퀴어 시간성에 관하여 (섹슈얼리티, 장애, 나이 듦의 교차성)

퀴어 시간성에 관하여 (섹슈얼리티, 장애, 나이 듦의 교차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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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생애 전체에 걸친 섹슈얼리티를 어떻게 사유할 것인가?
섹슈얼리티에서 시간적 차원은 어떤 의미를 함의하는가?
나이가 들고 장애나 질병을 겪게 되는 일은 어쩌면 인간의 육신이 피할 수 없는 조건일지도 모른다. 그런데 우리가 일단 그러한 경험을 겪게 되면 젠더와 섹슈얼리티에 대한 위협뿐만 아니라 좀 더 일반적으로는 정체성에 대한 위협, 즉 현재의 우리, 지금까지의 우리 자신을 잃게 될지도 모를 위협을 받는다. 장애를 지닌 이들과 중년 혹은 노년에 접어드는 이들이 그러한 변화와 함께 이성애 중심주의, 비장애 중심주의의 경계를 벗어날 수밖에 없게 될 때 그들은 섹슈얼리티 측면에서 비슷한 쟁점에 직면하게 된다. 무성적인(asexual) 존재이며 성적으로 열등하다고 가정된다는 점이다. 그렇기에 그들의 섹슈얼리티를 신체적으로 표현하는 일은 평가 절하되기 마련이다. 그동안 페미니즘 이론에서는 퀴어 이론과 크립 이론을 교차적으로 사유하는 탁월한 성취를 거두었음에도 노화나 쇠퇴에 대한 이론적 성찰은 거의 간과되어 왔다. 그런데 장애와 노화를 위협으로 느끼는 상황은 ‘건강과 젊음’을 문화적으로 특권화하는 토대가 될 뿐 아니라, 궁극적으로 장애인과 연장자를 성적으로 열등한 인간으로 가정하는 데 밑거름이 될 수 있다.
저자는 49세의 나이에 시작된 점진적 장애를 십 년 이상 겪으면서 장애와 노화를 둘러싼 섹슈얼리티를 교차적으로 사유해왔다. 이 책은 자신의 삶과 경험을 이론화려는 지적 욕구의 성과로서, 섹슈얼리티와 장애의 그물망에 나이 듦을 추가하고 있다. 이러한 교차성 정치학을 통해 저자는 섹슈얼리티를 급진적이고 다양한 시간성으로 재개념화하면서 이성애 정상성에 대한 강력한 도전을 제안하고 있다.
저자

제인갤럽

(JaneGallop)
미국위스콘신-밀워키대학에서영문학및비교문학명예교수로재임하고있다.정신분석,특히자크라캉의정신분석이론을비롯해,정신분석과페미니즘,페미니즘문학비평,페다고지,퀴어이론등을주제로많은저술활동을벌였다.저서에『교차점Intersections:AReadingofSadewithBataille,Blanchot,andKlossowski』(1981),『딸의유혹TheDaughter’sSeduction:FeminismandPsychoanalysis』(1982),『라캉읽기ReadingLacan』(1985),『몸을통해생각하기ThinkingThroughtheBody』(1988),『1981년경Around1981:AcademicFeministLiteraryTheory』(1991),『성희롱으로고발된페미니스트FeministAccusedofSexualHarassment』(1997),『일화이론AnecdotalTheory』(2002),『그의카메라와함께살기LivingwithHisCamera』(2003),『저자의죽음들TheDeathsoftheAuthor:ReadingandWritinginTime』(2011)등이있다.

목차

서론:이론의토대
크립이론
노화와퀴어시간성
노화와팔루스
퀴어팔루스
일화이론

1부하이힐과휠체어
나의이야기
이야기의결말
도시의거리
페미니즘과하이힐
젠더와장애
휠체어에서의팔루스
이야기의결말(재상연)

2부전립선수술이후의섹스
나의이야기
낯선시간성
프리컴과이성애성교의무
이성애성교의무에저항하기
장기간에걸쳐변화하는섹슈얼리티

결론
팔루스와팔루스의시간성
장기간에걸쳐변화하는정체성

옮긴이후기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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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크립에서노화로:
퀴어이론과크립이론에왜노화인가?
『퀴어시간성에관하여』서문에서저자는나이듦,노화,중년의문제를인식하기이전에오랫동안퀴어이론과크립이론의교차성정치학에대한다양한이론적탐색을벌여왔음을밝히고있다.서문은크립이론으로논의를시작하는데,크립이론이비규범적신체가성의영역을지배하는생각에도전할수있는주요한방식의하나이기때문이다.이를테면암에걸린몸이“질병,실패혹은비체화의장소”로규정되는대신,오히려편협한이성애규범의틀안에서성을정의하는범주를깨부수고‘위반의핵심장소’로개념화될수있다는것이다.저자는스스로장애를겪고있으면서도크립이론에만주목하고정작자신의문제이기도한노화연구에전혀관심을두지않았다는점을고백하면서,장애와노화의여러범주가상당한정도로서로침윤되어있다는것을깨닫는다.
저자는크립에서노화로논의를확장시키는것이그저개인만의문제가아니고정체성위기의문제만도아닌,담론장그리고이론틀의문제라는점을강조한다.그동안노화보다는장애문제를지적인프레임으로선호한퀴어이론의경향에서장애연구가퀴어이론을,퀴어이론이장애연구를훨씬더활발히생성해온반면에,퀴어이론과노화의교차에대한작업은사실상없었다는점에주목한다.그런데몇몇이론가가주목을하고있듯이,나이듦과노년은섹슈얼리티,젠더,신체를어떻게재고할지에대한강력한잠재력을갖고있다.
저자가이책에서말하는‘퀴어시간성’이라는개념은그동안다수의퀴어이론가에게서도정상성에저항하기위해다양한양상의시간성을모색해왔다는점에서완전히새로운것이라고는할수없다,이른바탄생,결혼,재생산,죽음이라는생애경로전체를퀴어화하기위해서는완경이후의섹슈얼리티를포함한노화문제야말로바로퀴어시간성을다투는핵심적인장소라고주장한다.퀴어시간성은재생산을특권화하는,비생식적삶의과정들을저평가하는성적생애경로에도전하면서,퀴어이론가세즈윅이말하는,직선적이지도이성애적이지도않은시간성,질서정연히배치되지않은순간에초점을둔비틀어진시간성이바로퀴어시간성이라고말한다.

이성애성교의무에저항하기
서론에서퀴어시간성을크립이론,퀴어이론,노화이론과관련해다양한이론적모색을시도했다면,본론인1부와2부에서는모두개인적서사로시작한다.1부에서는발에생긴문제로인해겪게되는보행장애를이야기한다.2부에서는파트너가전립선암진단을받은후2년동안의일기내용을밝히면서두사람의성적활동과태도에나타난낯선시간성에대해이야기한다.저자는자신이‘일화이론’이라고부르는이러한사적인글쓰기를통해가장미묘한이론적정식화작업조차비켜나가는복잡성과모순을표현할수있다고말한다.
1부에서다루는자신의경험처럼,(후발)장애는불안과정체성의위협을수반한다.그래서후발장애를전면화하는일은정체성이본질적인것이아닌시간적인것으로,인간의두유형이아닌한가지삶의다른순간들로고려하는것이라고말한다.자신이겪어온후발장애와너무나비슷하게중년의시기역시우리정체성의소중한측면들에대한위협과연관된다.흔히중년의위기는이른바정체성위기라고도한다.하지만중년의위기는정체성에대한우리의개념이장기간에걸친시간적인것으로인식되지않고고정된것이라는인식에따른것이다.본질화된정체성은고정된시간성을전제하고있다.그래서섹슈얼리티에대한우리의이해는삶의어느한단계에기초해본질화되어서는안된다.특히(후발)장애와노화가복잡하게얽히는상황은어김없이성과젠더에대한위협으로인식된다.젊은사람들이나이가들면‘그것을잃게되지않을’까두려워하고,성인이되어장애를갖게된사람들은장애가자신들의성이나젠더를빼앗아간다고느낄수있다.
저자는파트너의전립선절제수술이후에경험한섹스의시간성이규범적성의시간성을크게벗어나있는것을밝히고있다.프로이트의발전론적인관점과의료화된담론에서는이성애성교의무를생리학의서사적정점으로당연시한다.프로이트가규칙적으로사용하는‘마지막쾌락’은‘방출’의목적론으로서,이성애성교의무라는규범적섹슈얼리티는바로이에근거하고있다.그런데전립선수술이후의섹스는규범적생리학의서사적질서를비틀어놓으며성의시간성을교란할뿐만아니라뒤집는다.장애성운동과마찬가지로,특수한손상을가진몸이섹슈얼리티전반을재고하게하면서이성애성교에중점을둔섹슈얼리티의헤게모니적개념에폭넓게도전한다는것이다.

차이와다양성만으로는한계가있다!
대안적이고,퀴어적이고,반규범적인시간성과의교섭
여러연구에따르면,1세기전에는성적인쇠퇴가노화의불가피하고보편적인결과로여겨졌으며,이런관점이20세기대부분에걸쳐지속되었다.심지어탈성적인삶이랄수있는이런쇠퇴에대한긍정적인해석,도덕적이점,노년에대한우월성마저있었다.1세기후에이러한인식은완전히역전된다.정상적인노화와연관된성적능력의쇠약함이이성애성교의무라는기준에따라지금은치료상품과서비스를필요로하는성적인기능부전으로서병리화되고있다.1980년대와1990년대를경유하면서확고하게의료화된노년의성은이제의료화된성의개념과함께시간성을거부하고노화를거부하는것이되어버렸다.
하지만의료화된성담론을벗어나‘인생후반의성’을인정하고,노년을인간의성에포함하는것은곧성을시간적인것,시간에따라변하는것임을의미한다.퀴어및장애옹호와의유사성을토대로둔차이와다양성의무시간적모델은한계가있다.차이와다양성만으로는한계가있다는것이다.반면에나이들면서생기는변화,생애경로에걸친변화에따라섹슈얼리티를이해하게되면이성애성교의무와는전혀다른대안적이고,퀴어적이고,반규범적인섹슈얼리티를모색할수있다.여기서생애경로전체를퀴어화하는것은생애의어느구간은적절히성적이며어느구간은그렇지않음을규정하는시간순서에이의를제기하는것이다.노화의정점은시간성이며,진정으로노화를성의개념화에포함하는것은‘시간을벗어난’본질화된성이념에저항하는것을의미한다.
『퀴어시간성에관하여』는퀴어이론과크립이론의관점을확장하고노화를포함함으로써섹슈얼리티를이해하는데시간성의중요성을주장한다.그것은장기적인관점에서정체성을생각하기위한것으로,나이들면서정체성이어떻게변화하는지탐구하면서,영원한정체성이라는것의대안,나이듦에따라망가진다고하는정체성의대안,돌이킬수없는쇠퇴에대한대안,시간을파괴적인거세로보는것에대한대안을이야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