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의 퀴어 (근대의 틈새에 숨은 변태들의 초상)

조선의 퀴어 (근대의 틈새에 숨은 변태들의 초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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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조선의 퀴어: 근대의 틈새에 숨은 변태들의 초상』은 다양한 성적 실천이 ‘변태성욕’으로 뭉뚱그려졌던 1920~30년대 조선을 ‘섹슈얼리티의 역사’라는 관점으로 새롭게 쓴 도발적인 책이다. 책에 따르면 동성애, 인터섹스, 크로스드레싱, 트랜스젠더 등 오늘날 ‘서구적인’ 개념이라고만 인식되었던 것들은 1920~30년대에 이미 조선의 대중에게 널리 알려져 있었다. 저자는 ‘이상하고 기묘한 존재들’을 둘러싼 사회적 담론이 형성되는 과정을 쫓으며 식민지 조선의 성의 계보학을 탐구한다. 당대의 신문기사 속에서 재현되는 사건사고들은 식민지 남성 엘리트의 시선을 고스란히 반영하지만, 그와 동시에 통제와 검열로도 다 소화하지 못하는 성적 욕망과 실천들이 끈질기게 지속되어왔음을 증명한다.

여성주의적 관점과 탈식민주의적 관점, 퀴어/섹슈얼리티 이론이 교차하면서 자아내는 욕망의 계보학은 역사란 결코 단일하거나 선형적일 수 없음을 우리에게 알려준다. 또한 도덕과 규범의 틀로 재단할 수 없는 복잡다단한 욕망을 어떻게 해석할 것인가 라는 정치적인 질문을 던진다. 그런 점에서 『조선의 퀴어』는 식민 지배라는 관점만으로 한국 근현대사를 이해해왔던 이들에게 신선한 자극을 주며, 역사를 읽는 즐거움을 한껏 배가시켜줄 것이다.
저자

박차민정

여성학연구자이다.이화여자대학교와명지대학교에서강의한다.「1920~30년대변태적섹슈얼리티에대한담론연구」「1920~30년대‘성과학’담론과‘이성애규범성’의탄생」「AIDS패닉혹은괴담의정치」등의논문및기고문을발표했고,「릿터」에「사건들,페미니즘으로읽다」를연재했다.저서「조선의퀴어」와「페미니스트타임워프」(공저)가있다.

목차

들어가며

1장│근대의경성,‘에로그로’경성
해블록엘리스를읽는한학자
“신경이과민한청년남녀는한번에5쪽이상을넘게읽지말라”
오락이된타자
‘에로그로’와미지의야만인
그로100%의범죄
살아있는시체들의세계
하층계급의그로테스크
성적쾌락과근대적죽음

2장│변태성욕자의시대
변소의정치학
연령과변태성욕
‘어른’의경계
범죄가된관행
남색과‘근대미문’의살인마
‘미동’과근대의속도
기차위의‘키스절취범’
조선을휩쓴단어,‘키쓰’
키스를파는시장
변태성욕자의얼굴들
위험한남성성

3장│단속되는몸
‘총각처녀’의사연
의복의횡단과경계의횡단
고구라양복을입은여학생
변태성욕과목도리도둑
변장하는심리
무엇이‘위험한’변장인가
그네위의에르퀼린바르뱅
근대적통치체계로편입하는‘괴인’들의신체
‘중성인간’과성전환수술

4장│욕망의통치
‘여성실격’의건강진단서
박람회의풍기문란
‘미성숙한조선인’이라는신화
양성문제특집호와불순혈설의시대
“음경단소에어떠한치료를가하면좋겠습니까”
생식기성신경쇠약남편과히스테리아내
아내들의‘남편교정술’
정상의자격
‘홀몬’,양성성,변태

5장│경계를위협하는여성들의욕망
사다이즘과여성의욕망
‘S언니’의세계
‘동성애’와‘남색’사이
‘동성연애’와여학생이라는문제
배운여자들의‘결혼난’
‘최초의정사’
두여성은왜철도자살을했나
히스테리,정사,의례
욕망하는여성

마치며

미주
참고문헌
색인

출판사 서평

지금까지누구도쓰지못했던
조선판『성의역사』가그모습을드러낸다!

엄혹한식민통치와파격적인문화변동이공존하던근대조선,
독립운동가들만큼이나불온하고위험한‘변태들’의역사가펼쳐진다.

“내인생을망치러온나의구원자,나의타마코,나의숙희.”영화〈아가씨〉에서히데코(김민희분)는그녀를옭아매던이모부의서재를박살내는숙희(김태리분)를바라보며나지막이속삭인다.‘변태적인’성적욕망으로가득찬서재를박차고나온그들은담장을넘어그들만의사랑의도주를시작한다.정상과비정상의경계가끊임없이흔들리던1930년대를배경으로하는〈아가씨〉는새로운성적실천을감행한여성들을보여주면서관객의눈을사로잡았다.실제로1920~30년대는성性에대한이야기들이폭발적으로증가한시기였다.당대의성과학지식이‘변태붐’이라는이름으로신문지상에오르내렸고‘에로그로넌센스’가근대의문턱을넘어가는관문처럼인식되었다.1920~30년대는일제의식민지배가고착되는시대인동시에,성을둘러싼담론이사람들의인식에깊은영향을미치던시대였던것이다.

『조선의퀴어:근대의틈새에숨은변태들의초상』은다양한성적실천이‘변태성욕’으로뭉뚱그려졌던1920~30년대조선을‘섹슈얼리티의역사’라는관점으로새롭게쓴도발적인책이다.책에따르면동성애,인터섹스,크로스드레싱,트랜스젠더등오늘날‘서구적인’개념이라고만인식되었던것들은1920~30년대에이미조선의대중에게널리알려져있었다.저자는‘이상하고기묘한존재들’을둘러싼사회적담론이형성되는과정을쫓으며식민지조선의성의계보학을탐구한다.당대의신문기사속에서재현되는사건사고들은식민지남성엘리트의시선을고스란히반영하지만,그와동시에통제와검열로도다소화하지못하는성적욕망과실천들이끈질기게지속되어왔음을증명한다.

여성주의적관점과탈식민주의적관점,퀴어/섹슈얼리티이론이교차하면서자아내는욕망의계보학은역사란결코단일하거나선형적일수없음을우리에게알려준다.또한도덕과규범의틀로재단할수없는복잡다단한욕망을어떻게해석할것인가라는정치적인질문을던진다.그런점에서『조선의퀴어』는식민지배라는관점만으로한국근현대사를이해해왔던이들에게신선한자극을주며,역사를읽는즐거움을한껏배가시켜줄것이다.

‘변태붐’과‘에로그로넌센스’로
가득찬식민지조선의풍경

1장「근대의경성,‘에로그로’경성」은일본을경유해수입된서구의성과학지식이1920~30년대조선에서대중화되는양상을보여준다.일본은근대적지식을서구로부터수입하는과정에서성과학또한적극적으로수용했다.‘변태붐Hentaiboom’이라불릴만큼성과학지식이만연했던일본의영향으로,식민지배가고착되던조선에서도성과학이빠르게유통되었다.성과학은‘정상’으로간주되지않은성적실천들을모두‘도착inverts’으로분류했다.‘도착’의번역어인‘변태성욕’은언론이폭넓게쓰면서대중의머릿속에깊이각인되었다.국문학자양주동을비롯한남성지식인들은일찌감치성과학자해블록엘리스의저작을읽으며성에대한지식을쌓았다.또한일본성학회의창시자인사와다준지로의책『아귀도』는“신경이과민한청년남녀는한번에5쪽을넘게읽지말라”는카피로광고되면서독자대중의관심을끌었다.

이렇게변태성욕이유행하는과정에서‘에로그로넌센스’를다룬기사들이쏟아져나왔다.‘에로틱,그로테스크,넌센스’의줄임말인‘에로그로넌센스’는자극적인보도를통해매출을올리려는신문사들의열망과흥미로운이야기를원하는대중의욕구가맞물리며식민지조선에서크게유행했다.고가의금괴를밀수출하려고항문에금괴를숨긴사건은“국경의넌센스범죄”로,소수민족의성풍속은“현대인류계의괴기”로,어린아이의머리가발견되면서장안을떠들썩하게만들었던사건은“그로100%의참혹한범죄”로보도되었다.특히“여자의묘를파고수의를훔친변태성욕자”의기사는사건의내막에경제적인이유가있었음에도‘변태성욕자’가사건을일으킨것으로규정했다.이처럼과학이라는이름아래하층계급의생활방식을‘구습’과‘미신’으로단정하고인종적?계층적타자를‘변태성욕자’로규정하는담론은제국의시선과떼려야뗄수없었다.

2장「변태성욕자의시대」는당대의범죄기사들속에서‘변태성욕자’의범행으로다뤄진사건들을검토함으로써성적정상/변태의경계가그어지는과정을살펴본다.제국일본이도입한근대적형법은연령을범죄의기준으로도입하면서‘변태성욕’범죄의경계를확정하는데영향을미쳤다.단적으로“잔인한변태한.7세아폭행살해”“동료의7세여아에게폭행하려든변태선부.미수코경찰에잡히어”등의기사는어린이를대상으로한범죄에‘변태(성욕)’라는꼬리표가붙었음을알려준다.당대의‘변태성욕’기사에서두드러지는것은‘남색’과범죄를연결하는상상력이었다.1931년겨울“근대미문의살인마”이관규가등장했을때언론이주목한것은그의동성애적성향이었다.수십차례남자아이들을추행한전력은그의성품을설명하는데동원되었다.그러나‘남색’에대한근대적인규정은남성간의성적관계를‘수동무’와‘맞동무’로부르며공인했던당대의상황을완전히부인하지는못했다.소년과연장자사이에서,그리고연장자와연장자사이에서만들어진성적관계는가부장적후원과보호라는논리를통해‘정상적인’결혼과큰충돌없이공존하고있었기때문이다.

한편‘키스’를둘러싼소동과폭력은당대‘변태성욕’의경계가상당히모호했음을보여준다.기차안에서잠든여성에게키스를하다덜미를잡힌일본인남성의기사는‘키스절취’를‘변태성욕’에의한범죄로다뤘다.식민당국은할리우드영화의유행과함께식민지대중의눈길을사로잡은키스를‘풍속괴란’이라는명목으로규제하고검열했다.그런데조선에서영화검열관이되기위해서는키스를싫어해야한다는우스갯소리가인구에회자되는것과함께,새로운근대적공간으로부상한카페에서여급의‘키스를사는’남성들이동시에등장했다.이때동의없는키스를하는남성들은‘변태성욕자’취급을받았지만,여급이나여성버스기사에게폭력을행사하는남성들은그렇지않았다.‘변태성욕’은주로하층계급남성들이행사하는것으로인식되었으며그들을범죄시하고배제하려는담론안에서더욱활발하게이야기되었다.

“간신히남자”로판명된신체들과
성적실천을규제하는통치전략이벌이는경합

3장「단속되는몸」은1920~30년대의다양한크로스드레싱관행들에대한단속을다룬다.식민지조선에서는한복을입고게다를신은여인,일본옷을입고태극선을든청년,단발양장에아이를업은여인,한복을입고부츠를신은여인등을쉽게찾아볼수있었다.하지만혼종적인복식은여기서더나아가성별구분과성역할을넘나들고자하는주체들의등장으로이어졌다.특히‘신여성’은당대의여성에게주어진역할을거부하는과정에서단발을하고‘남장’을했다.1922년남자양복을입고캡모자를쓴강향란은남학교에가서남학생들과같이수업을들었고,그로부터2년뒤에황육진이라는여성도남장을하고강향란이다녔던학교에출입했다.그뒤다른남학교를다니다남장이드러난황육진은남학생들의반대로인해수업을들을수없는상황에놓였다.그녀는학교를옮기도록해주겠다는학교당국의권유에도“나도남자처럼공부를하겠소.나는죽으면죽었지다른데로갈수는없소”라며뜻을굽히지않았다.이처럼복장을통해당대의규범을거스르려는시도가두드러졌고,그만큼여성성과남성성사이의구분은불안정하고유동적이었다.

‘여장한미남자’의이야기는모호한성별구분에따른긴장을더욱극적으로보여준다.‘여장한미남자’는단지옷만여자처럼입은것이아니라음성,몸짓,요리와같은‘여성적인’자질등에서여성으로정체화된사람이었다.그는어린시절부터여장을해그지역사람이면다알만큼신원이분명했지만,다른지역으로갔을때는남자가여자행세를해서는안된다는이유로남자옷을입어야했다.식민지행정당국은각종법조항과처벌규정을통해‘변장’을규제하고통제했으며,성별검진이라는의학적판정을통해‘자연적인’성별을규정하고자했다.그네를타다가“간신히남자”로판명된사람이나자신의성별을적극적으로교정하고자했던인터섹스등성별규범에서벗어난신체들은검진과성전환수술을통해명확한성별을부여받아야했다.이렇게의학은근대적규범을뒷받침하고만들어내는데핵심적인역할을떠맡았다.

4장「욕망의통치」는‘성의의료화’경향이당대의섹슈얼리티지형에미친영향을살펴본다.의학은근대적인성규범을만드는데결정적으로기여했다.이는일본이서구식근대화와제국주의화를추구하는과정에서‘인구’를통치의핵심으로삼은것과긴밀하게연결되어있다.특히성병은‘건강한남성신체’를약화시킬위험성때문에주요한관리대상이되었는데,성병예방책이성매매여성에대한강제검진에치중했기때문에위생박람회를비롯한성교육이‘계몽’의주요수단으로부상했다.성에대한논의는의료전문가의권위에바탕을둔‘양성문제특집호’와같은기획기사를통해더욱활발하게펼쳐졌다.식민지의독자대중은신문광고등으로접한성과학지식을통해자신의상태를해석하고관리하고자했다.

개인의성에대한관리는근대가정의관리와연결되어있었다는점에서특기할만하다.여성들은서구의핵가족을모델로한‘신가정’담론속에서남편이‘수상한곳’에가지않도록교정할목적으로‘위트’와‘에로’를겸비할것을요구받았다.한편식민지조선의의료전문가들은‘생식기성신경쇠약’에걸린남편과‘불감증’에걸린아내들에게‘자위’의위험성을경고했는데,자위가신경쇠약을유발하고남성의여성화를초래하며심리적‘임포턴스’를가져와동성애적도착으로악화된다고보았기때문이다.여성성과남성성사이의모호한경계에대한불안감은성과학이인간의양성성을강조하면서더욱두드러졌다.성과학지식과의료전문가의권위를바탕으로스스로성을관리하는주체들의등장은역설적으로성별구분의불안정성을더욱명확하게보여준다.

경계를위협하는성적실천을통해
‘탈식민퀴어의역사’를새로쓰다

5장「경계를위협하는여성들의욕망」은‘동성연애’를둘러싼담론들을검토함으로써여학교의등장과함께새롭게부상한여성들사이의친밀성을새로이해석한다.여성의성적실천역시‘변태성욕’으로불렸지만남성의‘변태성욕’이성적학대와도착적인성향과이어져있는것과는달리,여성에게는어떤능동성도주어지지않았다.하지만당대의여성들은여성간의친밀성을‘S관계’라고부르며또래의일반적인경험으로받아들이고있었다.“내가만약그리운옛여학생시대로다시한번돌아간다면나와같은성질을가진동무와철저한동성연애를해보고싶다”는고백이나,여학교에서크리스마스시즌이되면연애상대에게‘변치않은사랑’이라는메시지를새긴염동반지를주고받는관행은당대에여성간의동성애가여학교를중심으로일반화되어있음을보여준다.‘소녀’를뜻하는영어‘시스터’나일본어‘쇼죠’에서유래했을것으로추정되는‘S관계(언니/동생)’는이성애연애각본의단순한모방이아니라이성애적연애가이상화되는과정과동시에출현한것이었다.이에대해남성지식인들은여성간의친밀성을성장과정에서자연적으로발현되는것이지만성인이될때는사라져야할비정상적인성적실천으로간주했다.그과정에서‘동성애’는‘S관계’를대신해여성간의친밀성을설명하는담론으로제시되었다.1920~30년대부터동성애는병리적인현상으로인식되었던것이다.

그럼에도여성들은여학교라는근대교육기관을중심으로연대를형성했고,이들은근대적개인이자관계의주체로서자신을자리매김하고자했다.단적으로여성들이학교에서맺은관계를지속하다가사회적으로공인되지못하자함께기차에몸을던진‘철도정사’사건은식민지대중의이목을한번에끌었고여러가지해석을낳았다.당대의남성지식인들은1931년김용주와홍옥임의동반자살을“상당한가정의딸들로상당한교육까지받은”지식계급의신여성들이벌인일탈로보고이들을바람직한여성상에서이탈한히스테리적인여성으로규정했다.하지만이들은다른계층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