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경호는총알을막는것이아니라
총성이울리지않게만드는것이다”
영화속대통령경호관을떠올려보자.총성이울린다.경호관이몸을날린다.대통령을감싸고차량으로이동한다.긴박한추격이시작된다.우리는그런장면을보며‘훌륭한경호’라고생각한다.그러나30년에가까운세월동안실제대통령경호현장을지켜온박진이저자의생각은다르다.그정도까지갔다면이미수많은방어선이뚫린뒤다.
진짜경호는총알앞에몸을던지는영웅을만드는일이아니라,애초에총성이울릴상황자체를만들지않는일이다.위험요소를미리찾아내고,동선을점검하고,사람을살피고,변수에대비하고,혹시모를상황을위해또다른계획을준비하는것.저자가말하는경호의본질은영웅적인희생보다치밀한예방과시스템의설계에있다.
29년9개월20일,역사의바로뒤에서
저자는1990년부터2019년까지청와대에서근무하며역대대통령8명의경호현장을경험했다.그시간동안대한민국도거대한변화를통과했다.
냉전의끝자락에서이루어진소련방문,북방외교의현장,평양방문,중동순방등한국현대사의굵직한장면들이책속에등장한다.하지만우리가뉴스와역사책을통해바라보았던장면과이책이보여주는풍경은조금다르다.
카메라는언제나대통령을향하지만경호관은카메라바깥을바라보기때문이다.사람들은대통령이어디를방문했는지를기억하지만,경호관은그곳에어떤출입구가있었는지,군중이어디에서움직였는지,돌발상황이발생하면어느방향으로이동해야하는지를기억한다.
같은역사를전혀다른방향에서바라본기록.그것이이책이가진가장특별한힘이다.1990년소련방문당시저자가선발대로대통령이이동할동선과위험요소를먼저확인하고,대통령전용기도착직전소련경호원들과한국기자단사이에서벌어진충돌을현장에서해결하는장면은이책의성격을단적으로보여준다.역사의거대한사건뒤에는언제나이름없이상황을움직였던사람들이있었다.
대통령을지키던사람은무엇을보았을까
흥미로운것은이책이대통령개인에대한평가나정치적이야기를중심에놓지않는다는점이다.저자가대통령의가장가까운거리에서발견한것은권력보다책임이었다.
한사람의움직임하나가수많은사람에게영향을미치고,작은판단하나가국가적인결과로이어질수있는자리.대통령의등뒤1미터에서저자가바라본것은바로그런‘결정의무게’였다.책에서저자는자신이그곳에서“권력을본것이아니라,결정이내려지는순간의무게를보았다”라고회고한다.
그래서책을읽다보면자연스럽게‘경호’라는직업을넘어리더십과조직,책임과헌신에관한이야기와만나게된다.
남들과같은무기를갖기위해애쓰기보다자신만의강점을발견하는법,문제가터진뒤해결하는것보다문제가발생하지않을구조를만드는법,완벽한상황을기대하기보다언제나플랜B를준비하는법,앞에서는사람만큼이나뒤에서시스템을지키는사람이중요한이유가경호현장의경험을통해구체적으로드러난다.
경호는끝났지만‘지키는일’은끝나지않았다
이책의또다른특징은이야기가청와대에서끝나지않는다는데있다.제3부에서저자는제복을벗은뒤IT와AI의세계로들어가고,이후SR상임감사로일하며경호현장에서익힌예방과안전의원리를조직운영과공공감사의영역으로확장한다.대통령한사람을지키던시선이국민과조직,시스템을지키는시선으로넓어진것이다.그때문에책을관통하는‘사선’이라는단어의의미도조금씩달라진다.
처음에는실제생명이오가는물리적사선이었다.그다음에는판단과책임의조직적사선이되고,마침내기술과사회의변화에대응해야하는새로운시대의사선으로확장된다.직업은달라져도질문은하나였다.
“무엇을지킬것인가?”
우리에게도저마다의‘1미터’가있다
《대통령의등뒤1미터》가궁극적으로향하는곳은대통령도,청와대도아니다.바로자신의자리에서살아가는평범한사람들이다.
가족을지키는사람,조직을지키는사람,자신의일을지키는사람,누군가의안전을책임지는사람.우리는대통령의등뒤에서지는않지만저마다쉽게물러설수없는자리를하나씩가지고살아간다.그래서이책에서말하는‘1미터’는물리적인거리인동시에한사람이자신의책임을감당하는자리를상징한다.
앞에서야만중요한사람이되는것은아니다.이름이알려져야만가치있는일을하는것도아니다.누군가는앞으로나아가고,누군가는그사람이넘어지지않도록뒤를지킨다.30년가까이대통령의등뒤에서자신의존재를드러내지않는것을직업적완성으로삼았던한경호관의이야기가지금우리에게건네는메시지도여기에있다.추천사에서도이책을“자신의사선위에서묵묵히버텨온모든이들”에게건네는기록으로평가한다.
보이지않는다고해서중요하지않은것은아니다.역사를움직이는힘은때로가장조용한자리에서만들어진다.《대통령의등뒤1미터》는그조용한자리에서29년9개월20일을버텨온한사람의기록이자,오늘도자신의자리에서누군가와무언가를지키며살아가는사람들에게보내는묵직한이야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