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씩 도둑 조명숙 소설집

조금씩 도둑 조명숙 소설집

$13.00
Description
2012년 소설집 《댄싱 맘》 이후 3년 만에 중견소설가 조명숙이 네 번째 소설집『조금씩 도둑』을 출간했다. 어둠을 식별하는 감각적 문체와 정주하지 않고 유목하는 글쓰기 행보를 보였던 그가, 이번 소설집에서는 상처 입은 여성들의 세심한 심리 묘사가 돋보이는 작품들로 돌아왔다. 특히 이 책에서는 ‘세월호 사건’을 소재로 한 최근작 「점심의 종류」가 수록되어 있어 작가가 표현하고자 하는 우리 사회와 현대인의 상실감을 엿볼 수 있다.
저자

조명숙

1958년김해에서태어나부산대학교국어국문과석사과정을졸업했다.1996년『진주가을문예』와2001년『문학사상』을통해문단에나왔다.창작집『헬로우할로윈』,『나의얄미운발렌타인』,『댄싱맘』(2012향파문학상수상)과장편소설『바보이랑』,『농담이사는집』등을썼다.2006년장편동화「누가그랬지?」로14회MBC창작동화대상을받았으며,그림동화책『샘바리악바리』,『아기뱀꼬...

목차

목차
이치로와한나절
점심의종류
러닝맨
가가의토요일
거기없는당신
사월
나비의저녁
조금씩도둑
하하네이션
해설:이모두는사실이아니다-전성욱
작가의말

출판사 서평

출판사서평
▶상처입은여성들의마음을살피는공감의태도
2012년소설집『댄싱맘』이후3년만에중견소설가조명숙이네번째소설집을출간했다.어둠을식별하는감각적문체와정주하지않고유목하는?글쓰기행보를보였던그가,이번소설집에서는상처입은여성들의세심한심리묘사가돋보이는작품들로돌아왔다.특히『조금씩도둑』에서는‘세월호사건’을소재로한최근작「점심의종류」가수록되어있어작가가표현하고자하는우리사회와현대인의상실감을엿볼수있다.소설에나타나는다양한소품들인가정과국가폭력,친구와...
▶상처입은여성들의마음을살피는공감의태도
2012년소설집『댄싱맘』이후3년만에중견소설가조명숙이네번째소설집을출간했다.어둠을식별하는감각적문체와정주하지않고유목하는글쓰기행보를보였던그가,이번소설집에서는상처입은여성들의세심한심리묘사가돋보이는작품들로돌아왔다.특히『조금씩도둑』에서는‘세월호사건’을소재로한최근작「점심의종류」가수록되어있어작가가표현하고자하는우리사회와현대인의상실감을엿볼수있다.소설에나타나는다양한소품들인가정과국가폭력,친구와연인,그리고예술안에서조명숙소설속인물들의어두운삶의파편이조각조각드러난다.평범하고소소한일상속,우물물길어올리듯상처의흔적들을포근하게감싸안아주는듯한태도가엿보이는작품집『조금씩도둑』에서독자들은작가조명숙이들려주는생의기쁨과슬픔들을마주하며따스한위로를받게될것이다.
▶어떤허구보다도더극적인현실,
일상에잠복해있는현실의그‘리얼’한재생
글은기교로빛나는것이아니라사람의혼신으로부터만들어진다는것,아마도이작가는그렇게굳게믿고있을것이다._전성욱(문학평론가)
「작가의말」에서“소설이란것이어느시점에착상해서언제썼는지는중요하지않지만,(…)2005년의사건과5개월이되기전에써버린2014년의사건이뒤섞여있다.”라고밝힌것처럼이번작품집에서는실로다양한시대적배경과서사를이끌고있는여럿인물들이나온다.2014년세월호사건이있고나서10년이후의유가족의슬픔을재현한「점심의종류」에서부터,2008년당시미국산쇠고기수입을앞두고촛불시위를벌이는남편을찾는여자의우울한일상을그린「거기없는당신」,2005년APEC정상회의를둘러싼어떤사회적기미를‘가가’의하루를통해풀어낸「가가의토요일」까지조명숙소설이갖고있는시대의스펙트럼은꽤넓은편이다.소설이현재를반영하는거울이라고할때,현대사회의병리를짚는것도소설이어야할것이다.그점이더욱잘드러나는소설은수록작「하하네이션」이라고할수있는데,작가지망생‘유’의일상을통해우리삶의부조리와글쓰기의문제의식을잘드러내고있다.‘유’는좋은작가가되기위해서‘사물과사람과시간같은것’에예민하려했지만결국그가거주하는오피스텔인‘하하네이션’내에있는현실의비극에둔감했던자신을뒤돌아보고“장차작가가되려고했지만,결코작가가될수없을것같았다.어떤소설이현실보다리얼하겠어?”라고되묻는다.
▶딸을잃은세월호그사건이후,십년
“우리가뭘인생이란걸살았다고.그런거없었다.”
지금여기있지만십년전의그것이아닌리모컨,지금여기있지만십년전의그사람이아닌영애,지금여기있지만십년전의영미가아닌영미,매일조금씩희미해지고있는유미.그렇기때문에영애는살아있어야했다.내속에서도점점희미해지는유미를누가기억해줄까?질문을담은눈으로영미를본다.영미에게유미가겹쳐진다.잠어린눈을비비며식탁에앉던유미,책가방을메고팔짝팔짝뛰어서목에매달리던유미,젖은머리카락으로물을뿌리며환히웃던유미…가영미처럼있다._「점심의종류」중에서
2014년4월16일세월호의그통탄할사건은이제사건이발생한지1주기가된다.끝나지않은유족의아픔과보상금논란으로잡음이끊이지않았던세월호문제는,인양을해서라도남은실종자를찾기위해끝까지노력해달라는세월호실종자가족들의공식요청과더불어진상규명을요청하는국민여론을통해세월호인양을적극검토하겠다는정부의입장이발표된시점이다.조명숙의단편「점심의종류」은사건이후십년이지났지만아직도세월호사건으로딸을잃은그상실감에서벗어나지못하고있는엄마‘영애’의삶을다루고있다.소설은기억과회상의영화를병치하며서술되는데,‘영애’는6·25전쟁으로평화롭던가족의균열을보이는영화속에서자신의삶을발견하며다시금고통을받고영화라는‘환상’속에서도도피할수없음을발견한다.결국‘영애’의동생‘영미’마저이민을떠나고,대한민국의지독한현실속에서유가족들이슬픔을위로받고구원을받기란불가능함을역설하고있는소설이다.
▶끝내어른이되지못한채
조금씩,아주조금씩훔쳐낸네마음
서른두셋쯤의나이,띠띠와피융이지나온나이의그들이거기있었다.워커를신은피융이손을내밀었고,스카프를두른띠띠가그손을잡았다.탁자아래서그들의무릎이어깨처럼조심스럽게부딪쳤다.형언할수없는기쁨이온몸에퍼지는것을띠띠는분명히느꼈다.
“피융과나도저렇게앉아있었어.”
서늘하고메마른혼잣말이피융이라는이름이뚫어놓은구멍을빠져나갔다.잔영만남은여러순간들이뇌리를스치고지나갔다.분명저런때가있었다.한번이었는지두번이었는지,세번이었는지네번이었는지….조바심을내며기다리다마침내피융이오면띠띠는달려가얼싸안았다.손을잡고그눈을들여다보았다.피융의눈은얼마나까맣고초롱했던지.띠띠는재생하고싶은그순간을붙잡으려애썼다._「조금씩도둑」중에서
열여섯무렵,용희,선경,영미대신에피융,바바,띠띠라는이름으로우정을다짐하던세소녀가마흔을전후로한나이가되기까지의상처입은마음과서로를향한위로를담고있는표제작「조금씩도둑」은과장된시선이아닌담담한문체로그들의이야기를조근조근풀어냈다.꿈많던청년기를보내고중절수술에후유증까지서로의고단한삶을알고있는셋의우정은화려하지는않지만그렇기에더욱빛이난다.더욱이남자의아이를임신했지만결국친구였던‘피융’에게조금씩마음을주고만‘띠띠’의마음이애달프다.남들과다른“자신의취향을거부할것이아니라조심스럽게수긍하기로”하면서띠띠는끝내어른이되지못한채성장하지않은여자로버텨냈다.자궁을축출한여자가매번해바라기씨를주문하며오지않는택배기사를기다리는이야기「사월」과,남자의충격적인죽음을이겨나가며고통스러운삶을견디는여자의이야기가담긴「나비의저녁」또한상실을겪은여성의삶과,상실에도불구하고계속해서살아나가야하는생의고단함을그리고있는소설들이다.
▶환상의기록으로서의소설
“이모두는사실이아니다.”
달리는아버지와함께그집에서옴짝도하지않은채로여섯달에서두달을더산막내는숨을거두기사흘전병원에옮겨졌다.막내가숨을거두던날에도,세오빠들이침울함을가누지못한채로화장장에다녀오던날에도아버지는새벽을달렸다.아버지의달리기는막내가죽은뒤몇해가지나도록계속되었고,지금도계속되고있다.아니,이모두는사실이아니다.막내가폐암이라는말을꺼낸날갑작스럽게달리기시작한아버지는집에서두블록지난파출소에서발견된것이아니었다.그것은자식들의희망사항이었을뿐,그렇게달려나간아버지는돌아오지않았다.막내가한사코병원을마다하고집에서비명을삼킨것도그날밤그렇게달려나간아버지가다시는돌아오지않았기때문이었다.아니,아니다.아버지는아직달리고…있다._「러닝맨」중에서
특유의감수성으로환상적인이야기를펼치고있는조명숙의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