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은 권력이다

시선은 권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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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핑크로 리커버한 『시선은 권력이다』증보판
아마도 인문학에 조금만 관심이 있는 독자라면 판옵티콘이라는 단어 또는 ‘시선은 권력이다’라는 단언문을 한 번쯤은 들어 보았을 것이다. 2008년에 출간된 『시선은 권력이다』는 시선과 권력의 연결 방식을 통해 젊은 독자들의 권력 인지 감수성과 사유 방식을 완전히 뒤집어 놓은 책이다.
『시선은 권력이다』는 시선의 이야기이면서 또한 권력의 이야기다. 푸코 철학 입문서이기도 하다. 푸코는 시선에 대해 새로운 관점을 제시하면서 고전적 권력 이론을 완전히 뒤집어 놓아 60~70년대의 프랑스 철학계를 발칵 뒤집어 놓은 참신한 철학자였다. 하지만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은 하나도 없는 법. 푸코의 비대칭적 시선론은 이미 사르트르의 대타존재론에 나오는 이야기이고, 사르트르의 대타존재론은 또한 헤겔의 인정투쟁 혹은 주인과 노예의 변증법에 나오는 이야기다. 푸코의 이론을 소개하기 전에 저자가 우선 헤겔과 사르트르의 철학 이야기서부터 시작한 이유다.
푸코는 1984년에 타게 했으므로 권력의 감시 체제로서의 판옵티콘 이론은 사실상 디지털 이전 사회의 이야기다. 그러나 감시하는 시선이 생물학적 눈이냐 디지털 기기냐의 차이만 있을 뿐 권력과 시선의 관계는 전혀 달라진 것이 없다. 아니 디지털 시대의 감시가 더 철저하고 더 대규모적이고 더 가혹할 뿐이다. 그래서 현대 철학자들은 현대 사회를 전자 판옵티콘의 시대로 명명한다.
『시선은 권력이다』는 학자들이 흔히 난해하고 어렵게 집필해 일반 독자들의 접근이 쉽지 않았던 주제를 문학 영화 등의 장면을 빌어 쉽게 풀어 놓은 책이다. 평이한 글쓰기로 대중의 접근성을 높여 보다 많은 독자와 소통하고 싶다는 저자의 열망이 반영된 것이다. 관련 주제를 완전히 이해하고 체화한 전문가만이 할 수 있는 덕목이기도 하다.
덕분에 독자들은 참신한 권력론으로 20세기 후반기의 철학계를 석권했던 푸코의 담론을 일목요연하게 이해할 수 있으며, 친절한 설명을 통해 사르트르와 헤겔의 관련 담론들까지 두루 섭렵할 수 있게 되었다. 논술 준비 학생은 물론 회사에서 상사의 은밀한 시선에 어쩐지 마음이 편치 않았던 모든 직장인들까지 아! 이래서 그랬구나, 라고 무릎을 치게 되는 묘미가 있다.
저자

박정자

저자박정자는소비의문제,계급상승의문제,권력의문제,일상성의문제등을인문학적으로해석한일련의책들을썼다.
저서로『빈센트의구두』『시선은권력이다』『이것은Apple이아니다』『마네그림에서찾은13개퍼즐조각』『시뮬라크르의시대』『잉여의미학』『눈과손,그리고햅틱』『이것은정치이야기가아니다』『우리가빵을먹을수있는건빵집주인의이기심덕분이다』(대만에서『在麵包店學資本主義:從人文角度看數位時代資本家,勞動者的改變』라는제목으로번역출간)『로빈슨크루소의사치다시읽기』『아비투스,아우라가뭐지?』등이있다.
번역서로는사르트르의『지식인이란무엇인가?』『식민주의와신식민주의』『변증법적이성비판』(공역),푸코의『성은억압되었는가?』『비정상인들』『사회를보호해야한다』『만화로읽는푸코』『푸코의전기』『광기의역사30년후』,앙리르페브르의『현대세계의일상성』,앙드레글뤽스만의『사상의거장들』,레이몽아롱대담집『자유주의자레이몽아롱』등이있다.
서울대불문학과를졸업했고,같은대학에서석·박사를했다.박사논문은“비실재미학으로의회귀:사르트르의『집안의백치』를중심으로”이다.상명대학교에서사범대학장등을역임했고현재명예교수로있다.많은팔로워들이좋아하는페이스북필자이기도하다.

목차

서문유리집을꿈꾸는불면증의군주
눈이지배하는세상5
토마스홉스의한구절7
가시성의역전7
벤담의판옵티콘8
권력개념의기초로서의헤겔과사르트르10
개정판서문메타버스시대의시선,권력,그리고푸코12
1문학속의눈
에드가앨런포의《고자질하는심장》21
김영하의《퀴즈쇼》26
사르트르의《구토》27
2타인은지옥
타인의시선33
잠시전의나를무로만드는의식36
스스로를성찰하는돌멩이는없어37
타인에게있어서나는꽃병과같은사물39
바라보임을당할때생기는것─수치심40
사물로의추락41
사람과사람사이가불편한이유44
눈이냐,시선이냐45
맹수처럼싸우는두시선47
이겼을때가곧지는순간48
사랑의불가능성49
타인의세계속에떨어진것이우리의원죄51
3타인의인정을받기위한싸움
인정받고자하는욕망55
최초의주인과노예59
즐기는자와노동하는자61
공중에떠있는인간63
의식의역전-영화〈드라이빙미스데이지〉65
성실한노동이없으면영원한노예근성68
4헤겔과사르트르
노예는주인의참모습73
훈훈한인정의사회는있는가?75
5광기와시선
광기가웃음거리로되어간역사81
광인을쇠사슬에서풀어준피넬83
튜크의‘묵상의집’85
족쇄로부터의해방86
시선과공포87
공포와이성88
광인의언어90
광인을향한시선91
광인은영원한미성년자94
프로이트,의료권력의탄생96
6의학과시선
회진하는의사들101
근대임상의학의탄생103
‘보는’눈,‘말하는’눈105
시선의주권107
‘아는눈’,‘지배하는눈’108
시체를해부하라109
죽음과시선112
개인에게관심을갖기시작한의학115
7권력의시선,시선의권력
잔혹한이야기119
몸을경시하던시대121
처벌의공포적성격124
재판관과살인자의역할전도126
폭동을유발한공개처형128
처벌의축제가사라지다130
공개형을대체한일과표131
수도원과감옥133
근대권력의탄생135
권력과몸137
최초의로보트오토마톤140
《모래사나이》141
복종하는신체150
8나병과페스트의모델
도시에서추방된나환자들159
흑사병─죽음의공포161
통음난무의꿈162
지속적인감시모델로서의페스트163
푸코가말하는네거티브의의미166
9사람사이의관계는모두가권력관계
사람셋만모이면권력관계가형성된다171
아는것이힘이다,아는것이권력이다173
10공간과권력
모든건축은정치적이다181
병영과대학연구실182
교실의배치는살아있는일람표184
대상을알고자하는권력의욕구─시험187
개인을통제하는수단이된기록189
11판옵티콘
빛과권력195
판옵티콘이전의판옵티콘197
최대다수의최대행복200
판옵티콘의원리─시선의비대칭성205
12무서운세상-전자판옵티콘의시대
〈악마는프라다를입는다〉의경우215
전자판옵티콘217
정보는시선이다221
감시하는사람도감시당하는세상223
소비자를감시하는기업224
전자관음증226
권력의감시에서보통사람들의감시로229
권력있는사람에게만보호되는프라이버시232
베이징동계올림픽을누빈로봇들234
가상인간237
딥페이크238
메타버스239
소설《스노크래시》와영화〈레디플레이어원〉242
메타버스와엔터테인먼트243
사회경제활동도메타버스에서246
MZ세대의패션과메타버스250
빅테크기업들의메타버스전쟁251
성희롱에무방비노출255
감시에대한두려움256
써로게이트258
플라톤적성찰의부활259
13눈이야기
오이디푸스에서바타이유에이르기까지265
실명,거세의낮은단계270
로봇산업에적용된‘섬뜩함’273
신의눈은언제나외눈275
14시각이지배하는세상
시각의특권적지위279
‘너의아버지는너를비밀리에본다’280
시선과페미니즘282
현대철학에서의시선284
가시성의전도286

출판사 서평

핑크로리커버한『시선은권력이다』증보판

아마도인문학에조금만관심이있는독자라면판옵티콘이라는단어또는‘시선은권력이다’라는단언문을한번쯤은들어보았을것이다.2008년에출간된『시선은권력이다』는시선과권력의연결방식을통해젊은독자들의권력인지감수성과사유방식을완전히뒤집어놓은책이다.
나는바라볼수없는데누군가나를은밀하게바라보고있다면그는나의모든것을알고있고,따라서나는그에게예속될수밖에없다.정보혹은앎은이렇게타인을지배하는무기가된다.왜나는높은사람들을볼수없는데높은사람들은내뒤에서나의근무모습을보고있느냐고당당하게따지는젊은직장인들은소위시선의비대칭성을문제삼고있는것이다.

판옵티콘

라틴어로모든것을다볼수있다는뜻의판옵티콘(Panopticon)은18세기영국의계몽주의철학자제레미벤담이구상한감옥건물설계도의이름으로,‘시선이곧권력’이라는명제를가장잘보여주는상징이다.이름에걸맞게건물가운데있는망루에서간수한사람이반지모양의원형건물전체를일목요연하게감시한다.
죄수들의일거수일투족은간수에게완전히노출돼있다.하지만죄수들은중앙망루에있는간수의모습을보지못한다.망루가어둡기때문에거기에사람이있는지없는지조차확인할길이없다.다만언젠가한번망루에간수가앉아있는것을보았으므로24시간내내거기에간수가있거니하고짐작만할뿐이다.여기에감시권력의중요한원리가있다.즉감시자의존재는편재(遍在)하되확인될필요는없다는것이다.

메타버스시대의시선과권력의관계는?

벤담의판옵티콘은오늘날의전자감시체제에비하면애교에불과하다.도로위,주택가골목곳곳에있는CCTV는현대판판옵티콘이다.CCTV카메라렌즈의시선을어렵사리피한다해도당신은여전히판옵티콘속에갇혀있다.무심코주고받은이메일,휴대폰앱에저장된쇼핑이나검색기록들,단톡방에서나눈대화들,해지된은행거래내역등이언젠가당신을옭아맬판옵티콘들이다.코로나팬데믹으로온국민이식당이건,병원이건꼬박QR코드로자기동선을국가에신고하고다니던경험도겪었다.
『시선은권력이다』초판이나온2008년만해도전자판옵티콘은고작해야휴대폰이나전자사원증정도였다.14년이지난지금세상은천지개벽했다.로봇이심심찮게눈에띄고,가상인간이모델계를석권할기세고,사람들이꼼짝않고집에만있으면서가상현실속을거닐게될날이멀지않은듯하다.메타버스시대의도래가예감되는역동적인순간이다.

푸코가어렵다고?

『시선은권력이다』는시선의이야기이면서또한권력의이야기다.푸코철학입문서이기도하다.푸코는시선에대해새로운관점을제시하면서고전적권력이론을완전히뒤집어놓아60~70년대의프랑스철학계를발칵뒤집어놓은참신한철학자였다.하지만하늘아래새로운것은하나도없는법.푸코의비대칭적시선론은이미사르트르의대타존재론에나오는이야기이고,사르트르의대타존재론은또한헤겔의인정투쟁혹은주인과노예의변증법에나오는이야기다.푸코의이론을소개하기전에저자가우선헤겔과사르트르의철학이야기서부터시작한이유다.
푸코는1984년에타게했으므로권력의감시체제로서의판옵티콘이론은사실상디지털이전사회의이야기다.그러나감시하는시선이생물학적눈이냐디지털기기냐의차이만있을뿐권력과시선의관계는전혀달라진것이없다.아니디지털시대의감시가더철저하고더대규모적이고더가혹할뿐이다.그래서현대철학자들은현대사회를전자판옵티콘의시대로명명한다.
『시선은권력이다』는학자들이흔히난해하고어렵게집필해일반독자들의접근이쉽지않았던주제를문학영화등의장면을빌어쉽게풀어놓은책이다.평이한글쓰기로대중의접근성을높여보다많은독자와소통하고싶다는저자의열망이반영된것이다.관련주제를완전히이해하고체화한전문가만이할수있는덕목이기도하다.
덕분에독자들은참신한권력론으로20세기후반기의철학계를석권했던푸코의담론을일목요연하게이해할수있으며,친절한설명을통해사르트르와헤겔의관련담론들까지두루섭렵할수있게되었다.논술준비학생은물론회사에서상사의은밀한시선에어쩐지마음이편치않았던모든직장인들까지아!이래서그랬구나,라고무릎을치게되는묘미가있다.

헤겔,사르트르,데리다그리고라캉

시선의문제는결국사람과사람사이의힘겨루기,즉권력게임의문제이다.그런점에서푸코의권력이론도,사르트르의타자이론도그뿌리는모두헤겔의『정신현상학』의개념속에들어있다.헤겔이굳이시선의문제를언급하지않았는데도우리가그의‘주인과노예의변증법’또는‘인정투쟁’의문제를길게살펴본이유가거기에있다.
푸코와같은세대인데리다는,권력의문제에서는조금비켜나,눈이‘보는눈’만이아니라‘우는눈’이기도하다는것에주목했다.『맹인의기억』에서문학과미술을통해온갖눈의문제를언급하고나서였다.눈은본질적으로‘보는눈’이지만그러나‘우는눈’이기도하다는것이다.‘보는눈’이감시하고평가하는냉혹한눈이라면‘우는눈’은연민과비탄의따뜻한눈이다.‘보는눈’이저높은곳에서거만하게내려다보는눈이라면‘우는눈’은저아래낮은곳에서한없이자신을낮추는겸손한눈이다.
눈은또한욕망하는눈이기도하다.『메타버스시대에도시선은권력이다』의후속작은아마도욕망하는눈을강조한라캉의욕망이론이될것이다.

가시성의문제

가시성이문제였다.가시성은권력을생산한다.보이지않는정체불명의타인에게바라보여진다는두려움이시선과권력이론의요체였다.시선의비대칭에서권력이발생한다고푸코가말했을때,그것은많이보는사람이지배자이고,많이보임을당하는사람이종속된사람이라는뜻이었다.
그러나현대사회에서는정치인이나연예인의예에서볼수있듯이무대위혹은TV화면에서많은사람의시선을받는사람이권력이고,무대밑혹은TV앞에서시선을보내는다수는힘없는보통사람들이다.언론에노출이많이되는사람,다수에게바라보여지는사람이힘있는사람이다.
그래서인지현대인들은자기자신을스스로남에게보여주려는강한욕망을가지고있다.정보기술의발달이가져온이상한현상중의하나이다.시선과타자그리고권력의문제를연계시켰던사르트르,푸코등의이론을무력화시키기에충분한현상이다.가시성의무게중심이이동했다고나할까.
그렇다고해서권력의감시욕구가해체된것도아니다.컴퓨터의발달과함께권력은더욱교묘하게감시의그물망을조이고있다.우리는더없이발랄한자유를누리는듯하지만,실은전방위에서하루24시간내내감시당하며살고있다.
그감시자는누구인가,감시하는권력은누구인가?익명의감시자는국가권력이기도하면서동시에우리자신이며우리이웃이고나자신이기도하다.현대사회에서시선의문제는그리간단하지않다.전자기기의뒤엉킨전선만큼이나복잡하다.
헤겔의인정투쟁에서현대사회의메타버스에이르기까지시선의문제를짚어보는것은국가권력에대한개인의권리주장이기도하고,서로가서로에게냉혹한시선이되어버린황폐한인간관계에대한반성이기도하다고저자는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