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군 위안부, 또 하나의 목소리 (배춘희 말하고 박유하 정리하다 | 반양장)

일본군 위안부, 또 하나의 목소리 (배춘희 말하고 박유하 정리하다 | 반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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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위안부 핑계대고 (운동을) 잡고 있는 기라.”
“이기 말이 안 되는데 싶으만, 난 말 안 한다고.”
-‘나눔의 집’에서도 고독했던, “적은 100만, 우리 편은 나 한 명”이라 침묵할 수밖에 없었던
배춘희 할머니의 목소리, 작고 6년 후에야 세상에 나오다!

“딴 말 할 건 없고… 밖에서 누가 듣는다.” 2014년 3월 28일 오후 5시 지나서, 배춘희 할머니가 전화 통화 중에 한 말이다. 상대는 『제국의 위안부』 저자 박유하 교수.
박 교수는 그 책을 낸 뒤에 일본의 사죄/보상에 대한 위안부 할머니들의 생각을 직접 들어보기 위해 할머니들을 만났다. 그러나 ‘나눔의 집’과 정대협의 ‘가드’는 탄탄해서, 경계 대상이 된 박 교수는 할머니들과 쉽게 만날 수 없었다. 하지만 첫 만남에서 박 교수에게 자기 생각을 있는 그대로 말할 수 없는 상황을 “적은 100만, 이쪽은 한 사람”이라는 말로 토로했던 배 할머니는 이후 자주 전화를 걸어왔고, 박 교수는 그 첫 만남을 녹화할 때와 마찬가지로 할머니의 허락을 받고 통화를 녹음했다. 이 책은 배춘희 할머니가 세상을 떠난 지 6년이나 지나서 세상에 나오는 그 대화의 기록이다. 그 무렵 만났던 다른 세 분 할머니의 생각도 함께 담은, 양쪽 다 우리가 일찍이 듣지 못했던 이야기들이 담긴.
저자

배춘희

1923년3월12일경북성주에서태어났다.부모를일찍여의고할머니손에자랐다.연로한할머니의부담이되지않으려고만19세때인1942년대구의직업소개소를찾았다.이후해방될때까지만주하얼빈과동안(東安)등지에서위안부생활을했다.해방이후에도중국에남아있다가한국전쟁이일어나자일본으로건너갔고,그뒤로30년가까이일본에서지냈다.엔카가수였다는이야기도있으나확실치않다.1979년에귀국해경북왜관에서살다가,93년에일본군위안부였음을신고했다.97년에‘나눔의집’에입소했다.
별명이예술가였을만큼노래도잘하고그림솜씨도뛰어났다.캔버스외에‘나눔의집’돌멩이에그린그림도남아있는데,미술지도교사가그돌멩이를모아벽화를만들자는제안을했으나응하지않았다.다른할머니들에게“총명한”사람으로인식되기도했다.결혼하지않았으나아이들과동물을좋아했다.재산을전부절이나승가대학에기부하고2014년6월8일에작고했다.위패는해인사에모셔져있다.

목차

프롤로그|‘목소리’에응답하기

01.배춘희할머니와의대화

2013년12월18일오후6시19분
사진/운명/귀국/침묵/일본?가치관/보상금/하고싶은일/기부금/고독/능력/지원단체

2014년1월4일오후6시52분
김복동할머니/이용수할머니

2014년2월1일오후3시18분
옛날생각/일본인친구/방/미국/일본군위안부/여파/지원단체

2014년2월11일오전11시22분
증언/관리/목소리/폭력의기억/아시아여성기금/두려움

2014년3월6일오후2시4분
병/추위

2014년3월7일오후4시30분
호소/눈치

2014년3월8일오후7시29분
소동/비밀/탄식

2014년3월11일오후5시12분
불만

2014년3월11일오후6시36분
유언

2014년3월13일오전9시19분
고민/통곡

2014년3월19일오후7시7분
간호사/안소장/병원

2014년3월24일오전10시4분
검사/나눔의집/수면제

2014년3월28일오후5시
남기고싶은말

2014년4월13일
자기증명

2014년4월16일오후6시42분
보호자

2014년4월23일
의구심/배상/불신

2014년5월3일오전10시31분
분노

2014년5월3일오후2시35분
장사/비난/방치/꿈

2014년5월7일오전8시49분
이동전야/기부

2014년5월16일오전8시24분
발각

2014년5월18일오전9시43분
체념

02.또다른목소리:사죄?보상?기억

A님
2013년가을

B님
2013년초겨울

C님
2014년4월10일
2014년4월25일
2014년4월27일

에필로그|“서발턴은말할수있는가”

출판사 서평

위안부,지원단체,그리고배춘희할머니의‘또하나의목소리’
2020년5월,가장활발하게활동해왔던이용수할머니가‘정대협’(정의기억연대)과윤미향의원(전이사장)을비판하는기자회견을열고,‘나눔의집’에서일해왔던이들의내부고발이터져나왔다.당초의엄청난충격이후석달여가지난시점에서본격적인조사와우리사회의대응이어떻게진척될지아직은알수없지만,그무렵,할머니들이지원단체를어떤식으로비판했는지가명료하게담긴이기록을6년동안공개하지않았던박교수가고민끝에이책을엮을수밖에없게만든또다른기사가나온다.
「故배춘희할머니‘마음상하셔병원간날’전재산나눔의집기부?」(『한국일보』5월23일자)“나눔의집내부고발직원들에따르면배할머니의기부약정서는2014년4월10일작성됐다.이약정서는전재산을나눔의집에기부하겠다는사실상의유언장이다.(…)담당간호사가작성한간호일지에는기부약정서가작성된4월10일에‘OO님때문에마음이상하셔서병원에가보신다고하여목욕하시고근처OO요양병원에입원하심’이라고적혀있다.직원들은이날119구급차를불러배할머니가입원한것을기억하고있다.”
배춘희할머니는2014년6월8일세상을떠났고,박교수는1주일후위안부할머니들아홉분의이름으로‘허위사실적시에의한명예훼손’혐의로‘출판금지등가처분신청,민·형사고소’를당했다.
이책의대화를읽다보면자연스럽게알게된다.
첫째,2020년5월이후공론화된‘지원단체’의문제들이다.
이미알려진‘돈’의유용뿐만아니라그렇게돈을모으기위해할머니들이동원된구체적인정황,할머니들의건강유지에가장중요한식사와돌봄,진료가필요한만큼충분히이루어지지않았을뿐아니라반대로자신이지원단체에의해죽음으로내몰리고있다고당사자가생각할만큼불신의대상이되어있었던정황,할머니들이외부로부터철저하게차단/관리되고‘다수’할머니들의생각이반영되지않은채로운동이전개되어왔던정황,당사자들이지원단체에대해반발/비판하면서도목소리를낼수없었던정황등이그것이다.위안부할머니‘당사자’-‘피해자’를보살피고대변하는역할을자임했고우리사회가위임해온‘대변자’-지원단체문제에대해다시제대로생각할수있는또하나의자료가되어줄수있을것이다.
그리고두번째로,위안부란성노예도매춘부도아니었고,‘어머니처럼’군인을보살피는존재였다고말하는,그래서소녀상에비판적인당사자도있었다는사실이다.‘운동’의내용과방향,그리고운동의방향을결정해온‘위안부에대한이해’에서배춘희할머니와이를테면이용수할머니의생각은꽤많이다르다.위안부‘피해자’는하나가아니다.위안부할머니들의목소리는하나가아니다.
그렇다면,이책은이제우리사회가당연시하고지지해온그‘운동’을근본적으로돌아볼시기가되었다는것을뼈아프게알려주는게아닐까.그리고여기서우리는다시마주한다,스피박의문제제기‘서발턴은말할수있는가’를.그런의미에서도이책은단순히그저반대나옹호대상이되는게아니라,즉운동과정치의틀에가두어지는것이아니라,듣는이한사람한사람이차분히마주하는‘또하나의목소리’가되어야한다.

『제국의위안부』‘사태’는정녕무엇이었던가
위안부문제해결운동의‘대의’와‘운동30년’이란그렇게또다른당사자의‘침묵’과병행되어온30년이기도했다.이모든문제의저변에는위안부에대한생각의차이가깔려있다.이책을읽으면,위안부할머니들의이름으로고발당한것으로여겨지고있는박유하교수와『제국의위안부』가왜,누구에게고소고발당했는지에대해서도짚어볼대목들이명료하게떠오른다.
출간당시여러언론매체가호의/중립적인서평을냈던책『제국의위안부-식민지지배와기억의투쟁』과저자가10개월이지나서고소고발당한이유는무엇일까.거기에박교수가위안부배춘희할머니와가까워졌고,할머니들의목소리를심포지엄을통해바깥으로내보냈으며,가장가까웠던바로그배할머니가작고해더이상목소리를낼수없게되었다는사정은어떤관계가있을까.박교수는‘나눔의집’에거주하고싶어하지않았던배춘희할머니의보호자가되려고했으나,할머니는병중임에도불구하고병원에서‘나눔의집’으로‘강제이동’당했고,더이상만날수가없었다.할머니작고후일주일만에박교수는‘나눔의집’에거주하는할머니들의이름으로고소고발당했는데,그중에의식이또렷한할머니는세분에불과했고,그렇게말한할머니조차눈이불편했다.‘나눔의집’에서는할머니들에게문제가되는부분들을“여러차례읽어드렸다”고했고,고문변호사와로스쿨학생들은320쪽책가운데109곳에‘명예훼손’이라고밑줄을그었다.
그리고이‘사태’의또한측면은최근에두드러지고있는,30년동안위안부문제해결운동의주축이었던‘정대협’을비롯한‘진보진영’,혹은민주화운동세력의어떤문제와도무관하지않을것이다.어쩌면배춘희할머니를통해우리는국가에저항하며민주화를이룬세력들의약자억압,‘다른’목소리에대한폭력적억압,그렇게표출된반민주적인행태가아무도모르는곳에서벌어져온현장을들여다볼수있을지도모른다.이책은,그렇게우리의현실을있는그대로직시하고그로부터배춘희할머니와만나는모든이가함께‘다시’,‘제대로’우리사회의향후를모색해나가는계기가되기를바라며정리한‘배춘희할머니와의대화’다.
(책표지의새두마리가앉아있는줄들은모스부호로‘위안부핑계대고(운동을)잡고있는기라’라는배할머니의말을담은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