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폐허 (김일석 시집)

붉은 폐허 (김일석 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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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삶의 현장에서 시를 길어 올리는 김일석 시인의 일곱 번째 시집
언제나 삶의 현장에서 시를 길어 올리는 김일석 시인이 “민중의 소박한 양심을 직격하는 더러운 손들에 대한 조롱, 오랜 고난 중에 하나하나 힘겹게 발견한, 이름 없는 이들의 실낱같은 희망, 단 한 순간도 포기할 수 없었던 내 숨 막히는 사랑의 이야기들을 모아 엮은” 일곱 번째 시집 『붉은 폐허』를 내놓았다. 시인은 『붉은 폐허』가 현 시기 민중의 상실과 절망, 도전이 버티고 선 자리를 노래하지만, 노랑 바탕의 표지 디자인은 진도 앞바다의 물결이며 반역을 표현한 이미지라고 말한다. 3부로 나눠 90여 편의 시를 싣고 있는 시집 제1부에는 세월호 연작 12편이 실려 있다.

김일석의 시를 두 단어로 말하자면 그건 ‘사랑’과 ‘투쟁’이라고 할 수 있다. 30여 년의 투병, 아내가 쓰러진 지 6년, 핍진한 생애, 김일석 시인에게 시는 그 우울의 행간을 위로하는 유일한 휴식이고 투쟁이었다. 그는 온갖 수술과 시술, 중환자실과 일반 병실을 오가며 자잘한 체념과 소망이 범벅인 나날을 보냈지만, 악착같이 살아남아야 했다. 적막한 병원 휴게실에서 복도에서 밤새 눈곱만한 폰 자판을 두들기며 시를 썼다. 시는 그에게 유일한 존재증명이었으며 삶의 이유이기도 했다.
저자

김일석

저자김일석은80년대초사상공단노동자자녀를위한탁아소에서시작하여들꽃어린이집을거쳐산동네빈민지역에서들꽃공부방을운영하며평생비정규직교육노동자로살았다.‘시를통한심리치유과정’,‘발달심리와교수법’,건강가정지원센터의아이돌보미양성과정,발달장애아동,청소년가족관계상담을하고있다.군부의서슬퍼렇던80년대출판운동의첨병이었던여러기관지,무크지를통해시쓰기를시작했으며,현재진보진영의여러네트워크에글을기고하며월간지에교육칼럼과시를연재하고있다.『상념의바다』,『지독한연민,혹은사랑』,『5억년을걸어야닿는별』,『살아보니알겠어』,『오늘도빌딩숲속에서난바다를꿈꾼다』,『조까라마이싱』등의시집을냈으며그외저서로『어머니,나혼자할수있게도와주세요』,『몬테소리교육의이론과실천』,『새세상을향한교육』,『유아의비밀』등이있다.

목차

시인의말

제1부

꽃잎의분신/손톱/횟집에서/나는개돼지야/그릇/도망갈구멍/김치1./김치2./늦가을풍경/붓꽃앞에서/불금의밤/혓바늘/마담이여사/불량/바라보기/세월호연작1.비명/세월호연작2.검은리본/세월호연작3.눈물의부활절에/세월호연작4.손에/세월호연작5.피의전쟁/세월호연작6.안데스지하의신께/세월호연작7.오늘아침/세월호연작8.꽃의허구/세월호연작9.그런봄이면좋겠어/세월호연작10.선무방송/세월호연작11.아이들이본다/세월호연작12.복수하는날/홍대앞에서/꽃의시

제2부

우물/엄마냄새/노르웨이숲/빗방울/봄밤/간여/웃지마라/착점/나비/나의바다로/묻는다/역류/어느겨울의오체투지/지진(地震)/전관수역을치자/식물의삶/
상처/나무의묵언/그리운섬/음모/고해(苦海)/몸의언어/붉은폐허/적의소굴/교환/
작물/질긴살점/고등어1/고등어2/뿌리의침묵/외경(畏敬)/편지/아시나요/
반성론/길의경계에서/기억의편린/붉은대게이야기
순자누나/목욕탕에서/오징어/시인의덕목/자지/강박성장애/순종/

제3부

기쁨의시/밥상/냉장고를닦으며/부정교합/밤바다에서/빚/하늘/환절기/정직/
내가제국의왕이되면/별/아들아/병원에서/강원도옥수수/신호등/독상(獨床)/시집을읽을때/버립니다/겨울엔일어나세요/순명/기도/시인김씨/서태지/각성/

해설|그리운이름하나-강재일(전건국대철학과교수)

출판사 서평

▶냉소의중심에초연함을담아낸시

직관적통찰에서온김일석시인의시는그자체로삶이라할수있다.그래서그의리얼리즘은질펀한핏빛이라고한다.“나는우아하고고상한걸기질적으로싫어하며생존을문학이라는이미지장치에숨기는행위를혐오한다.나의시에서질펀한핏빛서정을들어내면아무것도없다.”라고말하는시인은언제나체제에맞서싸우던현장,그힘없는자들의편에서있다.그런그가체제에대해냉소할수밖에없는건당연한일이지만이번시집에는그냉소의중심에‘초연함’이담겨있다고,해설을쓴강재일교수는말한다.시인은그러면서노래한다.조각조각나버린삶의파편들을붉디붉은시어(詩語)로승화시키면서.

늙은살가죽비듬처럼
널브러진어물전비늘처럼
꽃잎뒹군다

단며칠의환희를
생애의상징으로남기려는
숙명을향한심오한서원

스스로생명줄놓아
눈부신소멸에가닿으려는
저확고한분신
-「꽃잎의분신」전문

시인은어느봄,흩날리는꽃잎을보고분신(焚身)이라고한다.단며칠의환희를위해태어났다고하지만그또한하늘이내린숙명,견딜만큼견딘후에할수있는일이란‘스스로생명줄놓’는것.그리고는‘눈부신소멸’에닿는것이라고수긍한다.그의초연함을비판의날이무뎌진것이라고할수는없다.

▶분명한깃대하나는꼭붙들고살겠다는의지

‘가진자의꽃놀이패,그끊임없는수모에수족을다바치면서도적의심장부착점에온몸으로칼을꽂아야하는이유’를머리론알지만정작본인은어쩔수없는현실의압력에‘울다가울다가’‘실어의닻’을올리며바다로흘러가는데,‘알아서길건지일어나달릴건지’자문자답만을하며지쳐버린일상의자잘한것들은놓더라도삶의분명한깃대하나는꼭붙들고살겠다는의지를시인은보이고있다.그리고시야말로시인의유일한무기임을고백한다.

순정한그대의성은
불타고있었고
내가타지않고는그곳에
닿을수없었다

불붙은나뭇등걸이되어
그대를향해뿌리뻗었으나
내사랑가닿는곳마다훨훨타올라
노상폐허가되었다

생애마지막영토이리라
그대에게바치는
내사랑이소진한눈물의자취
그붉은폐허는
-「붉은폐허」전문

‘붉은폐허’는시집의제목이다.여태아픈아내와살며만났던고난의결과는언제나폐허였거늘이제는그곳이결국마지막영토일거라고한다.싸우고또싸우고견디고또견뎠을시인의영토가‘그대에게바치는’,‘내사랑이소진한눈물의자취’인붉은폐허는어떤세속적표현보다핏빛선명한그의생애를집약한언어이다.
시집마지막에배치한「시인김씨」는자조에가까운분노이며체제에대한절망이자각성이다.‘기막히게정연한인생의순서!’에대한뒤늦은깨달음,무수한길을돌고돌아이제야도달한곳이다.그의삶이지속되는한삶속의치열함또한지속될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