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유럽의서쪽끝에서만난,가장인간적인도시들
『유럽도시기행3』은유라시아대륙의서쪽끝,이베리아반도의네도시로독자를이끈다.한때세계사의항로를바꾼대항해시대의주역이었지만,이후내전과독재,혁명과재건을겪으며쇠퇴와정체,혼란과회복의시간을통과해온도시들이다.유시민작가는이도시들을빠르게소비하기보다거리와광장,미술관과시장,성당과골목,식당과강변을천천히걸으며도시가무엇을기억하고사람들이무엇을사랑하며오늘을살아가는지들여다본다.
“정복전쟁을일삼았던포르투갈왕국은대항해시대의짧은전성기를지나유럽의변방국가로되돌아왔다.공화주의혁명을이룬뒤에는살라자르의장기독재를겪었다.그런역사를살아온사람이라면이렇게생각할수있을것이다.‘힘을다해이웃과싸우면서남을정복했지만,승리는오래가지않았고남은것도없다.…이웃을적으로삼기보다는서로기댈수있는친구로만드는게낫지않겠는가.…그런생각을가진사람은붐비는거리에서도발걸음을재촉하지않는다.친구나사업파트너를만나면차한잔을앞에두고충분히들으면서오래이야기를나눈다.이방인에게도경계하고의심하는표정이아니라여유롭게환대하는미소를선사한다.리스본과뽀르투사람들한테서나는그런마음을느꼈다.”
“규모가작지않지만,모든것이소박한성당이었다.스테인드글라스는최소한의자연광을받아들이는수준이었고설교대는조그마했으며홀에는기다란나무의자말고는아무것도없었다.가족을두고위험이넘실대는바다로나갔던어부들의마음이,출항할때마다일렁거렸을불안감이,만선의꿈을이루고회항하면서느꼈을안도감이느껴졌다.”
“역시파두는술잔을기울이며듣는게맛있었다.오르막골목길,예배당건물이었음을짐작할수있는외관,은은하게새어나오는불빛,꾸밈없는무대,허세를내뿜는가수들의몸짓까지모든것이이국적이었다.‘그래,유럽여행은이런맛이지.’”
작가가들여다본네도시는인간적이다.도시의역사가만들어낸영광과몰락,자부심과상처,슬픔과유머,결핍과환대,기억과망각이도시의거리와광장과식탁위에고스란히놓여있다.이도시들은인간이살아가며겪는거의모든감정을품고있다.그래서이름난랜드마크보다그곳사람들의표정,저녁의광장,골목의소음,한잔의와인,낡은성당안의침묵이작가의마음에더오래남는다.『유럽도시기행3』은유시민작가의시선으로포착한유럽의또다른얼굴,가장인간적인도시로우리를안내한다.
2.내게는시간이멈춘곳같았다.
유시민작가가발견한인간적인네도시들은사람을서두르게하지않는다.잠시멈추게하고,천천히걷게하고,그곳에서타인의삶을상상하게한다.우리를조금더다정하고조금더인간답게만들어준다.
“키큰야자수아래줄지어선그리스스타일열주,뛰어노는아이들,여유롭게커피를마시는노인,막불이붙은것같은연인들,짙푸른하늘,맑은공기,그모두의위에서부서지는햇살,플라멩코공연장에서흘러나오는노랫소리,바르셀로나의모든것이거기있었다.해가지고가우디의가로등에불이들어오자광장은더평화로워졌다.밤이영원히계속되어도괜찮을것같았다.”
“까르무는특별했다.무엇보다대지진의위력을증언하는폐허가남아있었다.나는고고학유물이아니라폐허를만나고싶어서까르무에갔다.대성당이나상조르즈성처럼겉보기에멀쩡한건물로복원했다면가지않았을것이다.까르무성당은복원작업을중단한덕에새로운가치를획득했다.”
“리스본사람들은느긋하고친절했다.여행자인우리도그분위기에물들었다.뭐든빨리빨리하면서살아온내게는시간이멈춘곳같았다.”
유시민작가가『유럽도시기행3』에담은네도시는꼭봐야할것들보다즐길것이많다.천천히걸을때,오래앉아있을때,골목안쪽을들여다볼때비로소자기의모습을드러낸다.
노점의음식냄새와강변의노래,와인의향기,강렬한색채의벽화,비오는날미술관에서만난낯선그림들,예술을담고,작은공연을즐기고,그도시의음식을맛보며도시의햇살과골목길을누비는시간,소소한볼거리와놀거리,일상의흥겨움이도시곳곳에풍성하게펼쳐져있다.고단한일상을잠시뒤로하고온전한쉼과여유가필요할때자신에게선물같은시간을줄수있는여행지이다.이국적이지만편안하고,낯설지만따듯하며,소박하지만흥겨운,우리의발걸음을늦추고지금여기에집중하게만드는느린매력을깨닫게하는도시다.
빠르게살아온시간속에서
놓치고있던소중한것들을생각하게하고
더많이보려하지않고
더오래머물고싶어진다.
3.도시의역사,예술의위로,삶의즐거움,유럽도시기행
어디를가야하는지알려주는책은많다.그러나유시민의『유럽도시기행』은도시가왜지금의모습을지니게되었는지질문하고이해하게하는책이다.작가가들려주는길과광장,골목과건축물,음식에스며있는이야기를따라가다보면도시는단순한공간이아니라삶의방식으로읽히기시작한다.그럴때우리는도시에질문을품게되고,그런사람에게도시는말을걸어온다.우리가도시에건네는질문과도시가우리에게건네는말은어쩌면내마음속깊이묻어두었던나자신에게하고싶었던말일지도모른다.
“마드리드가어떤도시라고잘라말하기는어렵다.…하지만이도시가무엇을바라면서어디로나아가려하는지는분명했다.총칼앞에굴하지않고민주주의를수호했던정치인의이름을국제공항에걸었다.폭력이난무한시대에인간의이성을깨웠던예술가를잊지않았다.실패했지만옳은길을가려했던지도자를마음에간직하고있다.제국의영광이사라진광장을만나고이야기하고사랑을나누는,먹고마시며늦은밤까지함께웃는삶의터전으로바꾸었다.”
“고야는위대한예술가일뿐아니라훌륭한사람이었다.호세왕의초상화그리기를거부했을때는자존심강한민족주의자였고,〈옷벗은마하〉와나란히〈옷입은마하〉를그렸을때는영리한방법으로금기를돌파한예술가였으며,시골집회벽에기괴한이미지를그렸을때는세속의집착을벗어던진철학자였다.나는궁정화가고야밖에모르면서프라도에들어갔지만예술가고야와철학자고야를마음에담고프라도를나왔다.‘잘했어,프라도는고야지!’”
“그라씨아골목길카페에서차를마시고,엑샴쁠레이면도로를산책하고,고딕지구후미진구석의바에서일없이시간을보내고,오페라하우스의공연을즐기고,동네식당의저마다다른따빠와삔초를실컷맛보겠다고결심했다.”
유시민작가의『유럽도시기행3』은길과광장이품은역사,그도시가사랑하는예술의향취,골목골목에담긴낯선흥겨움을작가특유의담백한시선으로빚어내,도시가품은서사는우리의생각을두드리고,저마다다른도시의빛깔과향기는우리의마음에와닿는다.그렇게『유럽도시기행』은단순히장소를옮겨다니는여행을넘어,세상을이해하는시야와삶을느끼는감각을넓혀주는경험이된다.
풍성한서사와인문학적통찰,유쾌한놀거리,
그리고도시가내게들려주는목소리,
마드리드,역사의공백을예술로채운도시
바르셀로나,길을잃어도즐거운도시
리스본,운명에맞서자신을재창조한도시
뽀르투,걸음을멈추게하는도시
경쟁과속도에치인당신에게
길을잃어도좋을,
삶의즐거움과인간적인온기로가득한
이베리아반도의네도시로
지금,유시민작가와함께떠나보자.
책속으로
고야는위대한예술가일뿐아니라훌륭한사람이었다.호세왕의초상화그리기를거부했을때는자존심강한민족주의자였고,〈옷벗은마하〉와나란히〈옷입은마하〉를그렸을때는영리한방법으로금기를돌파한예술가였으며,시골집회벽에기괴한이미지를그렸을때는세속의집착을벗어던진철학자였다.나는궁정화가고야밖에모르면서프라도에들어갔지만예술가고야와철학자고야를마음에담고프라도를나왔다.‘잘했어,프라도는고야지!’
---p.69
마드리드가어떤도시라고잘라말하기는어렵다.…하지만이도시가무엇을바라면서어디로나아가려하는지는분명했다.총칼앞에굴하지않고민주주의를수호했던정치인의이름을국제공항에걸었다.폭력이난무한시대에인간의이성을깨웠던예술가를잊지않았다.실패했지만옳은길을가려했던지도자를마음에간직하고있다.제국의영광이사라진광장을만나고이야기하고사랑을나누는,먹고마시며늦은밤까지함께웃는삶의터전으로바꾸었다.
---p.97
규모가작지않지만,모든것이소박한성당이었다.스테인드글라스는최소한의자연광을받아들이는수준이었고설교대는조그마했으며홀에는기다란나무의자말고는아무것도없었다.가족을두고위험이넘실대는바다로나갔던어부들의마음이,출항할때마다일렁거렸을불안감이,만선의꿈을이루고회항하면서느꼈을안도감이느껴졌다.
---p.126
키큰야자수아래줄지어선그리스스타일열주,뛰어노는아이들,여유롭게커피를마시는노인,막불이붙은것같은연인들,짙푸른하늘,맑은공기,그모두의위에서부서지는햇살,플라멩코공연장에서흘러나오는노랫소리,바르셀로나의모든것이거기있었다.해가지고가우디의가로등에불이들어오자광장은더평화로워졌다.밤이영원히계속되어도괜찮을것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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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시대를앞서간인문주의자였다.신의권능에의존하지않고이성과상상력으로위기를극복했다.낡은종교적관념과계급적편견에서벗어나과학적합리적태도로현실의문제를해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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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르무는특별했다.무엇보다대지진의위력을증언하는폐허가남아있었다.나는고고학유물이아니라폐허를만나고싶어서까르무에갔다.대성당이나상조르즈성처럼겉보기에멀쩡한건물로복원했다면가지않았을것이다.까르무성당은복원작업을중단한덕에새로운가치를획득했다.
---p.253
“역시파두는술잔을기울이며듣는게맛있었다.오르막골목길,예배당건물이었음을짐작할수있는외관,은은하게새어나오는불빛,꾸밈없는무대,허세를내뿜는가수들의몸짓까지모든것이이국적이었다.‘그래,유럽여행은이런맛이지.’”
---p.28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