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중들의 이미지 : 노출된 민중들, 형상화하는 민중들

민중들의 이미지 : 노출된 민중들, 형상화하는 민중들

$27.00
Description
오늘날 민중들이, 그리고 민중들의 재현이 위협받고 있다. 디디-위베르만의 이러한 생각은 이 책의 도입부 첫 번째 도판이 주는 시각적 충격과 함께 개진된다. 역사의 폭력으로 말미암아 얼굴이 찢겨진 익명의 참호전 희생자의 ‘깨진 얼굴’ 초상사진(25쪽 도판)은 이 책이 미술사, 역사철학, 이미지 인류학이 교차하는 사유 지대에 자리하고 있음을 말해준다. 이 첫 번째 이미지가 제기하는 질문은 이후 전개되는 다섯 개 장에 걸쳐 계속해서 같은 방식으로 반복된다. 즉, 민중들에게 ‘대면’할 수 있는 힘을 주는 이미지를 어떻게 만들어낼 것인가?

이 절단된 얼굴 이미지에 대한 응답은 유려한 산문 텍스트로 책을 마무리하는 다섯 번째 장인 에필로그를 통해 이루어진다. 왕빙의 영화 '이름 없는 남자'에서 취한 12장의 스틸 이미지는 민중을 어떻게 재현할 것인지를 시적으로 탁월하게 형상화한다. 역사에 의해 말소되고 훼손된 민중의 이미지인 첫 번째 도판과, 시적인 형상으로 민중의 존엄성을 재발견한 ‘이름 없는 남자’의 이미지 사이에는 수많은 이미지가 텍스트를 따라 배치된다.

저자

조르주디디-위베르만

저자:조르주디디-위베르만(GeorgesDidi-Huberman)
철학,정신분석학,인류학,미술사,사진및영화등다양한학제의연구성과를가로질러이미지에관한초학제적이론을정립하고자하는조르주디디-위베르만은이미지-몽타주의사유이론을개진하는미술사학자,철학자일뿐아니라자코메티,시몬앙타이,장뤼크고다르,파솔리니,하룬파로키,세르게이예이젠시테인등의작품을다루는비평적해석가다.니체의계보학,프로이트의형상성이디디-위베르만의사유에큰영향을미쳤다.조르주바타유의‘도큐망’(documents),벤야민의‘아케이드프로젝트’,아비바르부르크의‘므네모시네’를관통하는시각적사유역시디디-위베르만의연구와실천의근간을이루고있다.1982년히스테리환자들의사진에대한도상학적연구서를쓴이후쉰편이넘는저작을펴냈다.예술사의주제와방법론에도전하는『이미지앞에서』(1990),『프라안젤리코:비유사성과형상화』(1990),『우리가보는것,우리를응시하는것』(1992),『잔존하는이미지』(2002)등을비롯하여역사이미지에대한문제의식을담은『그럼에도불구하고,이미지』(2003),『반딧불의잔존』(2009)을펴낸후2009년에서2016년사이에는‘역사의눈’이라이름붙인여섯권의시리즈에서브레히트,하룬파로키,고다르,예이젠시테인,파솔리니등을다루었다.마드리드레이나소피아미술관,파리퐁피두센터,프레누와,팔레드도쿄,주드폼므등에서《아틀라스》,《자국》,《장소의우화》,《새로운유령들의역사》,《봉기》등의전시를기획했다.2015년아도르노상을수상했다.

역자:여문주
홍익대학교예술학과를졸업하고,파리1대학과파리10대학에서미술사를전공했다.19세기문화현상‘키치'와동시대복제기술사진과의관계를다룬연구로미술사박사학위를받았다.홍익대학교,중앙대학교등에서미술사,사진사,사진미학등을강의했다.최근발표한논문으로,「1970년대한국의실험미술에서사진의활용과지표적징후들」(2022),「앙드레바쟁의리얼리즘미학의사진적확장」(2020),「3D기술복제가예술작품의수용방식에미치는영향」(2019)등이있다.현재전남대학교문화융합연구소에서학술연구교수로1980년대민중미술과결합한새로운사진적실천들을연구하고있다.

목차

I.휴머니티의편린
한사람을보길희망하기/과잉노출된,그리고결핍노출된/말의위험/언어안에서저항하기/얼굴,다양성,차이,간극/휴머니티의편린이나타나게하기위하여/이름없는자를노출하기/인간적양상의‘불결한영역’/벌거벗은얼굴,태어난얼굴,강조된얼굴

II.그룹초상
얼굴의파토스또는장치의로고스/휴머니즘에관하여,또는주권적인물/시민주의에관하여,또는그룹초상/군국주의에관하여,또는패거리의초상/임상의학에관하여,또는관리권력/프레임의정치학:다가서기의몸짓/촉각으로바라보기/작업장의얼굴

III.공동체의나눔
문화의모호성:상처입은휴머니즘/공통의밝힐수없는장소/나눠진노출/형태를갖춘나눔/‘가난하고헐벗은철학’/온힘을다하여/“자유로운인간은그누구라도대리석보다더아름답다”/살아남은몸짓,정치적몸

IV.민중들의시
공장밖으로,화면안으로/상상의민중/단역/형상화,리얼리즘,정념/고증된몸,서정적몸/‘형상적섬광’/아브조이아,행위시:충돌의춤을추게하기/지옥의단역/잃어버린민중들을찾아서/경계하는이미지

에필로그:이름없는남자
구멍,남자,카메라.시선을따라가기/가난의이미지인가?또는노동의이미지인가?죽은나무,공유재의잔존/무에가까운것에서수확하는법을배우기:가난한자의기술과존엄/사물들과가까이:프레이밍,시간,음향/직접적인그리고간접적인:형식의섬세함/몇가지몸짓에의해일어난‘고요한변형들’의겸허한이미지


옮긴이후기
[해제]디디-위베르만의미술의역사다시쓰기
인명색인
작품색인

출판사 서평

민중들의시학
―이미지로사유하기
이책에는민중과관련된총59개의이미지가등장한다.렘브란트,고야,쿠르베의데생과판화를비롯해,필리프바쟁의초상사진,뤼미에르형제의기록영화,파솔리니와로셀리니의픽션영화,왕빙의다큐멘터리영화,데마르티노의사진기록물에이르기까지예술은물론이른바‘이미지공간’속에서찾아낸인류학적자료까지아우른다.일종의‘메타아카이브’라할수있는이이미지들은그자체가잔존의이미지이며,또한각각이이질적인시간속에서생산된이미지라는점에서시대착오적인이미지이다.
이이미지들은선형적인역사적서사를전개하기위한예시가아니다.디디-위베르만은이이질적이미지들을『민중들의이미지』전반에걸쳐서로대립하거나충돌을야기하는몽타주형식으로제시한다.이질적이고시대착오적인요소들이혼합되어몽타주를이루는저자의이독특한전개방식은민중의이미지에대한고착된사유패턴대신에예상하지못한새로운사유의가능성을열어준다.
선형적인전개와무관하다는사실은독자들이로렌초데메디치의장례식데스마스크초상등의역사적인이미지를대면하기전에사진가이자의사인필리프바쟁의사진작업<얼굴>시리즈가먼저심도있게다뤄지고있는데서도입증된다.‘얼굴’과‘시선’은이책의중요한모티브중의하나이다.개인과집단이교차하는지점이자타자를인식하는출발점이기때문이다.
이어지는민중들의이미지도들쭉날쭉하다.파리코뮌가담자12명의시신이담긴관을찍은사진,렘브란트와고야로대표되는소시민들그림,또한빅토르위고와보들레르,랭보가그리는민중,아비바르부르크의이미지아틀라스인므네모시네(Mnemosyne)프로젝트도소환된다.그런후에뤼미에르형제의유명한공장출구장면에출현하는민중이미지에서예이젠시테인과파솔리니의리얼리즘영화에이르기까지,그리고나치즘의선전이미지와소비에트및미국의군국주의이미지에서재현된민중들의모습까지그야말로민중들의(이미지)전체역사를여행하는듯하다.
하지만마냥편안한여행은될수없다.저자는예술과비예술을포괄하는이들쑥날쑥한민중들의이미지에서우리가무엇을보고무엇을생각할수있는지,이이미지들은어떤선택에따라만들어진것인지,나아가민중들을구성하는이이미지들에어떤질문을제기할것인지를반복적으로환기시키기때문이다.디디-위베르만의작업을한마디로축약한‘이미지로사유하기’의진면목이다.

민중들(의위기)의노출
―민중들의노출의역설
민중들이,민중들의재현이위협받고있다는디디-위베르만의문제의식은우리현대성의근본적인모순을관찰하는데서시작된다.오늘날민중들은정치적인위기,육체적인위기와아울러미적인위기에노출되어있다.저자는대의민주주의의도래이후현대성의경향중하나가다양한형태로민중이출현할수있게되었음을상기시킨다.이러한맥락에서노출된민중은한편으로는민중이역사의무대에들어섰고,그들이정치적,미적재현의공간에서가시성을획득했다는것을말해준다.그러나다른한편으로민중들의노출에는그들이사라질위험에노출되어있다고할만한일련의위협적인조건도포함되어있다.
저자의‘노출’이라는말에는눈에보이고눈에잘띄는곳에존재한다는의미뿐만아니라,무엇보다도사라질위험에노출되어있다는의미도포함된다.민중들의노출이축소되고결핍된현상은우리가마땅히봐야하는것이통제되고검열받고박탈되는데서비롯된다.반면에민중들에대한미디어의스포트라이트는우리눈을멀게한다.틀에박힌이미지로반복되는과잉노출은민중들을비가시적인존재로만들어종국에그들을사라지게할위협적조건이다.
현대사회에서‘민중’이라는기호가부풀리는현상은민중들이끊임없이노출되고인용되고소비됨에도실은그들의인간적양상,그들의인간적존엄성이재현되기는커녕오히려그것이눈에보이지않게되었다는사실을말해준다.현대의많은철학자들이공통적으로관찰해온바,모든것을균질화하는미디어기술이민중들을과잉노출하지만,실상은파시스트와전체주의는물론현대소비자사회와스펙타클사회를만들어내기위한쇼일뿐이다.반면에민중들고유의다양성과특수성(몸,몸짓,형상,노래,방언등)은결핍노출되고심지어소멸되고있다.
디디-위베르만은결핍/과잉노출이라는측면에서현대미디어민주주의의아포리아문제를지적한다.그래서가시성문제는미학적이면서도정치적인것이다.디디-위베르만은민중들의재현문제에대해정치적이고미학적인질문을제기하는사상가들(들뢰즈,아렌트,아감벤,랑시에르,낭시등)과합류하면서,미학과정치가공유하는공간,그리고기존질서와의이해관계도없고,정체성도없는민중들이평범함을넘어서자신을가시화하는방식을질문한다.민중에대한저자의관심은이제민중이출현할수있는가능성의조건을탐색하고,결핍/과잉노출의위험에맞서는재현방식을구상하고상상하는것에집중된다.

얼굴의윤리와미학
―다큐멘터리적시선
로마시대의동전에새겨진황제의초상부터피렌체부르주아의초상화에이르기까지초상화의역사는얼굴의가시성이평범한민중들의경험과는무관한(지배계급의)특권의표출이라는점을우리에게상기시켜준다.이역사적인사실에저항해초상화의존엄성을모든인간의얼굴로확장시키는다큐멘터리적접근방식을개발한것은수많은예술가의작업덕분에가능했다.저자가회화나영화를번격적으로언급하기전에사진을먼저다룬것도이때문이다.사진의다큐멘터리적시선이지닌미학적,윤리적힘,나아가서그모호성까지보여주는필리프바쟁의작업이그것이다.
장기요양병원에서인턴실습을수행하는의과수련의필리프바쟁은임종을앞둔,사라질위험에노출된40여명의노인얼굴을공공연히노출하기로결심한다.노인들의얼굴은고대로마의흉상에서기를란다요에이르기까지,그리고티치아노에서리처드애버던에이르기까지가장고전적인초상화의역사에서항상빠지지않고등장했다.하지만매우특별한경험에서비롯된바쟁의작업은초상화장르나여하한‘예술의지’와도아무런상관없이이루어진것이라는점에서더욱의미심장하다.그럼에도바쟁의이<얼굴>시리즈는병원과요양원이라는제도적공간의차갑고비인간화된삶을드러내는데그치지않고,노인들의인간성을회복시킴으로써모든사회계층에가시성을부여하는것을임무로삼는사진의전통(워커에반스나아우구스트잔더,혹은브라사이등)을이어나간다.저자는민중을노출하고전시하는이러한다큐멘터리적접근방식에내재된특유의긴장과모순을강조하면서무엇보다도독자가또다른태도,즉시적태도의미학적힘뿐만아니라정치적힘을인식하도록고무시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