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의 이면에 감추어진 역사 (인도-파키스탄 분단으로부터 듣는 여러 목소리)

침묵의 이면에 감추어진 역사 (인도-파키스탄 분단으로부터 듣는 여러 목소리)

$28.16
Description
▶ 폭력의 역사를 피지배자의 목소리로 재구성한 역사서
인도의 대표적인 페미니스트이자 비주류 역사가의 한 사람인 저자 우르와쉬 부딸리아는 인도-파키스탄 분단의 거대한 소용돌이 속에서 작은 개인들이 경험했던 트라우마를 통해 피지배자의 역사를 재구성한다. 유태인 홀로코스트에 버금가는 폭력이 난무했지만 그 실체는 철저하게 은폐되고 새로운 독립국 인도의 탄생이라는 지배자의 역사만이 기술되고 있는 현실에서 저자는 10년 동안 희생자 70여 명과 심층 인터뷰를 통해 얻은 목소리를 바탕으로 새로운 역사를 써내려간다.
저자

우르와쉬부딸리아

UrvashiButalia
인도최초의페미니즘출판사인‘여성을위한칼리(KaliforWomen)’의공동설립자로,칼리의자회사‘주반(Zubaan)’을새롭게설립했다.헌신적인여성운동가이자시민운동가인그녀는여성,매체,소통및공동체의식과관련한이슈에대해정기적으로글을쓴다.그녀가집필한수많은출판물중『침묵의이면에감추어진역사』(산지니)는특히많은찬사를받으며한국어,일본어,중국어를포함해여러나라언어로번역되었다.아레나(ARENA)의젠더프로젝트를시작하는등아레나에서다년간함께활동했다.

목차

옮긴이의말
한국어판서문
감사의글
1.시작
2.피
3.‘사실’
4.여성
5.‘명예’
6.아이들
7.‘주변인’
8.기억

출판사 서평

▶1947년인도-파키스탄분단과정속에숨겨진역사
독립국인도의초대수상이던자와하를랄네루는1947년8월15일제헌의회에서다음과같은연설을했다.“시계가자정을울리면세계는잠들어있지만인도는생명과자유를깨울것입니다.”전국에서환호성을지르며독립을축하하던바로그순간인도아대륙의서북쪽땅에서는폭력이난무하고있었다.원래는하나의땅이었던인도가파키스탄과분리되는과정에서발생한강간,납치,살육…….인간이만들어낼수있는지옥과아비규환이바로그곳에있었다.그러나나찌독일치하의홀로코스트가잘알려져있는데비해그에버금가는이폭력에대해서는지금까지철저하게감추어져왔다.저자는10여년동안70여명의희생자들과인터뷰를하면서감추어진진실과마주한다.

▶가족사에드리워진분단의역사
모든지배자들이손쉬운지배방법으로흔히분리를선택해온것처럼인도를200여년간지배한영국또한이슬람과힌두두종교공동체를분리하는방법을통해지배를공고히했다.1947년독립이목전에다가왔을당시힌두와무슬림의사이는이미돌이킬수없을만큼벌어져있었다.결국독립과함께인도-파키스탄의분리가결정되고국경선이그어진다.그땅을삶의터전으로살고있던가난한사람들에게는아무런설명도,대책마련도없었다.전혀고려대상이되지못했던것이다.그리고그들은서로에게겨누어진폭력을피해신속하게국경너머로이동해야만했다.

실로몇개월만에1,200만명이나되는사람이꼭대기가잘린인도,그리고동과서의두날개모양으로새롭게만들어진파키스탄으로이동하였다.이난민들가운데대부분은서쪽국경을넘어갔다.그수는약1,000만명이나되었다.그들은둘로나뉜,그역사적인뻔잡Punjab주를넘어갔다.무슬림은서쪽에있는파키스탄을찾아갔고,힌두와시크는동쪽에있는인도로왔다.이동에는학살이뒤따랐는데,그로인해이동이더신속하게이루어지기도했다.영양결핍이나전염병으로죽는경우도부지기수였다.죽은자의수는당시영국측이측정한20만에서나중에인도측이제시한200만정도까지추정할수있지만,요즘엔100만명정도라는설이널리받아들여지고있다.

인-파분단의역사는거의모든북부인도사람들의가족사에살아남아있었다.지나가는뻔잡사람을붙들고물어보면숨겨진가족사를갖고있는사람이많았다.저자는실제로이런방법을통해인도난민,파키스탄난민,뻔잡난민들의개인적인증언을수집했다.공동체,가족그리고개인들사이에서전해지고또전해져온공포와잔혹함에대한이야기,우정과배려에관한이야기들을수집함으로써인-파분단의실체와함께침묵의‘이면(otherside)에감추어진역사를밝히고있다.

저자가이책을쓰는일에매달리게된데에는저자자신의가족사도한몫을하고있다.반은시크이고반은힌두인저자의외가가인-파분단으로갈라지게되었던것이다.지금의파키스탄땅에살고있던저자의어머니는인도로옮겨오면서집과외할머니를파키스탄에두고올수밖에없었다.저자의외삼촌한분이무슬림으로개종을하고외할머니를붙잡아두었기때문이다.일련의과정속에서저자의어머니와외삼촌은서로를깊이원망하면서헤어지게되었는데,저자는이책을쓰면서직접파키스탄으로가외삼촌과인터뷰를시도하고,며칠동안외삼촌집에머무르면서외삼촌을깊이이해하게된다.머리말뒤의첫번째장이바로‘피’라는제목의가족이야기인데,외삼촌과의인터뷰과정이그첫머리에실려있다.분단이한가족에게어떤트라우마가되는지,남북분단으로인한이산가족의아픔을갖고있는우리나라의독자들또한쉽게공감할수있을것이다.

▶공동체의명예와여성
살육의많은부분은공동체의‘명예’라는명목하에서일어났다.페미니스트인저자는공동체의‘명예’라는허상아래어떻게여성이짓밟히고있는지를드러내는데에많은지면을할애하고있다.힌두와무슬림이서로에게폭력을행사하면서상대방에게치욕을주기위한가장손쉬운방법은다름아닌여성의납치와강간이었다.

기록에의하면분단당시양쪽모두에서거의7만5천명의여성이납치되고강간당했다고한다.카시미르Kashmir를포함하면그숫자는훨씬더늘어날것이다.10만명에육박하지않을까싶다.강간뿐만아니라더욱구체적인종류의폭력이가해지기도했다.옷을벗겨거리를행진하도록내몰린사람이수도없이많고,가슴을도려내거나,몸에‘다른’종교의문신을새기는경우도있었다.소위그인종의‘순수’를더럽히기위하여여성은다른종교의남성과강제로성관계를당해야만했고,그결과임신하는경우도있었다.임신을하여출산을하면보통아이는강제로빼앗아가버렸다.어떤경우에는자기가족이풀려나기위하여여성을상대방에넘겨주기도했고,어떤경우에는난민촌에서나맨발로국경을넘어가는피난행렬가운데서느닷없이사라져버리거나납치되는경우도많았다.그렇지만이제야수백아니수천명의여성이강간을당하거나납치를당했다는사실이드러나고있을뿐이다.

힌두가운데명예를최고의가치로여기는시크는순교의전통을이어가고자했다.명예를더럽히느니차라리죽음을선택한것이다.그리고이때죽어야할대상은몸이더럽혀질수있는여성과강제로개종당할수있는아이들이었다.실제로저자는아버지가딸을포함한17명의가족을직접죽이는걸목격한시크남성과의인터뷰를싣고있는데,그남성은당시의상황을‘순교’라고표현하면서집안의‘명예’를위해서는어쩔수없었던‘현명한’판단으로여기고있었다.여성과아이들의희생으로지켜질수있는공동체의‘명예’란바로남성의명예이며,여성의희생은그들의허약한남성성을지키기위한도구가되었다는게저자의시각이다.어떤마을에서는여성들이스스로아이와함께우물에몸을던져그희생자가100명에이르렀는데,비록여성스스로가선택한일이라할지라도이데올로기가강요되었다는점에서는마찬가지이다.세계어디서나여성의납치와강간에대해서는소리높여비난하고있지만,가족구성원에의한이러한폭력은잘드러나지도않을뿐더러언급하려고하지도않는다.가족들도숨기고싶어하고국가나역사가들도마찬가지이다.하지만바로이런것들이야말로침묵의이면에감추어진진실이며역사의실체인것이다.

▶아이들과‘주변인’
분단과정에서희생당한것이여성뿐만은아니었다.특히아이들은인-파분단의역사와많은부분이얽혀있는데,강제개종을당하지않기위해죽임을당했다는측면에서뿐만아니라여성의납치와강간에뒤이은임신으로태어난경우가특히문제가되었다.힌두와무슬림의피를반씩나눠가진이아이들은그어느나라에서도환영받지못했다.가족의품으로돌아가지못한아이들은버려졌고,강제로엄마와이별당해야했으며,심각한정체성의위기를겪어야만했다.그들의삶과미래는외부에의해결정되었으며,결국자신들의역사를상실하고만다.
그런가하면소위‘불가촉민’이라는지정카스트는역사에서아예고려대상조차되지못했다.저자가분단상황을겪었던불가촉민가운데한여성과인터뷰를하면서깜짝놀란것은오히려낮은신분으로인해그들이난무하는폭력에서한발거리를둘수있었다는점이었다.그렇지만힌두도아니고무슬림도아닌‘달리뜨’(‘짓밟힌자’라는뜻)에스스로의정체성을두고있는이들은이후파키스탄,인도양국이세워지고,정책을만들어가는과정에서도철저하게외면당했다.

▶역사를기억하는것이왜중요한가
이미지나간인-파분단을새삼다시파헤치는것이개인에게나역사에있어과연무슨의미가있을까.하지만비록형태만달리할뿐이와같은비극의역사는지금도이어지고있다고저자는밝히고있다.도처에서일어나고있는분단,공동체사이의갈등,종교근본주의,종교를기반으로하여계속만들어지는분열등이바로그것이다.인도의예를들면1984년델리에서는시크가공동체의표적이되었고,1989년비하르Bihar에서는인도최악의공동체갈등으로인해바갈뿌르Bhagalpur에서무슬림수백명이살해당했으며또한그몇년후에는광분한힌두공동체주의자들이아요디야Ayodhya의바브리모스크를파괴했다.

그러한분단의역사는한국사회에도있다.해방이후부터1953년한국전쟁까지의분단공간에서일어난폭력과비극의역사다.식민주의는분단을낳고,분단은집단광기를낳았다.그리고그이후분단된땅양쪽사람들의삶은그사건에철저히종속되어있다는점에서두나라의슬픈역사는닮아있다.하지만그보다더닮은것은그사람들의역사는지워버려야할,국가와민족의번영을위해잊혀야할것으로국가에의해강요당해왔다는사실이다.인도-파키스탄분단의비극이1984년델리대학살에서재현되고,한국의분단과동족상잔의비극이1980년광주대학살에서재현되는것은바로그러한역사에대한집단망각때문이다.-‘옮긴이의말’중에서

저자는이러한역사가반복되지않기를바라는차원에서이책을집필하였으며,번역자인이광수교수또한같은심정으로번역하였다고밝히고있다.

▶분단의역사를공유하고있는인도와한국
책은출판되고난후세계여러나라의언어로번역되었다.이책의저자로서나는그여러가지가운데두개의번역에가장큰의미를둔다.하나는파키스탄에서나온우르두어번역이고또하나가바로이책한국어번역이다.인도와파키스탄사람들이생명과심장이나뉘는듯한그분단의어려움을공유하고있듯이두개의한국도그러하다.-‘저자의말’중에서

세계각국의식민주의자들과정책결정권자들은도저히해결하기어려울것같은문제를푸는정치적방법으로손쉽게분단을택하였다.이러한분단이유용한정치적책략으로간주되었을는지는모르지만,땅에터전을두고사는사람들에게어떠한의미를가져다주었는지,그결과를안고살아가야하는사람들에게는무슨의미를가져다주는지,그결과가부자와가난한사람에게어떻게다른영향을끼치고도시에사는사람과촌락에사는사람에게는또어떻게다른영향을미치는지,혹은그당사자가남성,여성,아이들,소수자라면어떤영향을끼치는지…….저자는이모든문제에대해지대한관심을기울여야만한다고강조한다.

▶침묵속에묻힐뻔한역사를당사자들의기억과목소리를통해복원
인도-파키스탄분단이1947년에일어났으니올해로60년하고도2년이지났다.이제그비극의역사를침묵속에묻어둔채당사자들대부분이세상을떠나고있다.우리나라도역시마찬가지다.분단과전쟁와중에일어났던민간인학살사건이밝혀지기도하고,일제식민지치하에서위안부생활을강요당했던여성들이증언에나서기도하는등여러은폐된역사들이발굴되기도하였으나그밖에도많은부분들이아직도규명되지않은채남아있다.이책은침묵속에영원히묻힐뻔한역사를한여성역사학자가끈질긴집념과각고의노력끝에일부나마복원해냈다는점에서커다란의의를지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