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형은 골법이다 (동양 화론으로 풀어낸 서양 현대미술의 비밀)

조형은 골법이다 (동양 화론으로 풀어낸 서양 현대미술의 비밀)

$20.00
Description
눈으로 쓰는 현대미술 이론
작가는 결국 작품으로 말한다. 현대미술의 심장부 뉴욕에서 30년째 화가로 활동하고 있는 화가/저자의 눈에는 모더니즘이든 포스트모더니즘이든 미니멀리즘이든, 심지어 오브제와 개념예술까지도, 그것이 현대예술이기 위해서는 근대예술과 차별화되는 하나의 ‘현대적 조형원리’로 설명될 수 있어야만 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 원리를 저자는 동아시아 회화의 조형원리 중 하나인 ‘골법(骨法)’에서 찾는다.

1,500년도 더 된 동아시아 회화 원리인 골법을 저자는 ‘최소화와 경향성’으로 이해한다. 저자에 따르면 ‘최소화와 경향성’이 전면에 등장하는 시기가 현대예술의 시작점이며, 이런 의미의현대예술은 서양의 경우 19세기 인상주의에서, 동아시아는 명(明) 말기인 17세기 초 동기창과 팔대산인에서 각각 시작되었다.

저자는 철저히 현장의 사람이다. 동과 서를 꿰뚫는 현대적 조형원리의 비밀을 파헤쳐 가는 화가-저자의 여정은 이론가들의 접근과는 또 다른 감칠맛이 있다. 후기인상주의의 세잔, 변기의 뒤샹과 초현실의 마그리트로부터 데이비드 살르, 지그마르 폴케, 안젤름 키퍼, 로이 리히텐슈타인(릭턴스틴), 줄리안 슈나벨, 잭슨 폴록, 장미셸 바스키아, 게오르크 바젤리츠, 빌 비올라, 앤디 워홀까지, 동아시아 옛 작가로 동기창 팔대산인 김정희, 현대의 박수근 백남준 김수자 김아타까지 풍성한 도판을 곁들인 작품 분석, 거기에 까까머리 때부터 50년에 이르는 화가/저자 자신의 고민의 여정과 함께 읽어 나가는 재미가 쏠쏠하다.
저자

김영길

저자김영길은재미화가이다.1957년경주에서태어나경주고와영남대학교,홍익대대학원에서서양화를전공한뒤1986년도미,뉴욕프랫인스티튜트(PrattInstitute)에서다시석사를마치고현재뉴욕에서작가로활동중이다.
1996년<어제와다른오늘>로제1회우리영화시나리오공모(조선일보ㆍ삼성영상사업단)에당선했다.1997년토털미술상을수상했다.
이수연갤러리(1991,1992),금호미술관(1997),포스코미술관(1998),API갤러리(1998),아시안아메리칸아트센터(2010),스페이스움갤러리(2011),갤러리코리아(2011),상하이미술관(2015)등에서개인전을가졌고,뉴욕드로잉센터(1989),광주비엔날레(1995),토털미술관(1997),도쿄시립미술관(1997),환기미술관(1998),멕시코시립미술관(2000)등의그룹전에참여했다.
<아트인아메리카>(1997,byJonathanGoodman),<뉴욕타임스>(1999.4.30,byHollandCotter),<아트퍼시픽아시아>(1999,byJonathanGoodman),<월간미술>(1998,박래경)등에개인리뷰가있다.

목차

추천의글(박영택,이진오)
책머리에
인용작품목록

(들어가며)동과서,통하다

01The‘THIRD’Mind
겉만핥고만‘미국속동양’ㆍ서양현대미술에숨어있는동양적조형의식ㆍ
★마르셀뒤샹
서양현대미술은동양화의뉴버전인가

02골법과기운
명나라그림속에포스트모던공간이ㆍ사혁의화육법ㆍ에너지의원천,골법ㆍ최소화와경향성ㆍ머리,눈,손,마음

03포스트모더니즘과골법
진공묘유(眞空妙有)ㆍ힘의상대성원리ㆍ
★데이비드살르★지그마르폴케
이질적인공간의충돌ㆍ
★안젤름키퍼★로이리히텐슈타인
모더니즘대포스트모더니즘ㆍ
★르네마그리트★줄리안슈나벨
보편적이고궁극적인골법화론

04<세한도>속포스트모던의역학(力學)
단출한그림속끝없는스토리ㆍ<세한도>골법구성의실제ㆍ추사서예속원심력과구심력

05감춤의미학
신은왜‘얼핏본모습’을하고있나ㆍ오브제,‘작품뒤에숨기’ㆍ잘속여야예술이다ㆍ
★잭슨폴록★장미셸바스키아★게오르크바젤리츠
‘마음없이’

06함축
미완의열린구조ㆍ현대예술은인상주의부터ㆍ
★폴세잔
박수근의함축과절제

07신의한수,여백
여백,주관적공간의매혹ㆍ여백,응축된사유의공간ㆍ여백,텅빈생명의공간ㆍ무상(無常),흘러감의미학
★빌비올라★김아타와앤디워홀★김수자

08미니멀리즘과골법
긍정,부정,다시긍정ㆍ단색화(모노크롬)와물파(모노하)ㆍ
★이우환★도널드저드와리처드세라
오브제의조형의지

09골법의이해와오해
살아있는자율공간ㆍ골법은스타일이아니다ㆍ
★사이톰블리와마크로스코
유행은더이상첨단이아니다ㆍ진짜골법,가짜골법ㆍ
★브라이스마든★알베르토자코메티
동양문화에내재한현대성

10미술사의‘잃어버린조각’을찾아서
필묵:구상과추상의공존ㆍ닫힌공간에서열린공간으로ㆍ현대예술의신(新)동양주의ㆍ
★존케이지
뿌리를되돌아봐야할한국현대미술ㆍ다시쓰는미술사

11미술과창의적삶
골법으로돈벌기ㆍ존재형의삶,경향성의삶ㆍ미술에서배우는도전과창의

(나가며)발자국에게길을묻다
초발심시변정각(初發心時便正覺)ㆍ현대미술이동쪽으로간까닭ㆍ동양미술사에서현대의기점
★동기창과팔대산인

에필로그

출판사 서평

명나라그림속에포스트모던공간이

스물아홉에유학간뉴욕에눌러앉아,포스트모더니즘을비롯한현대미술의도도한흐름앞에서화가로서자기조형을고민하던화가는어느날17세기중국수묵화한장앞에서신비한체험을한다.

“발단은우연히찾은메트로폴리탄미술관에서였다.마침전시중인중국명(明)나라때화가동기창(董其昌)의작품을만났고,그속에서또하나의작은포스트모던공간을보면서,뜻밖의발견에크나큰충격을받았다.현대의서양미술과400년전의동양그림사이에공통점이있다는생각은꿈에도해본적이없던터였다.그런데동기창의그림은명백히포스트모던공간을구현하고있었다.
놀라움은한번으로끝나지않았다.시작은동양의전통회화에서서양미술의조형원리가보이는것이었는데,이제는거꾸로서양현대미술에서동양화의논리가또눈에들어왔다.그것은‘골법용필’과‘기운생동’이었다.현대미술,즉컨템퍼러리아트(ContemporaryArt)또는모던아트(ModernArt)는바로이것,우리가그동안오래잊고있던동양적미학의또다른버전이라는깨달음앞에나는전율하고있었다.”
_2.골법과기운(38쪽)

‘골법용필’은서기500년전후,중국남조제(齊)나라화가이자화론가인사혁(謝赫)의‘화육법(畵六法)’,즉‘그림의여섯가지법’에나오는말이다.본래는기운생동(氣韻生動)이첫째이고골법용필은그다음이다.기운생동은그림이궁극적으로도달해야할경지(목적)이고골법용필은이를위해갖추어야하는수단(과정)중하나인데,조형의논리에골몰하던화가는목적인기운보다과정인골법에더빠져들면서,골법을붓테크닉정도로여기던전통적인이해를훌쩍뛰어넘어‘골법이란화폭을살아있게만드는공간구조이다’라는파격적인결론에이르게된다.

“그림이살아있으려면요소들이화면상에서잘조화를이루어야한다.그러나정적(靜的)인조화만으로는생동이안되고,동적인변화가함께해야비로소그그림이생기를띤다.변화란,공간상에서끊임없이에너지의이동이일어나는것을뜻한다.이러한변화,요컨대에너지의발생과이동은골법이라는독특한공간구조를통해서가능해진다.이처럼골법이공간의변화를주도하는가운데일어나는동세(動勢)가바로기운생동이니,골법용필은기운생동의토대가된다.”_2.골법과기운(43쪽)

‘최소화,경향성,함축성’이조형에너지의원천

화가/저자가보기에결국골법용필과기운생동은같은현상의다른면을가리키는말에불과하되,“골법은원인이고기운은결과”이며,“골법이그릇이라면기운은내용물”이다(43-44쪽).그리고골법이뿜어내는에너지의원천은,스스로는‘최소화’를지향하면서(51-52쪽)스스로변하려는‘경향성’에있다(47쪽).

이후로는막힘이없다.포스트모더니즘에서,공간구성의기본원리는이질적인조형요소인A와B의“갈등을통한조화”(보기:데이비드살르,59-62쪽),또는“예기치못한우발적충돌”(보기:지그마르폴케,62-64쪽)이다.초현실주의는A와B가만나제3의“비현실적인사물C”가되는구조로설명된다(보기:르네마그리트,73-75쪽;줄리안슈나벨,76-80쪽).추사김정희의<세한도>나서예가품고있는정중동의에너지는포스트모더니즘과비견되는,흐트러뜨리는‘원심력’과잡아주는‘구심력’의절묘한균형이비결이다(제4장).레디메이드나오브제,백남준의비디오작업들은작가가기성품의뒤에숨으면서궁금증을더부추기고심지어보는이를속이기까지하는“감춤의미학”이다(제5장).가시적인요소를최소화한미니멀리즘은“현실에대한일종의부정”을통해진정한본질세계를보여주려는“긍정과부정,그리고다시긍정”의과정이며(160-161쪽),따라서미니멀리즘의최소화는역설적으로“표현의최대화”를겨냥하는것이다(164쪽).

이처럼골법공간이경향성을갖고생동하려면함축이필요한데,이는동아시아에서는천년도더된그림과문예의덕목아니던가.

“골법이경향성을갖기위해서반드시지녀야하는특성이바로함축성이다.그런데함축된A는마치암축된고무풍선처럼부족해진나머지를다시회복하기위해그자리에서안주하지못하고팽창이나반발하려는성질을강하게가진다.이러한변신성향이공간에서에너지를유발하는경향성이되고기운생동의모태가되는것이다.
그러나덜된표현과함축된표현은엄연히다르다.덜된표현은그냥미완성이지만,함축된표현은미완성처럼보이기는해도사실은더이상손을댈곳없는완성체적의미가있다.”_6.함축(124쪽)

어린애장난같은장미셸바스키아의그림에서는원초적인힘과생명력이넘쳐나는반면진짜어린아이의그림에서는그런에너지가없는것은,어린이의그림은미완성이고바스키아의것은함축이기때문이다(130쪽).박수근의나무그림들의현대성도단출한구성,함축과절제로요약된다(131-134쪽).전통수묵화의여백조차그저‘비어있음’이아니라누구든지자신의생각으로빈자리를채울수있는“개인적,주관적공간”이고,“응축된사유의공간”이고,프로이트적무의식에비견되는“텅빈생명의공간”이다(제7장).

회화뿐아니라극도로함축된자코메티의인물상(142쪽),남성용소변기를그냥갖다놓은마르셀뒤샹의<샘>이나,미술을넘어존케이지의<4분33초>같은극도의미니멀음악(50쪽)까지,저자식의골법으로라면설명하지못할것이없다.

동양을닮아가는서양현대미술

이렇듯‘최소화와경향성을통한공간의생동’을구현하려하는것이서양현대미술이며,그런의미에서서양의현대미술은19세기세잔등의인상주의에서시작한다고할수있다.

“인상주의는그전까지객관적으로만보려하던사물을거꾸로주관적인눈으로해석하기시작한사조이다.즉,‘무엇을보는가?’하는대상중심시각에서‘어떻게보는가?’하는주관중심의시각으로바뀐것이인상주의이다.그전까지의사실주의적전통이객관적외형을눈에보이는대로묘사하는일에치중한반면,인상주의와그이후의사조들은한발물러서서본질세계,즉사물자체에대해주관성을가미한지적(知的)인해석을시도했다.바로이‘지적인해석’이서양미술사에서전통과현대를가르는중요한요소이다.
그런데동양화는일찍부터단색인먹하나로세상을표현했다.이는외형이아니라사물의본질세계혹은주관의세계를보여주고자한것이라할수있다.이는애초부터그림에서시각(바깥세상)이아닌지각,본질,주관으로접근하는‘내면세계’를더우선시했기때문이다.이렇게내면적가치와정신성을근간으로삼는미술논리는동양에선천년도더된것이지만,서양에서는19세기말인상주의부터이런조형의식이본격적으로대두한것이다.”_1.The‘THIRD’Mind(32-33쪽)

이런의미의‘조형의현대성’이동아시아에서는17세기명-청(淸)교체기의동기창,팔대산인(八大山人)등의화풍에서나타난다고저자는본다(240-243쪽).얼핏오랜세월불변이었던것만같은동아시아그림에사실은일찍부터서양현대미술에비견할현대성이나타나고있다는것,그핵심인‘골법’에동아시아인이주목한것이무려1,500년전부라는것,이것이바로저자가책서두에고백한‘전율’의실체였다.

그런가하면,‘현대,서양’이또노골적으로동양을닮아가는모습도있음을저자는놓치지않는다.서양미술로작업을시작한이우환의단색화(모노크롬)과모노하(物派)운동은노자의무위자연이나불교의유심(唯心)과도맥이닿는다(제8장).생성과소멸을화두로삼는빌비올라의영적인세계(148-149쪽),마오쩌둥(毛澤東)의얼음두상이녹아없어지는과정을사진으로찍은김아타의‘온에어(OnAir)’시리즈의무상(無常)(150-151쪽),김수자의‘보따리’연작이나비디오작업들의무심(無心)또는“내려놓음”(154-157쪽)도다분히동양의전통적세계관을반영한것이다.

하지만,‘골법’한단어로이많은것이다설명된다니,어딘지사기같은느낌이들지는않는가?그렇다.화가/저자의고민과발견은사실은보편적조형원리라고할수있을것으로,이것을반드시동아시아화론의전통용어인‘골법’으로불러야할이유는없다.따라서이책은논리적정치함을기대하고엉성함을잡아내는‘매의눈’으로읽을것이아니라,작가또는감상자로서조형의고민을공유하고이해와해법을공유하려는‘비둘기의마음’으로읽어야할책이다.현장미술가들과미술학도,머리보다가슴으로그림을읽으려는이들에게일독을권한다.

처음붓을잡은경주의까까머리중학생시절부터,그자신화가로서화폭앞에서갈등하고동료화가들이나미술을둘러싼제도들과좌충우돌한체험들이군데군데끼어있는것은덤이다.그런점에서이책을‘눈으로쓴현대미술이론’이라불러도좋지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