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민희대표시집1 (이기대에 가면, 못다한 사랑을 만날 수 있다)

늘 숙제처럼 다가왔던 글쓰기, 그러나 동시에 그 숙제를 풀어나가는 일은 내 삶에 쉼 없는 도전과도 같았습니다. 삶 속에서 만난 작은 감정과 기억의 조각들을 모아 한 편의 시로 완성해가는 그 과정은 때로 고단했고, 때로 깊은 성찰을 요구했으며, 나 자신과의 대화 속에서 쉼 없이 반추하게 만들었습니다. 그렇게 긴 시간 동안 나만의 이야기를 글로 풀어내며, 나의 내면을 조금씩 드러내는 법을 배워왔습니다.

내 유년 시절은 지금도 눈을 감으면 생생히 떠오릅니다. 푸른 바다가 넘실거리고 조랑말이 노니는 성산포의 넓은 풍경 속에서 나의 어린 날들은 자라났습니다. 그곳에서 바다는 언제나 부모의 품처럼 나를 감싸주었고, 나에게 희망과 포부를 심어주었습니다. 어린 시절 성산 일출봉에 올라 바다를 바라보며, 아직 펼쳐지지 않은 미래에 대한 큰 꿈과 설렘으로 가슴이 두근거리던 순간들. 그때의 나는 아직 삶이 무엇인지 잘 몰랐지만, 파도가 밀려오는 바다를 바라보며 언젠가 내 이야기를 글로 써보고 싶다는 소박한 꿈을 품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성산 일출봉이 보이는 푸른 바다 앞에서 책을 읽으며 상상의 나래를 펼치던 그 시간들, 그 바다는 마치 나의 내면 깊은 곳을 비추는 거울과도 같았습니다. 그곳에 갈 때면 마음 깊숙이 숨어있던 그리움이 깨어나는 듯했고, 마치 그리운 누군가가 바다 건너편에서 달려와 나를 반겨줄 것만 같았습니다. 내 마음속 깊이 새겨진 그 바다는 내 삶의 원초적 그리움이자 희망이었고, 지금도 글을 쓸 때마다 그 기억은 나의 시를 빚어내는 밑거름이 됩니다.

이 시화집은 바로 그러한 내 삶의 조각들, 지나온 시간 속에서 스쳐간 순간들의 감정들이 모여 탄생한 결과물 입니다. 글을 쓰며 나는 내가 지나온 길과 그 길 위에서 느꼈던 희망과 불안, 기쁨과 슬픔을 다시금 되짚어 볼 수 있었습니다. 시는 나에게 때로는 따스한 위로였고, 때로는 나 자신을 향한 묵직한 질문이었으며, 내면의 목소리를 차분히 들을 수 있는 소중한 기회였습니다. 그 과정을 통해 나는 글이 가지는 마법 같은 힘을 깨달았습니다. 글을 쓸 때마다 내면의 깊은 곳에서 새로운 감정이 올라오고, 그 감정이 언어로 형상화되면서 조금씩 삶의 의미를 찾게 되는 기쁨을 경험했습니다.

이 시집이 세상에 나아간다는 것은, 마치 내가 그동안 품어온 마음속의 이야기들을 바다 위에 띄워 보내는 것과 같습니다. 그 이야기가 여러분의 마음에 닿아 일상 속 작은 쉼표가 되기를, 그리고 잠시 머무는 바람처럼 가볍게 스쳐 가는 감동이 되기를 바랍니다. 각자가 이 시들을 통해 각자의 기억과 이야기를 떠올리며, 새로운 색과 감정으로 채색해가는 그 과정에서, 삶과 삶을 잇는 작은 매개체가 되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이 시집을 통해 여러분과 제가 서로의 삶을 조금씩 나누고, 서로의 아픔과 기쁨을 이해하며, 작은 위로와 공감의 순간들을 만들어 나갈 수 있기를 바랍니다. 어쩌면 우리의 삶은 다르겠지만, 시라는 언어를 통해 서로의 내면을 들여다 볼 수 있는 소중한 기회를 가지게 될 것입니다.

내가 걸어온 길이 여러분께 작은 영감이나 쉼의 순간을 줄 수 있다면, 그로 인해 이 시집을 엮은 제 마음 또한 충분히 보람찰 것입니다. 한 편 한 편의 시가 지닌 조용한 힘이, 여러분의 내면에 부드럽게 닿기를 바랍니다. 시는 단순한 글이 아니라 우리의 내면에서 나오는 진솔한 목소리이며, 누군가에게 닿기를 바라는 따뜻한 소리 입니다.

바닷가에 서서 파도를 바라보던 그 소녀의 마음이, 이제는 시라는 언어를 통해 여러분의 마음에 닿기를. 부디 이 시들이 한 폭의 풍경처럼 여러분의 기억 속에 오래도록 남기를 소망합니다.

책을 손에 들어주신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를 전하며, 이 시집이 여러분의 삶 속에 작은 빛이 되기를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