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리 앙투아네트 2 (여혐의 희생자)

마리 앙투아네트 2 (여혐의 희생자)

$25.00
저자

엔도슈사쿠

저자엔도슈사쿠는도쿄출생.만주다롄에서유년기를보내고귀국한후고베에정착하고열한살에가톨릭세례를받았다.게이오대학불문과졸업.프랑스에2년반동안유학(1950-1953)하고1955년에는「백색인」으로아쿠타가와상을수상했다.일본의정신적풍토와그리스도교문제를추구하는한편유머소설,역사소설을다수발표했다.주요작품으로는『침묵』,『바다와독약』,『예수의생애』,『사무라이』,『스캔들』등이있다.1995년문화훈장을수상하고1996년병으로사망했다.

목차

편집자의글-6

폭풍우가다가오다-18
폭풍우-34
반란이아니라혁명-50
위기가닥쳐오다-66
스파이-87
계획-103
탈출의밤-119
운명의갈림길-143
파국-160
튈르리궁-177
유폐-204
9월학살,그리고4개월뒤루이16세처형-224
영원한사랑-240
가장고통스러운날-256
재판-277
최후의아침-314

역자후기-340

출판사 서평

왜지금마리앙투아네트인가?
끊임없이소설,영화,만화로만들어져더이상새로울것없는그녀의이야기를왜우리는지금다시꺼내는가?무엇보다우선재미있는이야기이기때문이다.폭풍같은사랑,호사스러움이극에이른사치,끝모르게어두운음모와배신,복수의달콤함,고통스러운죽음등온갖전율적요소들이다갖추어진그녀의인생은영원한낭만주의서사이다.
열네살의어린나이에오스트리아에서프랑스로시집와최고권력자의아내로사치와호사의극치를누리다가38세에단두대에서목이잘린처참한죽음,예쁘고발랄한소녀가백발의초라한노파로변하는인생무상(人生無常),스웨덴장교페르센과의순수하고가슴아픈사랑이야기는언제나우리를가슴떨리게한다.

마리앙투아네트는1755년신성로마제국프란츠1세와마리아테레지아여제(女帝)사이에서막내인열다섯번째자녀로태어났다.어린시절부터자유분방하고활달하며사교적이고화려한성격이었다.희고고운피부와탐스러운머리,날씬한몸매를가지고있었고,복장과머리손질에관심이많아패션과유행을선도했다.당시프랑스왕실은왕비가옷을갈아입는것과화장하는모습까지도모두공개하여,베르사유궁전은왕비를구경하려는사람들로매일북새통을이루었다.어쩌면이런가시성(可視性)이적국출신의왕비라는약점과함께사치하는왕비라는악의적소문의근원이되었는지모른다.

왕비를정치적으로재판했다는것자체가선례가없는일이었다
프랑스는중세이래살리카법전의지배를받는나라로,여자의토지상속권이나왕위계승권이아예법으로금지되어있는나라였다.여왕이있었던영국과는달리프랑스에서는여왕의존재를상상조차할수없었다.이처럼여성이통치할권리를아예기본법에서제외시킨국가에서왕비를정치적으로재판에회부했다는것자체가이상한일이었다.여왕을인정했던영국에서조차국왕을재판할때는아내를제외하고국왕만을대상으로하였다.왕비를재판한선례는어느나라에도없었다.그런데왜마리앙투아네트는정치적재판을받았는가?더구나정치적범죄로처형된남편루이16세와는달리전혀정치와상관없는완전포르노그라피에근거하여기소되고처형되었는가?

정치적재판인데근거는포르노그라피였다
프랑스대혁명은거의전적으로포르노그라피덕분에성공한혁명이라해도과언이아니다.혁명이일어나기전구체제하에서도선정적인팜플렛이기승을부리면서,도래할혁명을준비하고있었다.그중에서도마리앙투아네트에대한포르노그라피가대세를이루었다.혁명후에는이루말할수없이악의적이고천박하게된포르노그라피가온갖추악한외설적언사로그녀를조롱하고비하하였다.

왜그랬을까?
여자였기때문이다.
1789년혁명이후마리앙투아네트에대한포르노그라피는노래와우화,가상전기와고백,연극에이르기까지모든장르를망라했다.‘마리앙투아네트의생애에대한역사적논문’,‘루이16세의부인,마리앙투아네트의자궁의분노’,‘프랑스국왕루이16세의부인,오스트리아의마리앙투아네트의삶,처녀성상실부터1791년5월1일까지’,‘프랑스의전왕비마리앙투아네트의은밀하고방탕하고추잡한삶’등대충제목만훑어보아도책의내용이얼마나저열하고악의적인지짐작할수있다.
이책들은마리앙투아네트가첫번째연인으로추정되는독일장교를비롯하여자기주변의거의모든사람들과애욕적인포옹을하고있는삽화들로가득차있었다.다이아몬드목걸이사건의로앙추기경과라파예트,바르나브등도왕비의성적파트너로등장했다.발기불능인국왕을대신하여아르투아와폴리냑이왕비를상대하고있는채색판화도있고,두여자와한남자가3인1조를이루어섹스를즐기는삽화도있었다.
여성이라고여성의동지도아니었다.당시의여권운동가인루이즈드케랄리오(LouisedeKeralio)는‘프랑스왕비들의범죄’라는팜플렛에서왕비의연인으로추정되는수많은남녀를열거한후,왕비를“정치적타란툴라독거미”라거나또는“피의맛을본후더이상만족하지못하는암호랑이”에비유했다.
시동생인아르투아백작이연인이라는소문과함께이미혁명이전부터떠돌아다니던근친상간이야기는급기야시할아버지인루이15세와도성적관계가있었다는얘기로소문의강도가높아졌다.추잡함의상상력은인륜의선을넘어,왕비에게“가장더러운쾌락인근친상간의열정”을가르쳐준것이바로친아버지인오스트리아황제프란츠1세였다,라는이야기까지나왔다.친아버지와도근친상간을했다는것이다.
그리고마침내인간이상상할수있는최악의시나리오,아홉살짜리아들과근친상간을했다는주장이뻐젓이근엄한재판관의판결문에등장했다.마리앙투아네트를단두대에서처형한결정적죄목이이것이었다.
혁명세력은근친상간이라는인류의금기까지내세우지않고는그녀에대한단죄를도저히정당화할수없었던모양이다.마리앙투아네트가역사상최초의여혐(女嫌,misogynie)의희생자라고우리가단언할수있는근거가바로그것이다.그녀는정치적영역에서여혐의희생자가된사상최초의공적여성이었다.
국왕에대한조롱은고작해야오쟁이진남편(부정한아내의남편)이었는데이것은마리앙투아네트에대한끈질기고추악한성적비하에비교하면아무것도아니었다.국왕에대해인격적인중상비방이거의없었다는사실은당시일반인들의저변에깔려있던생각,즉권력과통치는남성의것이라는인식을그대로반영하는것이다.

아버지죽이기가인류의기원
현재우리사회의과열된여혐논쟁을전혀지지하지않지만,여성에대한무시와비하(卑下)가수만년인류역사의무의식을형성하고있다는것은누구도부인할수없는사실이다.프로이트의『토템과터부』(1913)에서우리는그기원을볼수있다.
인류최초의아버지가있었다.그는집안의모든여성을독점하고그에항의하는아들들을쫓아냈다.불만을품은아들들은공모하여함께힘을뭉쳐아버지를죽이고그의몸을먹었다.이른바‘희생제의(犧牲祭儀)’라는이최초의행위속에서아들들은죽은아버지의몸을먹음으로써아버지와의동일화를완수했다.이런일을저지른형제들은곧죄의식을느꼈고,그리하여두가지터부를만듦으로써자신들의행위를속죄하려했다.
첫번째는어떤특정의동물을정해놓고,그것이아버지를대신하는것으로상정해놓은다음부족구성원들에게이짐승을죽이는것을금한것이다.즉토템동물을죽이는것에대한터부였다.토템신앙의기원이다.
두번째는근친상간에대한터부였다.아버지가사라져이제는자유롭게된딸들을그어떤형제도소유할수없게하기위해형제들은한집안내의여성을범하지않을것을서약했다.그리고그것을강력하게규제하기위해근친상간을무서운금기로만들었다.평화롭게함께살려면형제들은이전에아버지가거느리던여성들을성적대상으로삼지않아야만했다.이러한터부를제도화함으로써형제들은아버지를죽이고난후에당면한주요문제,즉여성들을둘러싼상호간의경쟁문제를해결할수있었다.
식인과근친상간이라는두가지금기는이렇게해서인류의문명을여는기원이되었다.그리고각기종교와친족제도를발생시켰다.정신의깊은내면에서는아버지를죽이고싶다는욕망과어머니와자고싶다는욕망인오이디푸스콤플렉스를이두가지금기를통해효과적으로해결할수있었다.

아버지의시대에서형제들의시대로
가부장제란아버지가절대권력을갖고통치하는가족시스템이다.그것을국가로확대시켜국왕은백성들의아버지로,신민은왕의아들딸들로상정했다.절대주의이념의왕정체제는결국가부장제의정치적버전인셈이다.그런데혁명을통해그왕을신민이죽였다.다시말해아버지를형제들이죽인것이다.이제가부장제의모델은형제애의모델로대체되었다.
프랑스혁명의3대구호를동양권에서는‘자유,평등,박애(博愛)’라고번역했지만,실상‘박애’의프랑스어인fraternit?는‘형제애’이다.‘형제간의사랑’이라는이한마디말에서우리는프랑스대혁명이가부장제에기반한정치적부권(父權)의종언을뜻한다는것을단숨에이해할수있다.프랑스대혁명은아버지에대항해‘형제들’이벌인성공적인투쟁이었다는것을이단어한마디가보여주고있다.이제아버지의시대는종료되고,아버지를죽인형제들의시대가열린것이다.

그런데형제애라는혁명슬로건에서배제된자매,즉여성은혁명후에어떤정치적위치를갖게될까?프로이트가아버지의살해이후에발생한다고예상했던문제,즉여성을어떻게해야하는가의문제는결국해결하기가매우어려운것임이판명되었다.가정과국가에서남성과분리된,그리고남성과는다른,그러면서도불평등한여성에게어떤역할을주어야할것인가의문제가프랑스혁명을성공시킨남성공화주의자들을괴롭혔다.처음에는동등한상속과이혼의자유등을허용했지만곧여성의정치참여를금지했다.1793년에여성클럽은법률로금지되었고,1795년봄국민공회에대한대중들의봉기에서도여성들은입법부의방청석에서배제되었다.모든정치적모임에참가하는것이금지된것은물론길에서도여성들은다섯명이상모이는것이금지되었다.

마리앙투아네트야말로진정여혐의희생자
마리앙투아네트는물론여성의권리에아무관심이없었다.프랑스의초기여권론자들역시왕비에대해서는아무관심이없었다.오히려그녀들은남자들과함께왕비를마구공격하기에바빴다.그러나아이러니하게도마리앙투아네트와여성의지위문제는밀접하게연관되어있다.그녀가그토록처절하게당한것은,여자에게공적인역할을부여할생각이전혀없었던형제들의공화국에서왕비는가장활발하게공적활동을하던가장중요한여성이었기때문이다.

우리가마리앙투아네트를다시불러낸것은1년전우리나라에서일어난,최고공적여성에대한정치적여혐(女嫌)의사례가그녀를생각나게했기때문이다.

저자는일본의유명작가엔도슈사쿠
엔도슈사쿠(遠藤周作,1923~1996)는올해초한국에서개봉된마틴스콜세지감독의[사일런스]원작자이다.만년노벨상후보자였던엔도슈사쿠에대해그레이엄그린은“20세기그리스도교문학에서가장중요한작가”라고언급한바있으며,대표작『침묵』은영국의‘더가디언’지가뽑은,죽기전에읽어야할1,000권의목록(일본인작품은여섯작품)에들어있기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