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소설의 비급 (식민 시기부터 전후까지, 11인의 작가 다시 읽기)

우리 소설의 비급 (식민 시기부터 전후까지, 11인의 작가 다시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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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전후소설’로 뭉뚱그리기엔 아리고 소중한
당대의 보고(報告), 우리문학의 보고(寶庫)
식민 시기부터 해방기와 전쟁 후까지, 시대를 생생히 기록한 소설가 11명 다시 읽기

장혁주, 김남천, 유진오, 황순원, 안수길, 손창섭, 이범선, 하근찬, 전광용, 오상원, 선우휘 - 그들의 삶과 글에서 건져낸 우리 문학의 소중한 한 페이지

한반도와 간도의 ‘2등 신민(臣民)’의 삶을, 해방기 이념 대립 속 ‘깃발의 폭력’을, 전쟁과 전후(戰後)를 온몸으로 겪은 그들 - 누가 이들을 ‘전후작가’라 싸잡아 말하는가. 그 생생한 시대의 기록을 어찌 ‘전후소설’이라는 한마디로 간단히 얼버무릴 수 있겠는가?
저자

김병길

연세대학교국어국문학과와영어영문학과졸업후같은대학국어국문학과대학원에서석사와박사학위를받았다.현재숙명여자대학교기초교양대학부교수이다.저서로『우리근대의루저들』,『우리말의이단아들』,『정전의질투』,『역사문학속(俗)과통(通)하다』,『역사소설,자미(滋味)에빠지다』,공저로『한국근대문학과신문』,『김동리』,『정비석연구』,『대학글쓰기』등이있다.

목차

책머리에_시대를거스르며,거꾸로비추며

첫째매듭장혁주_조선어는번역된모국어였다/매듭풀이
둘째매듭김남천_기억을허무는허구는힘이세다/매듭풀이
셋째매듭유진오_내가조선인인지말할수있는자는누구인가/매듭풀이
넷째매듭황순원_하위주체는말할수있는가/매듭풀이
다섯째매듭안수길_민족,디아스포라의유토피아/매듭풀이
여섯째매듭손창섭_“난사인이없는사람이외다”/매듭풀이
일곱째매듭이범선_추억을약처럼갈아마시며/매듭풀이
여덟째매듭하근찬_상이(傷痍)는상이(相異)하지않다!/매듭풀이
아홉째매듭전광용_운명의그물에감겨/매듭풀이
열째매듭오상원_“인간에겐신보다도담배한대가더필요할때도있다”/매듭풀이
열한째매듭선우휘_깃발없이가자!/매듭풀이

쓰고나서

출판사 서평

곱씹을수록소중한
식민시기후반에작품활동을시작하여해방기와6ㆍ25전쟁후까지소설을발표한다음열한명의작가의공통점은?

장혁주,김남천,유진오,황순원,안수길,손창섭,이범선,하근찬,전광용,오상원,선우휘

얼른눈에뜨는공통점은,모두는아니지만대체로우리문단과학계에서이른바‘특A급’으로꼽는작가는아니라는것.『우리소설의비급』(김병길저)은그러나,이들과그작품을흔히‘전후작가’,‘전후소설’정도로뭉뚱그리며‘비끕’치부하는게온당한지묻는다.
역설적에게도이들모두중ㆍ고교교과서에단골처럼등장하는작가다.일제하역사소설로박사학위를받은저자는이역설이솔깃하면서도한편거슬린다.이들이작품활동을시작한식민시기부터해방기와6ㆍ25전쟁을거쳐전후(戰後)까지,이들의잘알려진작품과비교적덜알려진작품,그리고개인사의이면을크로스워드퍼즐풀듯톺아본결과,‘전후작가ㆍ전후소설’이라는한마디로뭉뚱그리기에는아까운‘현실의기록’이라는보물을발견한다.책제목의‘비급’은그러니까‘소중한내용이나비전(?傳)을담은책’을뜻하는‘??’이기도하다.영화〈쿵푸팬더〉(2008)에서‘포’가천신만고끝에얻어낸‘용의문서’(사실은백지뿐이지만)같은.


역사보다충실한

사내는사변이나자가족을이끌고부산으로피난을간다.그가종일궤짝을날라마련한수제비앞에온가족이둘러앉았다.일곱살짜리딸애가창고바닥거적자리에발이걸려수제비가담긴깡통을그만걷어차고만다.사내는눈깜짝할새도없이딸애의뺨을후려갈긴다.울음조차터트리지못한채아이는몸을파르르떤다.그의아내가쏟아진수제비를씻어오자아이는울면서연방입에퍼넣는다.한참후에야사내는딸아이가영양실조로저녁때면앞이안보인다는사실을알게된다.(책머리에,9쪽)

「오발탄」의이범선의덜알려진단편「몸전체로」를간추리며저자는“목젖까지차오르는그사연을‘동족상잔의비극’같은상투어로감당할수있는가,‘전후소설’이라는타이틀이차라리모욕으로느껴지지않는가?”하고묻는다.그리고이범선의경우「오발탄」은명성이부풀려진반면,「몸전체로」는“다음작품을읽기전까지불면에시달리게만든수작(秀作)”이더라는자답을내놓는다.
열한명작가들의시대가민족사에서유난한신산(辛酸)의시대이다보니,개인으로서시대를마주하는태도도달랐다.젊어서는일본어로,1990년대에는영문으로소설을발표한장혁주가있는가하면,황순원은금지된한글로몰래쓴원고지를‘명멸하는생명의불씨’로석유상자나다락구석에간직했다.안수길은간도에서민족의유토피아와디스토피아를동시에보았고,오상원은학도병으로출발해미군소속으로전장을일상처럼체험하기도했다.이들중다수가조선일보ㆍ동아일보ㆍ매일신보에소설을연재해인기를끈이면에,이를“쓰고싶지않은잡문을쓰고마음이내키지않는통속소설에붓을”들었다며스스로매문(賣文)이라자책한김남천같은이도있다.하근찬은전쟁이양산한상이군인과양공주의실존을직시하면서,누가그가해자인가묻게만든다.손창섭은아주이름을지우고일본으로건너가버리고는,말년의그를다시찾아낸기자에게“난선생이라고불릴만한인간이아닙니다.난싸인이없는사람이외다”하고입을닫았다.그런가하면해방후유진오는소설가보다법학자와정치인으로,선우휘는언론인으로더왕성한활동을펼치기도했다.
작가의그때그때처지가어떠했든소설은언제나당대의현실을반영하는거울이되,어쩌면“시대를거스른이야기,현실그너머를상상하는허구,실재를거꾸로비추는거울”(11쪽)이라고저자는고백한다.‘통속’소설로치부되곤하는신문연재소설의행간에서도리어당대인의현실과욕망을날것그대로발견한다는고백이다.


텍스트를넘어
책은열한명의작가를하나씩의‘매듭’으로제시하고,각매듭마다작가의개인사와곁가지역사들,다른장르(주로영화)로개작되거나영향을주고받은사례등을‘매듭풀이’로제시한다.말하자면파편화된작가전기(biography)이자문학사회학입문이다.다시이범선을예로들면,「오발탄」은과대평가되었으나유현목감독의영화〈오발탄〉(1961)은원작을뛰어넘은수작이고,KBS〈TV문학관〉의「학마을사람들」편(1985)은원작텍스트의세밀한묘사와미묘한긴장을영상으로구현하기는역부족이었다는식이다.전광용은소설가이면서문학연구자로서,고대소설과이광수『무정』으로시작되는근대소설사이의끊어진간극을신소설연구로메웠고,그『무정』의계몽적색채를심훈『상록수』로이어준가교는장혁주의『삼곡선』이었다.황동규는아버지황순원과같은만15세에비공식이나마문단데뷔했고,그딸황시내가수필가로서‘3대글쟁이’의계보를이었다….
마지막열한번째매듭,선우휘가목도한해방기좌우익이각기다른‘깃발’로대치하는모습은어쩔수없이‘탄핵’과‘조국’때문에갈라섰던2016년과2019년의광장을떠올리게만든다.빨치산을체험한이태의『남부군』과직접겪지않은조정래의『태백산맥』.“이태가목격하여기록한무수한죽음과조정래가상상으로그려낸죽음,어느쪽이진실일까?”(319쪽)묻고는,선우휘『불꽃』과『깃발없는기수』를끌어대며거듭묻는다.인간이란자루와같아서,깃발을높이세우지않으면일어서지못하는가?이념의신주(神主)를묻고깃발없이갈수는없는가?(312-313쪽).
2021년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출판콘텐츠창작지원사업선정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