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신의 예술과 한국 신학

이신의 예술과 한국 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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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나는 왜 오늘도 여전히 이신(李信)에 대해서 말하려고 하는가?
오늘날 ‘현실’이 요동치고 있다. 이는 모든 다름이 찾고자 하는 ‘참 다름’이 현현하는 또는 쌓이는 장(場)과 사실성(物)이라는 것을 알며, 이 장을 소중히 하면서도 거기에 붙어있지 않는다. 이신의 현실과의 관계도 아마 이러하지 않을까 싶다. 이전에는 없던 경험해 보지 못한 전혀 다른 현상들 앞에서 요동치는 현실 앞 사람들은 “어떻게 하면 새로운 살길을 찾아갈 수 있을까?” 고심한다.
이신(李信, 1927~1981)은 제1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 「초현실주의(le Surréalism) 선언」(1924)이 발표된 1920년대의 조선에서 태어났다. 그리고 8.15 광복과 6.25 한국전쟁을 겪었다. 이후 미국 유학을 다녀와 「한국 그리스도의 교회 선언」(1974) 등을 하며, 본인의 삶뿐 아닌 조국과 문명을 억누르는 겹겹의 삶의 고난적 현실을 돌파하고자 했다. 또한, 예술가의 명면한 의식과 더불어 가난한 민중과 함께하는 목회, 한국적 신학을 추구하는 기독교 신학자로서 그렇게 길지 않은 생을 살았다.
이 책은 이신 30주기가 되는 2011년경부터 시작하여 2024년까지 이어진 여러 추모 행사와 책 출간을 계기로 쓰인 글들을 모았다. 이은선은 2018년 1년간 그가 남긴 그림들을 중심으로 생애와 연결해서 나름의 신학적 해석을 덧붙이는 기회를 얻었다. 이 당시 쓴 글들에 집중하여 이신의 예술과 신학(神學) 그리고 그 이후 전개된 나의 ‘신학’(信學) 이야기를 함께 드러내고자 한다.
2017년 신학적·예술적 동료들과 더불어 『환상과 저항의 신학 - 이신(李信)의 슐리얼리즘 연구』(동연)를 냈다. 이은선은 “왜 오늘도 나는 이신(李信)에 대해서 계속 말하려고 하는가? - 이신의 믿음과 고독, 저항과 상상 그리로 오늘의 우리”라는 글을 실었다. 이신의 삶과 사유를 ‘고독’, ‘저항’, ‘상상’의 세 축으로 요약하며, 어떻게 그가 자신의 삶에서 마주했던 여러 중첩적인 각종 난제들 앞에서 ‘신’(信)이라는 화두를 잡고, 그 구원적·치유적 의미와 전혀 새로운 함의를 신학적·예술적 언어로 전환하여 드러내고자 했는가를 살폈다. 이 책에서도 ‘나는 왜 오늘도 여전히 이신에 대해서 말하려고 하는가?’ 하는 생각이 크게 다르지 않다. 그는 ‘신’(信)이라는 언어를 제안했고 ‘화해’(恕)를 역설했다. 그러한 그의 삶과 신학적·목회적 활동과 사유를 그의 회화적, 시적 산물과 더불어 동아시아의 오랜 언술인 ‘성’(誠), ‘성’(性), ‘성’(聖)의 세 언어와 연결하여 총체적으로 고찰하고자 한다.
오늘날 현실이 극도로 부패했고, 이를 넘어 왜곡되고 폭력적이며 온통 자아 절대주의적 관계로 전락했다. 이는 홀로 떨어진 섬으로 뿌리 뽑히고 외로워하며 사는 모습으로 묘사될 수 있다. 그래서 ‘믿음’(信)이란 바로 그 관계 맺는 일을 우리 사유와 상상, 친절하고 바르며 지혜로운 말과 용기로 새로 시작하자는 것이다. 이신은 인간의 조건을 왜곡되게 한계 짓고 인간의 삶을 여러 형태로 옥죄는 노예성을 뚫고 나가기를 원했다. 또한 ‘영의 신학’을 강조하며, 교회 공동체의 유지를 도모했다. 한국 신학(信學)도 현실과 초현실, 내재와 초월, 사실과 진실, 유(有)와 무(無), 리(理)와 기(氣) 등의 통섭과 묘합을 추구하는 길을 가고자 한다.
앞서 설명한 그런 생각들이 모여 씨앗이 되고, 그러한 씨앗들이 자라 이 책으로 꽃을 피게 되었다. 초현실주의 신학자이자 시인이며 화가였던 이신을 기리며, 그의 사상을 소비 자본주의 끝에 선 우리 사회에 소환하고, ‘우리 믿음의 새 길’을 찾아보자.
저자

이은선

저자:이은선
한국여성통합학문(KoreanFeministIntegralStudiesforFaith)연구가이다.유교문명과기독교문명의대화를통해서인류세의새로운방향을모색한다.한국적신학(信學)과인학(仁學)의구성을위해‘신학(神學)에서신학(信學)으로’라는모토와함께종교와정치(性),교육등의영역을가로지르며글쓰기를한다.스위스바젤대학에서신학박사,성균관대학교에서한국철학으로철학박사학위를받았고,한국여성신학회와아렌트학회회장을역임했고,한국양명학회,유교학회,종교교육학회,교육철학학회등에서활동했다.현재세종대명예교수이고,한국信연구소소장을맡고있다.

주요저서로는『생물권정치학시대에서의정치와교육-한나아렌트와유교와의대화속에서』(2014),『다른유교,다른기독교』(2016),『세월호와한국여성신학』(2018),『통합학문으로서의한국교육철학』(2018),『동북아평화와聖·性·誠의여성신학』(2020),『사유하는집사람의논어읽기』(2020)외다수가있다.공저로『21세기보편영성으로서의誠과孝』(2016),『3·1운동백주년과한국종교개혁』(2019),『한국전쟁70년과‘以後’교회』(2020),『李信의묵시의식과토착화의새차원』(2021),《KoreanReligionsinRelation,editedbyK.Min》(SUNY2016),《DaoCompaniontoKoreanConfucianPhilosophy,editedbyYoung-chanRo》(Springer2019)등다수가있고,역서로줄리아칭,『지혜를찾아서-왕양명의길』(1998)과줄리아크리스테바,『한나아렌트-삶은하나의이야기다』(2022)등이있다.

목차

책을내며

1부│이신李信의그림

고독한유랑자
이것과그것
자유로운선善
새그리스도로지
부활이의미하는것
주시는자
영원을향해서열린문
돌의소리
불이어디있습니까
가난한족속
계시I

2부│이신李信의삶과사유
나는왜오늘도여전히이신(李信)에대해서말하려고하는가?

Ⅰ.이신을기리는일
Ⅱ.이신의‘믿음’(信)에대하여
Ⅲ.믿음의‘고독’(性)에대하여
Ⅳ.믿음의‘저항’(誠)에대하여
Ⅴ.믿음의‘상상’(聖)에대하여
Ⅵ.믿음의'지속'(成)에대하여

한국의문화신학자이신(李信)을말하다

『환상과저항의신학―李信의슐리얼리즘연구』
출판을기념하며

3부│이신李信의한국信學

이신서거40주기
『李信의묵시의식과토착화의새차원』의출간에기하여
이신서거40주기추모예배및출판기념
한국유학과信學그리고이신의영의신학
Ⅰ.지구위기시대에우리안에‘신뢰의그루터기’를세운다는것
Ⅱ.한국유학(儒學)과신학(信學)
Ⅲ.퇴계신학(信學)과이신의영(靈)의신학(神學)
Ⅳ.한국신학(信學)의세차원―‘난간없는사유’에서‘사유하는신앙’으로
Ⅴ.새시대를위한새‘경’(經)쓰기

믿음의새길을찾아서
―2024년한국信연구소출판기념회및李信상시상식에부쳐

출판사 서평

책속에서

그에따르면,예술은현대문명이불러온의식의둔화와이매지네이션의부패를지적해주지만그‘치명적인병’을치료하는데결정적인역할을하는것은종교다.그래서그는기독교신앙이“진부하고낡아빠진회고주의”에빠지는것을극히경계하면서“기독교가갖는본래의역동성”을회복할것을강조한다.자신의‘슐리어리스트신학’은한마디로‘靈의신학’과‘새술에취한사람들의말’이라고하는데,눈에보이고귀에들리는모든현실의감각을뛰어넘으면서도바로또그안에서그너머를보기때문에그의신학과예술은참으로‘불이적’(不二的)이다.
---「1부,이것과그것」중에서

그는그환상과저항이20세기초제1차세계대전을뚫고나온전위파예술운동가들의초현실주의의식과닮았다고보았다.또한이신은그논문에서이미19세기중엽한국동학의최제우를같은전위묵시문학가로보고논문에담았다.귀국후몇차례에걸쳐“전위예술과신학”이라는제목으로『기독교사상』에그러한자신의통찰을담아냈다.이신의이그림이무엇을의미하는지우리는어쩌면“보기는보아도보지못하며,듣기는들어도듣지못”하는지도모르겠다.이그림과더불어소개하는그의시“계시I”도유사한시기에쓴것으로보이지만,이역시‘새술에취한사람들’의말처럼쉽게알아들을수없다.다만가늠할수있는것은이번그림의형상이보여주는대로대지위에찬란한태양이떠오르듯이,두마리물고기의상징으로전적새로워짐의세계가희구되듯이그는참으로새로운신학과세상의탄생을고대했다는것이다.그는이새로운탄생이바로영적소수자들의창조적비전과저항에서가능해진다고보았다.슐리어리스트는바로그러한영적비전을가지고기존의체제와틀에반란을일으키는계시의소유자들이다.2천년전에이땅에오신예수도그환상과저항으로이세상이전적으로새로워지는길을여셨고,오늘우리시대도다시새로운그리스도의탄생을고대한다.
---「1부,계시I」중에서

이신은인류문명의과학적성과를그대로받아들이면서,그러나그것이다가아니라과학으로아직들추어내지못한‘인격’과‘영’과‘초현실’의차원이있기때문에우리의죽음이해도달라져야한다고강조한다.생물학적인죽음은이제생리적으로허구이기때문에염려할필요가없고,오히려인간에게있어서진정한죽음인인격의죽음에관심해야하는시대가왔음을밝히는것이라고하겠다.그의믿음에대한강조와고독을받아들이는입장,인격의죽음을말하는모든이야기가오늘‘인공지능’(AI)과‘초인간’(transhuman)을말하는시대에더욱의미있게전달될수있다는것을여기서말하지않을수없다.
---「2부,나는왜오늘도여전히이신(李信)에대해서말하려고하는가?」중에서

아버지는가난보다더큰문제는“의식의둔화”이고,“이매지네이션의부패”이며,창조적으로살지않는것이라고항상이야기하셨는데,그때어렸던저희에게는잘이해되지않는이야기들이었고,구체적인몸의감각으로느낄수없는정신과신앙을위해서현실의고통을견뎌야하는것이힘들었습니다.하지만지금어른이되어한사회인의삶을살다보니아무리작고낮은수준에서라도그렇게어떤정신과신념을위해서이익을포기하고물질을희생하는일이얼마나어려운일인가하는것을알아가니아버지의삶이어떠했을지를다시깨닫게됩니다.더군다나요즈음처럼사회전체가물질적으로훨씬풍부해진상황에서도그물질의자발적포기가쉽지않은데,그때그어려운상황에서어떻게그런삶을사셨을까생각하게됩니다.
---「2부,한국의문화신학자이신(李信)을말하다」중에서

혹자는소수자의특성으로보편화할수있는능력을들었습니다.남들이알아보지못하는숨겨진보편성을찾아내어그것으로그때까지각종분파와분열로서로나뉘어져있고서로를소외시키며싸우는현실을더크고보다근원적인보편성으로함께묶어내고자하는열정과이해,감수성을말합니다.이신은‘한국그리스도의교회’와인간의‘신뢰성’(信)이라는큰보편성을가지고지금까지교파와이데올로기와각종차별로서로나뉘어있는한국교회와사회를크게하나되게하고자했습니다.
---「2부,『환상과저항의신학―李信의슐리얼리즘연구』출판을기념하며」중에서

이어지는본인이은선의글은좀더긴한국사상사적안목에서이신의사고를자리매김하고자했다.그리고그미래역할도단지기독교나교회,종교안에서의그것이아니라훨씬포괄적이고보편적인의미로인류문명사의관점에서오늘의‘인류세’(Anthropocene)의한계를넘을수있는한국적보고(寶庫)로살피고자했다.특히신유교전통에서의퇴계선생이나이후동학의최제우,한국적역(易)의창시자김일부의??정역??(正易)정신과연결지으면서그미래적역할을전망했다.한국적묵시문학가로서의이신의‘영(靈)의신학’이담지하고있는인간의식과인식에대한근본적인물음들을유교와기독교의대화에서나온한국‘신학’(信學)과‘인학’(仁學)의관점에서언술하며그의문명정신사적자리를살핀것이다.
---「3부,이신서거40주기『李信의묵시의식과토착화의새차원』의출간에기하여」중에서

이신은일찍이시대에대한예민한묵시의식과그를넘어서고자하는간절함으로“슐리얼리즘의신학”이라는언어를가져왔습니다.그것을“영(靈)의신학”으로풀면서“새술에취하는”일에대해서말했습니다.그리고그일은누구에게나열려있어서“누구나시인이될수있고누구나신학자가될수있다”고했습니다.그렇게온갖갈등과분쟁,분당을넘어새로운환상의세계가가능하도록새로운술에취하는일이과연무엇인지의물음을가지고열한명의저자가씨름한결과가??이신의묵시의식과토착화의새차원??입니다.
---「3부,이신서거40주기추모예배및출판기념」중에서

이렇게신학(信學)의일은한마디로,17세기조선정하곡의언어를다시가져오면,(인간적인)‘언어에머무는일’,즉“존언”(存言)의일로표현할수있겠다.그것은사유와판단,상상의일을계속하면서새로운세상을창조해가는창조자의삶을말하고,세상과더불어책임의삶을살겠다는용기와자기절제와겸허,자기희생의삶을포괄하는것이겠다.그가운데참된기쁨과희락이있다는것,희망이있다는것,그것을각자삶의열매로보여주는것이야말로우리시대와사회와미래를위한신뢰의그루터기로거듭나는일이라고생각한다.오늘아직충분히그일을이루지못했다하더라도다시그일을새롭게‘시작하는힘’이있다는것,성어거스틴의“인간은다시시작하기위해서창조되었다”라는말의참뜻일것이다.히브리성경창세기의“태초에말씀으로세상을창조하셨다”라는것에대한믿음일것이다.
---「3부,한국유학과信學그리고이신의영의신학」중에서

한강이태어나서두시간만에죽은언니를자신의몸으로대신하고싶었던것처럼,어쩌면저도그와유사하게그랬는지도모르겠습니다.제가초등학교2학년때중학교3학년의나이로떠나간언니에게제몸을빌려주고싶었는지도모르고,1960년대온갖고통에찬시간을보내고그렇게기다리고기다리던아버지가귀국해서10여년만에돌아가시자그에게제목소리를빌려드리고싶었는지도모르겠습니다.우리에게‘信’이라는언어를남기고가신그는1927년생으로우리의20세기를온몸으로큰바람과회오리로겪으면서자신의그믿음을깊은영(靈)의신학으로,슐리얼리스트그림으로,소박하지만진한감동을주는시로남기고가셨습니다.그런그로부터나온저희의오늘시간이과거가현재를도운것이고,죽은사람이산사람을구원한일이아닌가생각합니다.한강은자신수상기념의마지막말로“어쩌면내모든질문의가장깊은겹은언제나사랑을향하고있었던것아닐까?그것이내삶의가장오래고근원적인배음이었던것은아닐까?”라고토로합니다.
---「3부,믿음의새길을찾아서」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