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없이 이어지는 길(리커버 판) (김영곤 산문집)

끝없이 이어지는 길(리커버 판) (김영곤 산문집)

$17.00
Description
끝없이 이어지는 그 길 끝에는 무엇이 있을까
한국의 해방 전후 세대가 모두 그러했듯이 저자도 어린 시절을 힘들게 보냈다. 게다가 저자는 불과 열세 살에 어머니를 여의고, 또 중풍으로 쓰러지신 아버지가 끝내 돌아가시자 어린 동생들을 건사하며 살았다. 이제 저자는 캐나다 워털루대학에서 한국어를 가르치는 교수로서 캐나다인들에게 한국 문화를 소개하면서 살아가고 있다.
그의 글은 마치 수채화를 그리듯 섬세하고 담담하여, 이야기 속에 나오는 장면 장면이 눈앞에 보이는 듯한 착각을 일으키게 한다(오강남 교수의 추천의 글).
우리는 어린 시절, 또 젊은 날의 일들을 결코 잊을 수가 없다. 아니 오히려 아프고, 슬프고, 힘들었던 그 시절의 기억이 더욱 새록새록 떠오르며 회한에 잠기게 된다. 한편으론, 현재의 나를 만들어 준 그날과 그 시절을 되돌아보며 자신을 확인하기도 한다.
끝없이 이어지는 길이란 고향을 그리는 향수를 이른다. 그 끝에 고향이 있을 것이라는 생각, 상상, 기대 때문이다. 누구나 꿈꾸는, 그러나 갈 수 없는 곳이기에 향수는 시름이기도 하다.
저자

김영곤

저자:김영곤
캐나다워털루대학교한국학교수.한국에서서울대학교사범대학국어교육학과를졸업하고,캐나다토론토대학교에서언어교육학박사학위를받았다.토론토대학교에서20여년한국어문학을강의했으며,워털루대학교에서한국학과정을설립하고현재까지한국학주임교수직과워털루세종학당장으로재직하고있다.지은이의수필중“일레인이야기”와“개구쟁이의추억”은한국의국정및검인정교과서에수록되었다.

목차

머리말

모든떠남에대하여

여행떠나기
별을보여줍니다
바다와호수
그해여름
가을보내기
아름다운것은때가있다
모든떠남에대하여

귀향기

스무살고개
서른살고개
귀향기(歸鄕記)
그래도봄은온다
봄을맞이하며
코스모스가있는풍경
개러지세일
자전거를타면서

일레인이야기

일레인이야기
이발사프랭크
베티와벤
사라진래리
길거리의이웃들
어느젊은과학자
테리의추억

고향을돌아보라

고향을돌아보라
산(山)아,푸른산아
감을앞에놓고
한길옆우리집
친절의파장(波長)
장애인에대한배려
어머니의초상화
안동역에서
보초와‘동백아가씨’

흐르는시간에대하여

새밀레니엄을맞이하며
나이를먹는다는것
‘산자’와‘죽은자’
흐르는시간에대하여
과거로가는여정
금아(琴兒)피천득선생님
난정(蘭丁)어효선선생
스티븐호킹을생각하며
유진오켈리

방랑자의길

어머니와의이별
아버지의빈자리
개구쟁이의추억
소년시절친구
아카시아와교도소
한글날과결혼식
선생님의눈물
두아들
방랑자의길

출판사 서평

책속에서

어머니는그날밤에뇌일혈(腦溢血)로쓰러져서다음날새벽에돌아가셨다.지금생각해보면그당시어떻게그런생각이났는지모르지만,좌우간나는그경황이없던가운데시장길의스냅사진사를찾아갔다.이젠이세상에서다시볼수없게된어머니의가장생생한모습이그사진속에담겨있다고생각한것이다.
복잡한시장거리에서어렵게찾은사진사에게전날우리어머니와나를찍었던사진을찾고싶다고했더니사진사는찍은직후에말하지않았다면이제와그많은필름속에서그‘스냅사진’을찾을수없다고했다.지금같았으면그날찍은모든사진을다사겠다고나섰겠지만어린소견에그런생각까지는하지못했다.
나는‘아아,어머니의모습은이젠어디에서도볼수없게되었구나’하며햇빛이눈부시게쏟아지던거리를눈물을흘리며돌아왔다.
돌아가실때의우리어머니는마흔아홉살이었다.옛말에부모의죽음을‘천붕’(天崩)이라표현했다.하늘이무너진다는말이다.나에겐문자그대로하늘의한모퉁이가무너져내린느낌이었다.나는정말어머니의죽음을믿을수도,받아들일수도없었다.
…어머니는온화한성격에항상조용조용히말씀하시는분이었다.나는어머니가큰소리내시는것을한번도본적이없다.끊임없이격려해주시고감싸주시던어머니였다.집에들어오면서“어머니”하고부르면언제나푸근한웃음으로꼭안아주셨기때문에나는지금도어머니의체취를기억한다.
방랑자의길_〈어머니와의이별〉중에서

우리가창문을열고밤하늘을통해바라보는별이든,천체망원경을통해바라보는별이든,아직도그것은감각의세계의것은아닐지모른다.더구나우리눈에보이는별중에는이미오랜옛날에반짝이다가타없어져버리고그형상의빛이아득한먼길을타고와서지금에야우리눈에포착되는경우도많다니실제로존재하는것이아니고환상이라고할수도있다.그렇다면밤하늘의별을내눈으로확인하려는우리의호기심도무의미한지도모른다.그러나별을바라본다는것은어떤의미에서모처럼우리가생존하는상황을생각해보는기회를갖는다는것이기도하다.아득한곳에서빛을발하고있는별을바라볼때어느누구도거대한우주공간속에서섬광처럼존재했다사라지는우리삶의의미를되새겨보지않을수없다.
모든떠남에대하여_〈별을보여줍니다〉중에서

젊은시절에는경치좋은곳에가서도우선‘인증사진’부터찍으려하고,특별한사건이나사람들과의의미있는만남이있을때도사진으로기억해놓으려는것이보통사람들의마음이다.그러곤생각이날때마다그사진들이정리된앨범을뒤적여보며흐뭇해하는것이다.하지만중년을지나면서언제부턴지도모르게사진을찍는열정도사라질뿐더러앨범을들춰보는기회도드물어지게된다.그러나책장한구석에놓여있는앨범에어쩌다눈길이갈때면그앨범속에한창시절의삶의족적이‘기록’으로남아있다는사실만으로위안이되는것이다.
귀향기_〈개러지세일〉중에서

우리의삶에서가장소중한것은언제나문제의핵심을놓치지않는것이다.그리고우리의소박한호기심과자연스러운의문을억누르지않고솔직하게표현하는것이다.우리가단순한질문이나가까스로얻은조그만단서를정직하고겸허하게표현하지않고,번다한말로치장하거나핵심을이야기하지않고변죽만울리다가더큰혼란과미궁에빠지게되는것은아닌가한다.
일레인이야기_〈어느젊은과학자〉중에서

캐나다땅으로생활의무대를옮겨자연과문화가다른낯선환경에서한국을떠나기전에는미처상상하지못했던여러가지일을겪으면서몇년을정신없이지냈다.좀막연하긴했지만사실은기한을작정하고시작한외국생활이었다.그러다가어느날,이렇게흘러가다간고향에는영영다시돌아가지못하게될지도모른다는불안감이갑자기들었던것이다.《그대고향에다시가지못하리》란책에대해문의한것도그무렵이었던것같다.
고향을돌아보라_〈고향을돌아보라〉중에서

어렸을때는어른의세상은철없는어린아이들의세계와는판이한형상을지니고있으리라믿었다.그러나나이를먹으면서그리고이세상을살아갈수록어른들의세계도어린아이들세계와그리멀지않다는것을깨닫게되었다.평범한우리의일상생활뿐만아니라보기에따라선대단히심오한영역도그근본에서는어린아이들이생각하는틀에서그렇게벗어나지않는다는생각을자주하게된다.
흐르는시간에대하여_〈나이를먹는다는것〉중에서

두아들이대학을졸업하고멀리집을떠나이웃나라에가서산지도꽤오래되었다.큰아들은평생직업이학생인것처럼북미여러대학을전전하더니지금도책만들여다보며살고있고,둘째는신문기자로사회생활을시작하더니직업을여러번바꾸며살고있다.사람들은각자자기기질에따라서다른방식으로살아가기마련인모양이다.
방랑자의길_〈두아들〉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