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의 인생, 두 개의 뿌리: 줄리앙, 혹은 민영

하나의 인생, 두 개의 뿌리: 줄리앙, 혹은 민영

$18.73
저자

줄리앙 민영

저자 : 줄리앙 민영
한국계 프랑스 작가. 다섯 살에 프랑스로 입양되어 낯선 가족과 문화 속에서 자랐다. 입양아로서 겪은 적응의 시간과 숱한 시련은 그의 삶과 글의 바탕이 되었다. 성인이 된 뒤 자신의 뿌리를 찾아 부산에 정착했고, 마침내 친가족과 다시 만났다. 그 과정에서 두 문화 사이의 충돌과 오래된 상처를 마주했지만, 그 속에서 회복탄력성을 발견했다. 입양과 정체성, 뿌리를 찾아가는 여정, 그리고 자기 자신과의 화해를 담은 첫 책 『하나의 인생, 두 개의 뿌리』를 썼다.

역자 : 배진시
배진시는 프랑스에서 철학 박사 과정을 수료한 인문학자이자 작가이다. 현재 몽테뉴인문학연구소 소장과 몽테뉴 해외 입양 연대 대표로 활동하며, 기업, 도서관, 학교 등 다양한 기관에서 철학과 토론, 인문 교육을 주제로 강연을 이어가고 있다.
주요 저서로는 『똘레랑스 독서토론』, 『나는 거꾸로 된 나무입니다』, 『이웃집 현대사』, 『외우라고 했지만 왜라고 했다』가 있으며, 번역서로 『그때 그 아이, 침묵을 깨다』가 있다.

목차


들어가며 / 004

제1장 ―대한민국, 나의 뿌리
한국에서 태어나다 / 014

제2장 ―프랑스, 나의 어린 시절
새로운 가족 안에서의 적응 / 020

제3장 ―사춘기, 삶의 균열
내면의 혼란 / 028
관계들 / 037

제4장 ―망가지는 몸, 다시 태어나다
첫 사회생활 / 044
병원에서 배운 인생 수업 / 049

제5장 ―어른이 된다는 것
나의 약속 / 060
아들의 탄생 / 066
청소년 캠프, 천직을 발견하다 / 073

제6장 ―상실과 질병
사랑과 상실의 경계에서 / 083
암 / 086

제7장 ―과거의 진실
한국 가족과의 재회 / 096

제8장 - 모든 것이 멈춰버린 날
마지막 작별 인사 / 120
장례식, 그리고 다시 살아가는 힘 / 130

제9장 ―뿌리로 돌아가다
입양된 아이들에게 / 153
입양한 양부모님께 드리는 글 / 157
입양을 보낸 친부모님께 드리는 글 / 160
대한민국 정부와 NCRC에 전하는 말 / 165

감사의 말 / 167
마치며 / 174

출판사 서평

“줄리앙, 혹은 민영.” 한 사람을 부르는 두 이름에는 한국에서 시작해 프랑스에서 이어진 시간이 함께 담겨 있다. 1980년대 초 한국에서 태어난 저자는 어린 시절 고관절 질환으로 수술을 받고, 쌍둥이 여동생과 함께 다섯 살 반에 프랑스로 입양됐다. 프랑스의 가족은 두 아이를 따뜻하게 맞이했지만, 그 사랑만으로 출생을 둘러싼 질문과 몸에 남은 흔적까지 지울 수는 없었다.
책은 새로운 가족에게 적응한 어린 시절에서 출발해 사춘기의 혼란, 건강 문제와 재활, 아들의 탄생, 사랑하는 이와의 이별을 따라간다. 저자는 방황하거나 타인에게 상처를 준 시간도 감추지 않는다. 이어 친어머니와 한국 가족을 만나는 과정, 한국에서 다시 생활하며 느낀 친밀감과 낯섦을 차분히 들려준다. 재회가 모든 질문에 즉시 답을 주지는 않는다. 그 사실까지 포함해 그는 자신의 과거를 한 사람의 삶으로 받아들여 간다.
마지막에는 입양인, 양부모, 친부모, 한국의 관련 기관을 향해 각각 말을 건넨다. 자신의 기록에 접근하고 출생의 진실을 알 권리를 묻는 대목은 개인의 기억을 제도의 문제와 이어 준다. 『하나의 인생, 두 개의 뿌리』는 해외 입양을 하나의 성공담이나 상처의 이야기로 단순화하지 않는다. 두 문화 사이에서 살아온 사람이 가족과 소속, 진실, 회복의 의미를 스스로 묻고 답해 가는 에세이다.

책 속에서

84p
아마 사람은 너무 많은 상실을 겪고 나면 조용한 슬픔과 함께 살아가는 법을 배우게 되는 것 같다. 겉으로 드러내지 않는 슬픔, 말로 꺼내지 않는 슬픔. 어디를 가든 그림자처럼 나를 따라다니는 그 슬픔은 항상 나와 함께 했다.

87p
암과 수술들, 그리고 긴 소진의 시간을 통과하며 나는 살아 있다는 사실에 감사하는 것이 삶의 본질임을 알게 되었다. 이제 나는 삶을 얼마나 오래 사느냐로 재는 것이 아니라, 그 시간 동안 무엇을 지켜냈는지, 그리고 고통 속에서도 끝내 놓지 않았던 빛으로 남는다는 것을 안다

101p
시간이 흐르며 나는 비로소 사랑이란 상대의 침묵까지도 기꺼이 품어 안는 일이며, 사람마다 저마다의 상처를 자신만의 방식으로 껴안고 살아간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임을 이해하게 되었다.

103p
체류 중 가족은 나를 한 이모님께 소개해 주었는데, 그 과정에서 다시금 놀라운 문화적 차이를 실감했다. 그것은 한국 사회가 부와 성공을 대하는 방식이었다. 누군가를 소개할 때 “이분은 부자야”, 혹은 “아주 성공한 사람이야”라는 말을 자연스럽게 주고받는 광경을 목격하곤 했다. 보통 가족이나 직업, 성품으로 사람을 소개하는 프랑스의 정서와는 확연히 달랐다. 나에게 중요한 것은 그 사람이 무엇을 소유했느냐가 아니라 ‘내 앞에 있는 사람이 누구인가’였기에, 이러한 대비는 많은 생각을 하게 했다. 사회적·경제적 성공이 중요한 가치로 자리 잡은 나라의 문화를 비난할 생각은 없다. 다만 나는 은행 계좌의 숫자보다는 사람의 마음과 삶의 궤적,
그 깊은 내면을 알고 싶었을 뿐이다

109p
누나의 통역을 빌려 마침내 나는 가슴 깊이 묻어두었던 그 질문을 던졌다.
“왜요? 왜 우리를 버렸나요?”
나는 그 순간의 공기를 결코 잊지 못할 것이다. 내 질문을 통역하던 누나가 먼저 울음을 터뜨렸고, 그녀의 얼굴이 깊은 슬픔으로 일그러지는 것을 보았다. 그리고 그 남자는 내 눈을 똑바로 응시하며, 내 평생의 기억에 낙인처럼 남을 한마디를 뱉었다.
“나는 너희를 원한 적이 없다. 나는 너희를 한 번도 사랑한 적이 없다.”

110p
시간이 한참 지나서야 나를 상처 입히고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순간에도 타인의 선택과 존재 방식을 받아들여야만 한다는 것을, 그렇게 받아들이는 법을 배우고, 용서하고, 다시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기어이 다음 페이지를 넘겨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114p
친가족을 찾는 일이 늘 따뜻한 결말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그 길에는 빛과 그림자가 공존하며, 마음을 치유하는 진실과 가슴을 찢는 진실이 나란히 놓여 있다. 그리고 그 모든 험난한 끝에는 결국 ‘용서’라는 마지막 길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언젠가 자신의 뿌리를 찾아 떠날 이들에게 나는 말해주고 싶다. 마음을 치유하는 진실은 물론, 가슴을 갈기갈기 찢어놓는 진실까지도 마주할 준비를 하라고.

158p
아이가 문을 닫는 것처럼 보일 때에도, 그 문 앞에 머물러 주세요. 돌아올 수 있는 가능성, 한마디 말, 짧은 포옹, 작은 대화의 여지를 남겨두세요. 저의 양부모님은 저에 대한 사랑의 연결을 끊지 않았습니다. 언제나 손을 내밀고 있었고, 그 덕분에 저는 언젠가 다시 그 손을 향해 돌아갈 수 있었습니다.

159p
당신이 선택한 이 길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길 중 하나입니다. 피보다 사랑을, 혈연보다 마음을 선택하셨습니다. 그것은 인간이 보여줄 수 있는 가장 깊은 인간다움입니다

165p
우리는 이제 과거와는 다른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기억과 진실, 그리고 투명성은 더 이상 부담이 아니라, 상처를 치유하고 서로를 이해하게 하는 다리가 될 수 있다고 믿습니다. 이에 깊은 존중의 마음으로, 한국 정부와 NCRC가 입양 정보 개방의 방향으로 계속 나아가 주시기를 바랍니다. 가능하다면, 정보를 원하는 모든 한국 입양인들이 자신의 기록에 접근하고, 본래의 이름과 출생 정보, 그리고 입양의 경위를 알 수 있기를 바랍니다. 이는 과거를 단죄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기억을 치유하고 각자가 어디에서 왔는지를 이해함으로써 앞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돕기 위함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