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 침대가 놓인 갤러리 (이경미 소설집)

녹색 침대가 놓인 갤러리 (이경미 소설집)

$16.00
Description
현대 가족 공동체 속의 모순과 갈등
‘가족’이라는 통증을 표출하는 이경미의 첫 소설집
섬뜩한 가족의 서사로 가족 공동체에 대한 경각심을 일으키는 이경미의 첫 번째 소설집. 저자는 현대 가족 공동체가 만들어낸 모순과 그 속에 내재한 갈등을 숨김없이 드러낸다. 그녀가 표현하는 가족은 우리 사회가 끊임없이 구축해온 ‘행복한 가정’에 대한 환상을 무너뜨린다. 아내의 외도에도 모른 척할 수밖에 없는 남편, 부모에게 패륜을 일삼는 아들, 어머니에게 이상적 집착 증세를 보이는 청년 등 소설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우리 사회 속에서 좀처럼 부각되지 않는 ‘가족’이라는 통증을 감내하고 있다. 가족에 대해 고찰하는 작품이 충분히 나왔음에도 계속해서 가족에 대한 소설이 쓰이고 있는 이유는 아직 그것에 대해 하지 못한 말들이 남았기 때문일 것이다. 이 소설집에 담긴 7편의 소설이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힘든 시기를 통과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경험을 공유할 수 있는 하나의 창구가 되길 바란다.
저자

이경미

2007년〈기독교문예〉와2009년〈창조문학신문〉으로시가당선되며작품활동을시작했다.2012년오월문학상(전남대)가작으로단편소설「퍼즐」이,2020년경남신문신춘문예단편소설「누름꽃」이당선되었다.
저서로스마트소설집『스마트소설』(공저),『지금가장소중한것은』(공저)이있다.

목차

누름꽃
녹색침대가놓인갤러리
나를보내는숲
마라톤은즐거워
빗속을,지나는
그밤에강물이반짝인이유는
퍼즐

작가의말

출판사 서평

자기몫의상처를견디는꽃잎들

「누름꽃」은이경미작가의등단작으로,패륜적인발언,행동을서슴지않는아들과그가족에얽힌고통스러운생활을나타내고있다.아들의욕설과폭력적인행태에도가족은그를지켜볼수밖에없다.압화작가인여자는계속해서꽃을누르고또누르며하루하루를견딘다.「누름꽃」의심사평에는“자기몫의상처를견뎌야하는짓눌려진꽃잎”으로인물들을표현한다.패륜적인아들의행태에자신을누르고누르는부모도,세상에눌려자기부정의형태로분노를표출하는아들도,잔뜩눌려진채저마다의고통을호소한다.그러나그고통속에서한줄기희망을발견하는마지막장면은긴여운을남긴다.

골목으로새어나온불빛에여자가걸음을멈췄다.뒤따라오던남편도섰다.아들이빌라현관을쓸고있었다.둥그런등허리가발가숭이적아들의순한몸이었다.여자는콧등이시큰했다.사금파리같은파편을쓸고있는아들의등이노란애기똥풀꽃잎처럼둥글었다.뱃속에서도저렇게둥글었겠지.아들이뱃속에웅크리고있던그때툭,툭,발질하다잠잠하던몸짓이오롯했다.어머니는아들의태몽을꾸었다고장황하게설명했었다.하지만하루반의산통은아들과여자의몫이었다.(…)한줄기온기가가슴에흘러드는듯했다.여자가반지낀손으로남편의팔을잡았다.언젠가처연히엄마,하고부를아들을기대하며환한쪽으로걸었다.-「누름꽃」에서

표제작「녹색침대가놓인갤러리」는정신과의사인‘나’가미대생‘안’의상담을맡게되면서일어나는사건을담고있다.‘나’는안과의상담을통해자신의가정사를떠올리고,그의사연에몰입하게된다.‘안’은자신이빠져있는여성에대한이야기를꺼내며,그녀를지킬사람은자신밖에없다고말한다.‘안’의이상집착증세를발견한‘나’는그녀의갤러리를방문하고그곳에놓인녹색침대를발견한다.「녹색침대가놓인갤러리」는미스터리한관계와속도감있는전개로예상밖의공포를선사한다.‘나’의시선을따라그녀의갤러리를둘러보다보면어느새‘안’이성큼우리에게다가와있을것이다.

현실에뿌리내리지못하는인물들

「빗속을,지나는」에서는가정폭력에장기간노출되어오히려폭력을느낄때에안정감을느끼는지나의이야기를담고있다.지나의아버지는오랜기간엄마와지나에게폭력을행사해왔다.그것을견디다못한엄마는집을나가고,지나도얼마지나지않아수의집에서동거를시작하게된다.지나는장난스럽게수에게채찍을건네고수는지나가건넨채찍을받아든다.「빗속을,지나는」은가정폭력에노출된한피해자의심리를설득력있게전개해나간다.위험상황을벗어난상태에서도,스스로마련한위험속에서위험을통제하며안정감을느끼던지나는폭력이아닌다른이름의배신을당하게된다.

「그밤에강물이반짝인이유는」은하나의사건을중심에두고도처에있는아픔과상징들을각각의장면으로흩어놓는다.각사건은서사적으로연결되지않고실내에누워있는시체두구,아이들과남편을태운채사라지는기차,늙은엄마와시장을누비는‘나’등환시적인이미지를드러내어해당사건을주위를맴돈다.우리는트라우마가남을만큼아픈사건을겪으면그기억에서도망치고,상황을똑바로직시하지못한다.현실에뿌리내리지못한채환상속을헤매는인물은서사가아닌이미지로우리의앞에서있다.

아픈이야기속에숨은희망이라는씨앗

이경미의소설에는가족이있다.나와너,그리고우리의파편화된가족이겨우연명을하듯불규칙하게가쁜숨을몰아쉬고있다.(…)가족이라는이름의이구성원들은소설속에서갈등의서사구조를이루며하나같이가슴밑바닥까지긁어대는섬뜩한외로움에떨고있다.또한더나아가그들의모습에는어느누구도부정할수없는우리들의가족사가노골을드러낸채아프게투영되어있다._이평재(소설가)

세상사람들은모두자기만의아픔을가지고살아간다.특히나가족이라는관계에서가지는고통은아무리반복되어도통증에내성이생기지않는다.그러나우리는어떤상처를입었을때에상처를오롯이간직하고있지않는다.상처를통해앞으로나아간다.이경미작가는이아픈이야기들속에미약한희망을심어놓는다.언젠가그희망이싹을틔워찬란한미래로피어나길,그리하여우리의상처에튼튼한나무가뿌리내리길간절히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