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ription
그 멋진 나선형 껍데기의 암모나이트에서 말랑말랑한 문어와 오징어까지,
5억 년 두족류 가문의 쫄깃한 진화 이야기
5억 년 두족류 가문의 쫄깃한 진화 이야기
“이 매력적인 책은 1960년대 고생물학자들이 공룡에게 했던 일을
원시 두족류에게 해주는 듯하다. 대중이 그 멋진 동물들의 진가를
다시금 알아보도록 물꼬를 터주는 일 말이다.”
-제니퍼 울렛/ 『나와 내 자아와 이유』 저자
고·중생대의 암모나이트, 중생대의 벨렘나이트, 신생대의 오징어…
5억 년 동안 줄곧, 두족류는 ‘생태계 핵심종’이었다!
오징어는 다리가 10개, 문어는 8개(그래서 영어이름이 octopus다), 그리고 현존하는 ‘머리에 다리 달린 동물’ 두족류 집안의 한 갈래 앵무조개는 60~90개다. 원래는 10개였고, 그건 이 셋의 배아 단계를 보면 안다. 그런데 오징어는 다리 중 ‘넷째’ 쌍이 촉완으로 길어지고, 문어는 ‘둘째’ 쌍이 변형되어 결국 사라졌으며, 앵무조개는 맨위의 두 촉수가 합쳐져서 머리덮개가 되었다. 다큐멘터리 〈나의 문어 선생님〉과 2010년 남아공 월드컵 때의 ‘파울’을 비롯한 점쟁이 문어들을 기억하는가? 오징어튀김과 문어숙회 맛은?
“그 불쌍한 것들은 맛있게 태어났다.” 수명 대략 1년인 오징어는 알을 수백 개에서 수십만 개 낳고 죽어버린다. 알과 새끼 대다수는 잡아먹힌다. 알에서 깬 새끼들은 손톱보다 작아 다른 새끼 물고기와 수생 벌레의 밥이다. 하지만 오징어는 빨리 자라서, 살아남은 새끼들은 며칠, 몇 주 만에 판을 뒤집고, 한때 적이었던 동물들을 잡아먹는다. 살이 오른 오징어는 이제 더 큰 포식자들의 관심을 끈다. 지금, 사우스조지아섬 코끼리물범 개체군은 오징어와 문어를 해마다 230만 톤씩 먹어치운다. 향유고래 한 마리는 오징어를 ‘날마다’ 700~800마리씩 먹을 수 있다. 이 기구한 팔자 덕에, 오징어는 ‘생태계 핵심종’(ecological keystone)으로서 먹이그물의 중심을 이룬다.
오징어가 신생대에 그렇고, 가문의 조상 암모나이트와 벨렘나이트가 고생대와 중생대에 그랬다. 정말, 고생대 데본기는 ‘어류의 시대’고 중생대는 ‘공룡의 시대’였을까? 최상위포식자를 보면 그럴 것이다. 그러나 ‘어류의 시대’는 먹이그물의 중심인 ‘암모나이트류의 시대’이기도 했고, 중생대를 연구하는 고생물학자 상당수는 심지어 대표 화석동물로서 “암모나이트류의 비중이 공룡보다 1000배 넘게 크다”고 본다. 게다가 두족류 가문 5억 년의 역사는 ‘가보’라고 할 그 껍데기를 통해 ‘진화는 어떻게 일어날까? 새로운 생물은 어떻게 생겨날까?’라는 물음에 아주 흥미로운 실마리를 제공한다. 그 껍데기에는 알에서부터 시작되는 그 개체 발생의 모든 증거가 그대로 남아 있으므로.
그렇게 오징어와 문어를 다시 들여다보는 이 책은 5억 년 전 최초로 ‘동물다운’ 몸을 갖추고 나타나, 바다 밑바닥에서 떠오르는 ‘헤엄’을 발명해 바다의 제왕이 된 이래, 여러 차례의 멸종 사건을 뚫고 ‘공포의 포식자’인 어류와, 또 고래와 공진화해온 두족류 가문의 장대한 대서사시다. (아쉽게도, 이 책에 낙지와 꼴뚜기는 안 나온다. 직계가 아니라 방계인 듯.)
그것은 처음에는 껍데기를 만들고, 층층이 쌓고, 나선형으로 말았다가… 나중에는 그 껍데기를 (가시형의 돌기로 만든 친척들과 달리) 부드러운 몸 안에 넣어버리거나(오징어) 아예 없애버린(문어), 그 대신 카멜레온 뺨치는 위장술, 인간의 눈에 비할 만한 시각, 제트 추진에 지느러미를 곁들여 쓰는 영법, 우리가 아직 제대로 측정하지 못한 지능을 갖추게 되는 엄청난 혁신의 과정이었다. “오징어와 문어, 그들의 친척에 대한 관점을 바꿔”(『뉴 사이언티스트』)주는 족보를 살짝 들여다보자.
‘비범’, 이렇게나 극적이고 쫄깃한 진화라니!
5억 4000만 년 전쯤의 ‘캄브리아기 대폭발’로 갑자기, 온갖 화석생물이 흔적을 남긴다. 껍데기가 있으니 화석이 남았고, 그전에 뭔가가 뭔가를 잡아먹었으니 방어수단으로 탄산칼슘 껍데기가 생긴 것이다. 아노말로카리스(‘이상한 새우’)가 바다 밑바닥 하층수에서 이것저것 잡아먹던 시절일까. 연체동물 껍데기가 튼튼해지고, 그중 두족류의 일부가 껍데기를 원뿔 모양으로 쌓아올린 다음 그 속에 기체를 넣어 중층수로 떠올랐다.
이제 바다 밑바닥을 기는 게 아니라 떠올라 ‘헤엄’을 친다, 껍데기에 부력이 생긴 것은 두족류의 여러 기막힌 혁신 중 첫 번째이자 가장 중요한 혁신으로, “곤충류에 날개가 생긴 것만큼이나 중요한 진화 단계”였다.
뭐든지 잡아먹는 초포식자였든 죽은 동물 처리하는 초부식자였든 바닷물 통째로 들이마시는 초플랑크톤이었든, 이 원시 두족류는 수백만 년 동안 고생대 바닷속을 주름잡았다. 하지만 실루리아기에 ‘턱’ 있는 유악어류가 등장하고 데본기 ‘어류의 시대’가 열리니, 한 4억 년 전쯤일까, 가문의 운명이 바람 앞의 등잔불이다.
데본기에 태어난 젊은 당주 암모나이트류는 최상위포식자 어류에 맞서 ‘나선형 껍데기’(처음 등장한 건 두족류 가문 초기지만)로 기동성을 보강하고 연질부를 보호하는 대책을 세우는 한편, (오징어처럼) 작은 알을 많이 낳고 빨리 성체로 자라면서 진화의 속도를 올려 엄청나게 다양해진다. 이런 어류와의 공진화, 신생대 고래와의 공진화는 두족류 족보 전체의 줄기를 이루고.
암모나이트류와 달리, 앵무조개류는 알도 적게 낳고 성체로 자라는 기간도 길다. 그래서 세상을 주름잡지는 못하지만, 여러 차례의 멸종사건을 겪을 때마다 다수가 멸종하고 또 급속하게 진화해온 암모나이트류와 달리, 진득하게 살아남는다. 그런 앵무조개류도 중생대 트라이아스기 말의 멸종사건으로 몰락하고 앵무조갯과만 덩그러니 남았지만. 공룡이 멸종한 백악기 말에는 그 변화무쌍한 암모나이트류도 멸종했다.
가문의 다른 줄기, ‘칼집’ 모양의 ‘초형류’가 맥을 잇는다. 오징어 생긴 걸 떠올려보라. 몸이 유선형이라 그리스어 ‘화살’에서 이름을 딴 벨렘나이트가 주역이었다. 이들은 중생대 해양파충류 셋의 핍박을 견디고 1억 년을 활약하며, (앵무조개를 뺀) 문어와 오징어 등등 현존 두족류 가문의 조상이 된다.
5억 년 족보를 다 끌어올 수는 없고, 신생대, 고래 출현. 초형류는 껍데기를 계속 줄이며 외피막으로 감싸(속껍데기는 이미 고생대 석탄기에 나타났다) 고래의 반향정위와 맞서고, 그 유명한 지능에 더해, 맹점도 없어 인간보다 나은 시력을 갖추고, 먹물을 뿜고, 위장술을 개발했다. 위장술 하나만 보자면, 피부 1제곱밀리미터에 200개까지 갖고 있는 각각의 색소세포와 뇌로 직통하는 신경계를 지닌 두족류는 카멜레온이 몇 분 걸리는 피부색 바꾸기를 1초에 네 번까지 해낼 수 있다.
실로, ‘뼈대있는 가문’보다 더 놀라운 가문 아닌가. (그 족보가 67쪽의 아래 그림이다. 껍데기가 외부에 있는 두족류는 그 아름다운 외모를 보여주고, 껍데기가 축소되어가는 초형류는 내부구조를 보여준다. 연한 잿빛으로 표시한 부분이 속껍데기다. 오징어와 문어를 살펴보라.)
지구가열로 멸종 위기? 두족류는 끄떡없을 테고, ‘인류세’에 인간이 문제다
우리 종, 인류는 과거에 유성 충돌과 화산 폭발만이 할 수 있었던 방식으로 지구를 한창 뒤흔들고 있다. 하지만 그 변화 속에서도, 오징어는 해파리, 쥐와 모기와 함께 살아남을 가능성이 크다.
두족류는 바다에서만 사니, 바다를 보자. 2013년, 과학자들은 국제자연보전연맹(IUCN)과 함께 해양생태계가 직면한 위험요인 ‘온난화, 산성화, 산소 부족’을 ‘3대 사인’(deadly trio)이라고 명명했다.
추운 기후에서 진화해온 지금의 동물들은 이 급격한 지구가열을 견디기 어려울 것이다. 동시에 진
행되는 산성화는 껍데기를 만들기 어렵게 하고, 만든 껍데기도 녹여버린다. 당장, 앵무조개는 버티기 어려울 것이다. 그 아름다운 껍데기 때문에 사람들이 애호한다거나 반대로 그걸 걱정한다는 곡절이 있지만, 앵무조개는 이미 ‘멸종위기종’으로 지정되어 있다.
그러나 융통성 하나는 끝내주는 두족류, 특히 초형류는 미래의 바다, 다가오는 ‘다음 대량 멸종 사건’도 극복할 가능성이 크다. “두족류의 개체군 동태는 예측하기 어려운 것으로 악명 높”지만, 2016년 기준으로 세계의 어부들과 실측자료들은 “환경 변화에 대한 반응으로 두족류 개체수가 급증하는” ‘두족류 붐’을 목격하고 있기도 하고.
앵무조개에 더해 오징어, 문어도 신경쓰이지만, 문제는 인간이고, 지구 생태계 전체다. 2024년 8월 25일부터 31일까지 부산에서 열리는 세계지질과학총회는 국제표준층서구역(GSSP)을 캐나다 온타리오주 크로퍼드호수의 퇴적층으로, 대표화석 격인 ‘마커’를 플루토늄으로 정하고 1950년대부터 인류세가 시작된 것으로 한다는 최종안을 비준할 예정이다. 그날도, 오징어는 의사소통을 하고 떼로 몰려다니며 사냥을 할 테고, 문어는 사람이 빠뜨린 콜라병을 가지고 놀 것이다.
원시 두족류에게 해주는 듯하다. 대중이 그 멋진 동물들의 진가를
다시금 알아보도록 물꼬를 터주는 일 말이다.”
-제니퍼 울렛/ 『나와 내 자아와 이유』 저자
고·중생대의 암모나이트, 중생대의 벨렘나이트, 신생대의 오징어…
5억 년 동안 줄곧, 두족류는 ‘생태계 핵심종’이었다!
오징어는 다리가 10개, 문어는 8개(그래서 영어이름이 octopus다), 그리고 현존하는 ‘머리에 다리 달린 동물’ 두족류 집안의 한 갈래 앵무조개는 60~90개다. 원래는 10개였고, 그건 이 셋의 배아 단계를 보면 안다. 그런데 오징어는 다리 중 ‘넷째’ 쌍이 촉완으로 길어지고, 문어는 ‘둘째’ 쌍이 변형되어 결국 사라졌으며, 앵무조개는 맨위의 두 촉수가 합쳐져서 머리덮개가 되었다. 다큐멘터리 〈나의 문어 선생님〉과 2010년 남아공 월드컵 때의 ‘파울’을 비롯한 점쟁이 문어들을 기억하는가? 오징어튀김과 문어숙회 맛은?
“그 불쌍한 것들은 맛있게 태어났다.” 수명 대략 1년인 오징어는 알을 수백 개에서 수십만 개 낳고 죽어버린다. 알과 새끼 대다수는 잡아먹힌다. 알에서 깬 새끼들은 손톱보다 작아 다른 새끼 물고기와 수생 벌레의 밥이다. 하지만 오징어는 빨리 자라서, 살아남은 새끼들은 며칠, 몇 주 만에 판을 뒤집고, 한때 적이었던 동물들을 잡아먹는다. 살이 오른 오징어는 이제 더 큰 포식자들의 관심을 끈다. 지금, 사우스조지아섬 코끼리물범 개체군은 오징어와 문어를 해마다 230만 톤씩 먹어치운다. 향유고래 한 마리는 오징어를 ‘날마다’ 700~800마리씩 먹을 수 있다. 이 기구한 팔자 덕에, 오징어는 ‘생태계 핵심종’(ecological keystone)으로서 먹이그물의 중심을 이룬다.
오징어가 신생대에 그렇고, 가문의 조상 암모나이트와 벨렘나이트가 고생대와 중생대에 그랬다. 정말, 고생대 데본기는 ‘어류의 시대’고 중생대는 ‘공룡의 시대’였을까? 최상위포식자를 보면 그럴 것이다. 그러나 ‘어류의 시대’는 먹이그물의 중심인 ‘암모나이트류의 시대’이기도 했고, 중생대를 연구하는 고생물학자 상당수는 심지어 대표 화석동물로서 “암모나이트류의 비중이 공룡보다 1000배 넘게 크다”고 본다. 게다가 두족류 가문 5억 년의 역사는 ‘가보’라고 할 그 껍데기를 통해 ‘진화는 어떻게 일어날까? 새로운 생물은 어떻게 생겨날까?’라는 물음에 아주 흥미로운 실마리를 제공한다. 그 껍데기에는 알에서부터 시작되는 그 개체 발생의 모든 증거가 그대로 남아 있으므로.
그렇게 오징어와 문어를 다시 들여다보는 이 책은 5억 년 전 최초로 ‘동물다운’ 몸을 갖추고 나타나, 바다 밑바닥에서 떠오르는 ‘헤엄’을 발명해 바다의 제왕이 된 이래, 여러 차례의 멸종 사건을 뚫고 ‘공포의 포식자’인 어류와, 또 고래와 공진화해온 두족류 가문의 장대한 대서사시다. (아쉽게도, 이 책에 낙지와 꼴뚜기는 안 나온다. 직계가 아니라 방계인 듯.)
그것은 처음에는 껍데기를 만들고, 층층이 쌓고, 나선형으로 말았다가… 나중에는 그 껍데기를 (가시형의 돌기로 만든 친척들과 달리) 부드러운 몸 안에 넣어버리거나(오징어) 아예 없애버린(문어), 그 대신 카멜레온 뺨치는 위장술, 인간의 눈에 비할 만한 시각, 제트 추진에 지느러미를 곁들여 쓰는 영법, 우리가 아직 제대로 측정하지 못한 지능을 갖추게 되는 엄청난 혁신의 과정이었다. “오징어와 문어, 그들의 친척에 대한 관점을 바꿔”(『뉴 사이언티스트』)주는 족보를 살짝 들여다보자.
‘비범’, 이렇게나 극적이고 쫄깃한 진화라니!
5억 4000만 년 전쯤의 ‘캄브리아기 대폭발’로 갑자기, 온갖 화석생물이 흔적을 남긴다. 껍데기가 있으니 화석이 남았고, 그전에 뭔가가 뭔가를 잡아먹었으니 방어수단으로 탄산칼슘 껍데기가 생긴 것이다. 아노말로카리스(‘이상한 새우’)가 바다 밑바닥 하층수에서 이것저것 잡아먹던 시절일까. 연체동물 껍데기가 튼튼해지고, 그중 두족류의 일부가 껍데기를 원뿔 모양으로 쌓아올린 다음 그 속에 기체를 넣어 중층수로 떠올랐다.
이제 바다 밑바닥을 기는 게 아니라 떠올라 ‘헤엄’을 친다, 껍데기에 부력이 생긴 것은 두족류의 여러 기막힌 혁신 중 첫 번째이자 가장 중요한 혁신으로, “곤충류에 날개가 생긴 것만큼이나 중요한 진화 단계”였다.
뭐든지 잡아먹는 초포식자였든 죽은 동물 처리하는 초부식자였든 바닷물 통째로 들이마시는 초플랑크톤이었든, 이 원시 두족류는 수백만 년 동안 고생대 바닷속을 주름잡았다. 하지만 실루리아기에 ‘턱’ 있는 유악어류가 등장하고 데본기 ‘어류의 시대’가 열리니, 한 4억 년 전쯤일까, 가문의 운명이 바람 앞의 등잔불이다.
데본기에 태어난 젊은 당주 암모나이트류는 최상위포식자 어류에 맞서 ‘나선형 껍데기’(처음 등장한 건 두족류 가문 초기지만)로 기동성을 보강하고 연질부를 보호하는 대책을 세우는 한편, (오징어처럼) 작은 알을 많이 낳고 빨리 성체로 자라면서 진화의 속도를 올려 엄청나게 다양해진다. 이런 어류와의 공진화, 신생대 고래와의 공진화는 두족류 족보 전체의 줄기를 이루고.
암모나이트류와 달리, 앵무조개류는 알도 적게 낳고 성체로 자라는 기간도 길다. 그래서 세상을 주름잡지는 못하지만, 여러 차례의 멸종사건을 겪을 때마다 다수가 멸종하고 또 급속하게 진화해온 암모나이트류와 달리, 진득하게 살아남는다. 그런 앵무조개류도 중생대 트라이아스기 말의 멸종사건으로 몰락하고 앵무조갯과만 덩그러니 남았지만. 공룡이 멸종한 백악기 말에는 그 변화무쌍한 암모나이트류도 멸종했다.
가문의 다른 줄기, ‘칼집’ 모양의 ‘초형류’가 맥을 잇는다. 오징어 생긴 걸 떠올려보라. 몸이 유선형이라 그리스어 ‘화살’에서 이름을 딴 벨렘나이트가 주역이었다. 이들은 중생대 해양파충류 셋의 핍박을 견디고 1억 년을 활약하며, (앵무조개를 뺀) 문어와 오징어 등등 현존 두족류 가문의 조상이 된다.
5억 년 족보를 다 끌어올 수는 없고, 신생대, 고래 출현. 초형류는 껍데기를 계속 줄이며 외피막으로 감싸(속껍데기는 이미 고생대 석탄기에 나타났다) 고래의 반향정위와 맞서고, 그 유명한 지능에 더해, 맹점도 없어 인간보다 나은 시력을 갖추고, 먹물을 뿜고, 위장술을 개발했다. 위장술 하나만 보자면, 피부 1제곱밀리미터에 200개까지 갖고 있는 각각의 색소세포와 뇌로 직통하는 신경계를 지닌 두족류는 카멜레온이 몇 분 걸리는 피부색 바꾸기를 1초에 네 번까지 해낼 수 있다.
실로, ‘뼈대있는 가문’보다 더 놀라운 가문 아닌가. (그 족보가 67쪽의 아래 그림이다. 껍데기가 외부에 있는 두족류는 그 아름다운 외모를 보여주고, 껍데기가 축소되어가는 초형류는 내부구조를 보여준다. 연한 잿빛으로 표시한 부분이 속껍데기다. 오징어와 문어를 살펴보라.)
지구가열로 멸종 위기? 두족류는 끄떡없을 테고, ‘인류세’에 인간이 문제다
우리 종, 인류는 과거에 유성 충돌과 화산 폭발만이 할 수 있었던 방식으로 지구를 한창 뒤흔들고 있다. 하지만 그 변화 속에서도, 오징어는 해파리, 쥐와 모기와 함께 살아남을 가능성이 크다.
두족류는 바다에서만 사니, 바다를 보자. 2013년, 과학자들은 국제자연보전연맹(IUCN)과 함께 해양생태계가 직면한 위험요인 ‘온난화, 산성화, 산소 부족’을 ‘3대 사인’(deadly trio)이라고 명명했다.
추운 기후에서 진화해온 지금의 동물들은 이 급격한 지구가열을 견디기 어려울 것이다. 동시에 진
행되는 산성화는 껍데기를 만들기 어렵게 하고, 만든 껍데기도 녹여버린다. 당장, 앵무조개는 버티기 어려울 것이다. 그 아름다운 껍데기 때문에 사람들이 애호한다거나 반대로 그걸 걱정한다는 곡절이 있지만, 앵무조개는 이미 ‘멸종위기종’으로 지정되어 있다.
그러나 융통성 하나는 끝내주는 두족류, 특히 초형류는 미래의 바다, 다가오는 ‘다음 대량 멸종 사건’도 극복할 가능성이 크다. “두족류의 개체군 동태는 예측하기 어려운 것으로 악명 높”지만, 2016년 기준으로 세계의 어부들과 실측자료들은 “환경 변화에 대한 반응으로 두족류 개체수가 급증하는” ‘두족류 붐’을 목격하고 있기도 하고.
앵무조개에 더해 오징어, 문어도 신경쓰이지만, 문제는 인간이고, 지구 생태계 전체다. 2024년 8월 25일부터 31일까지 부산에서 열리는 세계지질과학총회는 국제표준층서구역(GSSP)을 캐나다 온타리오주 크로퍼드호수의 퇴적층으로, 대표화석 격인 ‘마커’를 플루토늄으로 정하고 1950년대부터 인류세가 시작된 것으로 한다는 최종안을 비준할 예정이다. 그날도, 오징어는 의사소통을 하고 떼로 몰려다니며 사냥을 할 테고, 문어는 사람이 빠뜨린 콜라병을 가지고 놀 것이다.
바다의 제왕 : 두족류, 5억 년의 비범한 진화 이야기 - 오파비니아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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