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동, 건축 그리고 일본 : 건축사 남택의 일본, 일본인, 음식 이야기

우동, 건축 그리고 일본 : 건축사 남택의 일본, 일본인, 음식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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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일본에 자주 다닌다고 다 일본과 일본인을 좋아하는 건 아니다. 더 정확히 말하면, 세상엔 두 가지 부류의 사람이 있다. 일본을 자주 다니며 일본을 더 좋아하고 그래서 더 자주 가는 사람과, 말로는 일본을 미워하고 욕하면서 기회만 있으면 일본 다니는 사람(미국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일본과 일본인을 더 잘 알아가기는 한가지일 텐데, 두 부류의 지일(知日)이 어쩌면 이렇게 다른가?
여기, ‘가장 가까운 외국이자 선진국’이라는 막연한 생각으로 맨주먹 혈혈단신 일본으로 건너간 남자가 있다. 막일을 하며 어깨너머로 건축을 배우다 돌아와서는 본업인 건축보다 음식으로 눈을 돌려 성공했다. 우동집 ‘와라쿠샤샤’를 운영하면서 SNS와 신문에 칼럼을 쓰고, 그러면서 본업인 건축도 아주 놓지 않고 있다. 몸이 셋이라도 부족할 이 남자의 첫 책, 『우동, 건축 그리고 일본』(남택 지음, 기파랑 刊, 2022)은 제목이 말해 주듯 우동이 계기가 되어 더 많이 들여다보게 된 일본과 일본인, 그리고 음식과 건축 에세이 모음이다.
저자

남택

대전생生
홍익대학교건축과졸卒
건축사
IDeA건축사사무소이사
일본푸드애널리스트
와라쿠샤샤니꾸벤등외식브랜드운영

목차

(책머리에)‘을’이돼서배워보니

I.조선인일본에가다
남이버린대파
무작정일본으로
셰프와스폰서
지갑을주우면
무릎아래세상
목욕탕청소
나리타공장
노가다로대성할뻔
오디오와웅변대회
구류건축설계사무소
건축과음식

II.와라쿠이야기
우동과의첫만남
신사들의그릴
히토가라
우동스승히로타상
미쳐야미친다식당소나타
식당블루스
식당엘레지
식자재이야기
와라쿠사람들
식당,공간,인간

(간주곡)마음을짓다―건축이야기

III.일본,일본인
첫만남
도쿄밥집,서울밥집
맛집,멋집
매력잃는한국시장
음식의국적
나는일본이무섭다
우리가족한일관계사

(쓰고나서)겨울산을기어서

출판사 서평

‘조선인’에서한국인으로

지은이남택은본래건축학도다.그저그런건축사로만족할수없다며,서른살에아무런대책없이맨손으로일본에갔다.어학연수를하며목욕탕청소,종이컵포장,철거공사현장등밑바닥아르바이트를전전하다마침내유명한설계사무소에들어가고현상공모에가작으로뽑히기도했으나,정직원이아닌모형제작아르바이트신분이었다.건축사자격은결국한국에돌아와취득했지만,노숙자의‘무릎아래눈높이’부터경험해본일본생활은그에게천지개벽같은개안(開眼)의경험을안겨주었다.전근대‘조선인’이근대‘한국인’으로환골탈태한것이다.

2022카타르월드컵에서도어김없이일본관중의‘청소DNA’가세계인의눈길을끌었다.『우동,건축그리고일본』에도일본인의청소이야기가여러번나온다.한번은저자의‘우동스승’의일화다.스승역시제조업과요식업양쪽으로성공했고,청소는경영자시점이다.

히로타상은내게우동스승이지만현재는제조업사업가다.그가내게말해준자기회사사훈은이렇다.인사잘하기,청소잘하기.엥?소학교1학년급훈만도못하다.
“그것만갖고회사가돌아가요?”
“나에게인사를안하는직원을불러서청소상태를봤지.생각대로잘안했길래바로해고시켰어.며칠뒤노동부에서부르더라.해고된직원이사유를모른다고.그래서가서얘기했지.인사안하고청소안했다.그랬더니담당자가그러더라.‘그럼뭐어쩔수없군요’”(‘우동스승히로타상’,96쪽)

히로타상은한식을그다지좋아하지않는다.그런데학동에갈치고등어나구워주고반(半)한식으로회나한접시내주는제주이름붙은식당만은추천하면언제나콜이다.
“이식당을좋아하는이유가뭡니까?”
“이집은카운터가깨끗해.이런집은주인이직접관리한다는뜻이니,주방은들여다볼것도없어.이런집이한국엔별로없어.”(‘우동스승히로타상’,114쪽)

그리고알게모르게제자는스승을닮아간다.

도쿄에서페친인최박사와만날약속을했다.간다의‘야부소바’라는집을택했다.같이맛있게소바를먹었다.최박사가물었다.
“어떠세요,여기소바?”
“도쿄에서가장깨끗한유리를가진집이네요.이렇게유리청소를완벽하게한집은처음봤어요.그렇다면음식맛은말할것도없지요.”(‘맛집,멋집’,289쪽)

일본좀다녀본사람이라면‘맞아!’하고맞장구칠소소한경험담과깨달음이책에그득하다.

반일광풍과코로나에서살아남기

건축을하면서식당에눈을돌리게된결정적계기하나는,국수전문점호면당의인테리어를맡았다가그곳경영자의‘신사들의그릴’이라는말에꽂혀서다.

“남자는고기야.그런데수트입은멋쟁이들은직접집게잡기도싫어하지만고기냄새가옷에배는것도아주싫어하지.그니즈를충족시킬식당을만들어보자고.”(‘신사들의그릴’,88~89쪽)

의기투합해준비한‘그릴마켓오’가무산되는대신,일본식닭꼬치로‘남자들의그릴’을구현한야키도리집을가로수길에열었다.‘와라쿠’브랜드의시작이다.
2011년일본도호쿠(東北)지방에대지진이일어나며칠이나통신이끊기고,일본지인들의안부가궁금해안절부절하던지은이는무턱대고일본으로날아간다.오로지안부때문에왔다는한국인을다시본‘우동스승’과의운명적인만남.

“남상은내우동좋아해?”
“네!물론이죠!최곱니다.”
“남상,내우동을줄게,가져다해.어차피내우동집은투병때문에닫기도했고,연말에다시우동집을한시적으로열테니그때와서배우도록해.”(‘우동스승히로타상’,95쪽)

시멘트(건축)도밀가루(우동)도‘물’을만나야완성되듯,그만남으로‘와라쿠샤샤’가탄생했다.
입소문이쌓여방송을타고,공항과백화점에입접하고승승장구할때문재인정권의반일광풍에이어코로나19까지연이어직격탄을맞았다.제살깎기하다시피‘겨울산을기어서넘기’3년의경험은시장경제란무엇인가,정부는경제주체들의디딤돌인가걸림돌인가,그점에서한국과일본,한국인과일본인은어떻게같고다른가성찰할소중한기회가되었다.

나와히로타상간의이런타협은한국인과일본인사이에서좀처럼이루어지기어렵다는것을안다.일본인인그는나에게한국인처럼굴었다.‘그래도…하지만…’이런것이통하는그런것말이다.반면에나는한국에서처럼다짜고짜사정사정하고떼쓰기보다최소한의것을지키고원칙대로할각오로그를이해시키려고했으니어찌보면그의눈에는일본인처럼굴었는지모른다.그는일본인이지만한국에한발짝다가서고나는일본에한걸음들어서는매너로서로에게상처를남기지않는결과가만들어졌다.히로타상과나의담판처럼서로에게한발짝다가가푸는것은두나라사이에서는안되는것일까?(‘겨울산을기어서’,341~342쪽)

그밖에요식업경영자의애환(‘식당소나타’‘식당블루스’‘식당엘레지’),식재료와음식과맛집·멋집이야기,본업이었던건축이야기까지,톡톡튀는얘깃거리가그득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