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양의 느낌 : 영화와 바다

대양의 느낌 : 영화와 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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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대양의 감정, 바다의 느낌이란 어떤 것인가?
영화는 대양의 느낌을 어떻게 표현해왔는가?
인간의 몸은 3분의 2가 물로 구성되어 있고, 바다 역시 지구 표면의 3분의 2를 차지하고 있다. 물은 생존과 직결되어 있는 인류의 존재 조건인 셈이다. 물의 기원인 바다가 생태적 위기가 고조되고 있는 인류세 시대에 예술가들의 가장 첨예한 관심사가 되는 것은 어쩌면 자연스러운 일인지도 모른다. 『대양의 느낌: 영화와 바다』는 최근 들어 예술가들의 작업에서 바다가 자주 다뤄지는 경향에 주목해, 지난 100년 동안의 영화에서 바다 풍경을 다뤄온 기록을 탐구한다.
롤랑 바르트는 바다가 의미의 생산을 마비시키는, 흔적을 남기지 않는 텅 빈 공간이라고 했다. 저자 에리카 발솜은 바르트의 말처럼 바다가 정말 아무런 메시지도 담고 있지 않는 것인지 반문한다. 저자에 따르면, 서사 영화부터 다큐멘터리까지, 할리우드 영화부터 아티스트 필름까지, 1895년부터 현재로 이어지는 영화의 역사는 그렇지 않다고 말한다. 저자가 보기에 바다는 자연과 문화를 가로지르는 방대하고 유동적인 기록을 품고 있다. 바다는 투명하거나 중립적인 공간도 아니고, 바르트가 규정한 것처럼 부정적인 공간도 아니다. 그래서 저자는 바다를 둘러싼 낡은 관념을 넘어설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바르트는 물론 바다에 대한 낭만주의적인 환상까지도 포함해서.
그렇다면 ‘대양의 느낌’이란 무엇인가? 책의 제목으로도 쓰인 ‘대양의 느낌’은 프로이트가 로맹 롤랑에게서 빌려온 어구다. 프로이트는 대양의 느낌을 “나와 외부 세계 사이의 끊을 수 없는 유대감”으로 정의한다. 근대 이래로 인간은 바다를 필요에 따라 언제든 무한정 갖다 쓸 수 있는 상비 자원으로 여겨왔다. 대양의 느낌은 광활한 바다와 해상에 대한 그러한 지배권을 주장하는 것과는 관계없다. 프로이트에게 대양의 느낌은 무한함, 무경계성, 상호연결성의 감각 때문에 자아의 온전함이 상실되거나 적어도 위태로워지는 준 숭고함의 상태라고 할 수 있다. 저자는 프로이트의 은유를 채택해 이 연결된 느낌을 물의 기원으로 되돌리면서, 바다가 사람들 사이, 공동체들 사이, 인간과 비인간 사이를 어떻게 연결하는지 탐구한다.

『대양의 느낌: 영화와 바다』는 다섯 가지 주제를 특이한 방식으로 표류하며 탐색한다. 바다의 자연적 우발성이 영화에서 어떻게 나타나고, 해저 촬영의 매력은 어떻게 표현되고 있으며, 연안에서 벌어지는 노동은 어떤 식으로 재현되는지, 노예제의 기억을 간직하고 있는 중간 항로와 불법 이민은 또 어떻게 다뤄지고 있으며, 마지막으로 세계 무역의 대부분이 해상 운송을 통해 이뤄지는 해양 순환의 물질성이 열린 바다 위에서 어떻게 펼쳐지는지에 할애되고 있다. 또한 할리우드 영화부터 다큐멘터리, 아방가르드 영화와 아티스트 필름은 물론 대중영화까지 장르를 넘나들면서 다종다양한 바다 풍경이 등장한다.
그렇다고 이 책이 영화사를 다루는 것은 아니다. 이 책은 바다와 영화가 얽힌 역사에 대해 체계적인 분류 체계를 제안하지 않는다. 저자가 「한국어판 서문」에서도 밝히고 있듯이, 다른 사람들이 계속 이어갈 수 있는 작은 출발점을 염두에 둔 다섯 편의 이 에세이는 어떤 결론을 내리기 위한 작업이라기보다는 독자들이 자신만의 여정을 위한 배에 승선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시네필적인 작업에 가깝다.
다섯 가지로 제한된 주제는 간결하면서도 촘촘한 소책자 형태로 압축되어 있다. 이 작품에서 저 작품으로 이어지는 흐름들이 일련의 파도처럼 펼쳐지는데, 그 모양과 느낌은 파악되자마자 바로 사라지고 다른 것이 그 뒤를 이어 또 펼쳐진다. 독자들은 어쩌면 저자의 글쓰기에서도 대양의 느낌을 느낄 수도 있을 것이다.
저자

에리카발솜

에리카발솜(ErikaBalsom)

킹스칼리지런던소속학자이자평론가로,영화와미술의교차점을연구하며광범위한저술활동을해왔다.『텐스카이스(TENSKIES)』(2021),『고유성이후:영화와비디오아트유포의역사(AfterUniqueness:AHistoryofFilmandVideoArtinCirculation)』(2017),『현대미술에서영화전시하기(ExhibitingCinemainContemporaryArt)』(2013)를집필했다.2022년힐라펠렉과함께베를린세계문화의집(HausderKulturenderWelt)에서《주인없는영토:페미니스트세계만들기와무빙이미지(NoMasterTerritories:FeministWorldmakingandtheMovingImage)》전을큐레이션했으며,동명의책을공동편집했다.『아트포럼(Artforum)』,『시네마스코프(CinemaScope)』,『사이트앤사운드(SightandSound)』등에주기적으로기고한다.



손효정

골드스미스유니버시티오브런던에서미디어와사회학학사학위를,킹스칼리지런던에서영화학석사학위를받았다.차이밍량과라브디아즈의사례를중심으로갤러리에서전시되는슬로우시네마에대한석사논문을썼다.

목차


한국어판서문
서문

1장자연그대로의바다
2장헤아릴수없는깊이
3장연안노동
4장바다는역사다
5장해양자유론

역자후기
도판크레디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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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책속에서

2014년포고아일랜드아트(FogoIslandArts)에서레지던시를하던중나는최근의실험다큐멘터리에서바다가자주다뤄지는경향에대해생각하기시작했고,그런작품이바다를묘사해온영화의광범위한역사안에서어떻게어우러질수있을지궁금해졌다.포고섬은이런사색을하기에최적의장소였다.인구가3,000명이채되지않는이험준한섬은뉴펀들랜드해안에자리잡고있다.차갑고어두운바다에둘러싸인뉴펀들랜드는캐나다동쪽끝에위치한또다른큰섬으로,내가태어난곳이기도하다.…나는해양환경의아름다움과위험이깊이새겨진곳,바다곁에서살고죽으며바다의끊임없는변화에서겸손을배우는사람들이사는곳에서자랐다.그러니아마도이책은…그때그곳에서부터시작됐을지도모른다.―6~7쪽한국어판서문

1930년에출간된『문명속의불만』에서지그문트프로이트는로맹롤랑의개념인‘대양의느낌(oceanicfeeling)’을논하며,이를나와외부세계사이의끊을수없는유대감이라고정의한다.프로이트가이해한대양의느낌은자율성이나지배를주장하기보다는무한성,무경계성,상호연결성의감각때문에자아의온전함이상실되거나적어도위태로워지는유사신화적상태였다.―11쪽

이책은다섯가지주제―바다의자연적우발성,해저촬영의매력,연안노동의재현,중간항로(MiddlePassage)와불법이민,그리고전세계해양순환의물질성―…를차례로살펴보면서,생태적,인도주의적,정치적위기의시대에세계전체에속한다는것이무엇을의미하는지에대한답을찾아바다가영화에서재현되어온역사를특이한방식으로표류할것이다.대양의느낌에서발견되는자아의박탈과탈인간중심주의는함축,기억,돌봄의실천을위한토대가될것이다.―12쪽

육지(terrafirma)를떠나대양의느낌이주는유동적인흐름에몸을싣는다는것은관점의급진적인방향전환을취하는것과같다.“맞다.우리는이세상밖으로떨어질수없다.우리는완전히그안에있다.”프로이트의이진술은사실일지모른다.그러나오늘날우리는이말이시사하는바를좀처럼깊게생각하지않는다.그런생각을하게만들법한폭력과참사의순간들이점점더빠르게축적되고있는데도그렇다.―13쪽

1957년『신화론』에서롤랑바르트는바다를의미의생산을마비시키는,흔적을남기지않는텅빈공간이라고묘사한다.바다의소금기어린광활함은기호에대한기호학자의갈증을절대해소해주지못할것이다.…바다가정말아무런메시지도담고있지않을까?서사영화부터다큐멘터리,할리우드영화부터아티스트필름까지,1895년부터현재로이어지는영화의역사는그렇지않다고말한다.―14~15쪽

바다는공포,파멸,생존,그리고아름다움이서린기록들의보관소다.바닷속에는자본주의적축적의역사와여전히감지되는트라우마가해양환경의매혹적인경이로움,파도의낭만과함께나란히흐른다.…바르트의말을반복하되수정해보자.자,나는바다앞에,영화사에서수도없이다루어진바다앞에있다.바다는무수히많은메시지를담고있다.바다는환상과필연성,착취와개발,전통과근대,삶과죽음의메시지를담고있다.―19쪽

물의움직임은너무나예측불가능해서역사적으로도컴퓨터애니메이션으로구현할때큰어려움이따를수밖에없었다.수학적방정식에따른규칙적인패턴으로는바다의복잡한물리적현상을결코실감나게구현할수없다.〈평행I〉(2012)에서하룬파로키는자연에서가져온모티프몇가지를통해컴퓨터생성이미지의포토리얼리즘이발전해온30년의궤적을추적한다.―26쪽

세계를물이넘실대는곳으로재창조하고자했던초현실주의자들의욕망은그들중영화제작에정통했던몇사람의작품에서도투영되어있다.만레이,루이스부뉴엘,살바도르달리,제르멘뒬락의영화에는불가사리,성게,조가비가출연한다.초현실주의동물우화집에서이바다생물들은섹슈얼리티,불가사의,언캐니의강력한환상적응축으로서특별한자리를차지한다.―41쪽

왜정신적삶의격정적인예측불가능성을시적으로재현하려는영화제작자들에게바다의도상학이이다지도매력적일까?아마도바다의가변성과예측불가능성이인간의주체성과관련이있기때문일것이다.물을중심으로세계를표현한초현실주의자들의지도가서로밀접하게관련된개념인과학적정밀성과자본주의적기술관료주의에반기를든것처럼,바다의무질서함은헤게모니적가치관의적정률(decorum)과합리성에도전한다.바다는모든것을원상태로돌린다.―43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