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살라

마살라

$15.00
저자

서성란

1967년익산에서나고서울사당동에서자랐다.서경대학교에서국어국문학을전공하고중앙대학교일반대학원문예창작학과에서석사박사과정을졸업했다.1996년중편소설「할머니의평화」로실천문학신인상을받고등단했다.창작집『방에관한기억』,『파프리카』,『침대없는여자』,장편소설『모두다사라지지않는달』,『특별한손님』,『일곱번째스무살』,『풍년식당레시피』,『쓰엉』,『마살라』...

목차

1부(1-10)2부(1-2)작가의말

출판사 서평

서성란소설가의여섯번째장편소설이다.전작『쓰엉』에서베트남이주여성인‘쓰엉’과도시에서농촌사회로편입해온‘장’,‘이령’부부의삶을통해이방인에대한우리사회의씁쓸한시선을그려냈던서성란소설가가장편소설『마살라』로돌아왔다.
전작에서우리주변어디에나있었지만미처알아채지못한이주여성을다뤘다면,이번신작『마살라』에서는‘글을쓰지못하는소설가’를이야기한다.흔히창작의고통이라는말을한다.창작의괴로움으로몸부림치는작가들에게소설을쓰지못하는이유에대해쓰라고하면손가락이날아다니듯글을쓸수있지않을까.이소설은영감이떠올라작품을써대는환상속소설가들의이야기가아니다.소설을쓰기에더할나위없이완벽한조건이갖추어졌지만,결국소설을완성하지못하고사라진소설가‘이설’을찾아낯선도시를헤매는‘나’의이야기다.

▶작가에게오롯이소설만쓸수있는완벽한‘소설가의방’이있다면빛나는작품을만들수있을까?
이소설의모티프는브야사의구술을받아적은가네샤이다.『마하바라타』는10만연의운문으로이루어진고대인도의서사시다.인도신화에따르면,코끼리머리의사람몸을가진지혜의신가네샤는마음속으로서사시를완성한브야사의구술을받아적을적임자로지목받는다.브야사는쉼없이서사시를구술하기시작하고,말을받아적는도중에철필이부러지자가네샤는자신의어금니를뽑아서필기를계속한다.
작가는이인도신화에서어쩌면작가자신의질문일지도모를재미있는상상력을발휘한다.
“브야사의서사시를문자로완성할수있도록도왔던가네샤와같은조력자를만나게된다면과연빛나는작품을써낼수있을까?”
소설책을한권두권내놓을때마다조금더조용한장소와집중해서오랫동안쓸수있는방을기웃거렸다는작가의고백처럼,모든소설가에게는자신의원하는자신만의‘소설가의방’이있을것이다.인도신화에서비롯된질문을시작으로어느날갑자기모든것이완벽하게갖춰진‘소설가의방’을갖게된소설가‘이설’을뒤따라가며작가는그답을찾아간다.

▶미완성소설을남기고떠난소설가‘이설’을찾아소음과흙먼지와마살라향가득한인도의골목을헤맨다.

소설은1부와2부로구성되어있다.1부에서‘나’는‘소설가의방’에서단편소설「소설가의아내」를완성하고종적을감춘소설가이설을찾고있다.이설은나에게미완성소설을남겼다.그소설은가네샤목걸이를목에건‘진’이라고불린남자와시바카페(Shivacafe)에서의기이한만남으로시작된다.
소설가의방을제공하겠습니다.당신은쓰기만하면됩니다.가네샤처럼말이죠.
_p.21
이설은시바카페에서만난남자의제안을받아들이고,소설가의방에입주한다.이설은소설가의방에서누구의간섭도받지않고오로지소설쓰기에만몰두할수있는조건을갖추게된다.그러나음식을만들고청소와세탁을하는도우미여자와갈등을겪으면서글을쓰지못한다.
한편,나는미완성소설을따라이설과진의서사를뒤쫓으며이설의소설에등장하는인물들과차례차례조우한다.이설을찾아헤매던어느날,오렌지색숄을둘러쓴낯선사내가주위를맴돌고있다는것을눈치챈다.그리고이설의미완성소설에나오는도우미여자가‘소설가M의아내’인것을알게되고,이설이사라진까닭은소설「소설가의아내」때문일거라고추측한다.
2부에서는교통사고를당해기억을잊어버린나의이야기를들려준다.나는극심한두통과이명으로검사를받았다가오래전부터머릿속에서종양이자라고있다는사실을알게된다.치료를받는과정에서이설과그녀의소설,그리고소설가M을만났던일을기억해낸다.그리고나는사라진소설가이설이결코완성할수없는그녀의이야기를새롭게쓴다.

▶인도의바라나시를배경으로사라진소설가의흔적을찾아헤매는미스터리하고신비한여정이펼쳐진다.
작품의제목인‘마살라(masala)’는인도음식에사용되는향신료를총칭하는말이다.사라진소설가이설을찾는여정은마살라향으로가득하다.마살라는달고맛있는음식에섞여있고,더운바람을따라떠돌며,쓰레기가널려있는골목에뿌려져있다.낯선공기며,한번맛보면결코잊을수없는맛이다.
서성란작가는『마살라』에서인도의풍경,음식,사람,냄새,공기를섬세한묘사로독자의눈앞에펼쳐놓는다.작가가그려낸인도의풍경은상상이아닌작가의인도여행에서비롯된것이기에더욱실감나며사실적이다.작가가직접걷고,만지고,먹고,마신것들이소설속에고스란히녹아있다.작가는인도뱅갈로르게스트하우스에서파파야를한입깨물어먹다가쓰기시작했고,흙먼지날리는붉은길을걷다멈춰서서썼으며,인도사람들로꽉찬바라나시행기차에서썼다고말한다.작가가펼쳐놓는인도의풍경이그토록생생할수있는이유다.
사라진소설가이설의흔적을좇아가면우리에게여전히신비롭고낯선인도의풍경이눈앞에펼쳐진다.더운공기중에,달고맛있는음식에섞여있는마살라향에취하게된다.인도의흙길,나무,꽃,음식,사람들이소설이끝나도독자의잔상에마살라향기처럼오랫동안남는다.

▶액자소설이자여행소설,그리고소설가의목소리가담긴이야기,『마살라』.
『마살라』는두개의이야기가교차하며전개되는액자소설이다.자신에게완벽한소설가의방을제공한남자‘진’과의만남으로시작되는이설의소설과그소설을따라이설의흔적을좇는‘나’의이야기가짜임새있게맞물리며펼쳐진다. 미완성된소설속에마치단서처럼숨겨진이설의흔적을찾아가는여정과정체를알수없는소설속인물들과의기이한만남은마치추리소설을읽는듯궁금증을자아낸다.한편으로작가가실제인도여행에서체득하여풀어놓는인도뒷골목풍경은이소설을여행소설이라부르기에부족함이없게만든다.작가가빈틈없이묘사해놓은인도의풍경을상상하다보면,그누구라도거리가득한마살라향에취하고싶고,바나나잎에싼오믈렛맛을보고싶어참을수없을것이다.
또한글을쓰지못하는소설가,글을쓰기에더나은방을갈구하는소설가의모습은어쩌면작가의고민과고뇌에서비롯된것인지도모른다.‘지금보다글을쓸시간이더주어진다면,더좋은환경에서글을쓸수있다면,지금보다더나은작품을쓸수있지않을까’라고고민하는누구라도『마살라』속소설을둘러싼치열한등장인물들의고뇌와여정을공감하게될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