꼰대들은 우리를 눈송이라고 부른다 : 왜 예민하고 화내고 불평하면 안 되는가

꼰대들은 우리를 눈송이라고 부른다 : 왜 예민하고 화내고 불평하면 안 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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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힘 있는 자들이 낙인찍는 주홍 글씨, 눈송이
그런데 한국의 꼰대 문화와 청년 정치 담론이 이와 너무도 닮았다!

입맛대로 청년을 미화하고 악마화하는 가짜 세대론과
쪼개고 갈라치는 분열 정치에 맞선 ‘빌어먹을 눈송이들’의 도전
20~30대 청년을 일컫는 명칭이 범람하고 있다. 88만 원 세대, N포 세대, 2030세대, MZ 세대, 알파 세대, 더 나아가 이대남, 이대녀까지. 그런데 흥미롭게도 동일한 대상이 때에 따라서 정반대의 성격을 지닌 세대로 규정된다. 시대의 짐을 짊어진 불쌍한 세대로, 자기밖에 모르는 이기적인 세대로, 기술 변화에 민첩하게 대응하는 유능한 세대로, 깊은 젠더 갈등에 고통받는 세대로 입맛대로 그려진다. 도대체 우리 시대의 청년은 어떤 이들인 걸까? 그들을 구분 짓고 규정하는 기준은 타당한 것일까?
『워싱턴 포스트』의 비디오 저널리스트이자 작가인 해나 주얼은 눈송이 세대(snowflake)라 불리는 영미권 청년들을 분석하면서 이런 세대론의 문제를 하나하나 풀어간다. 강인하고 참을성 많은 기성세대와 달리 나약하고 예민하고 불평 많은 철부지 세대로 규정되는 눈송이 세대는 때에 따라서 여러 이름으로 불리는 한국의 청년들과 너무도 닮아 있다. 눈송이란 말의 어원을 찾고, 그 용어에 숨은 기득권의 문화와 정치 이데올로기를 폭로하는 해나 주얼의 시도는 우리의 꼰대 문화와 청년 정치 담론을 돌아보게 만든다. 우리는 멸칭으로 불릴 것인가, 아님 우리의 이름을 되찾을 것인가. 입맛대로 청년을 미화하고 악마화하는 가짜 세대론과 이를 교묘히 이용하는 정치 이데올로기에 맞선 ‘빌어먹을 눈송이들’의 도전을 통해 그 답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저자

해나주얼

저자:해나주얼

『워싱턴포스트』에서주로대중문화와정치분야를다루는비디오저널리스트다.전에는『버즈피드UK』에서일했고,당시젠더에관한글과영미정치에관한풍자,그리고<버즈피드생방송2016선거나이트쇼>를선보여화제를모았다.

런던에서태어났지만어려서부모님을따라캘리포니아로이사한덕분에바닷가와삼나무숲을뛰놀며자라났다.캘리포니아대학교버클리캠퍼스에서중동학학사학위를받았으며,재학중에레바논베이루트에서일년동안공부하고일했다.그시간은즐거웠지만,불행하게도이제는레바논방문이금지됐다.2013년에영국으로돌아가케임브리지대학교에서국제관계학과정치학으로석사학위(MPhil)를받았다.

저서로『역사상가장고약했던여성100인NastyWomenofHistory』(2017),『판을뒤엎은여자들SheCausedaRiot』(2018)이있다.



역자:이지원

서울대학교영어교육과와이화여자대학교통역번역대학원한영번역학과를졸업했다.옮긴책으로는『파시즘』,『유토피아니즘』,『한권으로읽는베블런』,『인권』,『마르크스의귀환』,『자연의권리』,『발칵뒤집힌현대미술』,『패트릭과함께읽기』등이있다.

목차


서문

서론
제1장눈송이의기원
제2장눈송이는무엇을원하는가?
문화전쟁의박수위기
오벌린대학푸드코트의사건아닌사건
미주리대학의눈보라
예일대학의대단히인종주의적인핼러윈
제3장표현의자유와눈송이
제4장‘철회문화’라는말은다시듣고싶지않다
제5장지난세대의‘강인함’은우리가원하는것이아니다
제6장농담은계속해도되나?
제7장젠더패닉
제8장눈송이는자본주의에해롭다
결론

감사의말
옮긴이후기
참고문헌

출판사 서평

문제는요즘젊은것들이아니라바로가짜세대론이다!
차별,혐오,불평등,억압으로점철된꼰대문화와
이를교묘히이용하는정치이데올로기에맞선‘빌어먹을눈송이들’의도전

88만원세대,N포세대,MZ세대,알파세대…
우리시대청년을부르는다양한명칭들
그런데그들은‘눈송이’라불리는청년들과너무도닮아있다!

제22대총선이코앞이다.선거시즌이되면부동층의표심을잡거나지지층의기반을확고히하기위해공약과비전이봇물터지듯터진다.특히기성세대에비해상대적으로부동층비율이높은청년층을겨냥한의제들이전례없이쏟아지는가운데청년들은입맛대로소환된다.‘노인경로우대무임승차폐지’,‘여성신규공무원병역의무화’같은세대간·세대내갈등을부추기는공약에서부터“정치는모르겠고,나는잘살고싶어”,“경제는모르지만돈은많고싶어”같은청년비하슬로건까지그스펙트럼도매우넓다.그런데흥미로운점이눈에띈다.동일한대상이정반대의성격을지닌세대로규정되거나주체에따라세대를나누는기준과관점이매우상이하다는점이다.88만원세대,N포세대,2030세대,MZ세대,알파세대,더나아가이대남,이대녀까지.도대체우리시대의청년은어떤이들인걸까?그들을구분짓고규정하는기준은타당한것일까?
『워싱턴포스트』의비디오저널리스트이자작가인해나주얼은눈송이세대(snowflake)라불리는영미권청년들을분석하면서이런세대론의문제를하나하나풀어간다.강인하고참을성많은기성세대와달리나약하고예민하고불평많은철부지세대로규정되는눈송이세대는때에따라서여러이름으로불리는한국의청년들과너무도닮아있다.특히한국의20~30대청년을한세대로묶고그명칭에부정적인의미를담는한국의풍토는눈송이를멸칭으로사용하는서구문화와상당히유사하다.눈송이란말의어원을찾고,그용어에숨은기득권의문화와정치이데올로기를폭로하는해나주얼의시도는우리의가짜세대론을돌아보는계기가된다.

힘있는자들이낙인찍는주홍글씨,눈송이
대안우파의밀실에서대중의의식속으로
대학,표현의자유,‘철회문화’,젠더에관한날조된공포

영국과미국의청년들은어쩌다눈송이로불리게된걸까?저자해나주얼은눈송이라는말의기원을찾는것에서논의를시작한다.하얗고순수하고아름다운결정체인눈송이가쉬바스러지고뾰족뾰족불평만많은한심한존재로전락하게된것은백인우월주의와반페미니즘을표방하는대안우파덕분이다.이들은트럼프가대통령이되고영국의브렉시트탈퇴가결정된2016년이후인터넷플랫폼,언론,대학강연,대중담론등을삽시간장악한다.『콜린스영어사전』이나『옥스퍼드영어사전』에도등재된눈송이란단어는‘나약하고예민하고쉽게불쾌해하고자신이특별한대우나배려를받아마땅하다고여기는사람’을일컫게되었는데,구체적현실에서는표현의자유와‘철회’를외치는대학생과유색인,여성,그리고젠더구분에혼란을야기하는성소수자등을지칭하는것으로자리매김했다.극우의인터넷밀실에서나온혐오표현이암암리에대중의의식속에깊이파고든것이다.
그런데문제는눈송이란말이단지극우세력의전유물만이아니었다는점이다.해나주얼은눈송이란멸칭이대중화되는데혁혁한공을세운세력으로진보엘리트주의자,기업관리자및경영인,트랜스배제적인급진페미니스트또한빼놓지않는다.꽤나리버럴하고진보적인체하지만자신의사회적지위와명예에위협이되는발언을결코받아들이지않는이들,청년노동자들이주어진노동조건에감사할줄모르고불평만한다고비난하는이들,이분법적인젠더구분에혼란을주는트랜스인과논바이너리인을혐오하는이들모두너무도쉽게눈송이란낙인을찍어버린다.서로다른이해관계를갖고있고저마다다른위치에있는듯하지만,이들은부와권력을이용해불편한존재에게눈송이란주홍글씨를짊어지게한다.그렇다면억울한눈송이는‘나는눈송이가아니다’라고외치면되지않을까?아니면상대에게똑같이눈송이란낙인을찍으면되지않을까?그러나해나주얼은이제이런진흙탕싸움을끝낼때가됐다고,그래야만한다고강력히주장한다.

차별,혐오,불평등,억압으로점철된꼰대문화와
이를교묘하게이용하는정치이데올로기
멸칭을당당히자기이름으로받아들이는‘빌어먹을눈송이들’의도전

사실이책에는한국어‘꼰대’에정확히부합하는단어가등장하지않는다.그저나이든사람을지칭하는‘boomer’나‘dickhead’,‘arsehole’처럼재수없고되먹지못한인간을이르는비속어가눈송이혐오자들을이를때사용되는데,이를꼰대로옮겼다.요즘젊은것들을조롱하고,“나때는말이야”라고말하면서자신의강인함을들어내는꼰대는이제특정연령층에국한된것이아니라하나의문화로자리잡았다.불편한감정을솔직히드러내는것을나약하고예민하고유별난행동으로치부하는꼰대문화속에는젊은이들의기세와연대를꺾고,그들의급진적인발상을짓밟기위한정치이데올로기가도사리고있다.‘세상물정을몰라서,경험이부족해서,고생을안해봐서’라는말속에는문제를문제로인식하고,문제의책임을묻기위해연대하는일련의변혁을위한행동을가로막는힘이작동하고있다.
해나주얼은이렇게말한다.“‘하!거봐라,당신이얼마나예민한지!’라고지적한다면이렇게답할수있다.그래,그럴지도모른다.하지만인종주의자,등신,편견덩어리,동성애혐오자,옅어지는제존재감을되돌려보려고헛되이발버둥치는옹졸하고복수심에불타는잔인한사람이기보다는,차라리지나치게예민한사람이고싶다고.”멸칭을당당히자기이름으로받아들이는눈송이들의도전은퀴어를퀴어로당당히받아들인LGBTQ+운동을연상시킨다.꼰대문화와이를교묘히이용하는정치세력에맞선눈송이의도전은실로아주단순한질문에서시작할수있다.“도대체왜예민하고화내고불평하면안되는가?”

입맛대로청년을미화하고악마화하는가짜세대론
쪼개고갈라치는청년정치담론은이제멈춰야한다!

눈송이로폄하되는서구의청년들과달리한국의청년층은무조건악마로규정되지는않는다.2030세대를일컫는MZ라는용어에부정적인의미가점점짙어지고있기는하지만,눈송이와완전히등치할수있는용어는아직없다.오히려청년을때론미화하고때론악마화하는가짜세대론의문제가세대간갈등과세대내갈등모두를심화하고있는상황이다.2023년12월국가보훈처산하재단법인대한국인이실시한설문조사(엠브레인퍼블릭에위탁,성인남녀1천명대상)에따르면,‘사회갈등이심각해질것이다’라는인식이2020년대비2023년에크게증가했고,가장심각하게생각하는사회갈등에서세대갈등이차지한순위역시2020년5위에서2023년2위로훌쩍상승했다.또지난해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성인3952명(청년층1074명)을대상으로실시한대면조사에서는다른연령층에비해청년층에서세대내갈등을,특히젠더갈등을더심각하게받아들이고있는것으로나타났다.몇해전있었던트랜스젠더부사관에대한육군의강제전역조치나트랜스젠더여성의여대입학을거부한일부페미니스트집단의시위는젠더를둘러싼갈등이이제패닉과혐오로이어지고있는상황을똑똑히보여준다.우리사회에고질적인빈부,이념,지역,종교를둘러싼갈등이얼마지나지않아세대갈등에제자리를내어줄지도모를일이다.
중장년층이나노년층과대조되는청년,남성과여성으로양분되는청년은쪼개고갈라치는분열정치의산물이다.우리시대의청년은어떤이들이고,그런세대구분이과연타당한것인지를묻지않는세대론은이데올로기에복무하는거짓에불과하다.어쩌면해나주얼의이책은가짜세대론의문제를냉철하게직시하지않으면맞게될우리시대청년들의암울한미래를보여주고있는것인지도모른다.우리는멸칭으로불릴것인가,아님우리의이름을되찾을것인가.도발적이면서도유쾌한눈송이들의도전을통해그물음에대한답을찾을수있을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