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마의 미학 (타락과 위반의 중세 미술, 그리고 발튀스)

악마의 미학 (타락과 위반의 중세 미술, 그리고 발튀스)

$15.00
Description
소녀를 대상으로 도발적인 작품을 끊임없이 만들어냈던 화가 발튀스(1908~2001). 그의 작품들은 8~16세 사이의 어린 소녀들을 성적인 코드를 실어 과감하고 미묘하게 비튼 것이었다. 그 때문에 오랫동안 ‘소아성애자’ ‘회화의 프로이트’라는 오명을 써야 했다. 하지만 발튀스는 현재까지도 예술가들이 참조하고 대결하는 문제적 작가이기도 하다.

『악마의 미학: 타락과 위반의 중세 미술, 그리고 발튀스』는 라캉 정신분석의 시선으로 발튀스를 들여다보는 인문 교양서다. 이 책의 저자인 백상현은 라캉주의 정신분석 운동을 위해 분투하는, 우리 시대 가장 열정적인 정신분석가다. 그에 따르면 발튀스는 중세 미술의 전통을 잇는 현대의 수도사다. 성적인 표현을 거침없이 그려낸 화가가 수도사라는 주장은 엉뚱해 보인다. 하지만 저자는 중세 회화 속에 숨은 타락과 위반의 미학을 살펴봄으로써 우리 시대의 편견에 답한다. 중세 화가들은 거룩함을 표현하기 위해 모호하고 타락한 이미지를 적극적으로 끌어들였다. 그로부터 수백 년 뒤 발튀스는 그와 같은 전통을 고스란히 계승한 것이다.

타락한 이미지를 통해 숭고와 아름다움을 길어낸 발튀스. 그를 제대로 이해하는 것은 고정관념의 노예가 된 우리 자신을 해방하는 단초가 된다. 그런 점에서 『악마의 미학』은 기존 미술비평에서 볼 수 없었던 철학적 인식을 드러낸다. 풍부한 도판과 세심한 해석이 돋보이는 이 책은 더욱 진실한 삶을 감각하는 예술의 힘을 느끼게 해준다. 또한 진리가 사라졌다고 믿는 ‘진리 이후’의 시대에 예술과 진리의 관계를 새로이 생각하게 한다.
저자

백상현

정신분석학자,분석가,저술가.프랑스발랑스‘에꼴데보자르’학사를거쳐파리8대학예술학학사-석사학위를받았으며,파리8대학철학과에서라깡정신분석연구로박사학위를받았다.고려대,이화여대,숭실대,강남대등에서정신분석을강의했으며,현재‘한국라깡칼리지(LCK;blog.naver.com/voice2void)’에서정신분석상담전문가를양성하고있고‘서울라까니언정신분석클리닉’에서분석상담을진행하고있다.교육과분석그리고저술활동을통해한국에서의라깡주의정신분석운동에기여하고자노력하고있다.
저서로『라캉미술관의유령들』(2014),『고독의매뉴얼』(2015),『라깡의루브르』(2016),『헬조선에는정신분석』(2016,공저),『속지않는자들이방황한다』(2017),『라깡의인간학:『세미나7』강해』(2017),『나는악령의목소리를듣는다:소크라테스,철학적욕망의기원에관하여』(2018)가있다.

목차

프롤로그:과연예술은우리의방황을치유하는가?

1장.회화의히스테리적욕망에관하여:베일의전통
그림자의그림자놀이로서의회화
제욱시스와파라시오스
성상파괴
아케이로포이에토스
프라안젤리코와히스테리적진리관
시모네마르티니와의미에저항하는이미지
말하는이미지와실어증의이미지

2장.회화의우울증에관하여:팔루스의전통
환멸의시대
세계라는환상과성상파괴운동
환상은환상으로극복된다
발튀스의백일몽:가장은밀한것이가장보편적이다
예수-팔루스에서소녀-팔루스로
추락하는팔루스의전통

3장.회화의성도착과승화에관하여:20세기의수도사발튀스
고정관념을초과하는아름다움의힘
초과하는아름다움이도달하는곳
성스러운고양이미추
신성과신성모독은같은것이다
사드,물신의아름다움에사로잡히는기술
궁정풍사랑,공백의아름다움에사로잡히는기술

결론:반복은반복으로극복된다

에필로그:진리의전염병

출판사 서평

예술가들이끊임없이참조하고대결하는문제적작가발튀스,
타락과위반의미학을통해진리로가는길을인도하다

우리시대가장열정적인정신분석가
백상현이길어낸욕망과해방의순간들

발튀스(1908~2001)는오랫동안서양미술사에서이해할수없는얼룩으로남아있었다.〈꿈꾸는테레즈〉〈벤치위의테레즈〉〈황금기〉〈기타레슨〉등그의대표작들은하나같이소녀들,그것도8~16세사이의어린소녀들을성적인코드를실어과감하고미묘하게비튼것들이었다.그때문에발튀스는‘소아성애자’‘회화의프로이트’라는오명을써야했다.하지만작품이주는강렬하면서도모호한인상은이후수많은작가들의작업물속에서유령처럼맴돌았다.단적으로히사지하라같은사진작가는발튀스의작품들을고스란히반복하는사진을찍으며에로티시즘의경계를다시금질문했다.이렇게고전으로자리잡은발튀스는현재도수많은작가들이참조하고대결하는문제적작가다.

『악마의미학:타락과위반의중세미술,그리고발튀스』는발튀스가오명을무릅쓰고표현한위반의미학이진리로가닿는지름길이라는것을우리에게들려준다.정신분석가백상현은발튀스가20세기초에돌출한‘변태’가아니라중세미술의전통을잇는현대의수도사라고해석한다.소녀를대상으로,그것도성적으로표현하는데거리낌이없는화가가수도사라는주장은엉뚱해보인다.하지만저자는겉으로는숭고와희생을강조하는듯보이는중세회화속에숨은타락과위반의미학을살펴봄으로써우리시대의편견에답한다.프라안젤리코와시모네마르티니를비롯한중세화가들은언어와도상으로는재현될수없는거룩함을표현하기위해모호하고타락한이미지를적극적으로끌어들였다.그로부터수백년뒤에나타난발튀스는한동안끊겼던타락과숭고의변증법을계승한화가라는것이다.

이를통해저자는“아름다움은선보다멀리간다”는명제를증명하고자한다.이때히스테리등의증상을통해인간의욕망과억압을해석하는라캉정신분석은‘정상’과‘상식’의관념에얽매인우리의좁은시야를트이게해준다.타락한이미지를통해숭고와아름다움을길어낸발튀스를제대로이해하는것은고정관념의노예가된우리자신을해방하는단초가된다.풍부한도판과그에대한세심한해석이돋보이는『악마의미학』은,발튀스의‘악마적아름다움’을통해독자로하여금더욱진실한삶을감각하는예술의힘을느끼게해주고주어진일상에서벗어나는용기를불어넣어줄것이다.

‘그릴수없는것’을그리는
중세회화의신비주의적전통

저자는발튀스의작품을살펴보기에앞서서양미술의오랜전통을환기시킨다.고대그리스의화가파라시오스는지나가던새도쪼아먹고자할정도로사실적인포도그림을그린제욱시스에맞서베일을그렸다.베일뒤에숨은것을보여달라고말한제욱시스는그순간자신이패배했음을자인하고말았다.자신은새의눈을속였을뿐이지만파라시오스는사람의눈을속였기때문이다.파라시오스는‘그릴수없는것’을베일을통해그려낸것이다.이와같은전통은신을직접적으로묘사하는것이금지된중세시대에더욱강화되었다.중세의화가들은교회의하인이되어교육용삽화를그리는데복무하거나그리는행위자체를포기해야한다는양자택일을강요받았다.

하지만화가들은‘그릴수없는것’을그림으로써이와같은난국을정면으로돌파했다.예수의부활을다룬〈나를만지지말라〉를그린프라안젤리코와,천사와성모마리아의대면을그린〈수태고지〉의시모네마르티니는이미지를왜곡함으로써단순한종교화에머물지않는신비주의적인그림을그렸다.이들은거룩한장면을재현하는데그치는것이아니라사람들이그림앞에멈춰거룩한순간그자체를감각하게끔만들었다.이처럼‘말하는이미지’가아니라‘침묵하는이미지’를추구하는전통은중세회화에서매우강력한것이었으며,이성과계몽의시대였던르네상스와근대를지나현대에와서다다이즘과초현실주의,그리고발튀스를통해부활했다.

‘회화의프로이트’발튀스,
그가논란속에서그린‘예수고난’의형상

20세기초의초현실주의자들은현실의이미지를파괴함으로써이성과합리성의허상을깨부쉈다.하지만신을부정했던근대를다시한번부정하는이와같은제스처는해체하는자의주체성이라는또다른환상에빠져들었다.여기서발튀스는중세의성상파괴주의를반복했던초현실주의자들을넘어,환상을깨기위해서는다른환상이필요하다는것을인식했고더욱독창적인꿈을꾸고자했다.그꿈은사회의통념에위배되는꿈이었으며그렇기에악마적이었다.하지만그안에는서구미술사의핵심적인주제였던‘예수고난’의형상이들어있었다.이는발튀스의대표작인〈기타레슨〉(1934)을볼때명확히드러난다.소녀가성인여성에게붙들려허리가꺾인채로매를맞고있는모습이그려진이그림은‘소아성애’와‘여성동성애’‘가학-피학관계’를적나라하게드러낸것처럼보인다.그때문에발튀스는‘회화의프로이트’라고불리며스캔들의중심에서게되었다.

하지만〈기타레슨〉은중세화가앙게랑콰르통이그린〈빌뇌브레아비뇽의피에타〉를반복하고있다는점에서중세성화聖?의전통을계승하고있었다.십자가에못박혀죽은예수의고통은서구인류의원죄인동시에지고한쾌락이었다.허리를꺾은채성모마리아의품에서고통받으며죽어가는예수의육체는고통과쾌락을뒤섞는주이상스jouissance의형상이었던것이다.쾌락과고통은사실한몸이었고,중세성화는이를끊임없이반복해왔다.〈기타레슨〉속매맞는소녀의형상은예수의마조히즘적고통을반복하는것이며,이때예수와소녀는라캉정신분석의표현을빌자면‘예수-팔루스’‘소녀-팔루스’라고할수있다.‘팔루스(남근)’는욕망의궁극적대상을가리키는것으로,인간은팔루스를욕망함으로써대타자(신-아버지)와정상적인관계를유지할수있다.발튀스는신이없는세계에서팔루스를그리고자했던현대의수도사로서중세의전통을비틀어자기만의환상을창조해냈던것이다.

가장외설적이고타락한이미지를통해
우리를해방시키는발튀스의‘악마적아름다움’

발튀스가현대의수도사라면그에게씌인‘소아성애’라는혐의는억측에서비롯된무고일뿐일까?저자는발튀스에게소아성애적욕망이있음을부인하지않는다.발튀스가어린소녀들을사랑했던것은사실이며,약82년동안작품활동을하면서소녀들을대상으로위반적이고일탈적인묘사를일관되게감행해온것또한부정할수없다.다만발튀스는사회의지배적인가치관과통념을거부하는작품을만듦으로써신성함에도달하고자했을뿐이다.즉그에게있어신성은신성모독을통해서만닿을수있는것이며,그런점에서발튀스의작품들은중세의신비주의적회화를잇고있었던것이다.라캉의명제인“아름다움은선보다멀리간다”는관점에서보았을때발튀스의작품은선악의피안을향하며,그렇기때문에그의작품은‘악마적아름다움’을명확하게보여주고있다.

발튀스의악마적인성향은사드가추구했던성도착과맞닿아있다.프랑스혁명기의작가인사드는성도착을실제로행했을뿐만아니라‘외설문학’을집요하게써냄으로써일생동안감옥과정신병원을들락거렸다.사드는“프랑스인이여,공화주의자가되기위해조금만더노력하자!”라고외치며현실질서를깨부수기위해서는기성의도덕과규범을넘어서야한다는것을타락과위반의문학을통해역설했다.그러나사드의전략은성도착에매몰되어단지또다른환상으로도피하는것에머물고만다.이에대해저자는발튀스의작품이사드를넘어중세의‘궁정풍사랑’과흡사한길을걷고있다는해석을내놓는다.궁정풍사랑에서욕망의대상인‘숙녀’는어떠한성격도갖지않는공백으로나타난다.사드가대상에집착한데반해,궁정풍사랑속의기사는대상이아니라공백을향한욕망그자체를추구한다.그때문에기사는대상에매몰되지않고자신의욕망을온전히보존하면서또다른모험을떠날수있다.발튀스역시욕망의대상을점차적으로공백으로만들어가는것을볼수있다.그의〈만돌린을든소녀〉(2000~01)가대표적으로,이작품에서묘사되는소녀는이전작품에비해성애적인디테일이흐릿해지며구도또한모호해진다.발튀스는공백을그림으로써신성함을보존하는파라시오스적작가였으며,그와같은작업을통해세계의환상을거부하면서도성도착과우울증으로추락하지않을수있었던것이다.

이처럼발튀스는가장외설적이고타락한작품을통해우리의일상을지배하는고정관념에서벗어날길을열어준다.발튀스는헛되이반복되는지배질서를부수고새로운욕망을깨우는데예술의본질이있으며,우리가‘진리라는전염병’을기꺼이받아들일때진정으로해방될수있다는것을가르쳐준다.그런점에서『악마의미학』은기존의미술비평에서는볼수없는철학적인식을드러내며,진리가사라졌다고믿는‘진리이후post-truth’의시대에예술과진리의관계를새로이생각할수있게해주는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