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문화 답사기 : 완도편 - 고도의 일상과 역사에 관한 서사

섬문화 답사기 : 완도편 - 고도의 일상과 역사에 관한 서사

$19.22
저자

김준

저자:김준
스물두어살무렵격렬했던소작쟁의의뜨거운기억을품고암태도를찾아갔던것이처음이었다.타자로서접근했던섬은발길이잦아지면서섬과섬사람에대한사랑으로바뀌었다.섬은거대한바다위?에버티고선,작지만큰또하나의뭍이었고,작은우주였다.그공간에서사람들은파도와바람으로일상을빚고소금과김과미역으로역사를꾸리며치열하게살고있었다.그런삶의풍경에매혹되어섬과바다를떠돈지어느덧스무해가넘었다.어느샌가나의삶까지어민들의생태시간에맞춰지고있다.봄에는숭어를잡는어부가되고,여름에는민어를찾았다.가을에는낙지를찾아갯벌을헤매고,겨울에는널배를타고꼬막을캐는아낙이되기도했다.섬이품고있는가치,그곳에사는사람들의삶속에깃들어있는오래된미래를찾아오늘도섬과섬사람들의삶을기록하고있다.지은이는지속가능한사회를위한오래된미래가섬과갯벌에있다고굳게믿는‘섬의남자’다.전남대학교에서‘어촌사회’연구로박사학위를받은뒤해양문화를연구했다.현재전남발전연구원에서일하고있다.
지은책으로《한국어촌사회학》《섬문화답사기》(여수·고흥편,신안편)이외에《바다맛기행》《어떤소금을먹을까》《새만금은갯벌이다》《김준의갯벌이야기》《대한민국갯벌문화사전》등이있다.

목차

서문|도서별곡섬은나의운명이다

완도읍
1그섬에가면빙그레웃는다|완도

군외면
2작은것이아름답다|달도
3뭍인가섬인가|토도
4치자꽃향기,뭍에까지퍼질까|고마도
5바지락은와글와글시끄럽다|사후도
6장보고가살아났다|장도
7꽃섬,미녀는어디로갔을까|동화도
8흰나리,영험한당할머니가산다|백일도
9거무나리,땅끝을바라보다|흑일도
10섬으로출근한다|서화도·양도

고금면
11충무공,고금도에눕다|고금도
12매생이,섬의운명을바꾸다|넙도
13봉화오르면데리러갔제|초완도

약산면
14산에는‘약초’,바다에는‘매생이’|약산도
완도선

금당면
15‘만원’짜리를물고다니던개들은어디로갔을까|금당도
16집주인은떠나고|비견도
17야!너출세했다|허우도

금일읍
18다시마,잠자리를넘보다|평일도
19청해가가져온선물,소라섬|소랑도
20어장은좋은데교통이불편하다|신도
21젊은이가섬으로오는이유|충도
따비
22작은멸치가섬을살린다|다랑도·섭도·부도
23자식몰래섬을찾는이유|우도
24먼섬에들다|황제도·장도·원도

생일면
25샘물아콸콸솟아라|생일도
오늘이몇물인가
26한번오면또올수있는것을|덕우도

신지면
27바다가희망이다|신지도
28병든몸을섬에맡기다|모황도

청산면
29오래된미래,희망을꿈꾼다|청산도
산자들을위한씻김굿,초분:완도의초분에서매장까지기록
30불편함이행복입니다|모도
31저돌담은누가쌓았을까|소모도
32아이고섬,징합소|장도
33작은섬,큰꿈을꾼다|여서도

소안면
34달뜨는섬에들다|소안도
해방의땅소안도,소안항일운동사
35사람은죽으면별이된대|당사도
36무엇보다무서운것이바람이여|횡간도
37요리사를꿈꾸는젊은이장|구도

보길면
38고산은왜보길도로갔을까|보길도
39신들이사는섬|예작도

노화읍
40작은목포,전복으로살다|노화도
조선의섬은어떤곳이었을까
41수사슴,짝을그리워하다|노록도
전복,완도를전복시키다
42넙도바다,노화의상권을결정했다|넙도
43하늘이내린천연양식장|서넙도
44바다에홀리다|후장구도
45작은섬의시집살이|마안도
46사람이그립다|죽굴도
47섬이사라졌어요|대제원도·대장구도
48작은섬에사람이살수있는것은|어룡도
49작은섬의서러움을누가알까|마삭도

편집자의변(辯)
부록
섬가는길|1928년<도서순례기>소개|유인도에서무인도로변한섬|완도군무인도서등록현황
연륙·연도현황|참고문헌|찾아보기

출판사 서평

섬을응시하는두가지시선,생태와민주주의

우리나라의섬은총3,300여개이며,그가운데사람이살고있는섬은460여개다.『섬문화답사기』는한국의유인도흙을모두밟아보겠다는포부를품고21세기판‘섬대동여지도’를만들겠다는각오로지은이가파도와바람을벗삼아각각의섬을일일이찾아가두루살피고꼼꼼하게섬의어제와오늘을기록하고내일을전망한책이다.
조선시대의유배지는대부분섬이었다.그래서인지섬이라는단어가주는느낌은우선고독감과고립감이다.섬사람들은태어나면서부터숙명적으로뭍으로부터소외된공간,바람과파도가허락할때에만벗어날수있는유배의시간속에내던져진다.섬은인간이자연에맞선삶의터전이며,섬사람들은그곳에서치열하게삶을엮어간다.
지은이는이처럼거칠고모진자연에기꺼이순응하고자연의리듬에맞춰살아가는섬사람들의삶과역사를조망하고,전복따고미역뜯는공간을‘생태’와‘민주주의’라는두가지시선으로응시하고있다.지은이는섬에발을디디면사람들을살폈다.섬사람들의표정과행동과삶의방식을찬찬히관찰했다.그리고섬사람들에게다가가말을걸었다.그들의신산한삶을,그리고지나온시간과다가올시간을꼼꼼히스케치했다.그렇게섬사람들속으로바닷물처럼스며들기를20여년.이제야겨우‘섬의삶이란무엇인가’에대한대략적인윤곽을그려낼수있게되었다고한다.섬사람들이야말로자연의시간에맞춰살아가기,말하자면가장지혜로운인간의생존방식을무의식중에실천하고있음을깨닫고그들의지혜에서뭍과뭍사람의미래를찾아낸지은이는말한다.“섬이야말로오래된미래”라고.

자연생태와고유의문화가잘전승되어있는완도

완도의바다는동서로70킬로미터가넘는다.그위에50여개의유인도와600여개의무인도가저자의표현을빌리자면마치‘푸른별처럼떠있다’.완도군은바다를경계로고흥,장흥,강진,해남과접해있다.행정구역으로나뉘어있기는하지만바닷물을따라어류들이오가듯이섬사람들도뭍과섬을오가며삶을나누어왔다.그렇기때문에완도를이해하려면고흥,장흥,강진,해남의역사와문화,그리고그곳에사는사람들의삶을엿봐야한다고저자는힘주어지적한다.
김양식을가장먼저,가장많이했던곳이완도다.지금은전복양식으로다시금부흥기를맞고있으나예전에는미역과다시마양식으로그어느곳보다경제적으로윤택했던곳이다.노화도,보길도,소안도는현재전복생산량을좌우할만큼많은양식을하고있다.평일도와생일도는다시마로먹고산다고해도과언이아닐정도로다시마양식을주로하고있다.이곳에서는사람이누울자리는없어도다시마를널자리는꼭챙긴다.약산도와고금도는매생이생산에서으뜸이다.섬주변으로매생이발을매달기위한대나무가빼곡하게꽂혀있다.매생이는오염이되지않고파도도세지않은곳에서잘자라는데,그런조건을갖춘바다가완도군고금면과약산면,강진군마량면과대덕읍사이의바다다.
완도의섬들은대체로어느지역보다자연생태와문화가잘남아있는편이다.아직도당산제나풍어제,갯제가사라지지않고전승되는마을이많다.노화읍에속한넙도는매년정월이면소를잡아당할머니에게바치는당산제가이어지고있으며,약산면당목리는큰몽돌을신체(神體)로모시고정월이면당산제를지낸다.현재는슬로시티로주목받고있는청산도에서는사람이죽으면바로땅에묻지않고초분을하는풍습이지금도남아있다.
또한청산도에는해녀들이많다.모두제주에서배를타고,신천지를찾아건너온사람들로,낯선땅에왔다가그길로혼인하고눌러앉은사람들이다.그러니완도는충청도의외연열도,동해의독도,심지어러시아까지오갈수있는요지에있었던셈이고뱃길이자문화의이동로였던셈이다.

아픈역사를간직한강직한섬사람들

완도를누비면서저자가가장마음아프게여겼던곳은소안도이다.소안도에살던주민들은대부분‘일제강점기식민통치에반대하는조선인’,‘불령선인’으로낙인찍혀감시를받았던아픈기억을가지고있다.섬사람이모두항일운동가였던것이다.주민들스스로학교를세워우리말을가르치고민족의식을고취하면서스스로를지키려고했던열사들이었다.하지만민족항일운동은사회주의운동으로,한국전쟁을거치면서는‘반공’이라는굴레로바뀌어그어느곳보다시리고아픈세월을겪어내야했다.
또한동아시아의바닷길을장악하고해상무역을개척한장보고가세운청해진,노량에서일본과마지막으로싸우다목숨을잃은이순신이처음으로누웠던고금도,고산윤선도가만들려고했던별천지보길도의세연정,오래된미래청산도,임금에게진상을한신비한약초들이많았다는약산도,모래울음소리가십리에이른다는신지도명사십리등완도의섬들은적은덩치를가졌지만커다란뜻과유산을간직하고있어자부심만으로도빛이난다.

저자는완도의섬을다니는일이녹록치않았다고고백한다.물때에따라계절에따라시시각각변하는바다때문에발목이잡힌적도많았다고한다.어느날은등대지기와지새우고어떤때는하루를꼬박배위에서보내기도하고섬에묶여옴짝달싹하지못하는때도있었다.하지만그때마다따뜻한밥한그릇나눌줄알고정겹게술잔을내밀줄아는섬사람들의넉넉한인심에힘을얻었다고한다.또한바다의선물에감사할줄알고뭇생명에게도음식을나누는지혜를지닌섬사람들의모습에항상감동한다고한다.하지만그무엇보다저자김준이계속해서이힘든작업을계속하는이유는이한마디에응축되어있는듯하다.“이제섬사람은늙고,바다도병들고있다.급하다.늦기전에그지혜를도시의선남선녀들에게알리고싶었다.”
현재까지<여수고흥><신안>을거쳐<완도>의기록을마쳤다.약200여개의섬을발로뛰며각섬의생태환경과역사,섬사람들의삶과문화까지세세하게담으려애썼다.앞으로도가야할섬이많다.부디그의행진이더욱힘차지기를바랄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