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더 블루 컵 : 포스트미디엄 시대의 예술

언더 블루 컵 : 포스트미디엄 시대의 예술

$28.00
Description
저명한 평론가가 기억 상실에서 회복된 후
포스트미디엄의 미학적 무의미함에 맞서 싸우다
저자 로절린드 크라우스는 『북해에서의 항해』, 『비정형』, 『현대 조각의 흐름』, 『사진, 인덱스, 현대미술』 등의 번역서로 우리에게도 잘 알려져 있는 저명한 미술사학자이자 미술평론가다. 『언더 블루 컵』은 동맥류 파열로 뇌가 손상되어 세 번의 수술과 지난한 인지 재활 훈련을 통해 회복된 후 보다 전투적인 어조로 포스트미디엄 조건의 미학적 무의미함에 맞서 열정적으로 투쟁을 벌이는 비평 이론서다.
저자는 1999년에 뇌에 거의 치명적인 손상을 입히는 뇌동맥류 파열을 겪었다. 이로 인해 저자는 세계와 의미 있는 관계를 맺을 수 있는 기반 자체가 씻겨 나가 언어도 기억도 송두리째 상실하고 만다.
저자가 뇌졸중을 겪기 2년 전인 1997년은 유명한 카셀도쿠멘타 X가 열린 해이기도 하다. 저자의 경험에 따르면, 이때부터 포스트미디엄의 설치미술은 정점을 향해 가는 듯이 보였으며, 카셀도쿠멘타가 ‘화이트 큐브는 죽었다’고 선언하면서 선보인 다양한 예술적 실천은 예술이 의미를 생성할 수 있는 기반을 송두리째 휩쓸어버렸다. 망각은 포스트미디엄 예술의 특징적인 양상으로, 여기에는 설치미술을 비롯해 관계미학, 안티 화이트 큐브 미학, 개념미술, 자아에 대한 해체주의의 비판, 독해의 즐거움을 죽이는 정치적 도덕주의 등이 포함된다고 주장한다.
저가의 씻겨나간 기억을 회복하는 데 사용된 치료법은 매체, 물질성, 시간과 자아 사이의 근본적인 관계를 깨닫게 해주었다. 저자가 반복해서 말하듯이, 그녀의 언어 회복은 자신에 대한 기억, 즉 자신이 의미 있는 세계를 구축한 ‘나(너)는 누구인가’라는 발판을 회복한 후에만 가능했다. ‘나(너)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은 정확히 현대미술이 포기한 발판으로, 포스트미디엄의 조건은 매체가 예술의 가능성 자체를 뒷받침하는 관건임을 망각한 상황이라고 크라우스는 주장한다.
저자

로절린드크라우스

저자:로절린드크라우스(RosalindKrauss)
미술비평가및미술사가.컬럼비아대학교‘유니버시티’교수로재직하고있다.1976년에동시대미술비평및이론저널인《옥토버(October)》를공동으로창간했으며편집위원으로활동해오고있다.『현대조각의흐름(PassagesinModernSculpture)』(1977),『아방가르드의독창성과다른모더니즘신화들(TheOriginalityoftheAvant-GardeandOtherModernistMyths)』(1985),『광적인사랑(L'Amourfou)』(1986),『사진(LePhotographique)』(1990),『시각적무의식(TheOpticalUnconscious)』(1993),『북해에서의항해(AVoyageontheNorthSea)』(1999),『총각들(Bachelors)』(2000),『영구적인재고목록(PerpetualInventory)』(2010),『언더블루컵(UnderBlueCup)』(2011)등의저서가있다.

역자:최종철
미술이론가.이화여대미술사학과부교수로재직하고있다.미국플로리다대학에서미술사학박사학위를받았으며,미국과일본,그리고한국에서다양한강의및연구경력을쌓았다.전문연구분야는현대미술과매체이론으로,최근미디어아트(디지털사진,포스트미디어예술,포스트미디엄이론등)연구에집중하고있으며,특히디지털매체의미학적,정치적,기술적문제에관심을기울이고있다.

목차

한국어판에붙이는글
감사의말

하나.씻겨나가다

둘.길위에서

셋.기사의움직임


옮긴이해제
찾아보기

출판사 서평

저자는1999년에뇌에거의치명적인손상을입히는뇌동맥류파열을겪었다.이로인해저자는세계와의미있는관계를맺을수있는기반자체가씻겨나가언어도기억도송두리째상실하고만다.
저자가뇌졸중을겪기2년전인1997년은유명한카셀도쿠멘타X가열린해이기도하다.저자의경험에따르면,이때부터포스트미디엄의설치미술은정점을향해가는듯이보였으며,카셀도쿠멘타가‘화이트큐브는죽었다’고선언하면서선보인다양한예술적실천은예술이의미를생성할수있는기반을송두리째휩쓸어버렸다.망각은포스트미디엄예술의특징적인양상으로,여기에는설치미술을비롯해관계미학,안티화이트큐브미학,개념미술,자아에대한해체주의의비판,독해의즐거움을죽이는정치적도덕주의등이포함된다고주장한다.
저가의씻겨나간기억을회복하는데사용된치료법은매체,물질성,시간과자아사이의근본적인관계를깨닫게해주었다.저자가반복해서말하듯이,그녀의언어회복은자신에대한기억,즉자신이의미있는세계를구축한‘나(너)는누구인가’라는발판을회복한후에만가능했다.‘나(너)는누구인가’라는질문은정확히현대미술이포기한발판으로,포스트미디엄의조건은매체가예술의가능성자체를뒷받침하는관건임을망각한상황이라고크라우스는주장한다.

‘언더블루컵’이라는이책의제목은저자의인지재활훈련에서사용된암기카드의하나였다.암기카드는단순한그림이나아무런연관없는단어조각들을담고있는데,‘언더블루컵’이라는카드는저자가인지재활훈련에서첫번째로마주하게된예시단어였다.기억상실은의지할게아무것도없는상태로홀로망망대해에떠있는것과도같다.저자는무의식어딘가에남겨진삶의편린,혹은몸이기억하고있는삶의내력을서서히복구하면서마침내‘언더블루컵’이라는단어를배우기시작한다.저자의표현에따르면,‘언더블루컵’은“기억하는법을배우기위한연습대상이자사라진기억에전해진우연한선물”로,그녀의기억회복에필수적인매체였다.
『언더블루컵』은손상된기억을회복하려는저자의이야기로시작되어언뜻일화적인것처럼보일수도있다.하지만이책은회고록과는거리가멀다.오히려이론과역사,개인적서사가독특하고흥미로운방식으로얽혀있는이책은의심할여지없이매체이론에관한가장중요한저서중하나라고할수있다.저자는이미이전부터‘포스트미디엄조건’에대해매우비판적으로연구해온바있으며,『북해에서의항해』에서도흔히개념미술가로알려져있는마르셀브로타스가사실은매체를탐구하는중요한작가임을입증한바있다.

크라우스는뇌졸중에서회복되는과정이글쓰기방법을다시배우는것이기도했다고한다.그것은삶과예술에서의미를가질수있는발판혹은기반이무엇인지를되찾는과정이기도하다.그래서저자의한국어판서문에서도밝히듯이,이책은글쓰기실험으로가득차있다.언어를찾아가는과정은어디에서도안전한닻을찾을수없기에결코선형적으로전개되지않는다.저자는디킨스를자주소환하는바플롯의대가였던디킨스에게서발견되는텍스트적즐거움혹은바르트가말하는텍스트적즐거움,그리고수전손태그가말한예술의에로티시즘이바로예술의본질이라고주장한다.이책역시그러한텍스트적즐거움을제공하기위해독특한구성방식을취하고있다.마치푸가를변주할수있는자유의규칙처럼,알파벳구조에따라배치되어있는아포리즘은독특한악센트를띤파편의수사법을담고있어앞뒤문맥에대한독해의즐거움을배가시킨다.
『언더블루컵』에는60여장이넘는컬러화보가실려있다.보는즐거움역시이책의커다란즐거움이다.

책속에서

당시저는뇌손상에서막회복하던중이었기에,제기억저아래로흐르는사유를불러내고자했고,이책은바로그러한제자신에대한,그리고자기망각에서벗어나려는현대미술에대한기록입니다.『언더블루컵』은글쓰기실험으로가득차있습니다.―5쪽

언더블루컵,기억치료의첫번째규칙을당당히입증해버린내암기카드의열쇳말.만약당신이‘누구인지’(혼수상태에빠졌던사람에게결코확실할리없을자기인식)기억해낼수있다면,당신은이제무엇이든기억해내는법을스스로깨우칠필수적인연상[기억]발판을갖게된것이다.이러한서사를마치내자신의이야기인것처럼다루는것이이상하겠지만,이제곧이서사를동시대미술에결부시킨후나는사라질것이다.―15쪽

전통적인매체개념이란매체자체가예술작품을위한‘지지대(support)’가되는것으로서,가령이는유화를위한캔버스의기초작업,또는석고나점토를위한금속골조의받침대를말한다.이러한전통적인기반과반대로,‘기술적토대’는일반적으로애니메이션영상,자동차,탐사저널리즘,또는영화와같은가용한대중문화의형식에서차용된다.―34~35쪽

『언더블루컵』은미학적일관성을위한기반으로서특정한매체를연장하려는일의절대적당위성을주장하는데여덟개의사례를탐구할것이다─에드루샤가활용한자동차,윌리엄켄트리지가지난한지우기작업을통해정교하게완성한애니메이션,제임스콜먼이파워포인트의초기유형으로각색해낸슬라이드테이프,크리스천마클리가상업영화의사운드트랙을동시적으로활용한점,브루스나우만이복도를건축적수사로채택한점,탐사저널리즘에대한소피칼의패러디,아트북의역사적일관성(앙드레말로가벽없는미술관이라불렀던것)을받아들였던마르셀브로타스,그리고하룬파로키가비디오편집대를전면에내세운점,이렇게여덟개의작업말이다.작가들은이각각의토대를통해그것에고유한‘규칙들’을발견한다.그리고그규칙들은나아가매체특정성의재귀적자명성을위한기반이된다.만약이작가들이자신들의매체를‘창안’하고있다면,그들은어떻게매체가예술의가능성을뒷받침하는지에대한현대미술의망각에저항하고있는것이다.『언더블루컵』이어떤하나의주장을펼치고있다면,바로이점이그것이다.―41~42쪽

디킨스(CharlesDickens)는마스터플롯의대가였다.…디킨스가주제를도입할때부리는여유는오로지그주제들을잠시떼어놓기위한것인바,이는작가적인즉흥성처럼여겨진다.더성취할수록더복잡해진다.―86쪽

디킨스적텍스트의즐거움에필적하려는것은아니지만,나는『언더블루컵』을푸가처럼,뇌의기억하기와망각하기라는마스터내러티브(masternarrative)로,알파벳순서대로짜여진(각각나름의즐거움을제공하도록의도된)아포리즘의배치로구성하기를원했었다.이를통해독자들은뇌동맥류의씻김이[에드루샤의]얼룩과주차장바닥에스며나온기름에꼭맞물리는,아울러켄트리지의지우개자국과도맞물리는방법을인식하게된다.1장의내용은뇌출혈을일으킨주체와미학적전통의주체들모두에게‘너는누구인가’라고묻는것이다.신경들의네트워크는A에서Z로이동하는알파벳적인충만함을만들어주었다.―91~92쪽

여기롤랑바르트의즐거움,수전손택의에로틱,『언더블루컵』의수영장벽면이있다.‘정치적도덕주의’를위해이러한즐거움을포기하는것이야말로질병이다.―122쪽

이책에서벌이는논쟁은설치미술의‘잊어버리라(forget)’는유혹의노래에대항해기억하라(remember)는요청이다.―125쪽

화가는거의처음부터그림을창문과동일시하면서캔버스의‘투명한단단함’에구멍을내는상상을했다.이는그림의표면을열고아울러그평면에깊이를돌려준다는관점이었다.원근법이창안된후,창문의틀은회화자체의기표가되었다.―195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