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친, 사랑의 노래 : 김언희의 시를 둘러싼 (유사) 비평들
Description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한계 짓는 ‘진짜’가 아니다.
무한한 가능성을 제공하는 ‘유사’의 영역,
그곳에서 전위적 부정성을 남김없이 먹어 치우다
『미친, 사랑의 노래』는 기존의 비평 언어로는 온전히 포착할 수 없었던 시인 김언희의 세계를 여성, 작가, 퀴어의 눈을 통해 재해석하고 전유하는 이른바 ‘유사 비평’의 실험을 담고 있다. ‘유사 비평’은 김언희의 시가 개방하는 전위적 부정성을 텍스트 분석만이 아닌 시각적, 감각적 언어로 접근하기 위해 고안된 용어다.
한국 시의 계보에서 김언희의 위상은 정확히 단독자의 그것이다. 한때 그는 그가 구현하는 시적 이미지의 과도한 그로테스크함 때문에 “안티 페미니스트”(김정란)라 불리기도 했고, 또 같은 이유로 남성 중심의 상징체계를 전복할 힘을 가진 “시단의 메두사”(남진우)로 불리기도 했다. 이처럼 ‘중간’이 없는 극단적 평가, 알고 보면 같은 뿌리를 공유하는 상반된 반응을 동시에 받아낸 여성 시인이 이전에 존재했던가? 여성 시인으로서 전례를 찾아보기 어려운 비평적 스캔들에 연루된 그는 변명도 설명도 하지 않은 채 예사로 그의 시에 따라 붙는 ‘문제적’, ‘도발적’, ‘엽기적’과 같은 자극적 수식을 “참아 주었다”(「나는 참아 주었네」). 심지어 제 손으로 “어머니의 목을 자르고”(「스타바트 마테르」) “아버지를 뿌리채 파내는”(「가족극장, 이리와요 아버지」) 그는 어머니-딸 관계에서의 동일시적 유대도, 아버지-딸 관계에서의 상징적 유산도 거부한다.
『미친, 사랑의 노래』에 참여한 필자들은 시인 김언희를 둘러싼 비평에서 누락되거나 혹은 불충분하게 다뤄진 것들을 유사-비평하려는 목적에서 기획되었다. 필자들은 김언희 시인이라는 유일무이한 여성 시인의 계보를 잇거나 시인과 어머니-딸이라는 모성적인 관계를 맺는 것을 적극적으로 거부한다. 이런 관계에서 기대되는 고정된 각자의 역할과 무조건적인 존경과 애정이 ‘시’라는 진실과는 다른 사실들을 생산하도록 부추긴다고 믿기 때문이다.
『미친, 사랑의 노래』는 세대를 뛰어넘는 여성/퀴어/작가 사이의 우정과 소통의 도구로서 유사 비평이라는 개념을 가져온다. 필자들은 ‘유사’ 비평이라는 이 실험에 매진하기 위해 ‘트렁크’라는 연구 모임을 결성해 2년에 걸쳐 공동으로 연구하고 글을 쓰고 합평회를 가지면서 서로의 글에 응답해왔다. 이들은 유사 비평이 기존의 문학/시 비평의 계보와 개념을 사용하지 않는, 보다 피부에 가까운 즉시적인 정동을 불러일으키는 이미지와 언어 사이에 있는 무엇을 이용할 수 있을 것으로 믿는다. 따라서 『미친, 사랑의 노래』가 생산하는 텍스트는 기존 비평 연구와 달리, 이미지와 텍스트가 콜라주 된 형식을 통해 문학적/시각적 감수성을 촉진하는 새로운 형태의 결과물을 상상해낸다.
‘유사 비평’의 과정 덕택에 이 책은 비교적 비평 형식에 철저한 텍스트(진송, 성훈, 박수연, 영이)부터 김언희 시인 및 시와의 관계에서 쓰인 에세이(한초원, 이미래), 그리고 시로부터 분유받은 정서적, 후각적, 촉각적 이미지를 전유하는 희곡, 소설, 사진(밀사, 홍지영, 변다원), 마지막으로 시인의 ‘입말’을 고스란히 실어 나르는 대담(양효실, 김언희)까지 다룰 수 있게 되었다.
육체성과 물질성의 담론이 그 어느 때보다 주목받고 있는 비평 및 인문학에서 『미친, 사랑의 노래』는 틀에 얽매이지 않으면서 육체가 가진 물질성의 한계까지 과감하게 접근하는 전복적인 문제의식과 실험적인 글쓰기로 독자들에게 풍성한 읽을거리를 선사한다.
저자

밀사,박수연,변다원,성훈,양효실,영이,이미래,이연숙,이우연,진송,한초원,

저자:밀사
2015년,철수와영희출판사의도서『성노동자,권리를외치다』의공저자로참여했다.2020년,지금아카이브의연극<티타임/밀사의찻잔>의드라마터그로참여했다.보편에속할수없는파손된자들에대한관심을줄곧이어가고자노력하며,그고민의산물을트위터계정에서의담화생산,브릿G페이지에서의소설탈고등으로드러내고갈무리해왔다.부서진자들의영원한생잔을믿는다.

저자:박수연
생존이라기엔너무가볍고생을낭비한다고말하기엔지나치게성실한삶을살고있다.나에게어떤말이허락되었나오래고민하다가오래동안말같지않은말을하려는욕망에갇혔다.어떤소리에말다운말의지위를(불)허하는이,그리고그를농락할방법을상상하곤한다.국내한인문대학원에서조르주바타유의반-시론연구를이어가고있다.

저자:변다원
1997년서울특별시태생.고졸검정고시.특이점없음.

저자:성훈
영문학을공부했다.시각예술웹진‘OFF’와페미니즘비평웹진‘SEMINAR’에서뚜이부치란필명으로기고했다.문학,비디오게임,만화등다양한매체에서나타나는퀴어시간성을이야기하고자한다.

저자:양효실
서울대학교미학과에서박사학위를받았고지금은서울대,한예종등에서강의한다.태도로서의페미니즘-퀴어의(미적)정치가육화된텍스트읽기에광적으로집착한다.미술비평이주업이고연극,문학,공연도들락거린다.『불구의삶,사랑의말』,『권력에맞선상상력,문화운동연대기』등을썼고,주디스버틀러의『윤리적폭력비판』등을우리말로옮겼다.

저자:영이
폭력과고통,그리고분열의상관관계에관심을갖고글을쓴다.『정서지도그리기』,『밑빠진독(毒)에물붓기』,『월간종이』등기획.

저자:이미래
조각가.조각의물질성과운동성을통해인간의원초적욕망과정동,폭력과에로티시즘의에너지를탐구한다.개인전캐리어즈(Carriers)(아트선재센터,서울,2020),BlackSun(뉴뮤지엄,뉴욕,2023)을열었고,제59회베니스비엔날레본전시(2022),제15회리옹비엔날레(2020)등에참여했다.

저자:이연숙
닉네임리타.대중문화와시각예술에대한글을쓴다.소수(자)적인것들의존재양식에관심있다.블로그를운영한다.2015크리틱엠만화평론우수상,2021SeMA-하나평론상을수상했다.시각문화와퀴어부정성을다루는책『진격하는저급들』,일기를모은책『여기서는여기서만가능한』을썼다.

저자:이우연
서울대학교미학과와심리학과를졸업하고장편소설『악착같은장미들』,『거울은소녀를용서하지않는다』를출간했다.고용되지않은배우,유령,창녀,실종자,아이들의불가능한언어와함께산다.그들을위한이상한공간을만들고그속에서(그속을벌리며)살아가고있다.그틈새에서갈망하고소리치고애원하는글을쓴다.그들을원하기때문에.존재할수없음에도살아있는틈들을너무나원하기때문에쓴다.징그럽게,절박하게,용서받을수없을정도로원하기때문에.

저자:진송
2020년7월『문장웹진』에「남자없는여자들」을발표하면서비평활동을시작했다.시,소설,연극등다양한장르에걸쳐비평을쓴다.비평콜렉티브‘누워있기협동조합’에서1)생활학문으로서의이론에접근하기,2)지식과문제의식을난잡하게공유하기를목표로재미있는기획을이어나가고있다.블로그‘진진송의블로그(blog.naver.com/zinsongzin)’를운영중이다.

저자:한초원
배우겸작가.연극영화학과에서영화학을공부했다.물고기와분석치료에관심이많다.블로그에글을쓴다.

저자:홍지영
사진을주요매체로활동하며,신체를기반으로퀴어,폭력,섹슈얼리티를연구한다.보이지않지만실재하는것들을위해사진을찍고글을쓴다.보스토크프레스의공모프로그램‘도킹docking!’에선정되어『물의시간들』을출간했으며,창작그룹팀W/OF.의소속작가로기획을맡고있다.

목차

들어가며/이연숙
끝까지!/진송
연필끝으로입매찌르기/성훈
파란죄의역공학/밀사
누가그에게여성을배반했다했는가/박수연
양의늑대는늑대의양을보고웃는다/이우연
구멍난피부와죽음없는삶/영이
중음계/변다원
작은공알의역사/한초원
내가언희님과언희님시에대해쓴글/이미래
한다/홍지영
[대담]뭇여래를거친개에관해/양효실,김언희
부록

출판사 서평

우리에게필요한것은한계짓는‘진짜’가아니다.
무한한가능성을제공하는‘유사’의영역,
그곳에서전위적부정성을남김없이먹어치우다

『미친,사랑의노래』는기존의비평언어로는온전히포착할수없었던시인김언희의세계를여성,작가,퀴어의눈을통해재해석하고전유하는이른바‘유사비평’의실험을담고있다.‘유사비평’은김언희의시가개방하는전위적부정성을텍스트분석만이아닌시각적,감각적언어로접근하기위해고안된용어다.
한국시의계보에서김언희의위상은정확히단독자의그것이다.한때그는그가구현하는시적이미지의과도한그로테스크함때문에“안티페미니스트”(김정란)라불리기도했고,또같은이유로남성중심의상징체계를전복할힘을가진“시단의메두사”(남진우)로불리기도했다.이처럼‘중간’이없는극단적평가,알고보면같은뿌리를공유하는상반된반응을동시에받아낸여성시인이이전에존재했던가?여성시인으로서전례를찾아보기어려운비평적스캔들에연루된그는변명도설명도하지않은채예사로그의시에따라붙는‘문제적’,‘도발적’,‘엽기적’과같은자극적수식을“참아주었다”(「나는참아주었네」).심지어제손으로“어머니의목을자르고”(「스타바트마테르」)“아버지를뿌리채파내는”(「가족극장,이리와요아버지」)그는어머니-딸관계에서의동일시적유대도,아버지-딸관계에서의상징적유산도거부한다.
『미친,사랑의노래』에참여한필자들은시인김언희를둘러싼비평에서누락되거나혹은불충분하게다뤄진것들을유사-비평하려는목적에서기획되었다.필자들은김언희시인이라는유일무이한여성시인의계보를잇거나시인과어머니-딸이라는모성적인관계를맺는것을적극적으로거부한다.이런관계에서기대되는고정된각자의역할과무조건적인존경과애정이‘시’라는진실과는다른사실들을생산하도록부추긴다고믿기때문이다.
『미친,사랑의노래』는세대를뛰어넘는여성/퀴어/작가사이의우정과소통의도구로서유사비평이라는개념을가져온다.필자들은‘유사’비평이라는이실험에매진하기위해‘트렁크’라는연구모임을결성해2년에걸쳐공동으로연구하고글을쓰고합평회를가지면서서로의글에응답해왔다.이들은유사비평이기존의문학/시비평의계보와개념을사용하지않는,보다피부에가까운즉시적인정동을불러일으키는이미지와언어사이에있는무엇을이용할수있을것으로믿는다.따라서『미친,사랑의노래』가생산하는텍스트는기존비평연구와달리,이미지와텍스트가콜라주된형식을통해문학적/시각적감수성을촉진하는새로운형태의결과물을상상해낸다.
‘유사비평’의과정덕택에이책은비교적비평형식에철저한텍스트(진송,성훈,박수연,영이)부터김언희시인및시와의관계에서쓰인에세이(한초원,이미래),그리고시로부터분유받은정서적,후각적,촉각적이미지를전유하는희곡,소설,사진(밀사,홍지영,변다원),마지막으로시인의‘입말’을고스란히실어나르는대담(양효실,김언희)까지다룰수있게되었다.
육체성과물질성의담론이그어느때보다주목받고있는비평및인문학에서『미친,사랑의노래』는틀에얽매이지않으면서육체가가진물질성의한계까지과감하게접근하는전복적인문제의식과실험적인글쓰기로독자들에게풍성한읽을거리를선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