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는의미로가득차있다.삶의의미는내가애써걸어도달하는지점에있지않고걸어가는길곳곳에존재한다.단지스스로이를발견하지못할뿐이다.오전을사는이에게오후도미래다.성실하게산하루하루가모여인생이된다.불안하지않은삶은이미죽은삶이다.불안을끌어안고우리는뚜벅뚜벅나아가야한다.그불안속에삶의의미는어두운터널끝의빛처럼또렷하게나타날것이다.”_132쪽
▶문장을빚어내일상의방에만들다
“소심한자가갈팡질팡하며고민한흔적들”
저자는책에서“도대체산다는게뭘까싶었는데,책을읽으니하루도같은날이없었고,하루하루가좋았다”고고백한다.또글쓰기덕분에지금자신의삶이온전할수있었다고말했다.그렇기때문에저자는책읽기와글쓰기를게을리하지않았고,교수가되어서도학생들에게책읽기의즐거움과글쓰기의필요성을전했다.학생들에게인기있는강의교수로여러번선정될수있었던이유도고루한훈화대신책읽기와글쓰기로삶의변화를이끌었기때문일것이다.저자는「공독(共讀),마음의경계를허물다」,「독서,인간의으뜸가는일」,「에토스(Ethos),운명을바꾸는글쓰기」,「독서,연민과자기이해의여정」에서자신의경험을통해독자가책을읽고글을쓰는행위로나아가길독려한다.그것이야말로삶을풍요롭고의미있게하는일임을책전반에걸쳐말하고있다.
예순아홉살여학생의과제중에서내가가장사랑하는글이있다.맏이로자라,결혼후에도친정엄마를모시며동생들학비를대고결혼시키는동안,정작자신의손에가락지하나없었다는푸념을돌아가신엄마의사진앞에서풀어놓는글이다.그녀의글에서,사진속엄마는일흔을앞둔딸에게속삭인다.“넌나의최고의딸이야.”그녀의글이그녀의생을위로해주었고,예순아홉까지의생에의미를부여해주었다._105쪽
▶신선하고단단한사유,단정한문장들
“두려워하면외로움이고두려워하지않으면고독”
저자가경험한일상의이야기들은평범한듯보여도그가이끌어낸사유는신선하고단단하다.사람들에게스트레스와불안은때론삶의원동력이될수있고,외로움도두려워하지않으면고독이될수있다고전한다.이렇듯힘을빼고나와나를둘러싼주변을바라보게하며단정하고깊이있는사유로,세상과소통하는저자의태도는책곳곳에서만날수있다.
혼자태어나혼자죽는인간에게외로움은숙명이다.내가누군가를잊듯누군가도나를잊을것이기에우리는모두외로운사람이다.그럼에도자신을동반자라믿는사람에게고독은힘이된다.두려워하면외로움이고두려워하지않으면고독이다.다른사람과어울리지않아불안해하면외로움이지만,혼자인시간을선물로여기면고독이다.외로움은견디는것이고고독은누리는것,기실외로움과고독은다르지않다.외로움을길들여잃어버린고독을찾을때삶은풍요로워지고은퇴도두렵지않을것이다._57쪽
책속에서
P.7 사람들과어울려글을쓰는사람은없다.일고일문(一孤一文),한번고독할때마다하나의문장이나온다.그문장을빚어내고자내일상과마음에방을만들고,그방에서고요히사유를가다듬는다.아무리힘든날도,그방에들어서면그곳에나와내안의나,두사람만이존재하여마음이평온하다.‘내안의나’는정신분석학으로보면‘무의식’일수도있다
P.20 우리일상이비루하고고단하다.생존의욕구는모멸감앞에서우리를무기력하게만들고매일아침자신의존엄성을집에두고우리는출근을서두른다.그럼에도삶이예술이되는순간이있다.신호등앞에늘어선버스안에서문득쏟아지는햇살을휴대전화로찍어사랑하는이들에게보낼때,퇴근길지하철에서빌리홀리데이나이적의노래를이어폰으로듣다하릴없이눈물이날때,김사인과함민복,라이너마리아릴케의시를누군가에게읽어주며함께감동할때,자기생각과정서를소박하게글로표현할때삶은예술이된다.
P.25 인생은짧다.후회는의무와도리를다했고열심히살았다는핑계로내삶을유기한죄,그리하여정작나를돌보지않은죄에대한형벌이다.낙타로살아왔음을깨닫는순간내안의사자가깨어나고,사자의저항과파괴를통해마침내자신만의세계를찾는즐거운어린아이가된다.우리내면에는누구나어린아이가숨어있다.낙타의묵묵한걸음과사자의질주를거쳐비로소사막의끝에서내안의어린아이를만나듯,국밥집에서만난어머니를다시뵈면감히말씀드리고싶다.인생이짧으나아직끝나지않았으니이제어머니도하고싶은거하며사시라고.
P.29 인간의서사본능,즉이야기를만드는본능이우리의삶을의미있게만든다.이번주말에는아버지를뵙고이야기를청해야겠다.언젠가아버지의기억이아스라이사라졌을때,나는아버지곁에서아버지에게들은이야기를돌려드릴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