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ription
페미니스트적 · 포스트식민주의적 정체성
- 정(情)을 향하여
- 정(情)을 향하여
미국에서의 사춘기 경험은 삶의 관점과 존재 방식을 형성하는 것에 영향을 주었고, 꼬리표처럼 끝내 해소되지 않은 채 따라다니는 질문들로 남았다. 이 질문들 가운데 가장 많은 부분은 개인·집단적 트라우마, 구조적 배제의 관행 그리고 묵인하는 폭력의 형태들이었다. 사람들은 흔히 이것을 현실에서 분리하여 추상화하고 합리화하려 한다. 그러나 다양한 형태의 트라우마는 결코 단일 사건에 머무르지 않고, 훨씬 더 복잡하며 분산되어 있고, 은폐되거나 일상에 스며들곤 한다. 『정(情), 십자가의 심장』(Heart of the Cross)은 역사·개인·집단적 폭력의 양상들과 씨름하던 분투였다. 이는 고통이 발생하는 과정에서 인간의 행위성을 과소평가했던 십자가 신학과 얽혀있다.
민중신학은 이미 ‘한’에 대해 광범위하게 탐구해 왔다. 사회학자 한완상은 한을 “불의로 고통받는 것에 대한 해결되지 않은 분노이며, 자신이 완전히 버려졌다는 압도적 느낌으로 인한 무력감이며, 내장과 창자에서 극심한 고통과 슬픔을 느끼는 것”이라 설명했다. 그러나 이에 비하면 ‘정’은 깊이 있게 연구되지 않았다. 정은 그 다양하고 변화하는 차원의 깊이를 놓치지 않고는 간결하게 정의할 수 없다. 최유진은 정을 “구원하는 관계성 안에 구현되는 힘”이라고 주장한다. 정은 우리를 삶으로 이끌어주는 힘이 되기 때문이다. 한과 정은 아직 신학적으로 정의되지 않았다. 이 책은 정이라는 개념의 미묘하지만 필연적으로 모호한 윤곽을 탐구하고 상상하며, 표현하도록 초대한다.
저자에게 가장 중요한 질문은 “억압받는 사람들이 (강요로 이루어진 것이 아닌) 자발적인 용서와 화해 없이 자신을 훼손하지 않고 살 수 있는가?”, “해방과 투쟁의 선봉에 서서 남을 미워하는 것으로 자신의 구원을 이룰 수 있는가?”이다. 정의를 위해 적에 대항해 투쟁을 지속한 사람은 어느 순간부터 메마르고 지쳐 있는 자신을 발견한다. 니체의 표현에 따르면 우리는 “괴물과 싸우기 위해 괴물이 되어 버릴 수 있는 위험”을 인지해야 할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정은 수동적이거나 주체성을 상실하는 행위가 아닌 능동적이고 주체성을 찾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1장에서는 장소의 정치를 통해 정체성 정치(identity politics)와 반본질주의의 문제를 둘러싼 현재의 논의를 분석하는 것으로 시작하여 정과 한에 대한 소개로 마무리된다. 2장에서는 이재훈의 심리학적 분석을 바탕으로 한을 고찰하고, 포스트식민주의적 내용을 담은 두 편의 영화 〈공동경비구역〉, 〈사이구〉(Sa-I-Gu)의 분석을 통한 한국인의 삶에 스며있는 정의 여러 차원을 탐구한다. 3장에서는 포스트식민주의 개념을 신학적 구성을 위해 부각시키고, 그 이론을 한국계 미국인의 시각으로 읽어낸 해석을 고찰한다. 이 장은 정이라는 관계적 개념이 차이를 오히려 장려하고 귀하게 여긴다는 논지를 통해, 차이를 지워야 한다는 전통적 이해를 어떻게 재구성할 수 있을지 제안한다. 4장에서는 페미니스트 신학적 관점에서 한, 정, 아브젝트, 사랑의 개념으로 위르겐 몰트만의 그리스도론과 대화한다. 몰트만과 비판적 대화를 펼쳐 그의 해방적 정치 신학에 여전히 남아 있는 가부장적 흔적을 문제 삼는다. 5장에서는 페미니스트 비평에 비춰, 그리고 줄리아 크리스테바를 논의에 끌어들임으로써 추가된 심리적 차원으로 전통적 그리스도론을 계속해 분석한다. 결론에 가서는 과거에 십자가가 전통적으로 해석되어 온 억압적 방식을 염두에 두면서 십자가의 능력에 대해 말할 수 있는지 다양한 방법을 묻고 탐색한다.
그간 포스트식민주의 연구와 페미니스트 신학적 성찰을 통합한 한인들의 연구는 아직 찾아보기 힘들었다. 이 책은 한국계 미국인 포스트식민주의 페미니스트 신학 자체가 아닌, 이제 막 등장했거나 아직 표현되지 않은 많은 목소리 중 하나에 불과하다. 저자는 이 책의 성찰이 신학적 대화의 지평을 넓히는 데 기여를 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또한 이번 한국어 번역이 신학적 성찰을 탈식민화하고, 두려움 없이 더 정의로운 삶과 공존의 방식을 희망하는 신학으로 나아가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이 책을 옮긴 최유진은 한국 독자에게 이 글이 한국 신학의 좋은 자원인 ‘정’을 세계 신학계에 소개할 수 있는 좋은 참고도서가 될 것이라 믿는다. 또한 포스트식민주의와 포스트구조주의의 개념들을 신학에 전유한 구체적인 예를 소개받을 수 있을 것이라 한다.
민중신학은 이미 ‘한’에 대해 광범위하게 탐구해 왔다. 사회학자 한완상은 한을 “불의로 고통받는 것에 대한 해결되지 않은 분노이며, 자신이 완전히 버려졌다는 압도적 느낌으로 인한 무력감이며, 내장과 창자에서 극심한 고통과 슬픔을 느끼는 것”이라 설명했다. 그러나 이에 비하면 ‘정’은 깊이 있게 연구되지 않았다. 정은 그 다양하고 변화하는 차원의 깊이를 놓치지 않고는 간결하게 정의할 수 없다. 최유진은 정을 “구원하는 관계성 안에 구현되는 힘”이라고 주장한다. 정은 우리를 삶으로 이끌어주는 힘이 되기 때문이다. 한과 정은 아직 신학적으로 정의되지 않았다. 이 책은 정이라는 개념의 미묘하지만 필연적으로 모호한 윤곽을 탐구하고 상상하며, 표현하도록 초대한다.
저자에게 가장 중요한 질문은 “억압받는 사람들이 (강요로 이루어진 것이 아닌) 자발적인 용서와 화해 없이 자신을 훼손하지 않고 살 수 있는가?”, “해방과 투쟁의 선봉에 서서 남을 미워하는 것으로 자신의 구원을 이룰 수 있는가?”이다. 정의를 위해 적에 대항해 투쟁을 지속한 사람은 어느 순간부터 메마르고 지쳐 있는 자신을 발견한다. 니체의 표현에 따르면 우리는 “괴물과 싸우기 위해 괴물이 되어 버릴 수 있는 위험”을 인지해야 할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정은 수동적이거나 주체성을 상실하는 행위가 아닌 능동적이고 주체성을 찾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1장에서는 장소의 정치를 통해 정체성 정치(identity politics)와 반본질주의의 문제를 둘러싼 현재의 논의를 분석하는 것으로 시작하여 정과 한에 대한 소개로 마무리된다. 2장에서는 이재훈의 심리학적 분석을 바탕으로 한을 고찰하고, 포스트식민주의적 내용을 담은 두 편의 영화 〈공동경비구역〉, 〈사이구〉(Sa-I-Gu)의 분석을 통한 한국인의 삶에 스며있는 정의 여러 차원을 탐구한다. 3장에서는 포스트식민주의 개념을 신학적 구성을 위해 부각시키고, 그 이론을 한국계 미국인의 시각으로 읽어낸 해석을 고찰한다. 이 장은 정이라는 관계적 개념이 차이를 오히려 장려하고 귀하게 여긴다는 논지를 통해, 차이를 지워야 한다는 전통적 이해를 어떻게 재구성할 수 있을지 제안한다. 4장에서는 페미니스트 신학적 관점에서 한, 정, 아브젝트, 사랑의 개념으로 위르겐 몰트만의 그리스도론과 대화한다. 몰트만과 비판적 대화를 펼쳐 그의 해방적 정치 신학에 여전히 남아 있는 가부장적 흔적을 문제 삼는다. 5장에서는 페미니스트 비평에 비춰, 그리고 줄리아 크리스테바를 논의에 끌어들임으로써 추가된 심리적 차원으로 전통적 그리스도론을 계속해 분석한다. 결론에 가서는 과거에 십자가가 전통적으로 해석되어 온 억압적 방식을 염두에 두면서 십자가의 능력에 대해 말할 수 있는지 다양한 방법을 묻고 탐색한다.
그간 포스트식민주의 연구와 페미니스트 신학적 성찰을 통합한 한인들의 연구는 아직 찾아보기 힘들었다. 이 책은 한국계 미국인 포스트식민주의 페미니스트 신학 자체가 아닌, 이제 막 등장했거나 아직 표현되지 않은 많은 목소리 중 하나에 불과하다. 저자는 이 책의 성찰이 신학적 대화의 지평을 넓히는 데 기여를 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또한 이번 한국어 번역이 신학적 성찰을 탈식민화하고, 두려움 없이 더 정의로운 삶과 공존의 방식을 희망하는 신학으로 나아가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이 책을 옮긴 최유진은 한국 독자에게 이 글이 한국 신학의 좋은 자원인 ‘정’을 세계 신학계에 소개할 수 있는 좋은 참고도서가 될 것이라 믿는다. 또한 포스트식민주의와 포스트구조주의의 개념들을 신학에 전유한 구체적인 예를 소개받을 수 있을 것이라 한다.
정, 십자가의 심장 (포스트식민주의 그리스도론)
$17.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