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을 짓다 : 서정민 에세이 화집

그림을 짓다 : 서정민 에세이 화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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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아시아 종교 문화와 역사를 연구하는 저자 서정민은 도쿄 메이지가쿠인대학 교수이다. 그는 코로나 19 팬데믹으로 대학 강의도 온라인으로 하던 시기에 중학교 때부터 해보고 싶었던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불과 3여 년 전의 일이다.
그리기 전의 동기나 그림을 그리면서 든 생각 또 그림을 그리고 나서의 이런저런 상념들을 그림 옆에 나란히 붙여 에세이 화집이라고 했다. 그래서 책을 펼치면 왼편에 글이 있고 오른편에는 그림이 있다.
그림의 소재는 어린시절 할머니, 어머니에 대한 기억부터 가족 이야기, 여행 이야기, 일본의 문화나 역사에 관한 이야기 그리고 집에서 일상을 지내며 생각한 것들이 있다.
학자로서의 면모가 아닌 한 개인으로서 삶과 정체성을 엿볼 수 있는 에세이이자 화보집이다.
저자

서정민

메이지가쿠인대학교교수

목차

머리글

1장_기억,봄날같았던시절과사람들의향수(鄕愁)

한옥앞뜰홍매화·고향의봄·할머니장독대·화담숲솟대,외할머니회상하나·한옥중문뜰안·어머니·두형제,가을나들이·녹슨기관차·세월이가면·녹슨종·1955년명동풍경·만포면옥냉면한그릇·서울남산·프리지어화병·연세대학교의봄·언더우드타이프라이터·눈내린다음날·가을깊은한옥뜨락-유동식선생님떠나신가을에·왕릉의하얀매화-서광선선생떠난후·선생님,천국은이런곳인가요-지명관선생님가시는길에부치는그림·이맘때화단가난초,생일을축하해준모든친구에게바침·연날리기·5월의창5월의문·안동하회마을·딸들의어린시절여름휴가·숲속의두공주·카네이션화분·두손주이야기·꽃보다손주

2장_일상,내삶의주변을그리다

봄날창가·호박골다리너머포방터산위의우리집·가을비·도쿄집루프테라스·담장밖의가을·꽃밭에서·햇살·들판에부는바람·난을치다·화분두개놓다·밝은창가까이둔녹색화분·달빛소나타·화분하나·난·의자위의흰꽃화분·능소화·난화분·겨울바다소나무·가을정원·구석자리화병·2021년10월18일아침연구실창밖·한옥창가에·뒷문앞에서·우리집뜨락은행나무·지금쯤그절의은행나무엔·푸른화병·따뜻한오두막·밤의화병·5월난초·꽃·컵에꽃·창밖에는눈오고요·초원의빛,꽃의영광·눈밭에서

3장_일본,상념과풍경들

꽃그대,거기피었는가·오키나와에가고싶다·이시가키지마의추억·교토의노면전차·시코쿠가는길,세도하시·오미하치만의봄·도쿄핫포엔의밤벚꽃·파란봄·교토료안지석정의봄·도쿄의뒷골목·북해도푸른연못·눈의도시·사찰의겨울·일본교·눈속의꽃·메이지가쿠인대학크리스마스트리·도쿄우에노국립서양미술관·카마쿠라해안부근의하나비·교토난젠지수로각·교토도지오층탑·문안에서보는교토의어느여름정원·꽃길·여름한가운데에서-붓을전혀쓰지않은그림

4장_여행,그냄새,그향기

태안천리포수목원연못·성소피아성당과군함·로스앤젤레스폴게티미술관·몽셀미셀수도원·머물러선배들·타이완야시장·캐나다밴쿠버스탠리파크·일본삼경중아마노하시다테·시카고보타닉가든·문경새재·가을강변캠핑·제주돌담길과자전거·겨울강·비내리는상해대한민국임시정부청사·초여름바다의꿈·제주도의봄추억

5장_생각,그림속에담긴나의이야기

별이빛나는밤에·붉은꽃화분·한옥뒤뜰·흐린날난초·석양의해바라기·엔틱의자위의화병·난초·문갑위의화병·옛독립문·담장밖·우리의미래상·가을밤의비·의자·국립중앙박물관뜰·한옥대문·사람들흩어진후에,초승달·경복궁경회루·한가위보름달·그는왜석양에홀로날고있을까·가을바람·나는그대를다시또부르는가,꽃·첫눈·초가집마당·한옥대문앞에서·별헤는밤·겨울바람,겨울나무·꿈속의불국사·마음을다시흰꽃으로·그옛경인선철도·문밖에서·창밖의늦가을·겨울도시고독·겨울꽃,겨울새·청산에살어리랏다·문과창·세친구,달과나와내그림자-이백의시한편·매화를기다리며·한옥마루매화화병·꽃그리기연습은계속·일몰

에필로그

출판사 서평

책속에서

그림을글처럼짓고,글은그림그리듯쓴다

2022년서울에1년체재하면서는늘쓰던에세이와계속연습중인그림을더욱적극적으로연결시켰다.그림을그리고난후,그림을그리며든생각,그림을그리는마음,오랜기억,회상,사고의일부를짧은글로써서붙였다.이책은그림은쓰고문장은그린다는기분으로만들었다.역설적일지는모르지만나는아직자신있게그림을그린다고는말하지못할듯하다.그러나그림을그리기전,혹은그린그림을보면서,글을써서덧붙일때는오히려문장을그림그리듯쓰곤했다.그래서이에세이화집은그중간의이미지,즉그림을짓는다는어설프면서도진솔한느낌을제목으로삼았다.
---「머리말」중에서

봄이와도봄은오지않는다.봄은활력이나활력은보이지않는다.연이어봄꽃,그중에서도매화와동백을거듭그린다.지조와소신과절개와당당한기개가모두사라져가는시대의아픔을처연한마음으로바라본다.한옥앞뜰에변함없이절개와기개로피어난붉은매화가조금이라도마음의위안,새로운다짐이되었으면한다.
---「1장_기억,봄날같았던시절과사람들의향수(鄕愁)」중에서

초겨울,햇살이부시다.그런데어느덧봄날을꿈꾼다.사람이이렇게조급하고변덕스럽다.보내는가을을아쉬워한적이언제인가.더구나오는겨울에설레며눈발날리는겨울풍경을기다리며그림도그렸다.아직겨울은다오지않았다.특히나는시간과계절에늘앞서가는성정이다.공간을이동해다니기도즐기지만,그보다시간을전후로가로지르는것을즐긴다.겨울이미처다오기도전에봄을꿈꾼다.고즈넉한봄날의창을이번엔마당에서서바라본다.그렇게한가롭고고요하며평화로울수가없다.봄날이다시올때햇살가득빛나기를.봄햇살따사로울때,바람이부드러울때모두에게평화가득하기를미리꿈꾼다.
---「2장_일상,내삶의주변을그리다」중에서

봄볕이화려하다.이제일본의벚꽃은만개이다.꽃은참신비롭다.밝은마음으로보면그빛이더빛나고,어두운마음으로보면그빛이더진하다.우리마음을제일잘받아들이는물상이다.오늘꽃은밝지도어둡지도않은심상함으로본다.무심하게너거기피었는가하고,단꽃을한묶음의군락으로바라보지않고힘겹게피어오른꽃가지를유심히가까이본다.순간아름다움에다다라힘껏피어나기위해혼신을다해목숨을건,그미의정점에숨이딱멈추며무뚝뚝하고시무룩하던마음에눈물이어린다.눈물눈으로보는꽃은오늘그림처럼흐릿한형상이다.배경도흐리고,정작초점을맞춘꽃마저형이뚜렷하지않다.정녕마음으로보는꽃이다.이봄에도어김없이꽃이여그대,거기그렇게피었는가.물감을10분의1도쓰지않았다.젯소,연분홍,검정과황토색,모두아주조금쓰는둥마는둥했다.캔버스위의서양화풍이분명한데,도화지위의흐린수채화,아니면화선지위의엷은채색의동양화같다.그린그림을다시심상하게무뚝뚝하고시무룩한마음으로바라본다.
---「3장_일본,상념과풍경들」중에서

떠나가는배도있다,막포구에돌아온배도있다,오랜시간일렁이며그곳에머물러선배도있다.나는배뿐만아니라움직이는모든것이때로는머물러,서있는모습에더마음이갈때가있다.특히배는힘차게닻을올리고돛을돋우어나아가는배보다,머물러정박해서있는배에늘정서가실린다.그래서어쩌면그림으로도포구에,항구에정박해있는배들을자주그렸다.요트가옹기종기모여있는풍경은나에게가장이국적이며낭만적인풍광의하나이다.이곳저곳여행중에요트가늘어서일렁이는풍경을자주보았다.특히미국여행에서는늘만나는모습이다.그러나내기억에가장인상적으로남아있는모습은캐나다밴쿠버의스탠리파크이다.푸른하늘,더푸른바다,흰구름,흰요트가펼쳐진잔잔한추억이다.머물러일렁이는배는평화이며쉼이며,고요의상징처럼마음의평온을부른다.오늘그림은형태는전혀그리지않았다.느낌과색감만으로그린다.붓에물감을묻혀그냥툭툭찍는다.마음속에만머물러선요트를그린다고생각할뿐이다,마음이더푸르고평화롭길바라면서.
---「4장_여행,그냄새,그향기」중에서

낮이면밤을생각하고,밤에찬란한아침을떠올리자.화창한봄날에지난겨울을돌아보고,겨울이면빛나는봄을꿈꾸자.새해벽두에는유서를쓰고,한해가저물때연서를쓰자.비바람거칠때잔잔한초원의꽃길을바라보고,바람이부드럽고푸르른날에눈보라몰아치는들판을상상하자.내나름지금까지평생을살면서거듭되뇌어온역설적마음의형언이다.오늘따뜻한봄날밝은햇살아래마음을되돌아지난겨울밤을회상한다.겨울나무,진보랏빛하늘,은가루를뿌린하늘가.결과적으로그림이어둡다.그림은마음의표상이며,색감은정서의채도그대로이다.그래도빛나며쏟아지는별빛이희망이다.
---「5장_생각,그림속에담긴나의이야기」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