학자의한면모로삶의태도를꼽았다.그들은모두어떻게살것인지에대한소크라테스적관점을추구했다는것이다.
이러한점을염두에둔다면,철학이란단지앎을지향하는것이아니라그앎을통해스스로를변화시키는것이라는,즉논리적정합성과주석에만매달리는것이아님을알수있으며,르네상스휴머니즘의의미는그런지점에서찾아야함을저자는강조하고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