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해사 흰닭, 파드레, 그리고 오렌지 반란군의 기이한 모험 (16~17세기 동아시아와 유럽의 만남)

항해사 흰닭, 파드레, 그리고 오렌지 반란군의 기이한 모험 (16~17세기 동아시아와 유럽의 만남)

$24.00
Description
1653년 제주의 푸른 바다 너머에서 무슨 일이 벌어졌을까?
17세기 조선에 온 유럽인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두 세계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이 책은 370여 년 전 조선의 해안에 불시착하여 17세기 전 지구적 소빙기의 혹독한 겨울을 넘기기 위해 이야기를 들려주고 밥을 얻어먹었다던 사람들, 그 사람들처럼 넓은 바다를 건너 지구의 이쪽저쪽을 왔다갔다하면서 자신과 다른 사람들을 만나고 때로는 싸우고 때로는 인연을 맺었던 바로 그런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다. 1657년 겨울, 춥디추웠던 전남 강진에서 이야기를 들려주며 그 계절을 나려고 했던 하멜 일행은 이러한 지각 변동의 파도에 휩쓸린 사람들 가운데 하나다. 하멜 일행의 이야기로 먼저 서두를 여는 것은 이들의 표착이 일어나기까지 대단히 많은 사람들의 이야기가 먼저 얽혀 있고, 이들의 조선 탈출 이후에도 여전히 대단히 많은 사람들이 이 무대에서 다른 이야기들을 이어 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아는 근대에 한 발자국 더 다가가는 시대가 열리기까지 풍운과 격랑의 바다가 펼쳐졌다.
저자

딜런유

서울대학교를졸업하고LG종합상사에서수입업무에종사하다,도미후뉴욕시립대학교에서MBA석사를취득하고2000년부터현재까지글로벌금융정보통신사에서근무하고있다.첫직장인종합상사에서중국,러시아,미국,일본,브라질등지로부터원재료수입업무를맡게되면서무역과동서교류사,경제사,특히근세시기의경제와문화교류에관심을집중하기시작하였고,2007년연말부터2023년까지이글루스블로그‘迪倫齋雜想’에경제사·근세과학사·근세동서교류사·근대문화사관련글을썼으며,2018년부터공동연구자2인과함께연구를진행하여초기근대건축가이훈우를발굴하였다.30여년을이어온관심과탐구에서가장중점을두었던근세대항해시대의글들을종횡으로엮은것이이책이다.고양이와야구와만화를좋아하고학생시절부터명랑검도를수련해오고있다.
옮긴책으로『아무도모르는뉴욕-세계최대도시는어떻게살고있는가』,『일본에간베이브루스』가있고,연구논문으로「건축가이훈우에대한추가연구및관련자료」(김현경·유대혁·황두진,『건축역사연구』제30권제3호,2021),「건축가이훈우에대한연구」(김현경·유대혁·황두진,『건축역사연구』제29권제3호,2020)등이있다.
홈페이지https://dylansbibliotheca.com/

목차

제1장이야기를시작하면서
책제목에대하여궁금하시다면……
이책에서시도해보려는‘말’의실험

제2장동중국해의템페스트:백계와호탄만의기이한조우
백계·ᄒᆡᆫ듥얌ᄉᆡᆫ의최후
벨테브레이혹은박연
태풍속의아우베르케르크호

제3장남만인의등장
보동가류에서온지완면제수
세상의모든것들,『화한삼재도회』
여송남만인을소개합니다
아마항남만인을소개합니다
검은배를타고온불랑기
허풍선이남자의모험
예수의회,소시에타스이에수SocietasIesu
왜은의등장
사비에르의소프트랜딩
나가사키의탄생
탕자와변혁가,그리고현자
불랑기포와조선사신
득도지인호드리게스
숨어있는크리스탕
신앙의대도는무엇인가
찾았다!전설의크리스탕
이츠러예족의발견
마카오신사,카피탕모르
태평양을건너온스페인
실버라이닝-일본과스페인
포토시의반짝거리는공기
국제통화피스오브에이트
스페인의불안한마음
황금의산을지키는로스에스파뇰레스
일본과스페인의짧은밀월
토마스의바다

제4장두왕자와거지
부르군트의왕자와공주들
스페인과포르투갈이나눠진이야기
스페인과합스부르크왕자의탄생까지
플란다스의왕자
거지와오렌지왕자
반란의불길

제5장홍모인의나라
블루오션
바람의계곡-바이하트
동인도로가는길
새옹지마원정대
야요스와두꺼비요술
천축을다녀온덴지쿠도쿠베에
조생완벽의모험담
교토의길모퉁이창고
붉은도장이찍힌증서를들고
안남의셀럽이수광
『최척전』-쇼미더트루스!
아란타의등장
그나라의임금은고모파이아
왕자의서신이필요해!
도쿠카와이에야스의세계
나는정당한해적이다!
캡틴차이나
니콜라스이콴,정즈룽
문제적인간,나위츠
해방유격정즈룽장군
오늘도안평安平한타이오안
제국의끝,이슬라에르모사
그섬에살던사람들
산살바도르와산도밍고
세상의끝에서도제국과반란군

제6장끝나지않는이야기
해금의폐지와도진야시키
벨테브레이의선택

나가며
더자세히읽어보시려면
도판출처

출판사 서평

이책의3가지주요키워드
이책은세가지키워드를통해17세기동아시아의바다를재구성한다.먼저,‘항해사흰닭’은바다를통해세계를이어나간유럽인들을상징한다.도대체‘흰닭’이란이름이어떻게붙은것인지유럽인들의동아시아등장과함께그자초지종을이야기한다.‘파드레’란말은우리가‘신부님’이라부르는,동아시아로건너와목숨을걸고신앙을전파한가톨릭선교사이다.이사람들이어떻게남만인이라불렸던포르투갈인,스페인인과함께지구반대편으로오게되었는지함께들려줄것이다.마지막의‘오렌지반란군’은근세동아시아에온유럽인그룹들사이에얽힌이야기를들려주기위한키워드다.당시세상의바다를둘로나눠가진포르투갈과스페인제국의질서에도전한‘낮은땅’의네덜란드사람들이어떻게동아시아의역사와세계사의흐름을바꾸는발걸음을옮기게되었는지서술한다.
근세동아시아와유럽의만남을생생하게전하는다채로운역사적사건들과그를종횡으로조망하는배경설명은대항해시대근세동아시아역사에관심있는독자들에게유용한정보가될것이다.이처럼동아시아의이야기를동아시아만의맥락으로보지않고좀더넓은시각으로읽으면조선,아니우리자신의이야기도복합적으로다시보인다.

그시절조선에서는무슨일이있었을까?
17세기의조선이이이야기의네트워크에서빠질수없는건당연지사.1653년제주도서귀포해안에표착한하멜일행의등장은동아시아와유럽이복잡하게얽혀들어가는격동의세계사속에조선이편입되는중요한장면이었다.이책은하멜뿐만아니라당시세계사의교차점이되었던다양한사람들과사건들을통해근대의문턱에선동아시아의복합적인풍경을보여준다.
이책에는특히당시조선의폐쇄성만한탄해온우리에게아주흥미로운이야기들을소개한다.대표적으로,임진왜란때일본군에잡혔다기리시탄이되고,마침내자유의몸이되어필리핀으로가1617년마닐라의로사리오기도회에서신앙생활을하던조선청년토마스.후대의조선천주교회와는무관하게결국일회성의에피소드로끝나고말았지만,필리핀마닐라의도미니코수도회소속로사리오기도회의선교역사를다룬1640년의『필리핀,일본및중국의선교자로사리오회교구의역사HistoriadelaprovinciadelSanctoRosariodelaOrdendePredicadoresenPhilippinas,IaponyChina』라는책에는거의10여년만에조선에서아버지로부터부탁을받은조선사신들이일본에서자신을수소문하고있다는소식을전해들은아들이신부들과함께자신을살린그신앙을전하려고조선으로돌아갔다고전한다.
또한,1634년에제작된진주지역의향안한부에기록되어있는선비한명이있다.이사람에대해『한국향토문화전자대전』의데이터베이스에는“이책에등재된인물중에는‘진주출신으로임진왜란중에포로로잡혀가동남아등지에서거금을모았다’는조완벽趙完璧이유학幼學으로기록되어있어눈길을끈다”라는설명이있다.서생조완벽은지금이야그런사람이있었나싶은정도로별로알려지지않았지만,17세기초반에서18세기까지조선선비들사이에꽤잘알려진인물이었다.처음으로베트남을다녀와현지의한류붐을소개한사람이기때문이다.서생조완벽은지봉이수광의『지봉집芝峯集』에실린「조완벽전」과매창정사신의『매창선생집』에따르면,교토의스미노쿠라상선을타고베트남과필리핀,오키나와의동남해를주유하고재산을모아고향진주로돌아왔다.
1657년강진의혹독한겨울을넘기고밥을얻어먹기위해시작된이야기는지구반대편으로돌아와다시저타르타르의깃발들과‘낭가사키’의항구와타이오안의숲과강진에서먹은청어의맛이되어계속이어진다.여기등장하는사람들은모두서로다른언어와문화,사고체계의경계에서활동했다.그때스스로는몰랐을수도있겠지만그들에게는각자사정이있었고,역시그때는알수없었겠지만그들로인해만들어져간역사가있다.

미시사에서세계사로이어지는독특한장르
저자딜런유는한국에서태어나이책의등장인물들처럼바다를건너뉴욕에정착한그의삶의이력처럼국경과시대를자유롭게넘나들며특히경제사ㆍ근세과학사·근세동서교류사·근대문화사에중점을두고2007~2023년이글루스블로그‘迪倫齋雜想’에글을써왔다.그리고이책은방대한지식과자료에대한치밀한분석을기반으로대항해시대유럽과동아시아의만남을종횡으로넘나듦으로써,작은사건속에숨어있는거대한세계의흐름을통해근대를열어젖힌사람들의이야기를보여준다.마치하멜의표류가조선과유럽을잇는다리가되었듯,일상의한장면은세계사의방향을바꾸는나비효과가되기도한다.
조선해안의표류,선교사의모험,오렌지반란군의선택…….이들사건들이단순한역사적에피소드가아니라,바다를건넌군상을통해우리의역사와맞닿아있는사람들의생생한이야기로되살아난다.복잡하고다층적인관계망속에서상호영향을주고받는역사의원리와과정을독자와공유하고싶다는저자의바람이흥미로운소재와흡입력있는문체에잘배어있는흥미로운작품이다.역사란자신의역사와타자의역사로분리해서인식하는것이가능하지도않으며바람직하지도않다는저자의생각은이처럼‘꼬리에꼬리는무는’농밀한이문명간교류를다채로운역사적사건과그를세계사적맥락에서조망하는배경설명을통해더욱선명하게부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