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의도시를만나는유시민의방식
도시의과거,현재그리고삶
그도시들의여러공간에서누구나같은감정을느껴야하는것도아니다.인생이그렇듯여행도정답은없다.저마다자신이원하는방식으로해나가면그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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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변에금속으로만든남녀노소의신발수십켤레가놓여있었다.그신발의주인들은총을맞고다뉴브강에버려졌다.그곳에그게있다는사실을알고갔는데도눈물이났다.그저무섭기만했던테러하우스와는달랐다.그렇게작은조형물이그토록강렬한감정을불러일으킬줄은몰랐다.구두안에는빗물이깨끗하게고여있었고그너머로도나우의탁류가거칠게흐르고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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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저히넘어설수없는현실의장벽에봉착하면선택지가둘있다.그사회를탈출하거나시선을내면으로돌리는것이다.나폴레옹의몰락은군주정의부활로이어졌고유럽사회는진보의희망이사라진시기를맞았다.봉건적신분제도와낡은특권이강력한힘을지니고있었던독일과오스트리아의민중은현실을외면하고사소하지만확실한일상사의즐거움을맛보면서그시대를견뎠다.비더마이어시대전시실의실내장식·가구·공예품·그림을보면서그것을만든이들의마음을헤아려보았다.영원한것은없고모든것은지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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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이깔리자도시전체가한순간에얼굴을바꾸었다.틴성당을비롯한구시가의역사적건축물과블타바강다리에야간조명이들어왔고자동차와노면전차가전조등불빛을내쏘기시작했다.상가와식당과카페의전등이빛을뿜었고가로등도일시에눈을떴다.어디선가사람들이몰려나와햇살이사라진광장과거리를메웠고그들이내는온갖소리가어두운밤하늘을타고올랐다.교탑위에서내려다보니도시전체가천천히위로떠올라허공에걸리는것같았다.프라하는거대한야간개장테마파크로변신했다.프라하의랜드마크1번은틴성당도바츨라프광장도아니었다.교탑위에서본,해가넘어간직후의프라하그자체였다.-p.200
사람이만든것에는이야기가있다.인간이만든가장크고아름답고오래된것은아마도시일것이다.도시는역사적사건과인물들이만든생생하고,드라마틱한낯선이야기가깃들어있다.특히유럽의도시는박물관이나왕궁에서뿐아니라광장,건물,카페,골목등과같은일상의공간들도흥미로운히스토리를품고있는곳이많다.작가는이러한유럽의도시공간이전하는이야기들을들을수있게,도시의표면아래숨겨진이야기를찾고도시가품고있는인물들의삶을돌아보며오늘의도시가탄생하기까지영광과상처,야만과관용,성과속,단절과연결,좌절과성취,삶과죽음등을그만의시선으로마주한다.
작가가전하는도시공간과그속에담긴이야기는인간이앞으로나아온성취의과정과그과정에서표출한아름다움과추함,이기심과이타심,절망과희망같은인간의다양한얼굴을보여주며현재를비춘다.이것은우리자신을더입체적으로느끼게하고평소와는다른낯선생각과감정을불러일으키며자신과마주하게한다.아마도이것이멀지만낯선거리를걷고또걸으며유럽의도시를여행하는이유가아닐까.
오래된도시에남아있는사람의이야기를찾아서
-빈,부다페스트,프라하,드레스덴편
빈사람들이시씨를사랑하는것이그때문만은아닐것이다.운명에의해‘권력형셀럽’이되었지만시씨는‘자기다운삶’을추구했다.…운명을거부하거나극복하지는않았으나운명에갇히지도않았다.운명을받아들이면서도자신이의미를느끼는인생을살아나가려고번민하고도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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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부다페스트에서대한민국의현대사를보면서느끼는것과비슷한감정을맛보았다.부다페스트는슬프면서명랑한도시였다.별로가진게없는데도대단한자신감을내뿜었다.오늘의만족보다내일에대한기대가큰도시였다.나는그런사람그런도시가좋다.
-p.163
프라하는아름다웠다.왕궁과교회,거리와강,카페와박물관,모든것이아기자기하게예뻤다.그무엇도대단하다고할수없었지만프라하자체는대단했다.프라하는역사의상처를감추지않았고,그상처때문에고통스러워하지도않았다.지난날의상흔은지난일로정리하고오늘은오늘의즐거움을추구한다.그렇게하려고성과속의공존을허락한다.
-p.239
1945년2월의참극을모르면오늘의드레스덴이왜지금같은모습을가지고있는지이해할수없다.…‘바로크도시’드레스덴은그때영원히사라졌다.수많은건축물을복원했지만,예전의도시로는돌아가지못한다.그러나오늘의드레스덴이예전만못하다고할수는없다.드레스덴은과거와는다른면에서세상에하나뿐인도시가되었다.추하면서아름답고슬프지만평화로운,어딘가크게어긋나있는데도편안하고정감있는도시.나는그렇게느꼈다.
-p.249
빈,부다페스트,프라하,드레스덴은지리적으로가까워함께여행하면좋은도시들이다.네도시의중심은빈이다.빈은오랜세월합스부르크제국의수도였고,문화예술에한정할경우빈은파리와어깨를나란히할정도로수준이높고가진것이많다.특히음악과미술을사랑하는여행자는빈을빠뜨리지않는다.부다페스트와프라하는합스부르크제국의영향권에있었던만큼모든면에서빈과깊이얽혀있다.하지만도시의문화적분위기는크게다르다.드레스덴은한때모든것이무너졌지만재건하는과정을통해드레스덴다움을만들어냈다.프라하에갈때들르기좋은도시이다.
작가가느낀,빈은가장완벽하고화려한도시이며,부다페스트는슬프지만아름다운도시이고,프라하는뭘해도괜찮을듯한품이너른도시이며,드레스덴은부활의기적을이룬도시이다.작가가한도시를온전히느끼기위해만난도시의찬란한순간,도시가드러내거나감추고싶어하는것,도시를망친것들,도시를도시답게하는것,도시의상처와그것을이겨내며앞으로나아와현재의도시다움을만들낸과정은마치우리삶과닮아때로는위로가되고때로는마음한편에남겨진다.이렇게네도시는작가가찾고모아버무린생생한이야기들에작가만의느낌이더해져가보고싶어지고,오래남겨질것같은매력적인도시가된다.여기에작가의지적호기심,인문적사유가빚어낸그만의시선과감정,통찰을통해우리는네도시가뿜어내는문명적향취를더풍성하게느낄수있으며도시를더다양한시선으로바라볼수있고자신과삶,그리고사람에대해깊은성찰을더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