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자들이 본 쇼팽

제자들이 본 쇼팽

$45.00
Description
피아노 연주자로서뿐만 아니라 음악 교육자로서의 쇼팽의 진면목을 밝혀내다
낭만주의 음악 시대를 대표하는 작곡가 프레데리크 쇼팽(Frédéric Chopin, 1810~49)은 흔히 ‘피아노의 시인’이라 일컬어진다. 하지만 정작 그는 자신이 낭만주의 음악가로 평가되는 것에 대해 좋게 생각하지 않았다. 일평생 거의 피아노곡 중심으로 작곡을 했을 만큼 그는, 악기로서 피아노에 대한 애정이 무척 강했다. 동시대 작곡가이자 쇼팽의 동료이기도 했던 프란츠 리스트(Franz Liszt)와 더불어 피아노 음악에 있어서만큼은 거장 반열에 올랐지만, 둘의 음악적 경향은 많은 부분에서 차이가 있다. 대표적으로 쇼팽은 리스트처럼 기교 자체를 중시하기보다는 내용적인 측면에서 기교적인 악절을 단순히 도구로 대하는 태도를 취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쇼팽의 피아노곡들이 결코 리스트의 곡들보다 연주하기 쉬운 것은 아니었는데, 그것은 그만큼 내용적인 측면에서 차별성을 갖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가 제자들에게 피아노를 가르칠 때, 쓸모없는 연습을 기계적으로 반복하는 데서 오는 정신의 둔화 대신에 매우 집중해 듣는 훈련을 제안했던 것은 그의 음악관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라 할 수 있다.
저자

장-자크에겔딩거

장-자크에겔딩거(Jean-JacquesEigeldinger)는1940년스위스뇌샤텔에서태어나뇌샤텔대학과파리소르본대학,그리고제네바음악원에서수학했다.1988년부터2000년까지제네바대학음악학정교수로재직했으며,주요연구분야는19세기피아노음악의연주와미학이다.저서로『쇼팽의음악세계』(L’universmusicaldeChopin,2000),『쇼팽과플레옐』(ChopinetPleyel,2010),『쇼팽,파리살롱의영혼』(Chopin,âmedessalonsparisiens1830-1848,2013)등이있으며,19세기피아노음악사관련문헌을다수편찬했다.1995년제13회국제쇼팽콩쿠르의심사위원을지냈으며,2001년국제프레데리크쇼팽재단에서수여하는쇼팽상을받았다.현재제네바대학명예교수및페터스(Peters)출판사의새비평판쇼팽전집편집위원이다.

목차

서문9
편집규칙44
문헌약어45

제1부테크닉과양식47
-테크닉의기초49
-양식이론77

제2부쇼팽작품해석113

주153

이책에인용된증언을남긴제자들목록287

부록1:쇼팽의제자와친지가소장한주석본악보목록335
-스털링소장본338
-뒤부아-오메아라소장본353
-옝제예비치소장본375
-프랑숌소장본384
-잘레스카-로젠가르트소장본392
-부기(Addendum)397
-셰르바토프소장본400
-오르다소장본405
-이니셜J.S.를새긴한쇼팽작품집에대한노트408
-뒤부아-오메아라의음악앨범에대한노트412

부록2:제자와친지가소장한악보에서주석과운지법표기가달린작품들423

부록3:동시대인이본소팽의연주447
-작곡가와피아니스트447
-제자461
-친지467
-비평가와언론인488

옮긴이해제:음악교육자로서의쇼팽의진면목503
참고문헌517
도판목록541

음악작품찾아보기545
인명찾아보기561

출판사 서평

쇼팽을어떻게연주할것인가라는물음에대한총체적답변!
이책은음악교육자로서의쇼팽의행적을모은사료와그에대한편저자장-자크에겔딩거의상세한해설을담고있다.자연스레이책의주요원천은쇼팽자신이남긴글과그에게가르침을받았던사람들의증언이다.아울러부록에는제자들이소장했던쇼팽작품의악보일람,그리고연주를들었던동료와지인들의증언이실려있다.편저자는제자들의증언을두갈래로편집했는데,제1부는음악과피아노연주일반에관한생각,제2부는쇼팽작품해석을위한지침이정리되어있다.제1부의내용도쇼팽음악의성격과연주법을이해하는데결정적인중요성을가지고있으므로,이책은한마디로말해“쇼팽을어떻게연주할것인가”라는물음에대한총체적답변이라할수있다.
음악교육자로서의면모는,그러나글로표현되어남아있는것들이거의없다.순수한음악가의기질을타고난쇼팽은무엇이든글로쓰는일을대단히껄끄러워했다.“펜이손가락을타들어가게한다”라고할정도였으니,글쓰기에대한두려움내지경계는한평생그를괴롭혔는지도모른다.간단한편지한장쓰는일조차,특히모국어가아닌(그는폴란드태생이다)프랑스어로써야할때면그가얼마나힘들어했는지는잘알려져있다.따라서작곡작업에관한언급이극히절제된그의편지들이교육활동에대해서도말을아끼며,그가가르친내용에대해서는한마디도없다는것이놀라운일은아니다.그가오랫동안계획했던피아노교본을초고몇장만남기고완성하지못했다는사실은,따라서전혀이상하지않다.조르드상드(GeorgeSand)의다음말은그래서더욱적확하다.“쇼팽은자신의예술에관해거의말하지않았다.……그는가까운사이에서도자신을잘드러내지않았고오직피아노로만진심을토로했다.그럼에도그는기술적인면만이아니라교의를담고있는교본을쓰겠다고약속했다.그가약속을지킬수있을까?”

동시대테크닉이만연하던시기에유기체적음악관을보여주다
이약속은지켜지지않았다.편저자에겔딩거가이책을통해해낸일이바로이것이다.에겔딩거에따르면,쇼팽은피아노레슨을하면서음악과말을함께활용했다.제자인조르주마티아스(GeorgesMathias)를가르치면서원하는표현과음색을얻기위해카를마리아폰베버(CarlMariavonWeber)의〈피아노소나타〉Ab장조op.39(제1악장81마디이하)의한구절에대해“하늘에천사가지나간다”라고넌지시말하거나,1832년젊은리스트가새로쌓은교양을활용할겸샤토브리앙의글이나빅토로위고의시를읽게해서학생의상상력을북돋고자했다면쇼팽은짤막한말에이미지를담아내는것으로충분했다는것이다.자신이말로표현하고자하는영상에그만큼강렬하게사로잡혀있었기때문이다.여기서는환영의무리를,저기서는죽은자들의집을,다른데서는압제자와희생자사이의대화를눈앞에떠오르게하는자발적이고창의적인표현들은문학적인기질보다도투시적인상상력과슬라브전설에뿌리를둔시적감상을보여준다.
이러한음악적기질과교육방법론에기초해그는19세기전반기에테크닉과음악성사이의오래된대립관계에대해어떻게대응했을까?쇼팽과같은시대에활동했던카를체르니(CarlCzerny,1791~1857)의피아노교습법을생각하면쉽게이해할수있을것이다.즉체르니는음악으로부터분리된기교영역이따로있음을밝히면서기교의습득이음악연주의선결조건이라고주장했다.지금도그를따라곡을공부할때,테크닉을먼저익힌뒤에‘음악’을입혀야한다는생각이퍼져있다.이에반해쇼팽은“건반에손을배치하는법을익히기만하면된다”와같이,테크닉의영역을극적으로축소하고그것에순수한수단으로서의의미만을부여하려했다.이처럼테크닉은음악이라는목적안에서지극히제한된위상을가진다고쇼팽은보았는데,이는곧동시대음악의경향인기교의물신화를누구보다경계한것이그였음을알수있게한다.저자의많은사료를통해수차례보여주는증언들은결국“연습은기계적훈련이아니다”임을,자연스레쇼팽은학생들에게고도의예민함과집중력을테크닉보다더요구했다.
더불어쇼팽은“모든것이연결되어있다”라는생각을자신의피아노교육에서철저히수행했다.동시대의프리드리히칼크브레너(FriedrichKalkbrenner)가“손의움직임이오직손목에서만와야한다”라고주장했을때,쇼팽은손목을두고“목소리에서의호흡”이라고말하면서그것이성악적프레이징의열쇠이며손과나머지를유기적으로연결하는기관이라고강조한다.칼크브레너가연주자의신체를기계론적체계로본다면,쇼팽은유기체적전체로보는것이다.이와더불어그는손과건반도유기적전체의관점으로보는데,이는곧건반의형태에맞추어손을개조하는것이아니라손의타고난생김새를존중하면서건반에적응하게해야한다는교수법에잘드러나있기도하다.

쇼팽음악의음악사적위치에대한정당한평가와자리매김
이책의상당부분을차지하고있는제자들과지인,그리고동료의증언은쇼팽의음악사상을시대적맥락속에서제시함으로써그의음악사적위상을규명하는데이바지하고있다.편저자에겔딩거는쇼팽이18세기음악,특히요한제바스티안바흐가대표하는바로크다성음악전통에애착을가지고있었다는사실을강조하는한편,작곡가이자연주자로서그가수행한음향적탐구가1890년대이후클로드드뷔시(ClaudeDebussy)가개척할인상주의피아노음악을예견한다는사실을지적한다.이러한관점은쇼팽의후기작품을이해하는데결정적통찰을제공한다.즉젊은날의쇼팽이벨칸토오페라의창법을피아노로옮기는데몰두하며자기시대의과제에응답했다면,원숙기의그는바흐의유산과다가올드뷔시적음향의결합을통해시대를이중으로뛰어넘은것이다.쇼팽의음악사적위상은이처럼전통과현대,과거와미래의공존으로파악할수있는것이다.
이책의편저자에겔딩거는진술의신빙성에대한엄격한비판,방대하고철저한주석을통해쇼팽의삶에서신화화된부분을걷어내는동시에그의성격과감수성을생생하게되살려냈다.더불어쇼팽의지인들과인연이닿았던초창기전기작가들의저서를비판적으로검토해역사적으로가치있는사실들을선별한것또한이책의업적이다.이책이오늘날쇼팽연구나쇼팽전기집필의으뜸가는참고문헌역할을하는것은그만한이유가있는것이다.하지만무엇보다역자도지적한것처럼“쇼팽이가장쇼팽다울때,즉피아노앞에있을때의그자신을집중적으로조명하고있기때문에”이책은쇼팽을알고자하는일반독자들이나피아노를배우고자하는이들에게많은그의진면목을유감없이보여주고있다.하인리히하이네(HeinrichHeine)가말했듯이,그는“피아노의라파엘로”였던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