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미니즘 선언 (레드스타킹부터 남성거세결사단까지, 드센년들의 목소리)

페미니즘 선언 (레드스타킹부터 남성거세결사단까지, 드센년들의 목소리)

$14.00
Description
『페미니즘 선언』은 1960~70년대 미국을 휩쓸었던 래디컬 페미니스트들의 선언문 9편을 한데 엮은 것이다. 계속되는 베트남전쟁, 격렬한 반전 시위, 흑인민권운동 등 금방이라도 폭발할 듯한 열기 속에서 발표된 이 선언문들은 성차별적인 사회를 거침없이 고발한다. 이 책은 시국선언이 그러하듯 급박한 정세 속에 발표된 글들이었기에 당시 상황을 생생하게 묘사할 뿐만 아니라, 논쟁적이거나 강력한 글 위주로 실렸기 때문에 거친 표현까지도 고스란히 담고 있다.

북 트레일러

  • 출판사의 사정에 따라 서비스가 변경 또는 중지될 수 있습니다.
  • Window7의 경우 사운드 연결이 없을 시, 동영상 재생에 오류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이어폰, 스피커 등이 연결되어 있는지 확인 하시고 재생하시기 바랍니다.
저자

한우리

여성주의문학연구자.근대국가의형성에얽힌젠더및섹슈얼리티규율과유색여성페미니즘정치/인식론에관심있다.중앙대학교에서영어영문학과를졸업했다.중앙대학교에서영문학을강의하고,전남대학교인문학연구원HK교수로있다.여성문화이론연구소에서함께공부하며,페미니즘과퀴어비평에관한강의를기획하고책을번역하고있다.『교차성×페미니즘』을함께썼으며,『페미니즘선언』,『모두에게페미니즘』,『시스터즈-만화로보는여성투쟁의역사』,『아우슈비츠의여자들』,『로미오와줄리엣』등을우리말로옮겼다.

목차

추천사_‘선언’이라는사건의마술적인힘
서문_선언이우리가될때
레드스타킹선언문
드센년선언문
강간반대선언문
미스아메리카대회를멈춰라!
개인적인것이정치적인것이다
레즈비언페미니즘선언문
전미여성협회창립선언문
흑인페미니스트선언문
남성거세결사단선언문
페미니즘운동사

출판사 서평

말하라,더크게외쳐라,반란을일으켜라!

들불처럼일어나는지금여기의페미니즘을위한선언

“우리는지목한다.여성을억압하는자는남성이다.”
「레드스타킹선언문」


2015년초SNS를점령했던건다름아닌#나는페미니스트입니다선언이었다.도화선은“IS보다무뇌아적페미니즘이더위험해요”라는제목이붙은칼럼이었다.항의가빗발치자칼럼니스트가교체되고사과문이게재되었지만,사태는거기서끝나지않았다.여성혐오발언에대한분노가터져나오기시작했다.선언은“나는페미니스트입니다”에서“내가메갈이다”까지이어졌다.스스로를페미니스트라고부르기망설이던이들을포함해,무수히많은여성이선언에동참했다.선언이란단순히대중앞에서의견을표명하는것이아니라,허공에부유하는언어들을한데모아구체화하는것이다.“나는페미니스트입니다”라고선언하는순간,머릿속으로만무언가잘못됐다고,무언가부당하다고생각해왔던것들이폭발적으로분출됐다.그런점에서선언은진짜무기다.
『페미니즘선언』은1960~70년대미국을휩쓸었던래디컬페미니스트들의선언문9편을한데엮은것이다.계속되는베트남전쟁,격렬한반전시위,흑인민권운동등금방이라도폭발할듯한열기속에서발표된이선언문들은성차별적인사회를거침없이고발한다.이책은시국선언이그러하듯급박한정세속에발표된글들이었기에당시상황을생생하게묘사할뿐만아니라,논쟁적이거나강력한글위주로실렸기때문에거친표현까지도고스란히담고있다.‘메갈리아’의원조격이라말해도좋겠다.적어도당분간은,이보다더센책을마주하기힘들지도모른다.
『페미니즘선언』은여성단체에서일한경험이있는옮긴이가각선언문마다당시시대적맥락이나페미니스트그룹을소개하는해제를덧붙여독자들의이해를돕고있다.동시에1960~70년대미국의‘제2물결페미니즘’과2010년대한국의페미니스트들,즉‘영페미니스트’,‘넷페미니스트’,‘메갈리안’등각기다른이름으로불리지만모두페미니스트인이들을잇는발판을마련해준다.우리는?페미니즘선언?이과거를돌아보고,현재를점검하며,미래를그릴수있는상상력을제공해주리라믿는다.

제2물결페미니즘으로부터메갈리아까지
흩어진여성의역사/계보잇기


1960~70년대폭발적인반응을일으킨래디컬페미니스트들의통찰력과,그들이꿰뚫어본모순은페미니즘이론속으로흡수되었다.이들의운동사는짧은시기동안만개했다가스러진과격한운동정도로저평가되었으며운동의기록은여기저기로흩어졌다.?페미니즘선언?에는미국에서‘제2물결페미니즘’열풍을일으켰지만지금은잊힌래디컬페미니스트들의선언문이실려있다.‘래디컬페미니즘’이란여성억압의근원으로거슬러올라가억압을뿌리부터파헤쳐바꿔내려했던이념과운동을말한다.래디컬페미니스트들은지금까지자연스럽고당연하게여겨졌던사적영역을샅샅이뒤지며그곳이야말로얼마나정치적인영역인지를밝혀냈다.다시말해그들은여성에게주어진정언명령(“예뻐져라”,“얌전히굴라”,“남성에게복종하라”등등)을간단히무시해버리는걸넘어,가족·결혼제도·이성애중심주의·데이트폭력·가사분담등기존가치체계전부를문제삼았다.그리고모든것을재탐색하고재명명했다.
이선언문들이‘메갈리아의원조격’인것은바로이런맥락에서다.메갈리안들은한국사회에만연한남성질서를,가부장제를,여성혐오를강력하게비판했다.물론‘미러링’이라는방식은지금까지도무수한논란을불러일으키고있다.하지만비교적온건한방식으로여성운동을해왔다고여겨지는선배페미니스트들역시똑같이과격하고극단적이라는손가락질을받았다.중요한점은기존질서가효용을다하는순간,새로운페미니스트가등장한다는것이다.

선언하라!
우리가내뱉는말이현실을고쳐적을것이니


이책에실린선언문9편은모두래디컬페미니즘의핵심을잘담아내고있다.그중에서도간결하고함축적인한편을꼽는다면「레드스타킹선언문」이라할만하다.‘낙태공개발언’을주도한레드스타킹은『성의변증법』저자인슐라미스파이어스톤을비롯한페미니스트들이모여결성한단체다.여성을하나의‘계급’으로명명하는이글은우리가여성이라는이유만으로억압받아왔음을지적하면서,여성의종속은당연한것이아니라사회적으로결정된것임을밝힌다.
「드센년선언문」은여성을성적으로비하하는단어인bitch(‘암캐’,‘잡년’등여러가지로옮길수있다)를미러링한제목이다.여기서‘드센년’이란예뻐지기위해성형수술을하거나다이어트를하기는커녕또박또박말대꾸하는여성들,다리를가지런히모아앉거나입을가리며웃기보다는계단을쿵쾅거리면서올라가는여성들,목소리가걸걸한데다여성스럽지도않은여성들을말한다.즉,「드센년선언문」은‘여성’이라는역할에주어진이미지,예쁘고얌전하며조신한이미지를던져버리고‘독한년’이라거나‘드센년’이라는부정적인낙인을깨버릴것을제안한다.「드센년선언문」을발표한이들은“그래,나드세.그래서뭐어쩌라고?”라말하는듯,성역할프레임을아무렇지도않게뒤집어버린다.
여기실린선언문9편중가장짧지만강렬하기이를데없는「강간반대선언문」은강간이단지남성의성적욕망에기인한것이아니라남녀간계급관계의논리적인결과물임을주장한다.남성은여성에게“자기힘을보여주기위해서,또그녀가자기소유물이자사물,고깃덩어리에불과하다는것을보여주기위해서”강간한다.이러한맥락에서볼때모든여성은강간의피해자다.여성들은학교에서나가정에서나강간당할위험에대해서만배우고,옷차림에신경써야하며,밤길을걸을때마다공포에시달리기때문이다.
「미스아메리카대회를멈춰라!」는미스아메리카대회를정말로멈춰버린여성들의선언문이다.이들은1968년9월7일,미스아메리카대회가개최되는곳에서‘안티미스아메리카대회’를열었다.여성의몸이가축마냥부위별로등급이매겨지는것을비꼬아“가축경매장에오신것을환영합니다”라고쓰인피켓을들었으며,여성의몸을단지신체가아닌성적대상으로삼는데맞서거들과브래지어,온갖여성용품을쓰레기통에던져버렸다.
제2물결페미니즘의중심슬로건이기도한「개인적인것이정치적인것이다」는생리,임신,낙태등여성의개인적인문제라치부되어왔던것들이실제로는정치적인문제이며,여성에게사적인문제와공적인문제는서로복잡하게얽혀있음을밝힌다.‘공적’인장소에서말하기에는언제나너무도‘사적’이라고여겨졌던것은사실남녀간권력불평등을반영할뿐이다.모든여성이겪는공통적인문제가한개인만의문제일수는없다.
한편「레즈비언페미니즘선언문」과「흑인페미니스트선언문」은래디컬페미니즘의다양한흐름을잘보여준다.「레즈비언페미니즘선언문」은사회가다분히이성애중심적이고정상가족중심적임을지적하면서,이성애중심주의밑바닥에깔린가부장적질서를고발한다.레즈비언이야말로한남성의소유물이되는대신스스로여성의정체성을선택한‘여성이라불리는여성(womanidentifiedwoman)’이며,다른여성과진정한연대를맺고사랑을나누는페미니스트라는것이다.「흑인페미니스트선언문」은백인주류페미니즘과는다른,흑인페미니즘만의고유한특징을분명하게보여준다.노예이자세탁부,가정부,여공,서비스직등값싼저숙련노동자로착취당해온흑인여성의경험을단순히여성이기에억압받았다는말로설명할수는없다.흑인남성또한인종차별의희생자였으며,흑인의권익향상을위해서는남성들과연합할필요가있었기때문이다.즉성적억압에더해인종억압에까지맞서야했던흑인여성들은한층더복잡한사고와운동을필요로했다.
「전미여성협회창립선언문」은제목그대로전미여성협회(NOW)가창립되던당시의선언문이다.1964년미국에서는인종·종교·출신국가·성별에따른고용차별금지를명시한민권법이통과됐지만,성차별은여전히존재했다.법시행을맡은고용평등위원회마저성차별에는별관심이없었다.전미여성협회는바로이런상황을타개하고자세워진단체였다.초기에NOW는당시미국대다수주(州)에서낙태가불법인데항의해여성의낙태결정권을주장했으며,고용및승진에서의성차별철폐,출산휴가등의안건에힘썼다.현재는미국전역에서가장크고영향력있는여성단체로자리매김해동일노동동일임금,동성애자권익보호,인종차별철폐,직장내성희롱예방등을위해활발한활동을펼치고있다.
마지막으로제목부터파격적인「남성거세결사단선언문」은당시래디컬페미니스트들조차환호하거나비난했던문제작이었다.이선언문의저자밸러리솔래너스는남성이‘불완전한여성’이며머릿속엔온통섹스생각밖에없는‘걸어다니는딜도’에불과하다고주장했다.선언문은여성이나서서정부를전복하고,금융시스템을날려버리고,남자라는성을파괴하고,새로운사회를건설할것을선포한다.얼핏허무맹랑하고정신나간소리처럼들리겠지만,이사회가남성중심적인사회,남성의욕구를충족시키기위해남성이건설한사회라는점을감안한다면남성이라는성을없애버리자는주장도그리터무니없지만은않다.「드센년선언문」이성역할이라는프레임을아무렇지도않게뒤집어버렸다면,「남성거세결사단선언문」은프레임자체를깨버리며여성억압이라는공통된문제의식을한층더날카로운위트와패러디,팽팽한분노로확장시킨다.
이선언문들9편은결코사라진유물이아니다.그것은우리목소리안에서피와살이되어박동한다.지난시대의선언문을읽는것은단지화려했던과거를회고하는데서그치지않는다.거리로나온여성들이서로를맞닥뜨렸을때자신이고립된섬이아니라종횡으로연결되어있음을깨달았듯이,우리는이선언문들을읽는순간우리가저먼시공간의여성들과,지금여기의여성들과연결되어있음을깨닫는다.
그러니?페미니즘선언?은일종의기초작업이라고도할수있겠다.폴란드에서벌어졌던검은시위가한국으로번져왔듯이,허용범위바깥의낙태수술을‘비도덕적의료행위’로규정해의사에게12개월간자격정지처벌을내리도록한의료법개정안이결국철회되었듯이.훗날2010년대한국에서들불처럼일어난페미니즘의계보가기록될때,#나는페미니스트입니다선언이나#내가메갈이다선언은단지SNS상에서의운동이아니라훨씬더확장된운동이라기록될것이다.지난수년간많은여성이페미니스트로거듭났고,그들의말하기,외치기,설치기,선언하기는이제막시작되었으니까.
결국우리에게필요한것은더많은선언이다.한선언문은다른선언문을,또다른선언문을불러낼것이다.그리하여선언이우리가될때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