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에 밑줄친 한국사 (라푼젤관나부인에서 스캔들메이커 유감동까지 시와 노래로 남은 연애사건28)

사랑에 밑줄친 한국사 (라푼젤관나부인에서 스캔들메이커 유감동까지 시와 노래로 남은 연애사건28)

$18.75
Description
그들은 시가 되고 노래가 되고
마침내 그 시대의 풍경이 된다-
유희춘과 송덕봉의 ‘부부의 세계’
?남사친 여사친의 러브레터, 삼의당 김씨와 하립
?인도 며느리와 페르시아 사위, 허황옥과 아비틴
?규방의 반란, 여항의 밀회-고려 여인들의 삶
?춘화와 음담의 서사
?살인을 부른 치정의 추억, 『흠흠신서』의 사건파일
저자

이영숙

숙명여자대학교중어중문과를졸업하고같은학교에서석사·박사학위를받았다.경기대,경희대,숙명여대,신한대에서강의했다.「목란木蘭형상形象의시대변천과문화수용연구」,「뮬란의정치학-「목란시편木蘭詩篇」에나타난문화개방및소수민족정책」,「몽골제국과목란의신화화神話化」등의논문을통해고전문학을대중문화와콘텐츠화의시선으로해석하고접목하는데집중해왔다.더많은이들이고전문학에쉽게접근하고즐길수있도록,특히동아시아의역사적흐름속에서‘사람’과‘사랑’이야기를현대적으로해석하고소개하겠다는목표를갖고있다.지은책으로는『황아!황아!내거처로오려무나:중국문학,사랑에빠지다』가있다.

목차

머리말

제1부가깝고도먼그대,‘부부별곡’
유희춘과송덕봉의‘부부의세계’
남사친여사친의러브레터,삼의당김씨와하립
조선에서부활한‘오르페우스신화’
부부유별과이혼의법칙

제2부시대와사랑,그찬란한불협화음
아스카로꽃핀백제의숨결,전지왕에서고야신립까지
서라벌은밤이좋아,「처용가」와도시남녀
고려여인에서이국의황후로,기황후
분방함에취해비틀거리다,「쌍화점」과「만전춘별사」
인도며느리와페르시아사위,허황옥과아비틴

제3부반하다,통하다
규방의반란,여항의밀회-고려여인들의삶
글로배우는‘사랑의기술’,고려의한시
국경과신분을넘은커플,안장왕과한씨여인
‘나리’말고‘오빠’라불러다오,황희와이이
이황과두향의러브픽션
열정과뮤즈의이름으로,정철과강아
희롱하다정분날라,물놀이와화전놀이

제4부도발이만발하여
춘화와음담의서사
네이웃의아내를탐하지말라,‘도미설화’
원효와의상의‘여인천축국전’
다름의미학,「한림별곡」과「공공상인」
욕망,금기를넘다-정중부의두딸
무의식에노닐다,조신의「꿈」과이규보의「꿈속의여인」

제5부죽음에이르는유혹
살인을부른치정의추억,『흠흠신서』의사건파일
내시와궁녀,그아픈발자국
봉빈과소쌍의나의‘아가씨’
고구려판‘천일의스캔들’,「황조가」에서관나부인까지
정절의나라의마녀사냥,유감동과어우동
신여성트로이카,나혜석·윤심덕·최승희

미주
참고문헌

출판사 서평

유배지에서도투덜이스머프가된이는누구일까?
“모처럼애써서보낸반찬(饌物)은마른것이외에는다상하여먹을길이없소.약식인절미가아깝소.……김치는소금을너무쳐서맛이변했지만그런대로먹을만하오.새우젓도조금쉬었으나조기젓과고추장볶음은또괜찮으니이상하구려.민어와육포(散脯)도괜찮습디다.어란도거기서먹을만한것을구하여보내주오.”(1841년3월20일)

“조금단맛이있는간장을먹고싶소.잣과호두는여기없는것이니얻어보내도록하고,좋은곶감이거기서는얻기어렵지아니할듯하니배편에4~5접얻어보내주구려.”(1841년7월12일)

머나먼유배지에서인절미·민어·어란·잣과호두를요구하는까다로운식성에,보낸김치와반찬이짜다말다잔소리를늘어놓고,툭하면힘들다는어리광과투정으로도배한편지를보낸사람은과연누구일까?예민한예술가이자걸출한학자,불우한정치인이유독부인에게는어린아이가되어보낸한글편지.바로추사김정희다.

새롭게복원된‘밑줄치지않은’곳의역사
미시사(microstoria)는개인으로서의인간또는소집단을통해역사적리얼리티의복잡미묘한세계를이해하고자하는시도다.역사란추상적이지않고구체적이어야한다는생각에서출발한이역사학은과거속에묻혀희미해져버린이들의생생한삶을자세히들여다볼수있도록해준다는점에서‘줌인(zoom-in)의역사학’이라할수있다.
이처럼친숙한역사의사건과인물을‘미시사’혹은‘연애사’라는렌즈를통해새롭게조망한이책은정사正史와문헌을풍부히활용하여한국의역사와문학속의사랑을다루었다.그때그시절의연애사건을들여다보노라면,천촌만락희로애락의인간군상과맞닥뜨릴수있다.『삼국사기』·『삼국유사』·『고려사』와『조선왕조실록』등에서정사의위엄과권위사이로흐르는풍요로운서사를엿보고,『한서』·『삼국지·위서·동이전』·『일본서기』·『고려도경』등에서는동아시아역사의흐름속에서공유되거나대립하는관계망들을확인할수있다.『흠흠신서』·『퇴계집』·『연려실기술』·『어우야담』등을통해서는켜켜이쌓인개개인의사적이고도은밀한이야기를들여다본다.
과거의기록들을통해소소한일상과사건,눈물과한탄,춘정과욕정이공명하는순간들을마주함은또다른발견의기쁨이다.유적지에얽힌사연과뒷골목을휩쓸던야사,세간의소문과낙서의파편들이우리에게다시생생한서사로부활하는것이다.렌즈의초점을사건에서사연으로,연혁에서시간으로,기록에서자취로옮길때우리는비로소숨겨진서사와진실을마주하는것이다.그것은로맨스,스캔들,에로티시즘의장면이요,낭만과순정,불륜과간음의현장이다.그사연의자취는시가되고역사가되어마침내그시대의풍경이된다.그리하여기존의역사서가정치사중심·남성중심의역사책이었다면,이책에서는기존의역사에서그다지중점을두지않았던,즉밑줄을치지않은곳의역사가새롭게복원된다.

옛날사람들도사랑을하였구나
400여년전조선땅안동에서자신의머리카락으로미투리를엮어남편에게바친여인이있었다.미투리의순애보는1998년택지개발지구로지정된안동시정상동의주인없는무덤을이장하던중발견된편지를통해그실체가드러났다.무덤에서는시신과함께저고리,치마,부채,미투리등의부장물이출토되었는데,망자의가슴을덮은한지에절절한사연이쓰여있었다.‘원이아버지에게,아내가’로시작되는이편지에는망자에대한그리움과혼자남겨진서러움이가득하다.
유희춘의『미암일기』를채운‘부부의세계’는어떠한가.사실유희춘은학문이매우정밀했고행실이독실하였으나,세상물정에어두웠다.그는전답매매나집수리,서책정리나자녀교육등의일까지모두송덕봉에게의지하곤했다.의관과버선이해져도부인이새것으로내주지않으면바꿔입을줄몰랐다.한번은덕봉이책테두리에제목을써서보고싶은책을쉽게꺼내볼수있도록서책을정리해주자,좋아라하며“보고싶은책을쉽게꺼내볼수있으니아주좋다!”라고일기에기록해두기도했다.
또한청렴정승황희의간통스캔들,천재학자율곡의플라토닉러브,성리학의대가이황의러브픽션을통해서우리는‘역사적위인’이아닌‘로맨스의주인공’을만나게된다.내시와궁녀의몰래한사랑,봉빈과소쌍의대식소동,그리고정절의제국에서‘탕녀’로소비된유감동과어우동의사연에서는권위적해석과윤리적왜곡에감춰진그네들의질곡을경험할수있다.고닌천황의여인이자간무천황의모친으로백제혈통을일본황실에뿌리내린고야신립高野新笠,이란의서사시「쿠쉬나메」에전해지는아비틴왕자와신라공주의결혼식도있다.조선시대‘신중하고또신중할것(欽欽)’을당부한『흠흠신서』는치정사건을포함한과학수사사건파일이요,사랑을글로만배운쑥맥들의시는‘천년의절창’이되기도한다.서릿발같은정치가정철이사랑의포로가되어쓴연애시,충정의아이콘정몽주가부르는강남아가씨예찬론,규중금기를넘은고려여인들의당돌한행보는또어떤가.물놀이와꽃놀이에나선아낙들의풍류와이를조롱하는질투쟁이사내들의허세,춘화와음담의난잡하지만살냄새나는도발은실록의간극을채우고도남는다.

시와노래로남은연애사건28가지
저자는‘뮬란’연구로박사논문을쓴이래로동아시아전체를시야에놓고유교적가치관에억눌려살았던사회적약자,특히여성의삶과사랑에대해천착해왔다.『황아!황아!내거처로오려무나:중국문학,사랑에빠지다』에이어『사랑에밑줄친한국사』에서는무대를옮겨삼국시대부터식민지기까지의‘사람’과‘사랑’이야기에주목한다.그리고시와노래로남은연애사건28가지를발굴하되,시간과공간을넘나들며당시의시대와문화를직조해낸다.고전문학을현대적인대중문화의시선으로해석하고접목하는저자의이야기꾼으로서의재능이엿보인다.원문및자료를토대로옛사람들의발자국을좇으며역사를사랑으로읽어낸이책은,그래서사랑에밑줄치면비로소보이는‘신新에로틱한국사’이기도하다.우리는보통“마음을글로적는다,사랑을알기위해서”(〈바이올렛에버가든〉)!이제애틋한사연은시가되고,외설을두른익살과해학은노래가되어현재의우리에게울림을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