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실크로드 : 춤, 마흔, 우즈베키스탄 - 여행을 생각하다 12

그래서, 실크로드 : 춤, 마흔, 우즈베키스탄 - 여행을 생각하다 12

$16.80
Description
마흔이면 뭐라도 될 줄 알았다는 착각
자유로운 춤꾼의 실크로드 방황여행
〈그래서 실크로드〉는 읽는 맛이 가득한 여행 에세이다. 동시에 누구나 한 번쯤 느끼는 삶의 막막함을 파고드는 산문집이기도 하다. 저자 박진영은 여행 작가도 아니고, 요즘 유행하는 여행 유튜버도 아니다. 저자는 현대무용을 전공하고 무용가로 활동해온, 자칭 자유로운 춤꾼이다. 그래서 이 책은 더욱 매력적이다. 저자의 여행은 세련되지도, 능숙하지도 않은 날 것 그대로의 여정이었다. 마치 우리가 당장 내일도 모르고 하루하루 인생을 살아가듯 말이다.
인생에서 가장 에너지 넘치는 2-30대를 오롯이 무용에 쏟아 부은 저자는 ‘마흔’이란 벽에 부딪히고 나서야 ‘마흔이면 뭐라도 될 줄 알았다’는 생각이 ‘착각’임을 깨달았다 고백한다. 그 충격과 허탈함에 어디로든 떠나고 싶었고, 가능한 멀고 낯선 곳으로 가고 싶었다. 그래서 목적 없이 떠난 곳이 바로 ‘우즈베키스탄’의 타쉬켄트, 사마르칸트, 부하라, 히바였다. 실크로드를 마주하며 그녀가 애타게 찾았던 것은 무엇이었을까?
여행은 늘 새롭다. 새로운 곳에서 발견하는 나는 늘 놀랍다. 이것이 바로 여행의 심오함이 아닐까. 마흔이라는 막막함에 부딪혀 훌쩍 떠난 실크로드에서 저자는 과연 자신의 춤을 발견했을까? 그리고 그 춤이 어떤 의미였는지, 춤에 불태운 그 시간이 과연 지금 어떤 모습의 나를 만들었는지 깨달았을까?
〈그래서 실크로드〉는 춤추듯 살고 싶은 사람들, 답답한 삶의 테두리를 벗어나 진정한 삶을 느껴보고 싶은 사람들에게 어울리는 책이다. 저자와 함께 떠나고 여행하고 춤춰보기를.
저자

박진영

저자;박진영
자유로운춤꾼
공간<움직이기>대표
진실
어릴적부터가수들의춤을따라하던나는결국춤추는것을좋아한다는,피할수없는진실을마주했다.하지않으면평생후회할것같아서뒤늦게무용의길을선택했다.부모님몰래무용입시를준비해서단국대무용과에들어갔고,숙명여대대학원에서현대무용을전공했다.무용수로공연활동을시작하였다.기준과틀에잘맞아떨어지기위해고군분투하면서점점집착과강박에시달렸다.남의길을찾아메뚜기처럼펄쩍펄쩍뛰어다녔고,앵무새처럼로봇처럼열심히따라하기를수련했다.긴시간동안바깥만바라보며춤췄다.바깥에있는줄알고.그러나이제는진실을안다.자유도고유도내안에서시작된다는진실을.그렇게춤도삶도진실해져간다.
고유
2010년트러스트현대무용단을시작으로2013년호주단체Stalkertheatre와작업하였다.2014년솔로안무<모범인간?>,2015년프랑스서커스연수및솔로안무작업을했다,2016년프랑스단체CieOsmosis와,2017년영국단체Farfromthenorm과작업을했다.좋아서,잘하고싶어서,이세계에서살아남기위해서달렸다.그러던중,2018년한지점에서쥐고있던모든것을다놓게되었다.더이상남의기준과틀에맞추려고애쓰는것도,춤도,공연도다싫었다.그렇게차츰무용을가르치기시작했다.선생의일을충실히해오던마흔살어느날,문득나이만먹고생계형무용인이된내모습을보았다.나는그동안대체뭘한걸까.우즈베키스탄으로떠났다.그리고남의길따라가기를완전히그만두었다.나의길을가고,나만의고유하고진실한몸짓을하고싶었다.2023년그렇게<움직이기>가탄생했다.
자유
자유롭게춤추고싶어서무용을했다.그러나마흔살의나는얽어매어진생계형무용인이었다.그때떠난우즈베키스탄여행은현실의속박을떠나자유를향한것이었다,어쩌면그곳엔자유가있을지도모른다고생각했다.그러나자유는그어디에도없었다.외부에독립적으로존재하는어떤뚜렷한이상적실체로써자유를생각했기에.내가찾던자유는허상의개념일뿐이었다.어쩌면나는이미자유로운속에서자유를찾고있었던것인지도몰랐다.

목차

들어가는글
마흔이면뭐라도될줄알았다는착각

1부그동안춤춘시간은다무엇이었을까?
01무용,이제못해먹겠다
02삶의낙오자들이춤추는곳,타슈켄트
03투명한가림막
04타인의무대와나의무대

2부다채로운2인무
01나는왜뿌리치지못했을까?
02레기스탄,눈앞에생생하게피어오른신기루
03Hellostranger,낯선그와봄날의춤
04그렁그렁차오르는눈물

3부72%의자유
01봄내음을싣고온사막바람
02숨막힐듯차오른고독의감탄
03두려움을뚫고나온작은믿음

4부이어진찰나의순간
01두터운그의시간을대면하다
02존재의중심을곧추세우고
03뒤엉킨시공간을흔들며
04자유를찾는나와자유로운나
05몸의감각이알려주는대로

5부깊은눈매를가진사람
01예외적시간을닫으며
02무용은왜나를선택했을까
03내가살길,내가사랑하는길
04움직여야나는산다

나가는글
내몸의진동과울림을따라

출판사 서평

책속에서

p.12
내나이마흔살.눈을떠보니나는무용만하고마흔이되어있었다.무용에몸과마음을다바쳐죽어라배우고춤추던무용수시절을지나무용선생의일을착실하게해왔다.입신양명을위해무용을했던건아니었지만,그래도진실하게내길을묵묵히가고,충실하게내길을파면마흔즈음에는어느정도저명한무용가가되어있을줄알았다.결과와보상이란것이자연스럽게뒤따라올줄알았다.이름도생기고,사람들에게인정도받고,경제적으로도사회적으로도안정적이고성공적인마흔이되어있으리라믿었다.뭐라도남을줄알았고,뭐라도이룰줄알았다.

p.15
흙탕물같은소요와꽉막힌답답함을견딜수가없었다.내살길,숨구멍을찾아나서야했다.훨훨자유롭게나는새처럼,둥둥물위를부유하는잎새처럼나는내맡기듯자유롭게가볍게표류하고싶었다.

p.42
지하철안에서는프랑스도시툴루즈의냄새가났다.그냄새의기억은순식간에나를자유분방함으로,태양이쏟아지는무한한세계로소환하여주었다.프랑스툴루즈에살던그는북아프리카튀니지출신의동료무용수였다.우리는작업을함께하며꽤많이친해졌는데,그의방안에서늘흘러나오던음악은움켜쥘수없고,예측할수없는그의본연처럼,그만의다채롭고도고유한감성과예술적영감을드러내주는어떤손짓이었다,갓구운신선한빵오쇼콜라를팔던그의집앞빵집,하루종일음악을듣고춤을추고삶을이야기했던그친구와의시간들…그의정련되지않은자유로움,거칠고야성적인춤스타일.은둔자혹은반항아같이자유분방하고신비스러운그의분위기를좋아했다.입가에부드러운미소가피어올랐다가졌다.현재로다시돌아온내눈앞에는골똘히생각에잠겨있거나무심히바깥을바라보는이곳사람들이있었다.

p.58
설레는이른아침,타슈켄트북역에서사마르칸트행열차를기다리는중이다.기차역특유의분주하고들뜬에너지가공중에서진동하고,기분좋은백색소음이공간을채우고있다.아직은쌀쌀한아침,입김이살짝나온다.출발과도착을알리는글자들이전광판화면에서깜빡댄다.

p.62
낮고자그마한집과건물들이가지런히늘어선황토색사막도시사마르칸트.차창을스쳐지나가는이국적배경을바탕으로,너무도진한얼굴을한우즈벡기사님이본인의한국경험담을침까지튀기시며,한국적정서와문화가흠씬배어나오는한국말로늘어놓는이장면이매우모순적이면서오묘했다.대체여기가어디란말인가.
한국보다는약간더뜨거운태양,손바닥이퍼석거리는쌀쌀하고건조한날씨.낯선곳을찾아오느라긴장했던몸은아저씨의한국말앞에뭉근하게풀어지고있었다.알싸한취기같은노곤함이밀려들었다.

p.122
바닥에서부터꼭대기까지첨탑의살결을따라올려다보았다.첨탑에서흘러나온진한황금빛이주변을온통물들이고있었다.내몸과정신의바탕이완전히비워지는동시에꽉채워지는것같았다.깊은물속에들어와있었다.사방은온통정적과고요였다.나는헤아릴수없이고독했다.헤아릴수없이,충만했다.

p.133
에미르가갑자기자리에서일어났다.노랫가락을흥얼대더니급기야튀르키예의전통춤사위를선보인다.마치한마리의거대한독수리가양날개를쫙펼치고는느긋하고여유롭게노니는것같다.모든전쟁을치르고난승자의당당하고기품있는기세가느껴지는춤이랄까.정수리부터꼬리뼈까지반듯이펴진척추와판판하게벌어진견갑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