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은인간의운명을어떻게결정짓는가
인간과공간의관계를발견하고이해하는인문지리학수업
지리란무엇일까?우리는‘지리’라는말을들으면흔히지도,고고학,풍수등을떠올린다.그러나오늘날의지리는이런낡고전통적인통념을아득히넘어서는‘공간의과학’이다.모든사람은공간속에서살아가며,공간을배제한삶은존재할수없다.따라서공간에관심을가지고탐구하는것은곧인간을탐구하는것과같다.한마디로말하면‘인간은공간을어떻게바꾸고,공간은인간을어떻게바꾸는가?’라는질문으로요약할수있다.이질문에대답하고자하는학문이바로인문지리학이다.
지리적호기심은사소한의문에서출발한다.예를들어자동차를타고도로를달리다보면‘왜고가도로옆에는늘공장이자리잡고있을까?’라는의문이생기곤한다.실제로고가도로아래에는대부분크고작은공장과산업단지가조성되어있는것을쉽게볼수있다.이때지리지식을갖추고있다면원료산지와시장의관계를보여주는입지의원리,집적경제로인한경제적상호의존성등그공간의존재이유를과학적으로밝힐수있고,나아가이지리현상이인간의삶을어떻게변화시키고규정하는지를발견할수있다.
공간과인간의관계는인간이과거에어떻게살아왔고,현재를어떻게살고있으며,미래에어떻게살아가야할지를알려주는단서이다.작게는내가사는집,동네골목,공원부터크게는나라,대륙,세계까지,나와관계를맺고있는‘공간’을지리적으로관찰하고이해를넓혀갈수록내주위를둘러싼수많은것들이이유없이존재하지않음을깨닫게될것이다.
우연히만들어지는장소는없다
지리를통해공간의본질을이해한다
경관을텍스트(text)화한다는말이있다.주변에서지나치는모든경관은절대우연히만들어지는것이아니다.경관을통해특정의미를전달하려는저자가있으며,저자가경관에새겨놓은의미를소비하는독자가존재한다.저자는경관을조성하여특정가치나신념을전달하고자한다.그경관을바라보는독자는의식적으로,또는무의식적으로경관에내포된가치나신념을받아들이게되는것이다.하지만글과마찬가지로경관의의미가모든독자에게동일하게전달되지는않는다.같은장소를보더라도독자마다다르게해석할수있기때문이다.
상징을내포한대표적인경관의예시로백악관이위치한워싱턴D.C.의내셔널몰을들수있다.내셔널몰은푸른잔디로채워진대형공원이다.여기에는링컨기념관과워싱턴기념비,국회의사당이정확히일렬로배치되어있다.이설계는철저하게의도된것으로대통령인링컨,워싱턴과국민을대표하는국회의사당을같은선상에배치하여위대한업적을쌓은전직대통령과미국국민이서로평등하다는것을상징적으로보여준다.반면백악관은이주요라인과다소떨어진곳에자리한다.이것은백악관이군림하는권위자의공간이아니라나라와국민을위해봉사하는사람의공간이라는점을의미한다.
지리학을공부하는목적중하나는이러한경관의숨은의미를읽고해석하는것이다.모든공간에는숨겨진의미와가치가있다.공간에담긴본질을이해하는순간더나은삶을위한소중한통찰을얻을수있다.
언제나지리속에해답이있다!
전세계의현상과사건을지리로해석한다
흔히지리는공간을다루는학문,역사는시간을다루는학문이라고말한다.그러나이둘을분리한채공간과시간을해석할수는없다.시간은곧‘공간의변화량’이기때문이다.공간의변화란그공간속에서벌어지는사건의누적과같다.즉공간을둘러싼다양한사건을해석할때비로소우리는‘현상을이해했다’라고말할수있는것이다.이통찰의가장기초가되는지식이지리학임은두말할필요도없다.
지리에서관심을가지는대상은땅,바다,대륙,산,강,하늘같은자연뿐만이아니다.인간이생활하고살아가는모든공간과그공간에의해만들어지는현상들을연구하는것이바로현대지리학이다.개선문을중심으로도로들이퍼져나가는파리의방사형도시구조,계획적인도시설계로유네스코세계유산에등재된최초의현대도시브라질리아,시대의요구에따라공간의모습이계속해서바뀌어온청계천과광화문광장등지리학의진정한실용성은공간속에담긴의미를찾아내고해석하는데있다.
현대사회에서사람들의관심은그어느때보다도넓고복잡하다.우리가정치,외교,환경,경제,사회등그어떤분야에관심을갖고탐구하든그뒤에는반드시지리적맥락이존재한다.기본적인지리지식을갖추고세상을살아간다면,내주변지역은물론전세계에서일어나는다양한사건의관계와상호작용을더욱깊은차원에서이해할수있을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