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의 기술과 퀴어 예술

실패의 기술과 퀴어 예술

$28.00
Description
 ̄스펀지밥이 안내하는 삶의 지침서!
 ̄행복이 항상 행복해지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은 아니다.
 ̄‘너 자신이 되라’, ‘꿈을 좇아라’라는 진부한 말 대신에 더 나은 사회에서 함께 존재하는 방법은 없을까?
 ̄실패는 퀴어들이 특별히 잘하는 일이자 지금껏 항상 잘해왔던 일이다.
‘성공’ 담론은 자본주의를 떠받치는 근간이다. 성공은 물질적으로든 사회적으로든 어디에서나 장려되는 가치로 여겨진다. 우리가 몸담고 있는 이 세계에서 성공과 실패의 개념은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단순하다. 모두가 선망할 만한 직업, 명성과 권력을 소유하고, 모범적인 가족을 꾸리고, 재화를 축적하는 것이 바로 성공으로 통한다. 사회는 마음만 먹으면 누구나 이런 성공을 거둘 수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이런 식의 수사가 자유주의적 소비 주체이길 요구하는 사회에서 더는 통할 것 같지 않다. 그것이 현실이 되기에는 경제적, 교육적, 사회적 장벽이 너무 많다. 심화되는 불평등도 변할 가망이 전혀 없다. 승자는 소수일 수밖에 없으며, 그 뒤에서는 어쩔 수 없이 수많은 패자의 그림자가 어른거린다.

그렇다면 다른 대안은 있는가? 실패할 것을 알면서도 모든 것을 투기해야 하는 이 무모하고 무의미한 경쟁 말고 다른 세계를 꿈꾸는 것이 오히려 불가능하지 않은가. 우리는 모두 꿈이 산산조각 나고, 희망이 짓뭉개지며, 환상이 깨지는 일에 항상 익숙하다. 그런데 스펀지밥은 미스터 크랩스를 위해 하루 종일 일해야 하는 삶에서 벗어나려고 애쓰면서도 상품 자본주의의 그물망에 갇혀 있는 것 이외의 대안이 과연 무엇일지 알고 싶어 한다. 우리도 냉소적 체념, 순진한 낙관도 아닌 대안을 상상할 수 있을까?

『실패의 기술과 퀴어 예술』은 일종의 ‘스펀지밥이 안내하는 삶의 지침서’다. 저자 잭 핼버스탬은 애니메이션과 대중문화, 하위문화, 반문화에서 발견한 지혜를 동력으로 삼아 이상주의적 희망을 체념하기보다는 지혜를 얻고, 삶과 문화, 지식, 기쁨과의 새롭고 유연한 관계를 일구고자 한다.
저자

잭핼버스탬

저자:잭핼버스탬JackHalberstam
미국의퀴어이론연구자.컬럼비아대학교영문학과와비교문학과에서교수로재직하며젠더,섹슈얼리티,퀴어연구,대중문화,시각문화등에관해강의를하고글을쓴다.저서로『여성의남성성』,『가가페미니즘』,『퀴어시간과장소에서(InaQueerTimeandPlace)』,『트랜스*(Trans*)』,『와일드씽즈(WildThings)』등이있다.2018년에트랜스의몸의관점에서고든마타클락의‘아나키텍처(anarchitecture)’개념을논한연구로아커스|플레이시즈상(Arcus|PlacesPrize)을수상했고,최근에는‘야생성(wildness)’과건축문화에관심을가지고대안적앎과삶의방식을탐구하는집필활동을이어가고있다.

역자:허원
대학과대학원에서영문학을공부했고,출판사에서편집자로일하며주로인문·사회분야의책을만들어왔다.옮긴책으로『성소수자지지자를위한동료시민안내서』(2022)가있다.퀴어,페미니즘에관한책들에각별한애정을갖고있다.huhhhh@daum.net

목차

감사의말
서론―저급이론
1장.반란을극화하기,반란의애니메이션
2장.야,내팔루스봤냐?―잊기,잃기,반복하기
3장.실패의퀴어예술
4장.그림자페미니즘―퀴어부정성과급진적수동성
5장.‘내안의킬러는네안의킬러’―동성애와파시즘
6장.실패에생기를불어넣기―끝내기,도망가기,살아남기

옮긴이후기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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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실패는루저와약자들의무기이자비판의한양식이다!

21세기의첫10년이끝나갈무렵,미국은대공황이후최악의금융위기를겪는다.노동자들은부실담보대출로집을잃고,중산층은불량상품에투자한대가로퇴직금을잃은데반해,부자들은엄청난구제자금으로자기주머니를넘치게채울수있었고,은행은다른사람돈으로게임을하는카지노자본주의가진면모를드러냈다.저자는이제실패를이야기할때가되었다고말한다.루저의수많은역사,이른바자본주의의그림자역사가모든성공이야기뒤에숨어말없이존재하며,그것을다양한방식으로이야기해야한다는것이다.

실패는실패일뿐이지다른방식으로상상할수있는가?저자는‘약자들의무기’라는개념을활용해실패를저항과비판의한양식으로개념화한다.그는실패가반식민주의투쟁,젠더와종다양성,인종감수성과생산적으로연결될때,그리고성공이단지임시적인것에불과하다는진실을드러낼때어떤종류의바람직한정치적결과를낳을수있을지탐구한다.이를테면소작농들의저항이나반식민주의투쟁에서게으름,수동성,무능력처럼실패로보이는것들이실은지배집단의사업을고의로지연시키는훌륭한전략이었다.

이기려하지않고,소비문화에매몰되지않고,재화축적을열망하지않고,지배적인규율에도전하는것처럼,실패는피해야할것이아닌,자본주의적성공에저항하는도구가될수있다.그래서저자는실패를삶의양식으로받아들이면서실패의활기찬내면을발견해보라고우리에게촉구한다.성공에관한관습적인이해바깥에서다른존재방식,다른앎의방식을탐구해보면성공한사람은상상도할수없고불가능한새로운형태의삶이있다는것이다.올림픽경기에서4등을차지한선수들과마찬가지로,<치킨런>의진저,<꼬마돼지베이브>의베이브,<니모를찾아서>의도리와같은만화캐릭터들이틀리고,길을잃고,지는것에는무언가강력한힘이존재하는것을알수있다.우리가각자의실패를한데모은다면이들애니메이션처럼행복하고생산적인실패를통해승자를충분히끌어내릴수도있다.실패는다른종류의성공이될수있다.

‘저급이론’과‘실없는아카이브’에서새로운존재양식을탐구하다!

성공에대한기존의이해를뒤집기위해서는기존의앎의아카이브에균열을내야한다고핼버스탬은주장하며,이를위해‘저급이론’을제안한다.저급이론은기이한아카이브에서파생된다.저자는이저급이론을무기삼아독자들이뒷골목으로,음습한지하실로,저급한이론의창고로도발적인여행을떠나보라고하다.북미의이데올로기와감성에만연한‘성공’서사를방해하기위한실패이론.핼버스탬은급진페미니즘,마르크스주의,퀴어사상의복잡한이론적패러다임과대중문화의기이하고때로는암울한유물사이를두루살피며실패의의미를탐구한다.

물론이여정에죽은백인철학자들의판테온은포함되지않는다.그대신애니메이션,대중영화,자연다큐멘터리,스포츠사진,소설,아방가르드퍼포먼스가소개된다.승자의반열에서비껴나“영예의뒷자리인동시에오명의앞자리”를차지한4등수영선수사진,“미래는없다”는구절로영국의박탈당한이들을결집시키고자한섹스피스톨스,퀴어한반란을도모하는애니메이션의캐릭터들,사춘기남성을위한바보같은코미디,밸러리솔래너스의반남성선언문,자발적퇴행을수행하고자하는오노요코와퀴어예술가들에이르기까지안티히어로와반영웅이세밀하게분석된다.

인간중심주의에반기를든퀴어한사고방식과존재들!

저자는실패를진정한삶의방식으로주장하기위해인간성의규범에도문제를제기한다.생동감넘치는동물원,피와살을가진종의동물원이자본주의,이성애적질서,친족관계구조에기반한인간의세계를우아하게초월한다.그야말로애니메이션/애니멀리티(동물성)/애니미즘이라는3각축사이에중요한연결고리를만들어내인간과비인간,현실과상상,생명과비생명,사물과주체사이의경계를초월하는것이어떤모습일지상상해볼수있게한다.핼버스탬이‘픽사반란’장르라고부르는이어린이영화들은이기적개인주의보다집단적협력을,무분별한소비보다다양한공동체를,가족친족보다사회적유대를우선시함으로써권위주의와신자유주의정치체제모두에위협이되는고도의정치적인기획으로독해된다.

핼버스탬은이책에서‘퀴어’라는단어를결코동성애에만국한시키지않는다.‘퀴어’는이성애규범적자본주의사회에비추어볼때‘타자’로간주될수있는것,혹은주류에서비켜난‘아웃사이더’의관점이나라이프스타일을공유하는모든사람또는모든것을포괄한다.이를테면<니모를찾아서>에서도리는가족에대한기억이없고,현재시점에망명해있으며,인지력이짧고,계속해서맥락이결여된감각을가지고있는데,이러한퀴어한시간성혹은망각이자본주의적,가부장적전승에강력한제동장치로작동한다.욕망을결부시키지않은채목적없이여행을하는도리는우리에게보상이나보수에의한동맹에의존하지않는협력의강력을모델을제시한다.또한클레이애니메이션<치킨런>에서페미니스트운동가인닭진저는닭장안의자매들을깨워반란에동참하도록독려한다.그가“자유로운닭으로죽든가,자유로워지려애쓰다가죽든가둘중하나다”라고힘차게연설할때,‘멍청한’닭밥스는그런이분법적사고의유혹에넘어가지않고“그게유일한선택지인가?”(261쪽)라고묻는다.이분법을거부하면서성공하지않기로선택하는다른사고방식,‘어리석음’,‘유치함’이저자가제안하는넓은의미의퀴어한사고방식이라할수있다.