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 사회학, 사회학 글쓰기 (어느 사회학자의 글쓰기 이야기)

글쓰기 사회학, 사회학 글쓰기 (어느 사회학자의 글쓰기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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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사회학은 왜 ‘재미없는 학문’이 되었을까.
한때 사회학은 깨어있는 지식인의 필수 학문인 것처럼 여겨지던 때가 있었다. 학생운동과 민주화 담론이 사회의 중심에 있던 1980~90년대가 그러했다. 한완상, 이해찬, 송호근, 강준만, 김민석 등의 이름이 이런 흐름의 핵을 형성하였다.
그러나 '시대의 학문'으로 불리던 사회학이 지금은 거의 읽히지 않는 학문이 되었다.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 명예교수이며 사회학 전공자인 전상인 교수는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우선 사회학 내부에서 찾는다. 오늘날 사회학이 처한 위기가 주제의 빈곤이나 이론의 낙후성 때문이 아니라고 그는 잘라 말한다. 사회를 설명하지 못해서가 아니라 사회와 소통하는 언어를 잃어버렸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사회학의 위기는 곧 글쓰기의 위기라고.

바로 이 지점에서 『글쓰기 사회학, 사회학 글쓰기』는 모든 분야의 학자, 저자, 필자들의 관심사로 확대된다. 지금은 사회학만이 아니라 모든 인문학이 위기이기 때문이다. 독자들이 모든 인문학 책을 외면하고 있는 지금 현재 그 원인과 처방을 알려주는 책이기 때문이다. 물론 저자는 애초에 ‘어떻게 하면 글을 잘 쓸 수 있는가’를 알려주려는 의도가 없다고 밝힌다. 글쓰기를 ‘위한’ 책이 아니라, 글쓰기에 ‘대한’ 책이라는 것이다. 다시 말해 글쓰기의 기술이 아니라, 학문에서 글쓰기가 어떤 의미를 가지는가를 묻는 사회학적 성찰이다. 그런데도 글쓰기에 관심 많은 고급 독자에게 다가가는 매력이 이 책에는 있다. 해당 전공자들만의 관심사일 것 같은 이 책이 일반 독자와 만나는 접점이 바로 이 부분이다. 책을 안 읽는 세상이면서 글쓰기에 대한 욕구는 그 어느 때보다 높은 시기이기 때문이다.
저자

전상인

연세대학교정치외교학과학사및석사.미국브라운대학사회학과석사및박사.서울대학교환경대학원에서‘계획이론’,‘도시사회학’,‘공간의문화사회학’등을가르쳤고,2023년정년퇴임해현재명예교수이다.그전에한림대학교사회학과교수를지냈다.재직중에는미국워싱턴주립대학과일본히토쓰바시대학방문교수로,퇴직후에는몽골과학기술대학계약교수로일한적이있다.한국미래학회회장과서울스프링실내악축제조직위원장을역임했다.주요저서로『고개숙인수정주의:한국현대사의역사사회학』,『아파트에미치다:현대한국의주거사회학』,『편의점사회학』,『옥상의공간사회학』,『공간으로세상읽기:집·터·길의인문사회학』,『공간디자이너박정희』,『도시계획의사회학』등이있고,칼럼집으로『세상과사람사이』,『헝그리사회가앵그리사회로』가있다.역서로는JamesC.Scott의『국가처럼보기』와『지배,그리고저항의예술』이있다.

목차

Ⅰ들어가며
1.재미없는(?)사회학
2.사회학의숨은위기-글쓰기
3.글쓰기문화,한국vs.선진국

Ⅱ왜사회학에서글쓰기가퇴조하는가?
1.지식미디어·플랫폼의변화
2.논문중심주의
3.학문세계의관료주의및권력관계

Ⅲ사회학은글쓰기다!
1.‘호모스크리벤스’(HomoScribens)
2.글쓰기의마법
3.에크리튀르
4.‘이야기’의힘

Ⅳ사회학과모·국어
1.근대사회와자국어(自國語)
2.한국어로학문하기
3.한국사회학과언어자본

Ⅴ사회학적글쓰기를위하여
1.사회학의대중성·현장성강화
2.사회학의인문성·예술성회복
3.글쓰기의자유와책임

Ⅵ나가며

미주
참고문헌
색인

출판사 서평

논문은늘었지만,사회학은사라졌다
저자가보기에오늘날사회학은양적으로는풍요롭다.논문은넘쳐나고,학술지는끊임없이발간된다.그러나그풍요속에서사회학의사회적존재감은오히려희미해졌다.사회학자외에누가사회학논문을읽는가.사회에대해말하는학문임에도불구하고,사회는사회학의말에더이상귀를기울이지않는다.
이역설의핵심에저자는논문중심주의를놓는다.사회학은지식을생산하는다양한글쓰기형식가운데논문을사실상유일한‘정당한형식’으로만들어왔다.그러나예상하지못한부작용은컸다.논문은표준화와검증이라는장점을제공했지만,글쓰기는점점조심스러워졌고,주어는사라졌으며,문장은추상적개념들로가득차게되었다.독자는상정되지않았고,오직동료평가자만이존재하는글쓰기문화가굳어졌다.
그결과사회학글쓰기는명료함과설득력을잃어갔다.이는지식의깊이때문이아니라,글쓰기방식자체가독자와의소통을포기했기때문이라고저자는반복해서지적한다.

사회학은본래‘이야기’였다
이책이흥미로운지점은,이러한현실진단을지적과한탄으로끝내지않고사회학의기원부터되짚는데에있다.고전사회학자들은뛰어난문장가였고,사회학은원래사람사는이야기를다루는학문이었다는것을되새긴다.토크빌,마르크스,베버,뒤르켐,짐멜은모두사회학자이자소위글쟁이였다.그들의글은현대기준으로보아도읽을수있고,설득력이있으며,여전히살아있다.
저자는학문적엄밀성과대중성을대립항으로놓는통념자체가잘못되었다는것에서근본적인문제를찾는다.명료한글쓰기는사고의얕음을의미하지않으며,오히려사고의깊이를시험하는조건이라는것이저자의입장이다.

글쓰기의위기는학문의위기다
저자는이책에서지식미디어와플랫폼의변화,학문세계의관료화,평가시스템의압박등구조적요인을꼼꼼히짚어낸다.특히논문생산을중심으로구동하는학계의구조가어떻게문체를특정화하고사고방식을고착화시켰는지를날카롭게분석한다.
이과정에서글쓰기는사고를드러내는수단이아니라,오류를숨기고책임을회피하는방어기제로전락한다.주체없는문장,수동태,추상명사의남용은우연이아니라학자세계가만들어낸하나의습관이다.

AI시대에왜다시글쓰기인가
이책이현재적의미를갖는이유는,생성형AI와영상중심미디어가지배하는시대에정면으로맞서글쓰기의의미를되돌아볼수있게하기때문이다.저자는기술변화자체를도덕적으로비난하지않는다.속도와요약,자동화가지배하는환경속에서,인간의사고는어떤방식으로남을것인가질문할뿐이다.
글쓰기는단순한전달수단이아니다.글을쓴다는것은생각을구성하고,논리를책임지고,타인앞에자신을드러내는행위다.사회학이글쓰기를포기한다는것은,사회에대해책임있게말하기를포기한다는뜻이기도하다.이점에서저자가말하는글쓰기의회복은단순한문체개선이아니라,학문의윤리적태도에대한요구다.

사회학은다시읽힐수있는가
『글쓰기사회학,사회학글쓰기』는해답을강요하지않는다.대신하나의분명한기준을제시한다.사회학이다시사회와연결되기를원한다면,먼저자신의언어를돌아보아야한다는것이다.글쓰기는선택사항이아니라,사회학그자체다.
그렇다고사회학자만을위한책은아니다.학문글쓰기의현실에문제의식을가진연구자,글을통해사회와소통하고자하는모든지식인에게던지는질문이기도하다.사회학은과연다시읽힐수있을까.그가능성은이책이보여주듯,‘다시쓰는’데서시작될지도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