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의 사회사 (가정상비약에서 사회악까지, 마약으로 본 한국 근현대사 | 반양장)

마약의 사회사 (가정상비약에서 사회악까지, 마약으로 본 한국 근현대사 | 반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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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전통사회의 가정상비약은 어떻게 ‘망국의 병’이 되었나?
개항기부터 1980년대까지의 마약 인식과 사회악의 탄생
정치사에 편중된 한국 현대사에서 마약 문제라는 사회현상은 별로 주목받지 못했다. 현재 한국이 비교적 마약류를 잘 통제하고 있는 나라라고 생각하는 우리에게 마약은 가끔 정치적 필요에 따라 불거지는 연예계의 이슈 혹은 재벌가의 비행 정도일 뿐이다. 하지만 불과 1970년까지도 대마 흡입은 불법이 아니었다는 사실에서 보듯 우리가 지닌 ‘마약’의 역사는 그리 단순하지 않고, 또 그동안 제대로 다뤄지지도 않았다. 저자는 한국사회에서 마약이 의학 용어가 아닌 법률 용어였으며, 시대에 따라 무엇을 마약으로 규정하느냐가 달라질 수밖에 없었던 점을 포착해, ‘마약 단속’이라는 키워드로 한국 근현대사를 새롭게 쓰고자 한다.

『마약의 사회사: 가정상비약에서 사회악까지, 마약으로 본 한국 근현대사』는 한국 사회 변화에 따라 마약이 범죄의 영역으로 들어가고 통제되어간 과정을 탐구한 책이다. 국가의 통치술이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전반에 미친 영향을 분석하며 시대별 마약 단속의 역사를 들여다본다. 마약의 해독이 인지되기 시작한 개항기부터 피해가 확대된 일제강점기와 해방공간을 거쳐 군사정부의 집권으로 국가의 사회통제가 강화되는 와중에도 마약류 소비의 계층과 범위가 점차 다양해진 1980년대까지 사회에서 시대별로 마약에 대한 인식이 어떻게 달라져왔으며, 어떤 동력으로 규제되어왔는지, 어떤 상황에서 마약 사용을 정치적으로 이용해왔는지를 살펴본다. 검찰청, 국과수, 형사정책연구원 등의 국가 기록과 민간인 구술 채록 등 양질의 자료를 바탕으로 읽는 재미와 함께, 한국 근현대사에서 가려져 있던 분야를 새롭게 조명해볼 기회를 제공한다.
저자

조석연

홍익대학교를졸업하고한국외국어대학교사학과에서석사학위와박사학위를받았다.한국학중앙연구원전임연구원,한국외국어대학교초빙교수등으로일하며한국사를강의했고,현재신한대학교교양교육대학교수로재직중이다.한국근현대사회의다양한모습을조명하는데관심을가지고있다.주요논문으로「한국근현대마약문제연구」,「해방이후의마약문제와사회적인식」,「마약법제정이후한국의마약문제와국가통제」,「1970년대한국의대마초문제와정부대응」,「1980년대한국의마약소비와확산」,「한국마약문제연구의활용기록과자료」등이있다.

목차

들어가며

1부조선,아편과만나다
1장전통사회의가정상비약
2장일제강점기아편생산지가된조선
3장모르핀의등장

2부해방과정부수립,마약문제의현실
4장해방과함께찾아온보건위기
5장‘비국민’이된마약중독자
6장「마약법」의탄생

3부경제개발과조국근대화,‘건강한국민’이되는길
7장정치적악에서경제적악으로
8장‘메사돈파동’과사회악으로의공식화
9장청년,대마초와만나다
10장대마초를바라보는국가의눈

4부경제호황과그이면,필로폰의시대
11장올림픽유치와필로폰시대의개막
12장풍요속의빈곤:유흥업의성장과필로폰소비
13장마약을통해사회를장악하라

나가며
부록_한국에서마약은얼마나연구되었나
감사의글

참고문헌
찾아보기

출판사 서평

마약은시대마다다르게정의된다
근대화의각시기에유행하던마약이보여주는당대의사회상
‘마약’이라는용어는현대사회가규정한법률상의정의를담고있다.1950년대의아편,1960년대의메사돈(메타돈),1970년대의대마초,1980년대의필로폰등시대별로유행하는마약류가달라져온것도이런측면에서이해할수있다.예컨대,‘마약’이라는용어와그정의가존재하지않았던전통사회에서아편의원료인양귀비를재배하고사용하는일은민간의자연스러운권리였고,1970년대초까지는대마초흡연도법에저촉되지않았다.하지만근대화의각국면속에서민간이‘국민’이라는이름의새로운권리를부여받게되면서이러한관습은금기로재설정되어갔다.한국사회에서드러난마약문제에는각시기의사회상이투영되어있어정부당국의필요와목적에따라때로는보건문제를넘어정치적인문제로부각되기도했고,때로는경제문제로인식되기도했으며,사회분위기에따라서는하나의문화현상으로이해되기도했다.마약이어떻게인식되고통제되어왔는지를역사적으로고찰해본다면우리의근현대사를더잘이해할수있을것이다.

마약중독자는‘비국민’이다?
해방이후본격적으로사회문제가된아편
이책에서저자는전통사회조선에서농가의약재로이해되던아편이경계의대상으로인식되기시작한시기를개항기무렵으로,사회문제로인식되기시작한계기를일제강점기로파악한다.청국이아편전쟁으로인해피해를입는모습을지켜본바있는조선은외국과의교류가점점더빈번해지던상황에서외국과의통상조약에아편수입을금지하는조항을포함시켰고,그사용에대한국내처벌규정도제정했다.그럼에도민간의전통적인식이크게바뀌지않다가,일제강점기에일제의아편공급지가된조선에서는수많은아편중독자가생겨났다.또일제가패망해본국으로돌아간후에는그들이남기고간막대한양의생아편과모르핀이사회에유통되며마약중독자가급증하는등,일제강점기에생산된아편은해방이후한국사회에커다란사회문제를야기했다.
정부는예산과인력의투입을최소하면서도그효과를극대화하는방향으로이문제를해결하려는전략을썼다.정부는마약을친일또는공산주의와의대결이라는문제와연결하면서그사용을민족의생존과대치되는문제로치환시켰고,마약으로부터멀어지는것이(건강이나다른폐해때문이아니라)그자체로‘국민’의의무이자역할이라고강조하기시작했다.이에따라마약관련자들은‘민족반역자’,‘부일협의자’와함께선거권과피선거권을제한받기에이르렀고,마약사용은친일만큼반역적인죄로공표되었다.
또,한국전쟁을거치면서는마약문제가더욱심화되었다.부상자의진통제사용에서비롯한경우뿐아니라한국에주둔한해외병사들의마약사용과그주변기지촌여성들의중독문제도부각되었다.시내곳곳에서마약중독으로인한변사자들이빈번히출현하던중1957년마침내마약법이제정되며법적기틀이마련되었으나,당장실효를거둔것은아니었다.

국가경제를좀먹고혁명과업을방해하는‘망국의병’
경제개발과근대화논리의그늘
마약에대한정부의통제의지가강력히발현되기시작한것은1961년군사정부의출범이후였다.군사정부는국내노동력을최대한으로활용해자본화에기여한다는경제개발의목표에기초해국민들을국가가필요로하는‘건강한국민’으로재생산해내고자했다.이에따라마약은‘국민의정신을병들게해’노동력을저하시키므로반드시근절되어야하는대상이었다.이시기마약을근절하겠다는정부의의지는군사정변의정당성을확보하는중요한명분으로기능했던것이다.공무원들의부정부패가사건을키운‘메사돈파동’당시에도정부는마약척결이‘시대적과제’라는편리한수사를동원해손쉬운해결을꾀했다.
정부는마약을통제하기위해마약의‘망국’의프레임을덧씌우기도했고,해당정권이당면한목표와과제를위해마약에대해이미형성된부정적인인식을이용하기도했다.1970년대의‘대마초파동’에서도정부가정작경계한것은마약그자체라기보다청년들의자기표현과그로인해사회분위기가달라질지도모른다는점이었다.당시주한미군과청년층을중심으로소비되던대마는그때부터마약의대명사로서의위상을갖게되었고,‘민족의생존’과‘국가보위’를위협하는반국가,반윤리,반시국,반사회의표상이자‘공산당과의결전을앞둔시점에저지르는심각한망국행위’로표현되면서정치·경제뿐아니라국가안보문제와도연결되었다.

필로폰사범에게내려진사형선고
엄벌주의정책의한계
1980년대유행마약이필로폰으로바뀐이유는아시안게임과올림픽에서찾아볼수있다.국가적차원의국제행사를유치하게된정부는주변국과의관계개선차자국내필로폰중독문제로골머리를앓고있던일본정부와필로폰밀매매근절에대한협력체제를강화하기로했고,그결과일본수출길이막힌한국제조필로폰은국내로유통되기시작한것이일차적원인이다.저자는이렇게역유입된필로폰이확산된데에는아시안게임과올림픽을앞두고경기호황과관광객유치를염두에둔정부가정책적으로유흥업,향락업을장려하고국내소비활성화를꾀한것이한몫했다고분석한다.집권초기부터반독재·민주화분위기에맞서강력한사회통제의필요를절감했던신군부역시집권의정당성을확보하고사회장악을합리화하는명분으로마약을‘사회악’으로규정해강력히단속했고,이시기처음으로향정사범에대해사형이선고되기에이르렀다.
각시기의마약과관련한사회상을통해우리는예방대책및재활방안이부재한처벌일변도의정책은언제나한계를드러냈음을확인할수있다.제조·유통자에대한단속과처벌에그치지않고중독자치료,중독의해독에대한교육·홍보등보다근본적인차원에서예방을목적으로하는정책이도외시되어온것이사실이다.마약은국민보건측면에서의관심보다는정치적목적을위해이용되어온경향이크다.
근현대한국에서마약은꾸준히사회문제로지목되어왔지만,시대적환경에따라이문제를사회문제로생각하는이유와관점은각기달랐다.마약은국민의건강과위생의문제보다는정치·경제·사회적현안들과깊이연동되어이해되어왔다.근대화시기의마약인식에대한탐구를통해오늘날마약에대한우리의인식을점검해본다면,마약과관련해새롭게변화한산업구조와오남용문제를해결하는데한걸음다가설수있을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