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바꾼 회중시계 : 김구와 윤봉길의 독립운동 이야기 - 토토 역사 속의 만남

맞바꾼 회중시계 : 김구와 윤봉길의 독립운동 이야기 - 토토 역사 속의 만남

$11.21
저자

김남중

1972년전북익산에서태어났고,원광대국어국문학과를졸업했다.2004년에소년소설『기찻길옆동네』로제8회창비‘좋은어린이책’원고공모창작부문대상을받았다.동화집『자존심』으로2006년‘올해의예술상’을수상했으며,2011년에는『바람처럼달렸다』로제1회창원아동문학상을받았다.그동안지은책으로동화집『동화없는동화책』『공포의맛』,장편동화『불량한자전거여행』『싸움의...

목차

노인과소년
폭탄을만드는사람들
청년의길
노인의길
마지막밤
지하에서만납시다
목숨의대가
나의소원

깊이보는역사-독립운동이야기
작가의말
참고한책

출판사 서평

본문중에서

“여긴아이들놀이터가아니다.”
“알아요.저도애들이없으니까여기온거예요.”
뜻밖의대답에노인은잠깐말문이막혔다.소년이슬금슬금눈치를보며말을이었다.
“해질때까지만숨어있으려고했단말이에요.”
“무슨장난을치려고여기숨어있어?”
노인의목소리가커지자소년의목소리도따라서커졌다.
“장난아니에요.덕술이가저만보면괴롭힌다니까요.오늘도덕술이한테맞았다고요.”
소년의목소리는끝이떨렸다.노인은소년의상처가어떻게생겼는지알것같았다.
“그애가왜그러는거냐?”
“몰라요.”
“이유를모르면계속당할텐데?”
“알아도당할거예요.나는싸움을못하니까.”
“그건모르지.이유를알면싸우는방법도달라지는거다.”
노인의목소리에는힘이있었다.소년은자기도모르게노인을쳐다보았다.

-본문10~11p중에서


김구는윤봉길의가슴에한인애국단선서문을붙여주었다.윤봉길이직접쓰고읽은선서문이었다.잠시뭔가를생각하던김구가책상서랍을열더니권총과수류탄을꺼냈다.
“이걸들고찍으면윤동지의뜻이더분명하게보일것같소.”
윤봉길은김구가건네주는권총을오른손에들고수류탄을왼손에들었다.사진사가윤봉길에게농담을건넸다.
“두분이안친하신가요?같이찍을때보다혼자찍을때가얼굴이더밝네요.”
윤봉길은권총의총구가사진사를향하지않도록권총을살짝옆으로돌렸다.수류탄도잘보이게손가락으로아랫부분만감싸들었다.사진사뒤에서있던김구가말했다.
“이사진이일본놈들에겐공포로,우리국민들에게는자랑스러움으로남을거요.”
입술을꾹다문윤봉길의눈가에보일듯말듯웃음이지나갔다.
“찍습니다.하나!둘!셋!”
윤봉길은두눈을크게뜨고카메라를바라보았다.
찰칵!
카메라렌즈에서순간하얀점이보였다가사라졌다.윤봉길자신은영원히보지못할마지막사진이찍힌순간이었다.
-본문33~34p중에서


벽시계가일곱번울렸다.두사람은자기도모르게주머니에서회중시계를꺼내들여다보았다.정확히일곱시였다.윤봉길이김구의은빛시계를무심코바라보았다.긴사슬이달린싸구려시계는몸통칠이벗겨졌고유리에긁힌자국이나있었다.윤봉길이자기회중시계를내밀었다.
“선생님,저랑시계바꾸시죠.”
흠집하나없는윤봉길의시계는금빛으로반짝거렸다.김구가이유를몰라머뭇거리자윤봉길이덧붙였다.
“제시계는얼마전에육원을주고새로샀습니다.선생님시계는이원이니까저한테주십시오.어차피제시계는한시간밖에쓸모가없습니다.”
김구가고개를끄덕이며낡은은빛회중시계를건네주었다.두사람은서로의체온으로따뜻해진시계를받아주머니에넣었다.
“이제가보겠습니다.”
윤봉길이성큼성큼앞서걸었다.부엌에서나온김해산이김구의뒤를따라나왔다.집에서멀지않은곳에미리불러놓은자동차가기다리고있었다.
윤봉길이차문을열다가말고지갑을꺼내어돈을내밀었다.
“계산해보니까차비내고도돈이남겠습니다.”
김구는받은돈을차마주머니에넣을수가없어그냥손에꾹쥐었다.윤봉길이차에타더니힘차게문을닫았다.정말헤어질시간이된것이다.
-본문103~104p중에서


차창밖에서있는김구를향해윤봉길이말했다.
“선생님,안녕히계십시오.”
김구가나지막하게대답했다.
“윤동지,우리지하에서꼭만납시다.”
‘예.절대로살아서는뵙지않겠습니다.’
윤봉길은마음속으로대답하며김구를향해깊숙하게고개를숙였다.
“갑시다.”
고개를든윤봉길이기사에게말하자자동차가부르릉엔진소리를높이며움직이기시작했다.일찍집을나선사람들이벽돌깔린길위를드문드문오가고있었다.전조등을밝힌자동차는안개낀듯침침한거리를달려멀어졌다.
-본문105p중에서


윤봉길은도시락폭탄의삼끈을찾아더듬거렸다.도시락을싼보자기매듭에가려져삼끈은좀처럼손에잡히지않았다.윤봉길이도시락을내려다본순간헌병들이윤봉길의팔다리를붙잡았다.
“놔라!놔!”
윤봉길이몸부림을쳤지만꼼짝을할수없었다.어느틈엔가도시락폭탄을빼앗겼다.군인들이윤봉길에게소총개머리판을휘둘렀다.뒤늦게무슨일이벌어졌는지알아차린일본인들이몰려들어윤봉길을발로차고주먹으로때렸다.꼼짝못하고진흙밭에나뒹구는윤봉길의입에서비명대신함성이나왔다.
“대한!독!립!만세!”
쏟아지는발길질에숨이컥컥막혔지만윤봉길은온힘을다해만세를불렀다.분노한일본인들의고함속에서윤봉길은만세를부르다가정신을잃었다.
-본문112~114p중에서


군사법정에서판사는윤봉길에게마지막진술기회를주었다.윤봉길은일본군재판관들과법정을가득채운군인들을향해말했다.
“너희들은나를재판할자격이없다.나는대한의전사로일본군을상대해독립전쟁을한것이다.너희들이나를죽인다해도내독립정신은죽이지못할것이다.나는일본제국주의가망하는날까지지하에서도계속싸울것이다.”
마지막진술이끝나자재판장은윤봉길에게형을선고했다.
“피고윤봉길을사형에처한다.”
윤봉길은예상했다는듯무표정한얼굴로법정을둘러보았다.큰목적을이루었으니비굴하게살아남으려고무릎을꿇을생각은전혀없었다.
-본문119p중에서


소년이아까부터궁금했던질문을던졌다.
“이기면기분이어때요?”
“무슨말이냐?”“평생싸워서우리나라가독립을했잖아요.그럼일본한테이긴거아니에요?”
노인이큰소리로웃었다.소년은노인이부러웠다.소년은한번도저렇게시원스레웃어본적이없었다.
웃음을그치고노인이말했다.
“싸움은아직끝나지않았다.”
“아직도요?왜요?”
소년의눈이휘둥그레졌다.우리나라는사년전에해방을맞았고작년에는미군정이끝나고대한민국정부가출범을했다.그런데도싸움이끝나지않았다?
노인이살짝말을돌렸다.
“만약에누가네소원을들어준다면뭐라고빌테냐?”
노인이묻자소년은잠깐생각하고대답했다.
“소원은하나만빌어야돼요?세개빌면안돼요?”
“다말해봐라.”
“아버지가돌아오시는거하고,부자가되는거하고또…….”
“덕술이가안괴롭히는거?”
소년이고개를끄덕였다.노인이말했다.
“나는이렇게대답할거다.내첫째소원은대한독립입니다.둘째는우리나라의독립입니다.셋째는우리나라대한의완벽한자주독립입니다.”
“셋다같은소원아니에요?”
“그래.내칠십평생에소원은이것하나밖에없었다.”

-본문134p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