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EE SHIPING FOR OVER $100 - MOSTLY SHIP VIA USPS GROUND ADVANTAGE %D days %H:%M:%S
김지선
이화여대중문과와동대학원을졸업하고,고려대중문과에서박사학위를받았다.이화여대중문과강의전담교수,고려대중국학연구소연구교수등을지냈고,현재는고려대에서강의하고있다.석사논문으로「신이경시론및역주」,박사논문으로「위진남북조지괴의서사성연구」가있고,주요저서및역서로『붉은누각의꿈』(공저,나남),『신이경』(지만지),『부생육기』(달아실)등이있다.
프롤로그│괴력난신,즐겁지아니한가!-제1장신神:절대신과인간그사이신의영역/신선의세계/신비한도술/귀신을부리다/여신들의사랑-제2장인人:예감에가득찬세상징조를해석하다/꿈으로예언하다/사람열매가열리는나무/기이한신체-제3장귀鬼:그들도우리처럼무덤에서나온여인/죽음을초월한사랑/섬뜩하거나다정하거나/어리석은귀신들-제4장동물動物:모든사물은변한다변하는것은우주의본질/오래묵을수록좋다/영혼은변하지않는다/여우의변신은무죄/인간의감정을공유하는동물-제5장충蟲·물物:만물은살아움직인다낯설지만반가운손님,벌레/요괴가깃든사물들/신비한술에필로그|세상에는그어떤것도이상하지않다저자후기|세상의모든소외된존재를위하여
공자님이말하지말라던‘괴력난신’의세계,그러나진무제사마염도조선선비들도밤이면그속으로빠져들었다동아시아의판타지백과사전!매혹적이고기이하고낯선존재들을총망라한문화콘텐츠의원류를찾아서기기묘묘한옛날이야기는어떻게이어졌는가?장화張華가진晉무제武帝사마염에게『박물지博物志』400권을바쳤을때의일이다.책을읽은무제는공자가“괴력난신怪力亂神에대해서말하지말라”고했다며,귀신이야기와기이한사건들을다빼고『박물지』를다시정리하라고했다.‘괴력난신’이야말로현실사회의질서를중시하는유교적사유에서이성으로설명하기어려운가장위험한개념이었기때문이다.4세기중반,『진기晉紀』20권을쓴사관간보干寶도‘신神’들을‘수집하여[搜]’‘기록한[記]’책『수신기』를썼다.세상에버려지고떠돌아다니는이야기들이사라지는것을차마두고볼수없었기때문이다.간보가모아들인신들은위대하고신성한신에서부터유유자적하는신선,영험한능력을지닌인간,세상을떠돌아다니는귀신,변신하는동물,요괴가깃든사물등에이르는모든존재들이었다.그런데다수집하여정리하고보니,아이코,지금까지듣지도보지도못한이기이한책을무엇이라고정의내릴것인가?그래서『수신기』를‘팔략八略’과‘미설微說’이라는단어로소개하였다.기존에는볼수없는새로운장르라는의미로당시서적분류법이었던칠략七略이아닌여덟번째장르곧‘팔략’이라고소개하고,또쓸데없고잡다한이야기모음집이라는의미로‘미설’이라고설명한것이다.‘미微’는작고자질구레하다는뜻이니,미설은곧작은이야기‘소설小說’과도의미가통한다.‘작고자질구레한이야기’는어떻게장르콘텐츠의원류가되었나장자莊子는소설에시큰둥했다.관직을얻거나큰뜻을펼치는데에소설이무슨도움이되겠느냐고말이다.하지만『천일야화』의셰에라자드가밤마다샤리아르왕과사투를벌일수있었던무기가‘이야기’였듯이,이야기는강력한힘을발휘한다.또한이야기는호기심이자욕망그자체가아닌가.더듣고싶은욕망,결말을알고싶은궁금증은인간을이야기에빠져들게한다.그러니오래되었다는이유로,황당무계하다는이유로,비과학적이고비이성적이라는이유로괴력난신의이야기들을버릴수는없다.일상의평범한존재를낯설게바라보게함으로써즐거운상상을하게하는『수신기』의이야기들을지금,여기의현실에접목하기위해저자는민담과전설뿐만아니라현대의영화와애니메이션,드라마등을끌어들인다.예를들어,그하나,도사들이부리는도술은대체로현실의총량을벗어나지않는다.일본애니메이션〈강철의연금술사〉의‘등가교환의법칙’처럼말이다.서양의마법사는지팡이를허공에대고흔들어마음대로신비한마법을일으킬수있지만,동양의도사들의주술은소박하다.도사서광은오이장수에게오이를구걸하지만오이를주지않자,당장저잣거리에서도술을부린다.오이씨를심어오이가열리자그자리에서따먹고는모여있는사람들에게도나누어준것이다.오이장수의오이가사라진건그다음의일이다.그하나,아이열매가열리는나무에대한상상력은오늘날동아시아판타지에그대로수용되어만화〈십이국기〉에서부부가함께빌면열매안에서아이가태어난다는상상력으로이어지기도했다.인간과동물,반인반수의경계를넘나드는서사는젠더의경계를초월하고새로운형식으로생명을잉태하는방식을제시한다.또하나,한국의홍수설화에등장하는목도령은개미떼와모기떼의도움으로인류의시조가될수있었다.『수신기』에서도세상이부조리하여아무도도와주는이없는상황에서인간의도리를이해하고돕는벌레의신비한능력에대해들려준다.더럽거나혐오스럽거나두렵거나한벌레=타자의편견을극복한아름다운이야기인셈이다.마지막으로덧붙이는정보.임금의사위를부마라고부르게된연유가『수신기』에나온다.산사람과귀신이만나사랑을나누었다.저승의영혼과이승의남성이부부연을맺었음을증명해줄것은금베개밖에없다.그증표를현실세계에서확인받고나서야남자는왕의딸이었던귀신의남편임을증명할수있었다.왕은금과비단,수레를하사하였고,부마도위駙馬都尉에봉해진짜사위로받아들였다.어쩌면그시대의SF였을『수신기』에는날개옷을입고하늘을날고,불에타지않는옷을입으며,천일주를마시고시간여행을한다는황당한이야기가가득하다.하지만이야기는삶의다양한경험들을끌어안고,인간에게지혜를부여한다.그러니우리는꿈을꾸는것을멈출수가없다.“꼭이런식이지.지나가는나비한마리도함부로못하게.”(드라마〈도깨비〉에서)괴력난신을표방한판타지의세계를기록한『수신기』에실려있는신화나전설,민간고사들은후대의소설이나희곡에소재를제공하였을뿐만아니라동아시아설화연구에서도중요한자료로서의가치를지니고있다.지괴소설의백미이자설화문학의보고인『수신기』를새롭게다시읽어야할이유다.특히기괴함과황당무계함을통해인간의모습과사회상을말하고,죽음과타자에대한인식을드러내는데에특출난『수신기』를현대에다시소환한저자는공포보다는연민의시선으로,자극보다는따뜻한마음으로귀신을바라보고타자의세계를설명하려고노력하였다.옛선조들이죽음과시간을어떻게받아들이고상상하였는지탐색해나간저자의모색은,이세상에는어떤것도이상하지않고그것을이상하게바라보는인간이이상할뿐이라는결론에이른다.결국「수신기」에서‘신’은위대한신이아니라세상의모든신비로운일과사물을가리킨다.여기에는벌레한마리,돌하나그어떤미물도함부로대할수없다는사유가깃들어있다.온세상의존재에영혼이깃들어있어그들이살아서인간과함께조화롭게공존한다는사실을상상해보라.얼마나신나고즐거운일인가.그래서일까,우리는21세기인지금도여전히괴담을즐기고판타지소설에열광한다.덧붙임:상상력과환상성의진가를엿볼수있는판타지소설의원류를소개하는『수신기,괴담의문화사』와무협소설의원조를소개하는『수호전,별에서온영웅들의이야기』에이어,이기기묘묘한이야기들을‘살아-잇기’위한프로젝트는계속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